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fwrite(): Write of 241637 bytes failed with errno=28 No space left on device in /var/www/html/uzcms/adamkaster.com/incs/data.php on line 113 박란희 편집장 더나은미래 더나은미래는 2010년 5월 조선일보 공익섹션으로 창간한 공익전문매체로, 비영리, 사회적 기업, ESG 등 임팩트 생태계의 뉴스를 제공합니다. Tue, 29 Oct 2024 01:53:21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wp-content/uploads/2022/03/favicon-70x70.png 박란희 편집장 더나은미래 32 32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더 나은 미래를 떠나며… /archives/31540 /archives/31540#respond Wed, 31 Jan 2018 00:00:07 +0000 http://futurechosun.com/?p=31540 2012년 3월 편집장을 맡아 호기롭게 달린 지 6년이 됐습니다. ‘좋은 뜻’만 품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더나은미래라는 공익 섹션이 필요 없는 날이 되는 게 내 소원”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했습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돌이켜보니 감사할 일이 많았습니다. 팀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공익’이라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관심 없는 이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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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편집장을 맡아 호기롭게 달린 지 6년이 됐습니다. ‘좋은 뜻’만 품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더나은미래라는 공익 섹션이 필요 없는 날이 되는 게 내 소원”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했습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돌이켜보니 감사할 일이 많았습니다. 팀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공익’이라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관심 없는 이슈를 어떻게 하면 한 명한테라도 더 알릴까 고민하던 정예 부대였습니다. 이런 팀워크로 일하는 게 저에게는 더없이 큰 행복이었습니다.

공익 분야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맞지 않아도,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정말 가치 있는 일에 열정을 다해 헌신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강퍅했던 제 성격도 점점 더 따뜻해졌습니다.

2016년 2월 더나은미래는 리더십이 바뀌는 과정에서 존폐 위기도 겪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고난을 통해 저는 사회적으로 목소리가 약한, 억울한 사람들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편집장을 넘어 매체를 경영하는 간접 경험 또한 덤이었습니다.

그 사이 네 살이던 둘째 딸은 열 살이 되었습니다. 워킹맘으로서 일할 수 있고, 밥벌이할 수 있게 해준 더나은미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더나은미래를 통해 부족하지만 아주 조금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기사 잘 봤다”는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고, 기사 덕분에 도움받은 사람과 제도를 접했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기사로 더러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끼친 적도 있을 것입니다.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이제 더나은미래는 새로운 편집장을 맞아 달려갈 겁니다. 분에 넘치는 도움과 애정을 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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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 아크임팩트자산운용 회장] 사회 혁신도 비즈니스로… 임팩트 투자는 현대판 ‘보이지 않는 손’ /archives/30363 /archives/30363#respond Tue, 26 Dec 2017 01:24:42 +0000 http://futurechosun.com/?p=30363   ‘한국 자본시장 최초의 100% 임팩트 투자 자산운용사’. 이철영(73) ‘아크임팩트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큰 도전에 나섰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바슈롬코리아 대표직을 물러난 후 2003년 사회책임 투자(SRI)를 표방한 아크(ARK) 투자자문사를 세운 지 14년 만이다. 진(GIIN), 토닉(Toniic) 등 전 세계의 임팩트투자 네트워크에도 회원으로 가입했다. 도시 재생과 마을 공동체, 환경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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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시장 최초의 100% 임팩트 투자 자산운용사’. 이철영(73) ‘아크임팩트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큰 도전에 나섰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바슈롬코리아 대표직을 물러난 후 2003년 사회책임 투자(SRI)를 표방한 아크(ARK) 투자자문사를 세운 지 14년 만이다. 진(GIIN), 토닉(Toniic) 등 전 세계의 임팩트투자 네트워크에도 회원으로 가입했다. 도시 재생과 마을 공동체, 환경과 에너지, 빈곤층(BOP) 의료와 금융, 혁신 벤처 창업지원 등 4가지 테마를 주제로 한 펀드도 구성했다. “임팩트 투자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이 회장을 지난 19일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이철영 아크임팩트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한국 자본시장 최초의 100% 임팩트 투자 자산운용사’로의 도전에 나섰다.

―아직 국내에선 임팩트 투자가 생소한데, 회사 이름까지 바꾸고 본격 나섰다.(이 회장은 ‘아크투자자문’이라는 운용사 이름을 ‘아크임팩트자산운용’으로 바꿨다)

“지난 14년간 사회책임 투자를 표방하면서도 열심히 하진 못했다. 사회책임 투자와 임팩트 투자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사회책임 투자는 최악의 주식을 스크리닝해서 투자하지 않거나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임팩트 투자는 환경이나 도시 재생, 글로벌 빈곤(BOP) 등 테마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목적 투자다. 소셜벤처 같은 비상장 주식, 실물 자산, 비상장 채권 등에 투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온 사회책임 투자에 더해, 앞으로 사회적 목적 투자를 융합할 것이다. 한국에선 자본시장 밖에서 임팩트 투자에 관한 얘기가 많이 오가고 있는데, 우리는 자본시장 내에서 100% 임팩트 투자를 표방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 이야기를 좀 하겠다. 1983년부터 98년까지 바슈롬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고, 그 후 공동회장으로 있다가 2003년 지분을 거의 다 미국 측에 넘겨줬다. 당시 한국에선 콘텍트렌즈 시장 자체가 없었는데, 600억원 매출을 일으킨 회사로 성장했다. 바슈롬은 콘텍트렌즈 분야에서 전 세계 60~70% 수요를 장악할 정도로 막강한 회사였다. 니치마켓(틈새 시장)이어서 마진율도 높았다. 하지만 혁신을 외면하자 이 렌즈가 갑자기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걸 목격했다. ‘디스포저벌 렌즈(disposable lens)’를 아는지 모르겠다. 매일 갈아끼우고 버리는 소프트렌즈다. 폴란드의 기술자가 바슈롬에다 기술을 사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하지만 이후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바슈롬의 기존 렌즈 점유율은 10%대로 떨어졌고 경영권도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혁신은 그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자기가 가진 게 많을수록 더 어렵다. 나도 이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투자의 혁신이라는 임팩트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D3임팩트나잇이나 임팩트 투자 관련 포럼 등에서 이 회장님을 몇 번 뵈었다. 소셜벤처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 같은데, 언제부터 시작된 일인가.

“2003년 투자자문 회사를 차린 후 모교인 콜럼비아대를 찾아갔다. 뉴스레터에 ‘글로벌 소셜벤처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평소에 ‘회사는 왜 자꾸 망할까’ ‘사회와 기업은 관계가 어때야 하는가’ 등에 관한 희미한 관심이 있었다. 사업과 사회가 연결되는 소셜벤처 대회라는 게 있고, 상까지 준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콜럼비아대에 걸린 플래카드가 아직도 선명히 기억날 만큼 인상 깊었다. ‘두잉 굿, 두잉 웰(Doing Good, Doing Well·사회를 이롭게 하면서도 기업을 잘 운용한다는 뜻)’이었다. 콜럼비아 경영대학원에 찾아가서 소셜벤처 교수님을 만나 설명 듣고 싶다고 했더니 학과장인 레이 호튼(Ray Horton) 교수가 나왔다. 그를 만난 게 행운이다.”

―한국 소셜벤처 대회를 개최한 게 이때 인연으로 시작된 것인가.

“그렇다. 레이 호튼 교수한테 ‘한국에서 소셜벤처 대회를 만들면 지원해달라’고 했더니 선뜻 오케이했다.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2005년 ‘한국 소셜벤처 대회(SVCK)’를 처음 출범시켰다. 국내 9개 경영대학, KDI, 함께일하는재단 등 몇몇 기관이 함께 ‘소셜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Social Enterprise Network, SEN)’를 만들어, 사회적기업에 관한 연구와 교육, 리더 양성을 도왔다. 지금은 ‘아시아 소셜벤처 대회'(SVCA)로 발전했다.”

미국 필라델리피아 노스 켄싱턴(North Kensington) 프로젝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프로젝트는 공간재생으로 소상공인 고용창출을 하는 프로젝트다.
 

―올해가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만들어진 지10년째인데, 그보다 더 일찍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를 접한 셈이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공표됐는데, 핵심 내용이 고용노동부에 등록해 인가받고 인건비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사회적 약자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 즉 고용이 주요 역할인 점이 아쉬웠다. 사회적 기업의 핵심은 사회 혁신인데, 이를 너무 좁게 해석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호남선을 타면 부산을 못 가듯이, 고용노동부 배를 타면 사회 혁신의 길을 가긴 어렵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에선 자선이 베이스가 됐기 때문에, 자선과 사회 혁신의 갭(gap) 때문에 오는 딜레마가 있다. 소셜벤처 대회를 통해 많은 청년 창업가와 소셜벤처가 탄생하긴 했지만, 기업 공개가 이뤄지거나 대기업으로 성장한 단계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은 무척 아쉽다.”

―이런 아쉬움 때문에 임팩트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인가.

“2009년쯤 숙명여대에서 객원교수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너무 걱정돼서 콜럼비아의 레이 호튼 교수한테 전화를 했다. ‘도와줄 테니 걱정 말고 뉴욕에 오라’고 하더라. 여름방학 때 무작정 뉴욕에 가서, 대학 옆 허름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호튼 교수가 하루에 2시간씩 경영대학원의 유명한 교수 미팅 약속을 다 잡아놓았더라. 일종의 과외였다. 소셜엔터프라이즈에 관해 흩어져있던 생각들이 보석 꿰어지듯 맞춰졌다.

