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더나은미래 더나은미래는 2010년 5월 조선일보 공익섹션으로 창간한 공익전문매체로, 비영리, 사회적 기업, ESG 등 임팩트 생태계의 뉴스를 제공합니다. Wed, 27 Dec 2023 01:15:56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wp-content/uploads/2022/03/favicon-70x70.png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더나은미래 32 32 [혁신의 목격자] 앞으로 유망한 투자 분야를 누군가 물어본다면 /archives/82820 Wed, 27 Dec 2023 01:00:00 +0000 /?p=82820 임팩트투자를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에 “어떤 분야가 앞으로 유망할까요?”가 있다. KT&G 상상서밋에서 ‘사회혁신가로 살아온 10년, 앞으로의 10년을 상상하다’란 주제의 기조강연 후 받은 질문도 유사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투자하다 보면 몇 년에 걸쳐 새롭게 부상하는 주제들을 미리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곤 한다. 반려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직전 펫테크(Pet Tech)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한 적이 있다. 클린테크(Clean Tech)를 넘어 기후테크(Climate Te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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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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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투자를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에 “어떤 분야가 앞으로 유망할까요?”가 있다. KT&G 상상서밋에서 ‘사회혁신가로 살아온 10년, 앞으로의 10년을 상상하다’란 주제의 기조강연 후 받은 질문도 유사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투자하다 보면 몇 년에 걸쳐 새롭게 부상하는 주제들을 미리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곤 한다. 반려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직전 펫테크(Pet Tech)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한 적이 있다. 클린테크(Clean Tech)를 넘어 기후테크(Climate Tech) 역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과 정책 방향이 강화되기 직전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정 환경 조건이 존재함을 나타내는 식물을 ‘지표식물’(indicator plant)이라 부르듯, 특정 영역의 혁신 수요가 증가함을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이런 스타트업은 ‘지표 스타트업’(indicator start-up)이라 볼 수 있다.

MYSC는 올해 총 130억원을 47건의 투자로 나눠 집행했다. 누적으로 총 투자금액은 300억, 그리고 누적 투자건수는 160건에 달한다. 올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육성한 기업 수는 267개에 달한다. 투자 집행을 하고 직접 육성을 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부터 부쩍 빈도가 많아짐을 느끼는 ‘지표 스타트업’들이 있다. 바로 ‘인구변화’와 관련된 스타트업들이다. 아직 이렇게 부른 적은 없지만 ‘인구테크’(population tech)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일만하다.

