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권 노을 CSO 더나은미래 더나은미래는 2010년 5월 조선일보 공익섹션으로 창간한 공익전문매체로, 비영리, 사회적 기업, ESG 등 임팩트 생태계의 뉴스를 제공합니다. Fri, 22 Nov 2024 00:12:34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wp-content/uploads/2022/03/favicon-70x70.png 안정권 노을 CSO 더나은미래 32 32 [벤처, 건강하게 성장하기] 착한 조직과 건강한 조직은 동의어가 아니다 /archives/107681 Fri, 22 Nov 2024 00:00:00 +0000 /?p=107681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력직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고민거리가 있다. 노을에서는 뭔가 더 친절하게 행동해야 할 것 같고, 동료가 잘못을 해도 함부로 지적하면 안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경험했던 이들일수록 이런 문화적 압박을 낯설어한다. 그때마다 녹음기 틀듯이 하는 답변이 있다. 노을은 건강한 조직을 지향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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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권 노을 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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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력직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고민거리가 있다. 노을에서는 뭔가 더 친절하게 행동해야 할 것 같고, 동료가 잘못을 해도 함부로 지적하면 안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경험했던 이들일수록 이런 문화적 압박을 낯설어한다.

그때마다 녹음기 틀듯이 하는 답변이 있다. 노을은 건강한 조직을 지향하는 것이지, 착한 조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 이 둘을 헷갈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이 메시지는 신입 구성원 온보딩 교육에서부터 강조하는 내용이다. 또한, Work Ethic 교육, 전사 타운홀 등에서도 반복해서 전하는 핵심 내용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착한 조직과 건강한 조직이 뭐가 다른지’, ‘다 좋은 조직을 만들자는 의미인데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지인들로부터 가끔 접하는 반응이기도 하고, 또 틀린 말도 아니다. 착한 조직이든, 좋은 조직이든, 건강한 조직이든 바람직한 모습을 향한 의지와 진정성이 중요하지, 용어나 방식은 중요한 게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용어나 표현을 칼같이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머릿속 개념의 미묘한 차이가 조직 운영의 현실에서는 어떤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알 필요는 있다. 그래야 함정에 빠지지 않으니까. 

◇ 착한 조직의 함정 1: 파괴적 공감 

착한 조직과 건강한 조직에 관한 인식과 행동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조직 내 피드백 관행이다.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은 보통 동료 간 피드백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그래서 다면패드백, 1:1, 회고,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그런데 이 피드백 관행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강한 조직의 모습과 착한 조직의 모습이 구분되는 지점들이 보인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동료의 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교정적 피드백(Corrective Feedback)에 있다. 착한 조직을 지향하는 조직 환경에서는 지지적 피드백(Supportive Feedback)이 활발한 반면 교정적 피드백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 동료가 불편할 수 있는 피드백을 안 하려고 하거나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교정적 피드백을 하더라도 최대한 간접적이고 두루뭉술하게 전달하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쏟는다. 그래서 착한 조직에서는 킴 스콧이 언급한 파괴적 공감(Ruinous Empathy)이 지배적인 모습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건강한 조직의 특성에서는 동료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이라는 피드백의 목적이 명확하게 공유된다.  따라서 지지적 피드백과 교정적 피드백이 균형 있게 전달될 수 있다. 개인 입장에서도 동료와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는 완전한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인지하기 때문에,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교정적 피드백을 전달하는 데 부담이 적다. 피드백을 받는 동료도 성장 마인드셋으로 피드백을 수용하려고 하기에 오히려 교정적 피드백을 환영한다. 그래서 건강한 조직에서는 대표와 경영진도 피드백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는 건강한 조직의 또 다른 특징이다. 

착한 조직 특성에서는 관계의 불편함은 없을지 몰라도 변화를 위한 교정적 피드백, 완전한 솔직함이 자리잡기는 어렵다. 이런 면에서, 착한 조직의 피드백 관행은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놓치는 의도치 않은 함정일 수도 있다. 