예를 들면 ‘창업은 혁신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 ‘사회적 기업은 기업과 사회의 올바른 관계를 위한 핵심개념’ ‘사회적 기업은 대기업도 포함된다’ ‘CSR이나 CSV도 관련된 개념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사회책임 투자와 임팩트 투자가 존재한다’ ‘돈 버는 것만 비즈니스가 아니고, 비영리도 비즈니스 영역이다’ ‘NPO와 NGO의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을 위한 수익 사업도 사회적기업이다’ 등이었다. 미국에선 비영리MBA를 경영대학원 커리큘럼에 넣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개발국을 돕는 국제 개발 협력 또한 원조 위주로 생각했는데, 현지에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어서 비즈니스를 통해 발전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본격적으로 임팩트 투자를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임팩트 투자를 준비해왔는가.

“임팩트 투자를 공부하다 보니, 뉴욕에 진(GIIN)이라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가 있었다. 빌게이츠재단, 록펠러재단 등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200~300개 기관투자자가 멤버였다. 샌프란시스코에는 토닉(toniic)이 있는데, 이곳에도 200명 정도의 임팩트 투자가들이 모여있었다. 올해 1월 1일 회사에 나와서 두 곳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투자 테마를 70개 정도로 정리해놓고, 이에 대한 임팩트를 측정·보고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놓았다. 지금까지 줄곧 ‘정부와 대기업이 실패했거나 소홀히 여긴 사회문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라고 말해왔지만, 그 사회문제의 실체를 정리해놓은 게 없어 답답했는데 답을 찾았다. 유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에 맞춰 70개 사회문제 테마를 정리해놓았더라. 이를 구체화한 것이 IRIS(GIIN이 만든 임팩트 측정 매트릭스)였다. 사회적기업의 활동 결과로 나타나는 아웃풋을 측정하는 도구다. 이와 함께 1000개 정도의 개별 매트릭스를 디렉토리 형태로 모아놓았다. 70개 테마 중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고르고, 아웃풋은 백과사전식 디렉토리에서 찾아 측정하면 된다.”

―출시 예정인 펀드 상품(‘아크임팩트글로벌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보니, 규모도 크고 분야도 다양해서 조금 놀랐다. 국내 소셜벤처 중심으로 투자하던 기존 임팩트 투자와는 사뭇 다른 형태다.

“임팩트 투자가 반드시 소셜벤처 창업이나 SIB(소셜임팩트 본드) 등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도시 재생, 환경과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엄청난 시장이 있는데, 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거의 없다. 세계적 네트워크에 가입해 배우면서 투자해야 리스크도 낮아진다. 이번에 GIIN과 토닉, 콜럼비아 교수들 추천까지 받아서 100개 투자 데이터를 모았다. 이 중 30개의 투자 제안서를 검토했다. 콘퍼런스콜, 회사 및 현장 방문을 통해 20개를 추렸고, 비즈니스 모델과 현금 흐름을 분석해 15개로 좁혔다.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한 곳이 10개다. ‘듀딜리전스(due diligence·투자 대상의 모든 측면을 실사하는 것)’를 위해 모든 현장을 방문해, 사과가 썩었는지 안 썩었는지 봤다. 임팩트 투자 포트폴리오에 인도 뭄바이 슬럼 재개발과 같은 실물 자산을 집어넣었다. 도시 재생은 세계적인 추세다. 인도의 슬럼 재개발은 연간 수익률이 28% 정도 되는데, 환리스크와 세금 관련 비용을 제외하면 펀드의 투자 수익을 20%로 기대한다. 5~7년 사이에 원금과 이익을 배당하는데, 우리는 500만달러(약 54억원)를 투자한다. 전체 8000만달러 중 4800만달러를 미국해외투자공사(OPIC)가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아 선택했다. 총 330억원 규모의 펀드로, 이중 20%(66억원) 정도가 회사와 임직원 투자분이다. 1/4분기에 국내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인도 뭄바이 슬럼 재개발 지역에 사는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맨 왼쪽이 이철영 회장, 맨오른쪽은 임창규 아크임팩트자산운용 전무

―국내 자본시장에서 임팩트 투자라는 상품을 갖고 경쟁해야 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여태까지 ‘자선’과 ‘투자 수익’은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개념이 뿌리박혀 있었다. 자선을 하면 투자 수익은 얻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계적 흐름을 봤을 때 그렇지 않다. 환경·사회적 이익이 있다면 투자 수익도 올라가는, 즉 트레이드 업(trade up)이 될 수 있다. 돈도 벌고 사회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이익에 대한 반감이 사회에 박혀 있다. ‘가난한 사람들 상대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냐’는 힐난에도 이익에 대한 뿌리 깊은 적개심이 있는 것이다. 이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정경 유착도 있었고 사회에 불이익을 갖고 왔던 경험 때문이겠지만, 이제는 이익에 대한 적개심을 극복할 때가 되었다. 명분 있는 일, 사회에 좋고 환경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선 이익이 꼭 필요하고, 이 때의 이익은 좋은 것이다. 처음 바슈롬 주식 판 돈 150억을 기초로 자산운용 회사를 만들었는데, 당시 30억이던 자기자본은 126억이 됐고 120억이던 운용 자산은 960억이 됐다. 14년 동안 연평균 13.44%의 수익률을 냈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는 큰 효과를 갖고 온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의 이런 행보가 우리 사회의 임팩트 투자와 소셜 영역에 어떤 의미를 갖고 올 것으로 보는가.

“첫째는 ‘글로벌과 로컬 간 상호 연결’이다. 인도 뭄바이 슬럼 재개발, 필라델피아 켄싱턴 마을 공동체 프로젝트, 미국 뉴저지 뉴아크(Newark) 등의 도시 재생 투자에는 이 분야의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도 도시 재생이 정책적 목표가 됐고, 민간 투자자들이 참여할 텐데 글로벌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지난 10월 한양대 도시 재생 세미나에 참여해서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가 투자하는 10곳 포트폴리오 중에 뉴욕의 혁신 벤처 액셀러레이팅 프로젝트가 있다. 한국 소셜벤처 대회에서 우승했거나 우수한 벤처가 있다면 이곳의 사람들과 연결해주고, 해외 투자도 받도록 도와줄 수 있다. 빈곤층(BOP) 시장의 포용 금융에 투자하는 쪽도 있는데, 이분들과 한국의 P2P 시장투자도 함께 모색해 보기로 했다.

둘째는 ‘사회 혁신을 위한 에코시스템(ecosystem)’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크는 SEN, 책임과 가치 투자 클럽을 창설하고 운영을 도와 학생들이 사회 리더로 커 나가도록 돕고 있다. 사회적 기업, 임팩트 투자 생태계가 잘 이뤄져 있으면, 판교 테크노밸리에 가지 않고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각자 취업 현장에서 사회 혁신에 성공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한 가지 물어보고 싶다. 소셜 영역과 임팩트 투자에 몸을 담갔더니 인생에서 뭔가 달라진 게 있나.

“대학 첫 수업에 들어갔더니 회계학에서 대변과 차변을 이야기하더라. 이익이 이렇게 복잡한 줄 몰랐다. 내가 왜 대변과 차변을 배워야 하는지 몰랐다. 왜 우리가 경영을 잘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기를 바랐는데, 당황하고 실망했다.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를 배우고 나서는 사업을 잘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됐다. 이제 사업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것이 됐다. 몸도 건강해지고 생각도 건강해졌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야를 전혀 모르는 주변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회에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그걸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하나의 조그만 떡을 서로 양보하여 나눠 갖자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 사회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도덕과 윤리의 강권만으로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혁신을 통해 떡이 커져야만 하는 이유다. 혁신과 시장원리는 매우 중요하다. 시장을 통해 혁신이 만들어진다. 경제학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유익을 도모할 때, 그것이 모여 공동선 즉 사회 발전을 이룬다’고 시장 원리를 설명했다. 이해관계가 긴밀히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는 ‘혁신으로 떡을 키워 커진 떡을 나눠 상생하는 것’이 바로 나의 유익을 도모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기업·소셜벤처나 임팩트 투자는 ‘보이지 않는 손’의 현대판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철영 회장은…