이와 관련된 스타트업은 시니어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시니어테크가 주를 이뤘다. 투자한 기업으로는 시니어 맞춤형 1대1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무빙 컴퍼니’와 시니어를 위한 여행 및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페런츠’ 등이 있다. 하지만 인구테크는 시니어를 넘어서 인구 변화가 가져오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수요까지도 포함하기 시작했다. 농어촌 지역에 늘어나는 빈집을 공동소유 가능한 세컨하우스로 탈바꿈해 제공하는 ‘클리’, 1인 주거 단위가 증가하면서 이에 최적화된 주거공간 정보제공 플랫폼 ‘독립생활’을 운영하는 ‘고수플러스’ 등이 이러한 카테고리로 새롭게 투자한 기업들에 속한다. 여기에 여성의 건강과 육아를 돕는 팸테크로서 베이비시터 매칭 플랫폼 ‘돌봄플러스’를 제공하는 ‘휴브리스’에도 투자를 진행했고, 출산을 하고 싶어도 난임에 봉착한 분들을 위한 난임 치료 스타트업에도 투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인구테크’는 특정 카테고리로의 확장이 특히나 눈에 띈다. 바로 외국인 노동자 및 일자리 연결과 관련된 영역이다. 경남에 위치한 오랜 역사의 한 폐기물 처리 중소기업을 만난적이 있다. 가업 승계를 위해 경영에 참여 중인 2세는 내게 일할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렵고, 현재 모든 근로자가 다 외국인 노동자라고 했다. 폐플라스틱을 비롯 자원을 선별하는 작업에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지원하지 않고, 그 마저도 기숙사 등 숙식 제공도 없으면 지원조차 없다고 했다. 지역에 있는 한 대학의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이 지원한 학생들 중에서 채용하는 방식(hiring)이 아니라, 학교로 찾아와 기업이 인재를 모셔가는 방식(recruiting)으로 이미 전환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들에 맞춰 ‘지표 스타트업’인 ‘인구테크’에는 올해부터 확연히 외국인 인재와 노동자들의 비자 발급, 일자리 매칭, 역량강화 지원, 이력관리, 의료서비스 등을 돕는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인구변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거시경제가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기회를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한 기업가들의 등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유망한 분야가 어디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앞서 기조강연 후 내가 받은 질문은 구체적으로 ‘앞으로 10년 후 가장 유망해질 투자 영역은 어디인가?’였다. 그 질문에 나는 ‘인구테크’를 떠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가장 확대될 인구테크의 정의이자 매년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분야로 내가 구체적으로 답변한 영역은 곧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타트업’과 ‘지속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었다. ‘지표 스타트업’들이 가리키는 명확한 신호는 이것이다. 앞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거나 망하는 이유에 일할 사람 자체를 구하지 못하거나, 일할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무섭게 추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시장 적합성의 문제가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서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책 담당자와 창업가,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그때가 누구에게나 명확해지기전까지 투자의 큰 기회가 존재한다. ‘인구테크’가 가리키는 지표의 방향 속에 어쩌면 가장 유망한 투자 분야가 숨어있지 않을까?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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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목격자] 당신의 두려움은 무엇입니까? /archives/81429 Sun, 29 Oct 2023 23:00:00 +0000 /?p=81429 올해 가을, 나는 새로운 서사를 만났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서사의 위기’에서 “문제 풀기에만 몰두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서사만이 비로소 우리로 하여금 희망하게 함으로써 미래를 열어준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앞으로의 방향을 알려줌과 동시에 이야기에는 새 시작의 힘이 있기에 삶의 여정마다 경험하는 서사는 이전과 이후를 다르게 만드는 독특한 분수령이자 갈림길이 되곤 한다. 이번에 경험한 서사는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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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올해 가을, 나는 새로운 서사를 만났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서사의 위기’에서 “문제 풀기에만 몰두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서사만이 비로소 우리로 하여금 희망하게 함으로써 미래를 열어준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앞으로의 방향을 알려줌과 동시에 이야기에는 새 시작의 힘이 있기에 삶의 여정마다 경험하는 서사는 이전과 이후를 다르게 만드는 독특한 분수령이자 갈림길이 되곤 한다.

이번에 경험한 서사는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제러미 린(Jeremy Lin)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하버드대학교 졸업 후 최초의 대만계 미국인 NBA 선수로 활동하며 전세계에 ‘Linsanity'(미친 린)라는 돌풍을 일으킨 제러미. 주목받지 못한 벤치 플레이어던 그가 타임지 표지 인물과 ’21세기 최고 농구 이야기 중 하나'(자세한 이야기는 ‘38 앳 더 가든’이라는 다큐멘터리 참고)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여정은 사실 고난과 인종차별 등으로 가득했다.

임팩트투자를 시작한 그가 초대한 자리에서 린은 자신의 미래 비전이나 현재 영향력이 아닌 과거 자신의 두려움을 먼저 이야기했다. ‘이번 경기에서 별로면 오늘이 NBA에서 마지막 게임이 될 거야.’ 에이전트는 매 게임에 앞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기장 건물에 들어설 때 경비원들이 검지 손가락을 흔들며 입장을 막는다. 동양인이 NBA 선수일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번 이러한 ‘경기 전 불안감’(pre game anxiety)에 괴로워하던 그는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더 노력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못함을 깨닫는다.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게임이 잘되든 안되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에 집중할 때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에게 정체성은 바로 ‘사랑(love)’. 놀랍게도 두려움의 반대말은 ‘두렵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바로 ‘사랑’이었다.

나는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들로 인해 제러미 린이 앞으로 임팩트투자에 있어 특별하게 관심을 가지는 영역이 있을지 질문했다. 돈이 없어 학교 교재를 사지도 못했던 경험, 열악한 주거 경험, 정신건강의 위협과 유색인종의 차별 경험 등 그는 경험했던 온갖 장애물과 차별을 해결하는 분야들을 예시로 들었다. NBA에서만이 아닌 임팩트투자에서도 ‘Linsanity’를 기대하게 하는 그의 서사에 나는 푹 빠져들었다.