◇ 착한 조직 함정 2: 상냥한 악마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의 저서 <기브앤테이크>에는 ‘상냥한 악마와 무뚝뚝한 천사’라는 표현이 나온다. 상냥함, 무뚝뚝함 같은 성격은 유전적 영향을 받지만, 베풀거나 취하는 행동은 동기와 가치에 기반하기 때문에 서로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특정인의 상냥함이나 무뚝뚝함을 보고 그 사람을 테이커(악마) 또는 기버(천사)라고 판단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조직의 겉모습에 대입하면, ‘상냥함’은 조직이 활기차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무뚝뚝함’은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악마와 천사는 조직의 실체로서, 악마는 불공정하거나 무책임한 조직으로, 천사는 공정하고 책임 있는 조직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한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유의해야 할 모습이 바로 ‘상냥한 악마’ 같은 조직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외적으로는 좋은 의미를 담은 미션을 표방하고 조직과 구성원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 조직 내부는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 착취적이고 차별적 문화가 유지되는 조직. 임팩트 생태계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착한 조직의 인식에서는 의도치 않게 이런 상냥한 악마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존재한다.  

임팩트 생태계의 리더들로부터 자주 접하는 반응이 하나 있다. 바로 시스템적인 조직 운영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시스템이 조직을 경직되게 만들고 관계 중심의 운영을 방해한다는 것. 그래서 민첩성과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지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스템 없이 건강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그저 착한 리더와 구성원의 선의에 의존해 착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수준에 머무를 때가 많다.

문제는 건강한 조직의 실체가 상냥함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제도와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시스템 없이 상냥함만으로 운영되는 착한 조직은 현실에서 상냥한 악마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지만 임팩트 생태계 안에도 그런 사례를 찾기가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조직은 착한 의도에서 나온 상냥함이 아니라, 견고하고 책임감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 근간이 튼튼해야 미션에 지속적으로 몰입할 힘이 나온다. 그리고 지켜야 할 법을 더 잘 준수할 수 있고, 구성원을 정당하게 대우할 수 있고, 목소리 큰 개인에게 불공정하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착한 조직의 함정 3: 동상이몽 

몇 년 전 관여했던 한 스타트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회적 미션과 건강한 조직문화를 진정성 있게 만들어 가던 기업이다 보니, 구성원 모두 회사에  대한 애정도 높았고, 동료애도 매우 끈끈했다. 그런데 회사 경영진과의 의견 차이로 누군가 퇴사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그로 인해 조직 전체가 찬물을 끼얹은 듯이 가라앉았다. 직원 몇 명과 대화를 해보니 친한 동료의 퇴사로 정신적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 직원은 자신이 기대하던 회사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고, 다른 직원은 회사가 퇴사한 구성원의 의견을 받아주지 못한 데서 오는 실망도 느꼈다. 

마침, 해당 시기에 강의 요청이 있어 ‘퇴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루어 주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건강한 회사는 퇴사율 0%인 회사가 아니라 부당한 퇴사가 없는 회사다. 둘째, 더 건강한 회사는 퇴사의 다양한 현실적인 이유로 인한 아쉬움을 잘 소화할 수 있는 회사다. 다행히 의도가 잘 전달되어 감상적이던 조직 내 분위기가 건강한 조직의 관점으로 모일 수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착한 조직 또는 좋은 조직의 인식이 강한 기업 중에는 대표와 리더십, 구성원이 서로 동상이몽을 꾸는 경우가 꽤 많았다. 앞서 언급한 퇴사 사례 외에도 통상 좋은 조직문화의 모습이라 여겨지는 신뢰, 소통, 자율과 책임, 위계 없는 수평적 구조 등 대부분이 그렇다. 문제는 이러한 조직 내 괴리를 해소해 주지 않으면, 착한 생각들이 충돌하면서 되레 조직의 건강성을 해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노을에서는 자율과 책임이 동등한 개념이 아니다. 자율은 책임을 전제로 한다고 명시해 놓았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책임 이행 수준에 따라 완전한 자율부터 세세한 마이크로매니징까지 모두 가능하도록 제도를 운영한다. 노을에서 ‘수평적’이라는 말은 공식적으로는 지양한다. 실제로 위계가 아예 없지 않고, 오히려 중간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을은 필요한 만큼만 위계를 구성하는 ‘단순한 위계’를 추구하며, 위계는 직급이나 직위가 아니라 직책에 기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건강한 조직의 관점에서는 모두의 생각을 같은 페이지에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이상적인 개념과 현실의 괴리