1944년생.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받았다. 삼보증권(옛 대우증권) 기획실장을 거쳐 78년 가죽과 모피 제품을 생산·수출하는 선영상사 대표로 지냈다. 83년 안과 전문기업인 바슈롬코리아를 설립, 98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후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한 후 2003년 아크(ARK)투자자문사를 세웠다. 장기 가치 투자와 사회책임 투자를 운용 철학으로 표방한 아크는 금융 위기에도 연평균 25%의 수익률을 올렸다. 아크의 연평균 수익률은 13.44%(코스피 벤치마크 9.2%)로, 현재 운용 규모는 96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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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등산보다 힘든 精算(정산) /archives/26225 /archives/26225#respond Wed, 26 Jul 2017 06:44:44 +0000 http://futurechosun.com/?p=26225 한 페이스북 친구가 ‘사업보다 정산이 더 어렵다’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다녀온 산악인 엄홍길님이 ‘어느 때가 가장 힘드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정산’이라고 하셨단다ㅠㅠ”라는 글부터 “기업이 공동모금회처럼 변해간다” “모두가 공감하는데 바뀌지 않는 이유는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 “적정 수준의 행정이 투입되고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불신사회라서 그렇다. 관급공사에서 디폴트가 ‘을’을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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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스북 친구가 ‘사업보다 정산이 더 어렵다’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다녀온 산악인 엄홍길님이 ‘어느 때가 가장 힘드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정산’이라고 하셨단다ㅠㅠ”라는 글부터 “기업이 공동모금회처럼 변해간다” “모두가 공감하는데 바뀌지 않는 이유는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 “적정 수준의 행정이 투입되고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불신사회라서 그렇다. 관급공사에서 디폴트가 ‘을’을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니…” “행자부 회계지침부터 뜯어고치고 쓸데없이 서류 늘리는 공무원들 없게 정산매뉴얼 만들어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정산 어렵게 하면 사업을 철회할 정도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까지.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다른 한편에선 기획재정부의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e나라도움 때문에 사업 못하겠다는 단체도 있어, 입찰 응모단체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분명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조금의 투명한 검증이 가능해진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이건 무슨 말일까. 신용카드를 통해 모든 지출을 검증하겠다는 것인데, 입찰 과정에서 이미 1차 서류심사 2차 PT와 면접을 통해 뽑아놓고, 사후엔 ‘사업 담당 기관을 못 믿겠으니 모든 통장 내역을 공무원인 우리가 들여다보겠다’는 식이다. 복지와 문화예술 등 올해 e나라도움이 시작된 현장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때문에 겪는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방산비리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차장급 직원이 처남 회사에 200억원어치 용역을 몰아준 뒤 잠적한 사건이 또 발생한 걸 보면, 정부의 고충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비리사건은 만국 공통으로 생긴다. 다른 점은 사후 처리다. 이 같은 사건이 생기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통제와 규제의 강도를 점점 높인다. 모두를 잠재적인 비리 행위자로 규정한 채, 이걸 막겠다며 온갖 방지 시스템 도입을 약속한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날 ‘에베레스트 등산보다 힘들다는 정산’이 된 것이다. 하지만 결코 이렇게는 막을 수 없다. 선진국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신뢰의 기반하에서 민간기관을 정부의 파트너로 보되, 랜덤(random) 조사를 통해 비리를 발견하면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벌칙’이 부과되는 식이다.

최근에 읽은 ‘한국의 제3섹터’라는 책에서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국가공공성’뿐이었다. 사회공공성, 시장공공성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공공성의 주체는 국가뿐 아니라 영리 영역과 사회로 확대될 수 있음에도 권위주의적 국가의 지배하에서 자율적이고 공적인 시민, 시민사회는 발전하기 어려웠고, 기업 또한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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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공동체·연대의식’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 /archives/24942 /archives/24942#respond Wed, 28 Jun 2017 07:44:54 +0000 http://futurechosun.com/?p=24942 친구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과로사라고 했다. 황망한 마음에, 대학 졸업 20년 만에 동기들 대부분이 장례식장에 모였다. 꽤 이름난 IT기업에 다녔건만, 상가는 썰렁했다. “요즘엔 회사 동료들이 자기 부서 외엔 거의 챙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대학교수인 한 친구는 “요즘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청년들 셋 중 하나는 혼자 먹는다”며 “대학 내의 공동체가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외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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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과로사라고 했다. 황망한 마음에, 대학 졸업 20년 만에 동기들 대부분이 장례식장에 모였다. 꽤 이름난 IT기업에 다녔건만, 상가는 썰렁했다. “요즘엔 회사 동료들이 자기 부서 외엔 거의 챙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대학교수인 한 친구는 “요즘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청년들 셋 중 하나는 혼자 먹는다”며 “대학 내의 공동체가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외고나 자사고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으며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10년 동안 거의 왕래가 없었던 친구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주말 내내 몇 시간 동안 상가에 죽치고 앉아있는 것이. ‘젊은 시절의 경험을 공유한 공동체’인 우리의 정체성과 소속감은 상상보다 훨씬 컸다. 친구가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동기들 위로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고. 일찌감치 경쟁에 노출된 채, 공동체와 연대의식을 배우지 못한 딸아이가 걱정된다. “사냥하러 간다”던 인천 초등생 살해범, “시끄럽다”며 아파트 외벽 작업 중인 밧줄을 끊어버린 사건 등 이런 사례는 더 나올 것이다. 어른인 우리의 책무는 분명하다. 이곳을 살 만한 공동체로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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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숲을 만드는 미국의 중간지원기관들 /archives/24406 /archives/24406#respond Wed, 14 Jun 2017 09:16:48 +0000 http://futurechosun.com/?p=24406 ‘오버헤드 미스(Overhead Myth)’라는 캠페인을 아는가. 비영리단체 운영비를 둘러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2013년 벌인 대대적인 캠페인이다. 미국의 대표 비영리 중간지원기관인 가이드스타, BBB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채리티 네비게이터 3곳이 함께 뭉쳤다. 이들은 편지를 썼고, 이를 퍼나르도록 했다. 내용은 이렇다. “오버헤드(overhead)라고 불리는 운영비와 모금비만으로 비영리를 평가하지 말자. 그 결과 비영리단체는 운영비를 쓰지 못해 빈곤의 악순환에 빠졌다. 비영리는 오버헤드에 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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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헤드 미스(Overhead Myth)’라는 캠페인을 아는가. 비영리단체 운영비를 둘러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2013년 벌인 대대적인 캠페인이다. 미국의 대표 비영리 중간지원기관인 가이드스타, BBB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채리티 네비게이터 3곳이 함께 뭉쳤다. 이들은 편지를 썼고, 이를 퍼나르도록 했다. 내용은 이렇다. “오버헤드(overhead)라고 불리는 운영비와 모금비만으로 비영리를 평가하지 말자. 그 결과 비영리단체는 운영비를 쓰지 못해 빈곤의 악순환에 빠졌다. 비영리는 오버헤드에 돈을 더 써야 한다. 그 돈은 비영리단체가 원래 목적을 잘 달성하도록 돕는다.”

비영리단체 숫자만 160만개가 넘는 미국에선 이처럼 비영리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중간기관이 많다. 정책에 대한 개선 의견도 내고, 시민들에게 비영리를 알리거나 오해를 바로잡는 캠페인도 한다. 비영리를 평가하고 인증하기도 하며, 비영리단체 직원을 위한 교육과 콘퍼런스도 대대적으로 연다. 비영리 숲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때로 치열하게 싸우지만, 공통의 목적 앞에선 한목소리를 낸다. 우리가 배울 점은 없을까.

더나은미래는 최근 한국 NPO 공동회의 ‘미국 NPO 해외연수’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BBB 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인디펜던트 섹터, 가이드스타 3곳의 리더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왼)아트 테일러 대표, BBB 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사무실
 
 

BBB 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아트 테일러(Art Taylor) 대표

총지출의 65% 이상 사업비로… 20가지 평가 기준

“원래 BBB는 1912년 설립된 기업평가기관이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한 불만 사항을 홈페이지에 올린 걸 토대로 평가 정보를 구축했는데, 1920년대에 비영리 자선단체도 평가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자선단체는 기업처럼 소비자가 있는 게 아니어서, 다른 평가 기준이 필요했다.”(아트 테일러 대표)

BBB 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BBB wisegiving alliance)는 홈페이지(Give.org)를 통해 한 해 1만2000개가량의 비영리 평가 리포트를 낸다. 테일러 대표는 “우리의 평가 기준은 20가지인데, (채리티 내비게이터와 같은) 별점 평가는 하지 않는다”며 “대신 각각의 기준별로 통과 유무에 따라 초록, 노랑, 빨강 등으로 표기해 기부자들이 단체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평가 기준은 4가지로, ▲거버넌스 ▲효율성 ▲재정 ▲모금과 정보 공개다. 우선 거버넌스는 비영리단체 이사진에 관한 모든 걸 본다. 의결권을 가진 이사진이 5명 이상 되어야 하고, 이사진들이 단체의 CEO 평가·예산의결·모금활동 등을 잘 감독하는지, 또 이사진이 해당 비영리단체와 재무적인 이해관계 상충이 있는지 등을 본다. 테일러 대표는 “국세청 양식(IRS 990)을 통해 비영리단체와 이사진의 거래관계를 확인하고, 이상한 게 있으면 질의나 감사보고서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테일러 대표는 14년 전 시작한 효율성 부문이 가장 어려운 평가 지점이라고 말했다. 최소 2년에 1회 이상 사업 효율성을 논하는 회의를 갖는지, 효율성에 대한 결과물을 이사회에 제출하는지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테일러 대표는 “빈곤층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단체가 있을 때, 몇 명에게 식량을 제공했는지가 기준이 될지 아니면 더 이상 식량 지원이 필요 없을 만큼 빈곤층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기준이 될지 제각각 다르다”며 “효율성 평가를 의무화하면 비영리단체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오히려 개선 의지가 더 떨어진다”고 했다.

재정과 관련, 기준점을 통과하기 위해선 총지출의 65% 이상이 사업비에 쓰여야 하고, 모금 비용은 관련 기부금의 35% 이하여야 한다. 테일러 대표는 “우리는 최소 기준점을 충족했는지만 볼 뿐, 사업비 규모를 70% 쓰는 단체와 85% 쓰는 단체를 비교해 어느 단체가 더 나은지 평가하지 않는다”며 “기부자들에게 자꾸 간접비용에 대한 평가 기준만 강조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비영리단체에서 기부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걸 막기 위해, 축적된 기부금이 해당 연도의 예산보다 3배 이상 되면 안 되는 기준도 있다.

