19일온라인 슬롯 접근권 미비, 대법 ‘정부 책임’ 인정
법 사각지대 메운 ‘온라인 슬롯 1층’ 프로젝트
12월 19일, 대법원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1층 매장에 접근할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2018년 A씨 등 3명의 원고가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롯된 판결이다. 당시 원고는 해당 법률이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 온라인 슬롯와 같은 편의시설 의무 설치 기준을 지나치게 완화해 장애인 차별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온라인 슬롯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24년 동안 개정하지 않은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1998년 제정된 구 온라인 슬롯등편의법 시행령은 바닥 면적 합계가 300㎡(약 90평) 이상인 소매점에만 온라인 슬롯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기준에 해당되는 편의점은 2019년 기준 전국 매장 중 1.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가 온라인 슬롯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 원심 판결을 뒤집고 온라인 슬롯 원고 2명에게 각각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 20년 묵은 법의 벽, 여전히 높은 현실의 문턱
이 같은 판결은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특히 이 판결에 앞서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온라인 슬롯 1층x서울 언컨퍼런스’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논의 주제로 다뤄졌다. 당시 임성택 공익법단체 두루 이사장은 “1998년에 제정된 장애인등편의법은 공중이용시설과 공공건물에 동등하게 접근할 권리를 명시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편의시설 현실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임 이사장은 한국 편의점의 단 3.8%만이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반면, 일본의 경우 온라인 슬롯 화장실을 포함한 편의시설을 갖춘 편의점이 35%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점포가 단차 없는 출입구와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넓은 복도를 갖추고 있다”며 한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2022년 개정된 법은 바닥 면적 50㎡(약 15평) 이상 민간 사업장에 대해 온라인 슬롯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는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건물에만 적용돼 기존 건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온라인 슬롯 1층, 일상의 장벽을 허물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두의 1층’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일 대법원 판결문에서 “1층의 공유는 일상성의 동등한 참여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모두의 1층’ 공익 프로젝트가 언급되기도 했다.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 이용자, 노약자 등 모두가 공용시설 1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2023년부터 공익법단체 두루, 사단법인 무의, 브라이트건축사무소가 주축이 되어 성동구 내 4개 매장에 온라인 슬롯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성동구는 2024년 1월, 온라인 슬롯 설치를 지원하는 조례도 제정했다.
올해는 서울시와 협업해 프로젝트를 서울 전역으로 확장했다. 현재까지 CU, 파리바게뜨, 본죽 3개 브랜드와 협력해 각 프랜차이즈 매장에 온라인 슬롯를 설치했으며, KB증권이 사회공헌 기금을 지원했다. 5월부터 이달까지 총 42개 매장에 45개의 온라인 슬롯가 설치됐고, 이는 프랜차이즈 매장 23곳(파리바게뜨 6곳·본죽 6곳·CU 11곳)과 유동인구가 많은 영등포구 문래동, 용산구 용리단길 등 소상공인 점포 19곳을 포함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도로점용허가가 중요한 과제였다. 온라인 슬롯가 보도와 차도에 영향을 미칠 경우, 관할 구청뿐 아니라 소방서와 경찰서의 협조도 필요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서는 9개 매장이 집단 도로점용허가를 받으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맞춤형 온라인 슬롯, 현장에서 탄생한 포용적 디자인
모든 온라인 슬롯는 매장 위치와 출입문 규격에 맞춰 맞춤 설계됐다. 임채욱 브라이트건축사무소 매니저는 “3D 프린터로 사전 구현해 현장 실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슬롯 디자인은 청소 편의를 위해 양옆을 개방하거나, 아동 고객을 고려해 온라인 슬롯에 날개를 다는 등 점주의 요구를 반영해 세심하게 제작됐다.
현장에서는 보다 포용적인 접근을 위한 추가 개선 의견도 제기됐다. 한 시민은 수어를 통해 “온라인 슬롯를 통해 올라가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때 휠체어를 타는 시청각 장애인들은 소리를 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것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달했다. 이에 이충현 브라이트건축사무소장은 “직원이 바로 나올 수 잇는 도움벨 시스템을 프랜차이즈들이 도입하도록 요청드린 바 있다”며 “지속적으로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슬롯 1층’ 프로젝트는 내년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기업의 지역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며 “교육기관과 연계해 학생들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포용력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