몇 주 후 싱가포르에서 그 서사를 이어 가보기로 결심했다. 싱가포르 테마섹 트러스트가 설립한 CIIP(Center for Impact Investing and Practices)와 MYSC가 함께 개최한 ‘글로벌 임팩트 챕터’(Global Impact Chapter) 컨퍼런스 중 엄선된 8개국 10명 이상의 임팩트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이 참여한 워크숍이 시작됐다. 모더레이터인 나는 첫 질문을 이렇게 시작했다. “우리 각자의 두려움은 무엇이며, 그 두려움이 없다면 담대히 무엇을 도전하고 싶나요?” VC들의 모임에서 두려움에 대해 한 명씩 차례차례 나눈 사례는 아마 전례가 없을 것이다. 향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어갈 우리들은 각자의 두려움을 나눴고, 우리가 상호의존적임을 확인했고, 각자의 취약성이 서로를 신뢰하고 함께 할 더 큰 이유가 됨을 신비롭게 경험했다. 그렇게 ‘임팩트 형제자매들’(Sisters and Brothers of Impact)이 시작됐다.

지난주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임팩트투자자 컨퍼런스 SOCAP23에 참여하며 이 새로운 서사의 한 챕터가 완성되는 것을 목격했다. ‘Facing Urgency’라는 주제 밑의 부제 ‘Impact at the speed of trust’(신뢰라는 속도로 창출되는 임팩트)가 눈에 띄었다. 제러미 린이 두려움을 먼저 이야기한 것은, 두려움과 취약성을 나누고 서로 공감할 때 관계가 자라고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 관계와 신뢰로 인해 우리가 뛰어든 게임이 잘되든 안되든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의 게임을 ‘미친 듯’이 지속할 수 있게 된다. 그 시작은 단순한 질문을 서로에게 묻고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의 두려움은 무엇인가?’ 그리고 ‘두려움이 없다면 담대히 행동할 그것은 무엇인가?’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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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목격자] 10년을 돌아보니 보이는 세 가지 변화 /archives/79614 Mon, 28 Aug 2023 01:00:00 +0000 https://futurechosun.com/?p=79614 한 달 간의 안식휴가를 다녀왔다. 대표가 된 지 10년만에 처음이었다. 10년 전 MYSC 매출은 2억2000만원을 간신히 넘겼고,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이후 자본전액잠식을 경험하면서 영리법인을 폐업하고 비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며 투자 운용자산 600억원 이상, 130개 이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10년전 임팩트투자는 누적 4건이 고작이었다.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임팩트투자사를 표방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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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한 달 간의 안식휴가를 다녀왔다. 대표가 된 지 10년만에 처음이었다. 10년 전 MYSC 매출은 2억2000만원을 간신히 넘겼고,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이후 자본전액잠식을 경험하면서 영리법인을 폐업하고 비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며 투자 운용자산 600억원 이상, 130개 이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10년전 임팩트투자는 누적 4건이 고작이었다.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임팩트투자사를 표방했던 MYSC에게 당시는 무척이나 곤고한 시기였다. 사회혁신과 임팩트투자는 과연 언제 지속가능해질까란 질문은 그 당시 사치스러운 질문이었다. 한국에서 사회혁신과 임팩트투자는 과연 지속가능할까란 질문이 진실에 가까웠다.

안식휴가는 1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 그 질문을 마주해볼 수 있는 여유였다. 그때로부터 지금은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까? 크게 세 가지의 변화를 개인적으로 반추해봤다. 첫째, ‘임팩트’라는 영역이 경제계와 자본시장의 메인 스트림에 포함됐다. 과거에 ‘임팩트’는 영리와 비영리 사이에 있는 무언가, 또는 두 섹터의 융합이라는 관점만으로도 충돌되는 버거운 논의들이 지배했다. ‘MYSC는 비영리법인일 줄 알았다’고 말하는 분들을 종종 만나기도 했다. 나 역시 그런 관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1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소셜 벤처링’(social venturing)이란 2박 3일 워크숍에 참여했을 때다. 참가비만 1만 달러가 넘었지만 초대를 받아 참여한 이곳에서 나는 응당 ‘소셜’이란 단어를 보고 사회적기업가들 또는 대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모일 것으로 생각했다. 참가자들은 놀랍게도 바클레이스, 비자, 마스터카드 등 다국적 대기업의 신사업 또는 혁심 담당임원들이었다. 이보다 조금 더 이른 시기 모태펀드에 ‘임팩트투자’ 출자 계획이 있는지 문의한 적이 있었다. 담당자는 짧게 회사 소개를 듣더니 “저희는 부티크(boutique) 분야 출자는 하지 않습니다”라며 짧은 통화를 마무리했다. 지금은? 모태펀드는 달라졌다. MYSC는 모태펀드로부터 세 번이나 출자 운용사로 선정됐고, 수조원이 넘는 운용자산을 가진 거대 투자사가 임팩트투자 프레임을 갖추도록 돕고 있다.