특히 모금과 정보 공개 항목도 주요 기준이다. 연차보고서, 웹사이트 정보 공개, 기부자 개인정보 보호, 불만 사항 해결 등이다. 특히 비영리단체가 상품을 판매할 경우, 일명 코즈마케팅을 한 이후 실제 물건 가격 중 얼마만큼이 비영리단체로 돌아갔는지 등에 대한 세부 정보까지 공개하도록 했다.

BBB 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는 기준을 통과한 단체에 대해 인증을 해준다. 정보를 주는 비영리단체 중 35% 정도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데,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게 특징이다. 억울한 비영리단체가 있으면 온라인에 직접 해명 코멘트를 달도록 했다. 아예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가장 나쁜 평가를 받는다. 테일러 대표는 “‘BBB 스캠 트래커(Scam Tracker)’라는 툴을 통해 2015년 이후 6만곳 이상 기업 사기 행각이 보고됐는데, 이 중 421곳이 자선기관과 연계돼있다”며 “앞으로 가짜 재난 모금이나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한 피싱 사기 등을 막고, 신뢰성 있는 기업사회공헌 파트너 단체를 찾기 위해 이 같은 평가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왼)다니엘 카디날리 대표, 인디펜던트 섹터 로고

 

인디펜던트 섹터 다니엘 카디날리(Daniel Cardinali) 대표

미국 비영리는 지금 ‘임팩트’가 화두

인디펜던트 섹터(Independent Sector)는 1985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단체 연대 조직체다.

영국에선 ‘제3섹터청’이나 ‘채리티 커미션’과 같은 정부 조직이 있지만, 미국에선 국세청(IRS)이 면세 혜택만 담당할 뿐 비영리를 담당하는 정부 조직이 없다.

이 때문에 인디펜던트 섹터는 연방정부와 의회에 비영리 분야를 이해시키는 어드보커시(Advocacy) 역할을 주도적으로 맡고 있다. 현재 520여 개의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있다.

다니엘 카디날리 대표는 “트럼프 정부 이후 겪는 변화와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지 대응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미국 비영리의 최대 화두는 ‘임팩트’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30년 넘게 미국에선 성과(아웃풋)에 대해서만 신경 써왔다. 빈곤층 몇 명에게, 얼마만큼의 서비스를 줬는지만 얘기했다. 그건 우리의 잘못이었다. 사람들은 비영리단체가 간접비를 얼마나 쓰는 게 적당한지에 대한 논의만 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다. 그게 ‘임팩트’다. 재무적인 이야기가 우선순위에 놓여서는 안 된다.”

교육, 보건의료, 환경, 문화예술 등 다양한 비영리단체에선 지금 임팩트 측정 시도가 불붙었다고 한다. 교육의 경우, 빈곤층 아동의 고등학교 졸업률은 얼마인지, SAT 점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해, 실제 빈곤 아동의 자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지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디펜던트 섹터는 돈을 배분하는 자선재단과 사업을 맡은 풀뿌리 비영리단체 간에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의 결론은 ‘기대치를 관리하는 것’. 제프 모어 책임자는 “비영리단체는 받은 기부금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정확히 소통해 기대치를 너무 올리지 말아야 하고, 자선재단은 적당한 기대치를 갖고 큰 변화를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 이해해야 한다”며 “다만 아이가 갑자기 박사가 될 수 없듯이 임팩트 측정까지 가기 위해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 섹터의 또 다른 중요 역할은 비영리 내부 생태계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40대 미만 리더를 키우는 펠로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1년에 한 명씩 상을 준다. 창립자인 존 가드너씨의 이름을 딴 ‘존 가드너 리더십 어워드’라는 상은, 매년 모범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비영리 리더에게 시상한다.

콘퍼런스 담당인 엘리자베스 컬킨씨는 “매년 1200~1500명이 모이는 대규모 비영리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비영리 CEO만 참여하는 클로징 세션에서는 전략과 관련한 밀도 있는 얘기가 오간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25~27일 미시간주에서 리더십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카디날리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미국 비영리 부문은 투명성·윤리성 부족으로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에서 심한 감사를 받았고, 당시 비영리 규제 강화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며 “하지만 인디펜던트섹터는 외부 규제가 아니라 비영리섹터 내부가 자발적으로 모여 ‘대원칙(Principle) 33가지’라는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2015년 이를 재수정해서 제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진행 중인 세금제도 개혁에서도 비영리 부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의견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영리 평가에 대해 카디날리 대표는 “미국은 다양한 평가기관과 평가도구가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영리 스스로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왼)데버러 스나이너 부대표, 앤드리안 부대표 ⓒ박란희

 

가이드스타 데버러 스나이너&앤드리안 부대표

240만개 비영리단체 정보 공개

“가이드스타가 만들어지자 언론은 비영리단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했다. 포브스가 매년 연락 와서 ‘톱10 비영리단체’를 달라고 했다. 어떤 매거진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이런 단체가 나쁜 일을 했다’며 부정적인 보도를 대서특필했다. 반면 비영리단체에선 좋아하지 않았다. 비영리단체 CEO의 연봉을 공개하고, 경쟁 비영리단체 정보를 볼 수 있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언론사 기자와 비영리단체 모두를 교육시켜야 했다.”(데버러 스나이더 부대표)

20년 넘은 역사를 지닌 가이드스타의 초창기 모습이다. 가이드스타는 미국 비영리단체 정보의 보고(寶庫)다. 등록된 비영리기관 수만 240만곳. 축적된 데이터양만 25억개다. 미국 국세청 공시양식(Form 990)을 포함, 비영리단체의 DB를 기부자들에게 공개한다. 스나이더 부대표는 “국세청 정보뿐 아니라, 해당 비영리단체에서 받은 정보까지 각종 데이터를 디지털화한 후 기부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로 재가공한다”며 “대부분의 정보는 무료로 제공되고, 기업이나 재단에 가공 정보를 판매하기도 한다”고 했다.

“미디어에서 비영리 재무정보를 긍정적으로 선순환시키도록 끊임없이 교육했다. 비영리단체에도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얘기했다. 숫자만 알려주고 숫자에 담긴 의미와 스토리를 얘기하지 않는 비영리단체는 수상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채리티 내비게이터나 BBB 평가시스템은 어려운 질문에 쉬운 답을 주는 것이다. 가이드스타는 이 같은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 가이드스타는 비영리단체들이 정보 공개를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투명성 관련 인증을 한다. 기본 정보(법인식별번호, 주소, 이메일, 미션, 대표자 이름, 프로그램 등)만 제공하면 브론즈(Bronze), 기본 정보 외에 외부감사 자료 또는 재무 정보가 있으면 실버1(Silver), 여기에 임팩트와 효율성 관련 정보(목표, 전략, 측정 지표, 성과 등)까지 있으면 골드(Gold) 등급을 받는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가이드스타 사무실

“1년에 각종 재무 정보를 DB화하는 데만 100만달러가 쓰인다. 국세청은 인력이 부족해서 비영리 정보를 DB화할 수가 없다. 22년 전, 기부하려는 단체가 괜찮은지 알기 위해선 국세청에 일일이 요청해서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한곳에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앤드리안 부대표는 “비영리단체의 임팩트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재무 정보도 일관성이 부족한데 프로그램의 임팩트나 성과는 더욱 일관성 있는 기준을 찾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가이드스타는 비영리단체 부문별로 800가지 측정 지표에 따라 임팩트 성과를 측정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뿐 아니다. 가이드스타는 국세청과 비영리단체 간에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대화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 테이블이 있다. 국세청 공시 양식에 따른 문제가 있으면 이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소통과 대화 채널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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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달러 기부왕 된 회장님… “난 행복한 사람” /archives/24044 /archives/24044#respond Thu, 01 Jun 2017 09:38:51 +0000 http://futurechosun.com/?p=24044 “‘을지로 최신원’으로 익명 기부할 때가 더 나았지. 얼굴을 드러내고 하니까 부담이 돼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미 내 머리에는 봉사와 기부가 임팩트 있게 콕 박혀버렸는걸.” 최신원(65) SK네트웍스 회장은 이달 초 한국 기부사(史)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세계공동모금회(이하 UWW)가 처음 설립한 초고액 기부 클럽인 ‘1000만달러 라운드 테이블’ 회원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은 37억원이 넘는다. 앞으로 1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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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최신원’으로 익명 기부할 때가 더 나았지. 얼굴을 드러내고 하니까 부담이 돼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미 내 머리에는 봉사와 기부가 임팩트 있게 콕 박혀버렸는걸.”
 