개념으로만 보면, 착한 조직이라는 표현은 건강한 조직과 의미나 지향점에서 유사하다. 그래서 직원의 자율성 보장, 수평적인 문화, 신뢰와 소통, 유연한 근무 제도 등이 잘 유지되는 조직을 착한 조직이라고 불러도, 건강한 조직이라고 불러도 상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천적 관점에서는 착한 조직이라는 개념이 벤처와 스타트업의 특성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조직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 한다. 따라서 건강한 조직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착한 조직의 특성을 받아들이게 되면 실제로는 조직 내에 왜곡된 인식과 상황을 초래하면서도 문제를 빨리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조직 운영에 비효율이 높아지고 조직 성장에 방해가 될 때가 많다. 

물론, 착한 조직이라는 이름표가 더 어울리는 조직이나 상황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건강한 조직을 지향한다면 그 길을 돌아가지 않기 위해 반드시 생각해 볼 착한 조직의 부작용과 왜곡의 지점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안정권 노을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필자 소개

의료AI 소셜벤처 노을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서 지속가능성·소셜임팩트 전략과 조직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비즈니스에 진심인 기업을 찾고 돕는 일을 좋아합니다. 리서치, 전략 자문, 국제표준 심사, 조직 진단 및 실사 등 지속가능성·ESG 요소를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에 통합하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지속가능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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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건강하게 성장하기] 사람처럼 조직도 건강이 중요하다 /archives/100386 Thu, 19 Sep 2024 23:00:00 +0000 /?p=100386 누구나 건강한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어떤 조직이 건강한 조직인데?’라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머릿속에 그리는 모습은 제각각이겠지만, 건강한 조직에 관한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조직 건강성(Organizational Health)’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고 느낀다. 표현과 강조점은 달라도 직원 웰빙, 직원 경험, 조직문화같이 건강한 조직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책이나 강의, 워크숍을 찾기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심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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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권 노을 CSO

누구나 건강한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어떤 조직이 건강한 조직인데?’라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머릿속에 그리는 모습은 제각각이겠지만, 건강한 조직에 관한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조직 건강성(Organizational Health)’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고 느낀다. 표현과 강조점은 달라도 직원 웰빙, 직원 경험, 조직문화같이 건강한 조직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책이나 강의, 워크숍을 찾기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심지어 외부 세미나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당장 유튜브에 ‘건강한 조직’으로 검색하면 2년 이내에 올라온 퀄리티 높은 영상을 수십 건 이상 바로 볼 수 있다. 글을 쓰며 구글 트렌드에서 확인하니 한국에서만 최근 1년 새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검색량이 약 3배 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현실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미나, 강의 등 네트워킹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건강한 제도나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실 저도 그쪽에 관심이 정말 많아요”라는 말을 꽤 자주 듣는다. 특히, 사회적 미션을 추구하는 영리·비영리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처의 리더들은 조직 건강성이나 조직문화를 사업 성공만큼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사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도전적인 사회적 미션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다 보니 지난 몇 년간 이런 질문을 가장 자주 떠올렸다. “어떻게 하면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본 칼럼에서도 같은 질문을 곱씹어가며 조직 건강성에 관한 현실에서의 고민과 배움을 나눌 생각이다. 다만, 조직 건강성이라는 주제가 워낙 포괄적이다 보니 세부적인 관심 범위와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있어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몇 가지를 미리 언급하고 싶다.