둘째, 임팩트투자 자체의 양적·질적 성장이 빠르다. 10년 전 MYSC 개별 기업 당 투자 사이즈는 몇 천만원 수준이었다. 얼마전에는 AI 데이터 전문기업 ‘테스트웍스’에 시리즈B 브릿지 투자 2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금액 기준으로 100배 이상의 양적 성장이다. 테스트웍스는 기업공개(IPO)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인증사회적기업의 국내 최초 기업공개 사례가 나오는 것도 기다려진다. 더나은미래에 ‘투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능 주제로 나온 ‘한국의 임팩트 투자자 8인 인터뷰’(2016년 5월 10일자) 기사가 떠오른다. 만약 같은 주제의 기사를 지금 쓴다면 ‘20인’ 이상은 인터뷰를 해야 할 것이다. 임팩트투자의 주제, 관점, 단계, 그리고 그에 따르는 투자 하우스만의 방법론과 철학 모두가 질적으로 발전했다. 마치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百家爭鳴)과 같은 시기다. 이러한 시기가 왔기에 MYSC 역시 자극을 받고 인사이트를 얻으며 배우고 성장했음에 감사하다. 특정 산업 생태계 내에서의 성장은 개별이 아닌 ‘사회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임팩트’ 영역이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과 글로벌로 동시다발로 확장되고 있다. 공간적으로 ‘임팩트 멀티버스’ 시대라 부를 만하다. 한국에서 지역은 과거 레거시 산업의 관점에서는 ‘변방’이나 ‘생산기지’였을 수 있지만, 지금 지역은 레거시 산업이 수도권에서 직면한 규제와 물리적 제한을 넘어 새로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혁신의 프론티어’ 또는 혁신 샌드박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별로 액셀러레이터 설립, 지역이 중심이 되어 출자하는 펀드 조성 논의 흐름이 거세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특히 경쟁력이 높은 해양수산, 농식품, 재생에너지, 관광, 문화예술 등 산업 분야의 새로운 활기가 예상된다. 또한 한국은 동남아를 비롯해 글로벌 영역으로 날렵하게 연대하고 힘을 합치고 있다. 한국 특유의 창업 생태계가 가진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체 생존 모드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스타트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로 국내에서 파트너들을 초대했던 MYSC도 올해 10월 처음으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미국, 영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대만, 홍콩, 한국 등 임팩트투자자들이 모이는 모임을 주관한다. 국가 단위의 ‘임팩트’를 넘어 국가를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임팩트’가 앞으로의 새로운 방향이 된다.