최신원(65) SK네트웍스 회장은 이달 초 한국 기부사(史)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세계공동모금회(이하 UWW)가 처음 설립한 초고액 기부 클럽인 ‘1000만달러 라운드 테이블’ 회원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은 37억원이 넘는다. 앞으로 10년 동안 70억여 원을 추가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회삿돈을 활용한 기부금이 아니다. 오롯이 개인 돈이다. 이 멤버는 현재 전 세계에서 32명뿐이다. 마이클 헤이드 UWW 전(前) 리더십위원장 부부(3조 규모의 미 부동산 개발 회사 ‘웨스턴 내셔널그룹’ CEO), 존 렉라이터 UWW 이사회장(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 회장),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재단) 등이다.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글로벌 필란트로피 어워드를 받은 최신원 회장(가운데)이 UWW 브라이언갤러거 대표(오른쪽), UWW 리더십위원회 마이클헤이드 위원(왼쪽)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음이 행복하잖아. 우리 인간이 살아생전에 좋은 일을 얼마나 하고 간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 고액 기부자들과 만나면서 많이 보고 배웠어요. 남을 생각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있더군요. 이번에 제가 상을 받았는데, 일본인과 중국인 등 여기저기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난리였어요. 제가 배웠듯,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고 배우지 않을까요?”

◇한국 ‘아너 소사이어티’, 중국과 멕시코로 확산

 

최 회장은 지난 9~12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유나이티드웨이 커뮤니티 리더스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필란트로피 어워드’를 받았다. “Shinwon Choi”라는 이름이 불리자, 뚜벅뚜벅 단상에 오른 그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가족들은 1000만달러 기부를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신원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대하면 안되지”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32명의 1000만달러 라운드테이블 멤버 가운데, 최신원 회장만 유일하게 ‘글로벌 필란트로피 어워드’를 받았다. 개인 나눔활동의 불모지인 아시아 지역에서의 활동과 멕시코와 중국에까지 한국의 아너 소사이어티 모델을 전파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서였다. “가족들은 1000만달러 기부를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신원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대하면 안되지”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올랜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곰곰이 지난날을 되돌아봤습니다. 저는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당연한 도리로 여기는 가풍 속에서 자랐습니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기부해왔는데, 어느 날 모금회에서 저를 찾아와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앞장서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창립 멤버로 참여했습니다. 이것은 한국 최초의 고액 기부 프로그램으로, 미국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모델로 만들어졌습니다. 2007년 6명으로 시작한 회원 수가 어느덧 2000명을 향하고, 누적 기부액도 1억6000만달러(1800억원)에 이릅니다. 뿌듯하기도 하고, 또 한편 어떻게 가능했을까 놀랍기도 합니다.”

전(前) 아일랜드 대통령 메리 로빈슨(메리로빈슨재단 기후정의 이사장),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 마리베스 비지니어 월트디즈니 총괄부대표 등 유명인사와 기업 리더, 고액 기부자 등 참석자 2000여 명은 “어메이징(Amazing)”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다. 최 회장은 “짧은 기간 성장한 아너 소사이어티 모델을 해외에서도 무척 놀라워한다”며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도 이 모델을 배우러 왔다 갔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최 회장을 ‘번영의 소사이어티(Orden de la Prosperidad)’ 명예대사로 위촉, 한국의 아너 모델 확산을 이식하기 시작했다.

 
◇2015년엔 전 세계 고액 기부자 서울에 초청하기도

 

“모르겠어. 그냥 어려운 걸 보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강릉 산불 현장에도 기부하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최신원 회장은 나눔과 기부와 관계된 일이라면 어김없이 이름이 등장한다. 기아대책 고액 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 26번째 멤버이고, ‘선경최종건재단’ 이사장으로서 매년 고등학생 1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준다. 한국해비타트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 ‘더 프리미어 골든해머’ 회원이기도 하다. 군 간부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파주 한민고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에 2억원을 기부했고,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시형(18) 선수가 경기 남양주 다세대 주택에서 어렵게 생활하며 운동 중단 위기를 맞자 공식 후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직접 고액 기부자 회원을 끌어오는 펀드레이저(fundraiser) 역할을 하고, 지난해에는 나눔교육포럼 초대회장으로 나섰다.

“가족들은 1000만달러 기부를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신원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대하면 안되지”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기업 회장인지, 비영리단체 리더인지 헷갈릴 법도 하다. 최 회장의 미국행에 동행한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기부자들에게 대한 존중과 예우가 뜨거운 반면, 한국에서는 ‘회삿돈 아니냐’ ‘국내에도 어려운 이들 많다’는 등 냉소와 비판이 나오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기업 오너가 비영리단체 이사진으로 나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는 사례가 무척 흔하다. 최 회장은 2015년 UWW 산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세계리더십위원회’ 멤버 50여 명을 서울로 초청해 서울 라운드 테이블을 열 당시의 이야기를 꺼냈다. 최 회장과 마이클 헤이드 위원장이 함께 10만달러씩 기부하면서 ‘유럽 난민기금’이 조성된 뒷얘기였다.

“헤이드 위원장이 ‘유럽 난민 문제가 심각한데, 최 회장이 나서서 10만달러를 기부해줄 수 있겠느냐. 당신이 하면 나도 같이 하겠다’고 권유했어요. 저를 배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모금을 요청하더라고요. 그 덕분에 시리아 내전 등으로 고통받는 난민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 특히 보람됐어요.”

마이클 헤이드 전 UWW 리더십위원회 위원장은 시상식 현장에서 최신원 회장을 가리켜 “‘우리는 받아서 삶을 꾸려나가고, 주면서 인생을 꾸며나간다’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에 걸맞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부와 나눔은 새끼줄처럼 연결되는 것

 

“앞으로 어떻게 기금을 내고, 어디에 쓸 계획이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10년에 걸쳐 조금씩 나눠서 낼 생각”이라며 “탈북자와 다문화가족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모금회에서 제 기부금 중 일부를 ‘Choi’s happy fund’로 구성해, 이주 여성들을 고향에 보내줘요. 지난번에는 칠레 출신 여성이 10여 년 만에 고향에 다녀왔다면서 ‘너무 감사하다’며 털모자를 몇 개 사왔어요. 그걸 받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이런 게 제가 할 일이죠.”
 

최신원 회장은 2015년 유나이티드 웨이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자선 라운드테이블에서 일레인 챠오 현 미국 트럼프 정부 교통부장관(오른쪽에서 첫번째), 허동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왼쪽에서 4번째),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왼쪽에서 5번째), 마크리퍼트 전 주한미 대사(오른쪽에서 3번째) 및 UWW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최 회장은 오는 9월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행사에선 자신의 기부가 만들어낸 임팩트와 변화를 참여자들과 나눌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한국을 잘 모르는 국가가 많아요. 전쟁을 겪어 살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도 있고요. 저는 우리가 얼마나 시민의식이 높고,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한 훌륭한 나라인지 알리고 싶었어요. 한국의 아너 소사이어티, 매달 조금씩 기부하는 경비 아저씨 등 우리의 기부 스토리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감동해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도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는 기부야말로 ‘보고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현 SK그룹) 창업주는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았음에도 뒤늦게 폐암 진단을 받고 손쓸 겨를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당시 부친은 진단을 늦게 한 의사를 원망하는 대신, 정확한 진찰을 할 장비가 없음을 알고 돌아가시기 전 그 대학병원에 진단장비를 기증했다고 한다. “나처럼 진단이 늦어 아까운 생명을 잃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아버지의 나눔은 최 회장에게 왔고, 최 회장은 또 그 나눔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한다. “고액 후원자들을 어떻게 모으느냐”고 물었는데, 최 회장은 제주시 노형동의 유명한 생근고기 전문점 ‘돈사돈’ 양정기(58) 대표 이야기를 했다. 목욕탕 청소부, 구두닦이 등 가난한 어린 시절을 딛고 차린 고깃집이 10년 만에 연 매출 수십억원 대박집이 된 것이다. 10년 넘게 그 집 단골이었던 최 회장에게 양 대표가 어느 날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회장님, 앞으로 좋은 곳에 돈을 좀 쓰고 싶어요”라고. 그렇게 양 대표는 제주의 35번째 아너 회원이 됐고, 아내 또한 아너 회원이 됐다고 한다.

“새끼를 어떻게 꼬는 줄 알아요? 서로 연결고리가 돼서 새끼줄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기부와 모금도 똑같아요. 아는 사람이 옆에서 나누는 걸 보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연결돼요. 아는 사람을 자꾸 가입하게 만드는 거죠.”

최신원 회장은 인터뷰 내내 “행운이다”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어쩌면 이건 그의 선택이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부자라고 다 이런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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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기부도 버튼 하나로 /archives/23898 /archives/23898#respond Tue, 30 May 2017 00:27:05 +0000 http://futurechosun.com/?p=23898 ‘강릉 산불로 인해 부모님 집이 불타버렸어요. 따뜻한 잠자리를 되찾게 도와주세요.’만약 페이스북에 이런 모금함을 열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에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부터 개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할 수 있도록 기부버튼 범위를 확장했다. 기부버튼은 2015년 비영리단체가 페이스북에서 펀드레이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능으로, 지난해 75만곳 이상이 참여했다. 비영리단체만 허용됐던 이 기능이 개인에게도 열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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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불로 인해 부모님 집이 불타버렸어요. 따뜻한 잠자리를 되찾게 도와주세요.’
만약 페이스북에 이런 모금함을 열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에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부터 개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할 수 있도록 기부버튼 범위를 확장했다. 기부버튼은 2015년 비영리단체가 페이스북에서 펀드레이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능으로, 지난해 75만곳 이상이 참여했다. 비영리단체만 허용됐던 이 기능이 개인에게도 열린 것이다. 교육, 의료, 위기 완화, 개인 비상사태, 애완동물 의료 등 6개 항목이 허용된다. 미국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페이스북 개인 모금함 출처=페이스북 뉴스룸

이뿐 아니다. 같은 곳은 이미 개인 펀드레이징 시대를 열었다. 자신이 캠페인 페이지를 열고, 이를 가족 및 친구와 공유하고, 사후 피드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네트워크포굿(Network for Good) 관계자는 “우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캐피털원, 기업 임직원 기부 등 개인 소액 모금을 해당 비영리단체에 배분해주는 전문 기관”이라며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직접 펀드레이징을 하는 등 앞으로 개인 기부 시대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

고펀드미 홈페이지

‘사기를 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됐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은 플랫폼만 제공할 뿐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규제나 모니터링은 없다고 한다. “도와 달라”는 말에 10달러를 내고 사기를 당해도 그건 개인 몫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신뢰 사회여서일까. 아직 사기 사건이 생긴 경우는 없지만, 개인 모금 활성화와 규제를 둘러싼 논의도 이뤄진다고 했다.