첫째, 조직 건강성의 의미다. 건강한 조직이라고 하면 다수의 머릿속에는 좋은 조직문화,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서로 존중하며 소통하는 관계,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운영 방식, 공정하고 사려 깊은 리더십과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업계에서 말하는 ‘조직 건강성(Organizational Health)’은 더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딱딱한 개념이다.

대표적으로 맥킨지의 OHI(Organizational Health Index)가 규정하는 조직 건강성의 9개 요소에는 근무 환경(Work Environment), 동기부여(Motivation), 리더십(Leadership) 같이 우리가 익숙한 요소가 있다. 동시에 리스크과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조정과 통제(Coordination and Control), 전략의 실행과 경쟁 우위 창출을 위한 역량(Capabilities)도 들어간다. 이런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조직 차원의 체계를 갖추는 것도 좋지만 이는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본 칼럼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더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의미의 ‘조직 건강성’을 다루고자 한다.

둘째는 대상 조직에 관한 것이다. 조직 건강성은 특정 조직에만 유효한 주제가 아니다. 그러나 조직 건강성을 실천할 땐 조직 형태, 조직 규모, 성장 단계, 경쟁 우위 요소, 리더십의 관심도, 조직의 핵심 가치 등에 따라 마주하는 조직 이슈가 서로 다르다. 해결법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본 칼럼에서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주로 관심을 두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조직문화와 지속가능성(요즘 표현으로 ESG)에 관심과 의지가 높은 스타트업, 그리고 사회적 미션을 추구하는 소셜벤처에 도움이 될 만한 조직 건강성 이슈를 주로 다룰 생각이다.

혹시 단기적인 성장 곡선의 기울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또는 대표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해내는 직원으로 채우고 싶거나, 조직문화에 대한 투자를 비효율이나 사치로 바라보고 ‘사람은 나가면 또 뽑으면 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이 칼럼에서는 도움을 얻을 만한 내용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벤처, 건강하게 성장하기’라는 칼럼 이름은 비즈니스적인 도전과 모험 과정에서 더욱 건강한 상태로 오래 성장해 나가는 방식을 지향하는 벤처를 생각하며 지은 것임을 알린다.

마지막은 다루는 영역과 내용이다. 대표, 중간관리자, 일반 직원 할 것 없이 조직 건강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조직 건강성’이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한 조직을 현실에서 만들고 유지하기가 어려워 더 관심이 쏠리는 면도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조직 건강성은 관심과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닐뿐더러 알려진 좋은 이론이나 사례를 가져와 적용한다고 해도 수학 공식처럼 기대하는 결과를 그대로 얻는 것도 아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이론과 실제의 간극을 제대로 느끼는 분야가 조직 건강성과 조직문화 영역이다.

이런 이유로 본 칼럼에서는 조직 건강성이 기업의 성과와 성장에 얼마나 긍정적인지 보다 건강한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그리고 보통 조직들이 어떤 지점을 놓치는지를 주로 살펴볼 생각이다.

과거 여러 해 동안 ‘N잡러’로 영리와 비영리,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넘나들며 조직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고 자문해 주던 때가 있었다. 당시 관계를 맺은 조직의 대표와 직원들에게 조직 건강성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특성상 사업 성장을 하려면 ‘100미터 달리기’처럼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전속력으로 달려 성취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렇게 목표를 이룰 때 성취감과 효능감도 크다. 다만 조직 건강성은 사업을 키우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순간 스피드와 폭발력이 아니라 지구력과 정신력이 좌우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마라톤처럼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변화하는 상황마다 적합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때도 ‘긴 호흡으로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반대로 경영적으로 언덕이나 굽이진 길 같이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바로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적절한 페이스를 유지할지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앞으로 건강한 조직에 관한 고민을 나누며 각자의 조직 상황에 적합한 모습을 그려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안정권 노을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필자 소개

의료AI 소셜벤처 노을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서 지속가능성·소셜임팩트 전략과 조직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비즈니스에 진심인 기업을 찾고 돕는 일을 좋아합니다. 리서치, 전략 자문, 국제표준 심사, 조직 진단 및 실사 등 지속가능성·ESG 요소를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에 통합하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지속가능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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