10년을 돌아보니 보이는 뚜렷한 변화들. 이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품을 새로운 질문들도 더욱 뚜렷해 진다. 임팩트 산업과 개별 조직들의 지속가능성 고민을 넘어, 이제 우리가 확보해 가고 있는 지속가능성은 앞으로 어떤 더 큰 도전을 위한 연료와 거름으로 쓰여야 할 것인가? J. F. 케네디는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라고 말했다. 우리의 ‘달’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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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목격자] 어느 탈북민 창업자의 부고 /archives/77442 Sun, 25 Jun 2023 23:00:00 +0000 https://futurechosun.com/?p=77442 임팩트투자를 하며 울음을 터뜨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6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소셜벤처 제시키친(Jessie Kitchen)을 설립한 고 제시킴(김정향) 대표 영정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안경을 벗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제시키친의 임팩트 투자자라는 사실에 나는 슬픔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임팩트 투자자가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인연은 아산나눔재단이 통일한국 비즈니스를 주도할 탈북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아산상회’(ASAN SANGHOE)에서 예비창업가와 액셀러레이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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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임팩트투자를 하며 울음을 터뜨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6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소셜벤처 제시키친(Jessie Kitchen)을 설립한 고 제시킴(김정향) 대표 영정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안경을 벗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제시키친의 임팩트 투자자라는 사실에 나는 슬픔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임팩트 투자자가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인연은 아산나눔재단이 통일한국 비즈니스를 주도할 탈북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아산상회’(ASAN SANGHOE)에서 예비창업가와 액셀러레이터로 만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던 제시킴은 ‘한반도를 잇는 음식! 잃어버린 한식의 반쪽을 소개한다’라는 비즈니스 컨셉으로 국내외 누구나 친숙한 음식을 통해 통합과 연합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했다. 때마침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에서 만난 분들과 ‘손실이 발생해도 괜찮은’ 윤리적 투자(ethical investing)를 처음 시도하기 위해 개인투자조합을 만들었던 때였다. 탈북민 여성 창업가가 시작한 제시키친은 국내 최초의 윤리적 투자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2020년 10월, 창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위험을 감내하겠다는 의미로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흔하지 않는 보통주(equity) 투자를 진행했다. 제시킴은 탈북민 여성 창업가가 임팩트투자를 받은 국내 첫 사례라며 너무나 행복해했다.

다문화가족이라 통칭하는 결혼이민자·귀화자가 30만명이 넘는 것과 비교해, 탈북민은 현재 3만명 내외로 창업생태계 관점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긴 어렵다. MYSC에 탈북민 창업가 육성과 임팩트투자는 2011년 설립 때부터 주요한 영역이었다. 제시키친을 포함해 탈북민 사회적기업 1호였던 ‘메자닌아이팩’,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는 ‘요벨’ 등 3개 기업에 보통주 투자를 진행했다. 조성하려 한 ‘탈북민 창업가 임팩트투자 펀드’는 출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한 걸음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3개 기업 투자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탈북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최다 기록이다.

장례식이 끝나고 지난주 복잡한 마음 그대로 아시아 최대의 임팩트투자 네트워크 AVPN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전 세계 1300여 명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모여 3일간 임팩트투자의 현재와 미래를 나누는 자리였다. 공교롭게도 MYSC가 몇 달 전부터 준비한 세션의 주제는 ‘Breaking Barriers and Building Bridges: Fostering Inclusion in Impact Investing’이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산하 테마섹 트러스트(Temasek Trust)의 임팩트투자 부문 센터(CIIP),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제레미 린(Jeremy Lin)의 패밀리오피스(JLIN LLC), 영국에 기반을 두고 한국에서도 활동을 시작한 임팩트 벤처캐피털 심산벤처스(Simsan Ventures)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심산벤처스는 향후 20년간 나이, 인종, 성별, 국적, 종교 등 다양한 관점을 가진 1만명의 벤처캐피털리스트(심사역)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주자, 난민, 탈북민 등의 배경을 가진 심사역이 없으면 자본시장과 벤처캐피털이 해당 영역으로 유입되긴 어렵다. JLIN LLC의 매니징디렉터 로버트 킴은 패널 토의에서 “임팩트 투자자는 투자 외에도 우리의 시간과 관계를 창업자 개인에게 충분히 쏟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제시킴의 영정 사진 앞에서 내가 느낀 부끄러운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명확한 질문이었다. 탈북민 창업자인 요벨의 박요셉 대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줬다. “이북에서 태어나 이남에서 창업을 통해 자립하려는 도전은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 독립을 위한 적절한 공동체적 지원 없이는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이를 지원해 줄 공동체의 부재는 정향이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공동체 지원이 필요한 건 비단 탈북민 창업자뿐일까? 숱한 사회환경적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임팩트 비즈니스의 창업가와 창업팀에게 임팩트 투자자가 그동안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의 임팩트투자 여정에 어떤 역할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깨닫게 해준 제시킴 대표의 영면을 기원한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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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목격자] 당신의 게임은 무엇인가요? /archives/75339 Thu, 27 Apr 2023 23:00:00 +0000 https://futurechosun.com/?p=75339 ‘대표나 창업가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이제 60명 넘어가는 조직을 이끄는 시점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건 마치 비유적으로 전쟁에 참여했지만, 끝날 기미가 없는 전쟁을 해가면서도 또 개인의 삶은 그대로 지속하는 이중성 아닐까요?’ 금방 끝나는 해프닝이라고 간주했던 어떤 전투. 사람들은 그 해가 끝나기 전 크리스마스 이전에 복귀할 것이라며 출전하는 군인들을 환송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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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대표나 창업가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이제 60명 넘어가는 조직을 이끄는 시점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건 마치 비유적으로 전쟁에 참여했지만, 끝날 기미가 없는 전쟁을 해가면서도 또 개인의 삶은 그대로 지속하는 이중성 아닐까요?’