SNS가 만들어낸 기부 트렌드다. 이 때문에 SNS 시대에 맞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콘텐츠에 대한 스터디도 활발하다. 모금 콘텐츠에선 500개 단어가 잘 읽힌다거나, 같은 환경 비영리단체라도 어린이가 나무를 보고 있는 등 어린이 사진이 포함돼야 한다거나, 스토리의 시작은 중립적으로 하되 문제를 보여주고 희망을 얘기하는 콘텐츠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등이 그런 내용이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한다. 더나은미래가 올해 7주년을 맞았는데, 비영리·사회혁신·사회적경제·CSR 등 관련 분야가 확산되는 게 눈에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영향인지 글로벌 트렌드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110번째 더나은미래 지면을 만들었다. 올해부터는 페이스북에 많이 공유되는 온라인 기사가 무엇일지 끊임없이 탐구 중이다. 앞으로 우리에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변화는 턱밑까지 왔는데, 적응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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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 문제, 눈앞에 /archives/22544 /archives/22544#respond Tue, 25 Apr 2017 06:31:35 +0000 http://futurechosun.com/?p=22544 “제주도 용머리해안에 방문객 출입 통제 일수가 연간 200일이나 됩니다.” 지난 14~15일, 기후변화센터의 ‘기후변화 리더십아카데미 16기’ 회원들과 함께 제주도청을 방문했을 때 환경국장이 해준 말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몰디브 해안만 수몰 위기에 처해 있는 줄 알았는데, 제주도의 해수면 또한 상승 폭이 컸다. 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기후변화가 시리아 전쟁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2010년 러시아 폭염 현상→심각한 가뭄 발생→우크라이나·러시아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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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제주도 용머리해안에 방문객 출입 통제 일수가 연간 200일이나 됩니다.”

지난 14~15일, 기후변화센터의 ‘기후변화 리더십아카데미 16기’ 회원들과 함께 제주도청을 방문했을 때 환경국장이 해준 말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몰디브 해안만 수몰 위기에 처해 있는 줄 알았는데, 제주도의 해수면 또한 상승 폭이 컸다. 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기후변화가 시리아 전쟁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2010년 러시아 폭염 현상→심각한 가뭄 발생→우크라이나·러시아 등 밀 생산량 대폭 감소→밀 수출 중단→밀 가격 폭등→시리아 정치·경제 불안→IS 등장→유럽 난민 문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농업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한반도 기후가 너무 따뜻해지면서 농사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데도 연속 4년째 풍년인데, 그동안 4년 연속 풍년은 한 번도 없었다”며 “쌀이 남아돌아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이번 지면의 기획 특집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나서는 다양한 NGO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 문제가 미세먼지를 만나, 태풍급 이슈로 부각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인 암묵적 태도는 ‘선진국보다 앞장서 할 필요 있나’였다. 천연가스 세금이 석탄에 부과된 세금보다 1.6배 더 높다는 점만 봐도, 우리 정부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환경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생수를 사먹는다는 건 상상 속 이야기였는데 현실이 됐다. 공기를 사서 들이마셔야 한다는 것, 상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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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기부·사회공헌도 ‘진짜’ 잘해야 하는 시대 /archives/22093 /archives/22093#respond Tue, 28 Mar 2017 14:24:27 +0000 http://futurechosun.com/?p=22093 후배 남편은 책도 펴낸 셰프다. 나누고 싶다는 뜻을 품더니, 기어이 동료 셰프 20명을 모았나 보다. 나에게 SOS를 청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직접 요리 재료를 사들고 가서 보육원 아이들 맛있는 걸 해먹이고 싶은데, 어떻게 연락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봉사할 보육원 찾기에 나섰다. 수도권인지 지역인지, 보육원 아이들 규모는 몇 명인지, 해당 보육원이 열정이 있는지…. 여기저기 묻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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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후배 남편은 책도 펴낸 셰프다. 나누고 싶다는 뜻을 품더니, 기어이 동료 셰프 20명을 모았나 보다. 나에게 SOS를 청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직접 요리 재료를 사들고 가서 보육원 아이들 맛있는 걸 해먹이고 싶은데, 어떻게 연락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봉사할 보육원 찾기에 나섰다. 수도권인지 지역인지, 보육원 아이들 규모는 몇 명인지, 해당 보육원이 열정이 있는지…. 여기저기 묻고 부탁해서 다행히 연결시켜줬는데, ‘더나은미래’ 편집장으로 지닌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일반 개인이 알아보기엔 참 힘든 구조라고 생각됐다.

지난주에 만난 한 기업 홍보 책임자는 자선 콘서트 때문에 겪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회장님은 자선 콘서트를 많이, 자주 열어서 나눔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데, 표가 안 팔려 실무자들이 온갖 고생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고생스레 모은 기부금을 받은 단체는 홍보조차 도와주지 않고 기부금 사용에 대한 피드백도 아예 없다고 했다.

밖에서 보면 기부나 사회공헌은 참 멋진 일이다. 하지만 내부를 잘 들여다보면, 드러내놓고 말 못 할 사연이 참 많다. 기업 사회공헌 기금 중 일부가 준조세요, 민원 해결형 후원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비영리 혹은 복지기관에선 기부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관료화로 인해, 실제 원하는 진짜 임팩트를 내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눈먼 돈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지금까지는 ‘목적이 좋으니, 과정에서 약간 부족함이 있어도 참아주자’는 온정주의가 컸다. 최순실 사태는 이 분위기를 바꿀 것 같다. 기업마다 기부금 집행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챙기려 노력한다. 사업의 임팩트에도 초점을 맞춘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칭찬받던 시대는 가고, 진짜 잘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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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장기기증과 건강보험, 밥벌이의 관료화 /archives/22090 /archives/22090#respond Tue, 28 Feb 2017 14:20:52 +0000 http://futurechosun.com/?p=22090 얼마 전, 장기기증과 관련된 속 터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서약자는 123만명. 성인 인구의 2.5%다(미국은 48%, 영국은 35% 정도로 높다). 장기기증 수치만 올라가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 1조2000억원이 줄어든다고 했다. 왜 그럴까. 건강보험재정 지출 2순위는 만성신부전증인데, 가장 좋은 치료법은 신장이식이다. 한데 장기 이식이 활성화 안 돼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쓰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정부가 장기기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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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얼마 전, 장기기증과 관련된 속 터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서약자는 123만명. 성인 인구의 2.5%다(미국은 48%, 영국은 35% 정도로 높다). 장기기증 수치만 올라가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 1조2000억원이 줄어든다고 했다.

왜 그럴까. 건강보험재정 지출 2순위는 만성신부전증인데, 가장 좋은 치료법은 신장이식이다. 한데 장기 이식이 활성화 안 돼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쓰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정부가 장기기증 서약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억원가량의 예산을 쓴다. 20년 넘게 반복된 패턴이다. 예산 5억원을 쓰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민간단체에 보조금 식으로 쪼개서 나눠주는 방식이다. 어림잡아 20조원을 쓰고도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이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면 퇴근해 괜히 남편에게 화풀이를 한다. 공무원인 남편을 몰아붙이며, “정부는 규제만 하지 말고, 문제해결에 집중하면 안 되냐”는 식이다. ‘옵트 아웃(opt-out)’ 방식이라도 시도해볼 순 없었을까.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장기기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주고, 거기에 체크하도록 해 체크하지 않으면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형태 말이다. 아마 누군가는 이런 의견을 냈을 지도 모르고, 시도했다가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뭔가를 해보려 하다 잘못되면 된통 책임지는 게 공무원 일상이다 보니, 어느새 정부는 ‘효율’보다 ‘공정’만 우선시하는 공룡이 됐는지도 모른다.

신년 들어 임팩트 투자, 소셜벤처 등 사회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집단을 많이 만나다 보니, 더더욱 속이 상한다. 400조원 정부 예산 중 0.1%만이라도 과감하게 ‘미친 듯한’ 도전에 쓰이면 안 될까. 해결해야 할 목표만 주고, 그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등 어떤 식의 간섭도 받지 않는 방식 같은 것 말이다.