금방 끝나는 해프닝이라고 간주했던 어떤 전투. 사람들은 그 해가 끝나기 전 크리스마스 이전에 복귀할 것이라며 출전하는 군인들을 환송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역사가들이 이름을 붙이기까지 누구도 이 게임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1914년 7월 28일, ‘제1차 세계대전’이라 사후에 명명된 전쟁의 시작은 이러했다. 1918년 종전이 되기까지 이어진 1460일 동안의 참호전쟁에서 군인들은 휴가를 쓰고 집에 다녀 왔고 다시 전쟁에 참여하기를 지속했다. 전쟁과 일상이 공존했다. 창업한 날, 새로운 혁신을 시작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날도 이와 비슷한 시작일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사이먼 시넥은 비즈니스와 혁신 생태계 관점에서 이를 ‘무한게임’(The Infinite Game)이라고 설명한다. 저서 ‘인피니티게임’에서 그는 비즈니스를 “승패가 갈리는 운동 경기,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게임을 해나가는 여정 그 자체가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한두 번의 승리나 성공은 의미가 없다. 전쟁이 계속되더라도 일상을 꾸리고 계속 게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무한게임’이다. “게임에 명확한 종료 지점이 없어서 사실상 ‘이긴다’는 개념도 없다. 무한게임의 주목적은 게임을 계속해 나가며 그 게임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유럽에서 사회혁신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오래전 ‘소셜섹터에 참여하는 종사자들의 유입 유형’을 바탕으로 박사논문을 썼다. 나 역시 인터뷰에 참여했는데,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하나는 ‘이 영역이 새롭게 부상하며 기회가 있다고 느끼기에 진입한 그룹’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철학과 미션이 이 영역과 유사하기에 진입한 그룹’이었다. 당시 유형별로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이 길게는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는지를 추적한 결과를 오랜만에 만나 들을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소셜섹터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였다. 변화를 조금씩이라도 만든 사람들은 ‘게임을 해나가는 여정’을 벗어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사이먼 시넥은 “무한게임의 결말이란 게임을 지속할 의지력을 잃거나 자원을 다 쓴 참여자가 게임에서 물러날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게임이 ‘무한게임’이라면, 이 여정에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할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 비결에 대해 시넥과 앞서의 박사논문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왜(why)’로 요약될 수 있는 ‘미션’이다.

올해를 ‘무한게임의 원년’으로 지정한 엠와이소셜컴퍼니는 지난 3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수퍼비전(supervision)이라 불리는 15명의 임원급 멤버들이 며칠간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개인화된 ‘미션 리퀘스트’(Mission Request)를 작성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동안 한 명 한 명을 만나 회사에 미션을 설명하고, 이러한 미션에 초대하는 ‘미션 딜리버리’(Mission Delivery) 시간을 개별적으로 가졌다. 첫 시도였지만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한 명 한 명의 구성원에게 15명의 수퍼비전들이 공동 작성해 전달한 ‘미션 리퀘스트’를 통해 회사가 개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지를 알게 됐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또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됐다’ ‘자기의 위치를 인식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혔다’와 같은 피드백에서부터 ‘업무 할당이 아닌 미션에 초대하는 회사가 고맙다’와 ‘내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더 선명해지니 함께 오래 가고 싶다’ 같은 피드백도 왔다.

창업 일선에서든,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에서든 우리는 무한게임을 마주한다. 쉽게 끝나지 않고 종료 시점도 명확하지 않은 이 게임. 그저 게임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 가는 여정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게임의 승자가 될 자격이 있다. 전쟁 중에도 휴가를 누리듯, 무한게임을 하면서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내가 왜 이 무한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 그 미션이 명확하다면 말이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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