경쟁 단체 100곳의 시기와 질시를 받더라도, 일 잘하는 민간사업자 한 곳과 5~10년씩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성과를 내보는 식은 어떨까.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포장해도, 밥벌이가 되는 순간 ‘관료화’된다. 열정 대신, 일상이 똬리를 튼다. 그게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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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변화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극복이 우선 /archives/19758 /archives/19758#respond Wed, 25 Jan 2017 09:05:40 +0000 http://futurechosun.com/?p=19758 주말에 읽은 책 ‘오리지널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힌 ‘와비파커’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인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는 2009년 창업자 중 한 명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내 인생 최악의 결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와튼스쿨 MBA에서 함께 공부한 청년 4명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학자금 대출에 신음하던 처지여서, 잃어버리거나 부러진 안경을 새로 장만하지 못했다. 어느 날 이런 의문을 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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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읽은 책 ‘오리지널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힌 ‘와비파커’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인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는 2009년 창업자 중 한 명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내 인생 최악의 결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와튼스쿨 MBA에서 함께 공부한 청년 4명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학자금 대출에 신음하던 처지여서, 잃어버리거나 부러진 안경을 새로 장만하지 못했다. 어느 날 이런 의문을 품었다.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왜 아이폰만큼 비싸지?” 알고보니, 안경업계의 거대 공룡인 룩소티카가 시장의 80%를 장악하며 한 해 70억달러(8조원)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신발 기업 ‘자포스’가 온라인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걸 지켜보면서, 안경 산업에도 이를 시도해보기로 결심한다. 주변에선 모두 핀잔을 줬다. “안경은 직접 써보고 사지, 누가 인터넷으로 구매하겠냐”라고.

하지만 와비파커는 현재 연매출 1억달러(1177억원), 시가총액이 10억달러(1조1177억원)에 달한다. 소비자가 미리 안경테를 써보도록 5일 무료 체험 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매장에서 500달러에 팔리는 안경을, 안경테와 렌즈를 합쳐 90달러(10만원)에 판매하고, 안경 하나가 팔리면 또 하나는 개발도상국에 기부한다.

와비파커

저자는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라고 한다. 실제 조직에서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단계마다 어려움에 부딪힌다. 불확실성에 직면하면, 우리는 직관적으로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생소한 개념이 실패할 이유부터 찾는다고 한다. 평가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뜻이다. 책에서 가장 공감한 대목은 이것이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독창성을 보여준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창출해낸 사람들이었다.”

 

변화

질도 중요하지만 양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2017년,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우리에겐 ‘변화’ 그 자체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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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정직·투명·신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archives/19116 /archives/19116#respond Fri, 06 Jan 2017 06:24:01 +0000 http://futurechosun.com/?p=19116 ‘촛불정국’ 이후와 2017년 전망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전경련은 해체될 것인지, 기업 사회공헌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 비영리단체의 모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대표적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좋은 일인데’라며 웬만하면 문제 삼지 않았던 기존 공익분야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되진 않을 것이다. 당장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인해 공익법인에 대한 불신이 한껏 높아져, 기부단체의 투명성이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눈여겨보는 기부자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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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촛불정국’ 이후와 2017년 전망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전경련은 해체될 것인지, 기업 사회공헌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 비영리단체의 모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대표적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좋은 일인데’라며 웬만하면 문제 삼지 않았던 기존 공익분야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되진 않을 것이다. 당장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인해 공익법인에 대한 불신이 한껏 높아져, 기부단체의 투명성이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눈여겨보는 기부자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가이드스타가 오는 2월 공익법인에 대한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별표를 매기는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명성이 결여돼 이번 평가에서 제외된 단체를 보니, 고유목적사업비를 0원으로 표기한 단체가 57곳, 일반관리비 0원은 1111곳, 직원 수 0명은 448곳, 인건비 0원은 609곳이었다. 공익법인들이 왜 이런 공시자료를 국세청에 올렸는지, 기부자들의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업 사회공헌이 위축된 것은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민들의 ‘사회공헌 학습효과’가 더 정확한 이유일지 모른다.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으로 칭송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A사의 사례에서 보듯, 회사의 리스크를 사회공헌으로 무마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SNS를 통해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퍼지는 부정적인 이슈에 사후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폴크스바겐 연비조작 스캔들로 2주 만에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진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건 결코 착해서가 아니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전경련이 앞장서 거둬들인 800억 기부금은 지금까지 기업 사회공헌의 관행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장면이다. 만약 밝혀지지 않았다면, 전경련 홈페이지나 언론 등에서 “좋은 일 했다”는 홍보자료로 쓰였을 것이다. 한곳에선 이렇게 방만하지만, 정작 후원금이 필요한 비영리단체에선 사회공헌 기금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 이후 적어도 몇몇 기업에선 ‘사회적자본의 선순환’을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비밀은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정직, 투명, 신뢰 등과 같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해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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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공익 비영리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때 /archives/17936 /archives/17936#respond Wed, 30 Nov 2016 08:07:29 +0000 http://futurechosun.com/?p=17936 미르·K스포츠재단이라는 공익 비영리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이달 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 원혜영 의원을 비롯, 비영리 전공 교수, 변호사, 회계사, NPO 대표 등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6 국제 기부문화 선진화 콘퍼런스’ 중 한 세션인 정책토론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해외 측 연사로 참여한 이들은 호주와 일본의 NPO 전문가들. 특히 호주의 국세청과 자선·비영리위원회(ACNC·Australian Charities and Not f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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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미르·K스포츠재단이라는 공익 비영리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이달 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 원혜영 의원을 비롯, 비영리 전공 교수, 변호사, 회계사, NPO 대표 등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6 국제 기부문화 선진화 콘퍼런스’ 중 한 세션인 정책토론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해외 측 연사로 참여한 이들은 호주와 일본의 NPO 전문가들. 특히 호주의 국세청과 자선·비영리위원회(ACNC·Australian Charities and Not for Profit Commission)’ 사례는 큰 주목을 끌었다.

“호주도 예전에는 한국과 똑같았다. 비영리 단체 등록을 부처별로 하고, 규제도 제각각이었다. 2012년에 비영리 단체를 통합·관리하는 위원회(ACNC)를 설립하는 개혁을 20년 만에 이뤄냈다.”(데이비드 로케, 호주 ACNC 차관보)

호주의 예전 사례는 어쩌면 우리나라와 판박이처럼 똑같은지 놀라울 정도였다. 설립은 까다롭고, 사후 관리는 대충함으로써 비영리 생태계가 ‘독버섯’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되어버린 것 말이다. 최순실씨의 사례야 겉으로 드러났기에 망정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비영리 공익법인을 앞세워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례가 얼마나 많을지 가늠할 수 없다. 손원익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센터장에 따르면 당장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국세청도 행정 효율성이라는 게 있다. 영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도 1% 될까 말까 한다. 비영리 섹터는 규모가 작아 오히려 행정 인력 낭비라고 생각해 별 관심이 없다.”

호주 국세청은 어떨까. 로드 워크 호주 국세청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와 좀 달랐다.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국세청에서 비영리 단체를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며, 비영리 단체 설립부터 세금 감면 혜택 정보를 제공한다. 직원이 직접 NPO로 가서 일하는 ‘직원 파견 프로그램’도 고려 중이다. 공익 목적 사업에 세금 감면을 해주는 대신 탈세나 범법을 저지르는 단체는 철저한 조치를 취한다. 기금을 유용해 이사진 개인을 위해 사용하거나 소득과 자산을 공익 목적 사업과 다르게 사용하는 등이 그 대상이다.”

2014~2015년 사이에 259건의 비영리 단체가 국세청으로부터 적발당했고, 2080만달러(약 245억원)를 회수했다고 한다.

올해 영국에선 비영리 투명성과 윤리를 강조하는 법안이 새로 시행했다. 비영리 단체 이사진의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정부가 개입해 인사권을 발동, 이사 자격을 박탈하는 법안이다. 제2의 미르재단과 같은 사태를 없애려면 지금부터라도 공익 비영리 생태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곧 대선이 다가온다. 우리도 영국의 ‘비영리청(Charity Commission)’이나 호주의 ‘자선·비영리위원회(ACNC)’ 같은 통합 기관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시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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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법, 제도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건 뭘까” /archives/17621 /archives/17621#respond Thu, 24 Nov 2016 09:19:46 +0000 http://futurechosun.com/?p=17621 “이제 우리나라도 비영리 법, 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가 됐다.”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2016 국제 기부문화선진화 컨퍼런스’ 종합정책토론회. 현장에 모인 비영리 관련 국회의원, 교수, 변호사, 회계사, NPO대표, 언론 등 전문가 20여명이 한 목소리로 밝힌 내용이다.  함께 정책토론에 참여할 해외 전문가들은 데이비드 로크 호주 자선&비영리위원회(ACNC) 차관보, 로드 워크 호주 국세청(ATO, Australian Taxation Office) 국장, 나오토 야마우치 교수(오사카대 공공경제학 교수, 일본공공정책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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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나라도 비영리 법, 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가 됐다.”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2016 국제 기부문화선진화 컨퍼런스’ 종합정책토론회. 현장에 모인 비영리 관련 국회의원, 교수, 변호사, 회계사, NPO대표, 언론 등 전문가 20여명이 한 목소리로 밝힌 내용이다.  함께 정책토론에 참여할 해외 전문가들은 데이비드 로크 호주 자선&비영리위원회(ACNC) 차관보, 로드 워크 호주 국세청(ATO, Australian Taxation Office) 국장, 나오토 야마우치 교수(오사카대 공공경제학 교수, 일본공공정책연구소 대표) 등이었다.

특히 호주는 3년 전까지 우리나라처럼 자선단체, 비영리단체가 각 부처별로 법인 인허가를 받는 형태로 운영됐으나, 2012년 12월 모든 자선&비영리단체를 총괄 등록 관리하는 정부기관인 ‘ACNC(호주 자선 비영리 위원회, Australia Charities and Non-for-profits Commission)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의 NPO 단체들이 등록 관리 일원화에 대해 정부에 건의를 했고, 수많은 정책연구와 토론회,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더나은미래는 국회기부문화선진화포럼(공동대표 원혜영 국회의원, 이주영 국회의원,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과 한국NPO공동회의가 공동주최한 이 정책토론회에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참석, 열띤 현장의 목소리를 지면으로 생중계한다.  

정책토론회 전경
정책토론회 전경

 

사회(박태규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렇게 비영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책 토론을 하는 드문 자리가 마련됐다. 우선 전문가들이 각자 돌아가면서 호주와 일본 사례에 대해 질의하고 응답하고, 추가로 객석에서 질의 응답을 받아보겠다.

정무성(한국비영리학회 회장, 숭실사이버대 부총장)= 정부의 비영리관련 자료들이 한국에서는 공유가 잘 안된다. 학자들이 연구를 하려고 해도 굉장히 제한점이 많다. 호주나 일본에서는 학자들이 제도개선을 위한 정보를 확보하고자 할 때 어떤 식으로 공유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일본= 일본에서도 20년 전에는 통계수치가 거의 없었다. 비영리단체나 자선단체의 경우 존스홉킨스 논프라핏 섹터(Nonprofit Sector) 프로젝트 참가 이후 비영리통계가 나오기 시작했다. 1998년 새로운 엔피오법이 제정된 이후에 지금 현재 5만개 이상의 엔피오기관이 있다. 기관마다 규제당국에 연간 재무자료를 보고해야 하고 그게 모두 공시된다. 저를 포함한 연구진들은 pdf파일로 스캐닝된 자료를 연구자료로 활용하고, 인프라기관의 경우(일본엔피오센터, 자선단체를 위한 일본센터 등) 각각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현재는 비영리단체 정보가 점점 더 풍부해지고 있다.

호주= 자선단체가 ACNC에 등록하려고 할 때는, 이 단체의 정관, 규칙, 이사회 회의록 등 세부 정보를 모두 등록해야 한다. 이 뿐 아니라 연간 회계정보와 재무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비영리 자선단체 자료를 매년 대학이 함께 연구하고, 80페이지에 달하는 연구보고서를 낸다. 오픈데이터이기 때문에 아무나 참여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호주 지도 상에 특정 지역을 가리키면, 그 단체의 정보가 주르륵 나온다. 보건이나 의료 관련한 자선단체를 찾고 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이 매년 축적되면 매우 귀중한 비영리 정보가 된다. 99%의 자선단체들이 이 같은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진혜(유니세프한국위원회 변호사)=엔피오 섹터가 확립되기까지 얼마만큼의 기간이 걸렸는가.

호주= 굉장히 오랜시간이 걸렸다. 1991년부터 관련 움직임이 시작했는데, 1995년에야 첫 정부보고서가 만들어졌다. 2002년, 2010년 또다시 정부보고서가 만들어졌고, 이후 위원회가 설립된 건 2012년이다. 20년 넘게 걸린 셈이다. 2011년 5월에 비영리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아서 기관 설립, 웹사이트 구축과 같은 실제적인 일이 이뤄졌다. 2013년 1월에야 실제 법안이 통과됐다. 

일본= 일본은 1995년 고베 지진 이후 비영리기관의 역할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공익기관(Public Interest Corporations, PIC)들은 지나친 정부와 행정개입으로 자율성이 부족했고, 대부분 정부 주도형 NGO였다. 많은 단체들이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PIC 등록을 꺼려했다. PIC 개혁이 이뤄진 게 2008년이다. 영국의 채리티 커미션(Charity Commission) 모델을 도입해서, 독립적인 3자 민간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공익성을 판단하는 공익위원회(Public Interest Commission)를 만드는 게 골자다. 2011년 토호쿠 지진과 쓰나미가 오면서, 토호쿠 지역이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었을 때, 민간 단체가 재난 이후 복구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2년 공익기관을 위한 세제 혜택을 도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해외전문가들
토론회에 참석한 해외전문가들

박중원(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변호사)= 일반대중에게 기부금을 모금할 때 기부금픔 모집 규제법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식인가? 

호주= 각 주마다 기부금품 모집 규제가 있다. 모집 규제법이 너무 낡아서, 마차타고 가던 시절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이라 문제가 많다. 우리 사례는 참고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 이 법안이 설계됐을 때만 해도 전 국가를 상대로 모금하는 자선단체가 많이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웹사이트에서 글로벌로 모금하는 시기이지 않나. 

일본= 펀드레이징 관련 규제는 없다. 펀드레이징을 하는 곳은 공익법인이어야 한다는 법안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펀드레이징 관련 규제는 없다. 

이진(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국세청이 공익법인 공시자료 로데이터(원본자료)를 딱 한 단체에만 제공한다. 이는 공익적 목적으로 자료가 이용되어야 한다는 국세청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보는데. 호주와 일본은 어떤가. 

호주= 보고원칙은 투명성이 원칙이다. 그래야 책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금수입 25만달러 이상 규모의 법인은 최소한의 재무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100만달러 규모의 법인은 회계사 감사가 필수요건이고, 100만달러 이상 규모 법인은 꼭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일부 종교기관은 공시의무가 없다. 만약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은 비영리단체가 있다면, 이를 신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상업적으로 매우 민감한 정보임을 입증할 수 있거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호주에선 비영리 자선단체 공시자료 공개가 몇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160만명이나 조회할 정도로 대중과 언론 등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호주 ACNC는 각 비영리 자선단체 5만4000개의 정보 로데이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엑셀로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일본= 일단 법적으로 명시돼있어서 모든 단체들이 정보를 대중에게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정기관의 정보를 원한다고 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고 그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지자체가 거절할 수 없다. 

염형국(프로보노지원센터 센터장, 변호사)= 한국은 비영리단체 등록업무를 소관부처가 따로 관리하고 있다. 호주나 일본처럼 통합관리가 바람직한지 논의중인데, 통합관리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호주= 비영리 자선단체가 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하도록 하려면, 규제를 완화시키는 게 필요하다. 호주는 가능한 한 자선단체의 행정절차를 제거하는데 역점을 뒀다. 예를 들어 단체가 똑같은 정부 보고를 여러 부처에 한다면, 정부기관끼리 논의해서 1개 기관으로 정보를 모은다. 비영리단체의 보고절차를 간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비영리 자선단체들의 등록과 세금공제 등의 정보를 위원회(ACNC)와 국세청(ATO)이 디지털로 공유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행정비용도 필요없다. 

일본= 비영리법인의 규제 완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개혁 이전에는 주무부처가 재량권을 갖고 비영리단체를 승인했는데, 개혁 이후에는 법안에 공익법인 영역을 아예 명시했고 공익위원회의 재량권이 제한적이었다. 47개 지역에서 공익위원회가 존재한다. 지방분권이 돼 있다. 개혁 이전에는 비영리단체에 관한 부정적인 스캔들이 많았는데, 개혁 이후에는 그런 얘기가 없다.

변영선(삼일회계법인 비영리법인 지원센터장, 회계사)= 우리나라는 자산 5억원이 넘으면 공인회계사로부터 세무확인을 하는 제도가 있다. 해외에서도 그런 제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 NPO 개혁 이후 국립대학들이 독립학교법인이 되면서, NPO를 위한 회계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공익법인의 경우 회계기준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런 전문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회계사협회가 그런 전문 비영리단체를 들여다보는 회계사 교육을 많이 한다.

호주= 기부금 수입 25만호주달러(2억2000만원가량) 이상 비영리단체는 회계보고를 해야 한다. 25만호주달러 이하는 회계사 보고 의무가 없다. 호주는 영국, 캐나다, 미국과 좀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호주는 비영리단체 쪽에서 특별한 회계 기준이 없다. 

최호윤(삼화회계법인, 회계사)= 공시 정보에 기부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요소(투명성)가 반영돼있는지 궁금하다.

호주= 호주 자선 비영리 위원회(ACNC)는 이 부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 예전에는 정부 부처에서 비영리 부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자기가 기부를 하고 싶어하는 비영리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자주 하든, 않든 간에 기부자들에게 그 정보가 오픈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김수연(재단법인 동천 상근변호사)=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엔피오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본= 개혁 이전에 2만4000여개의 공익법인이 있었다. 5년 전환기 동안 민법기반의 공익법인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신공익법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예전과 같은 일반법인이 될 것인지. 절반 가량 신공익법인이 되었다. 공익위원회의 규제는 있지만 세금혜택은 받을 수 있다. 저항은 따로 없었다. 일부 단체의 경우 정보가 좀 부족해서, 불만제기를 한 경우가 있었다. 

호주= 오랜 기간 논의가 있었다. 1995년부터 자선단체가 투명성에 관해 수많은 논의를 했다. 처음에는 우려가 컸다. 특히 상위 10위권 단체들은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어떡하느냐’ ‘이게 형식을 더 강화시키는 것 아니냐’ ‘너무 강하게 규제를 적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국제개발협력단체 등은 모두 지지했고, 일부 자선단체는 의심했고, 종교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사립교육법인은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보고서 작성했고, 투명성은 이미 갖춰져있다”고 얘기했다. 자선단체 중에는 아무런 감독도 원치 않고 공시되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중간점을 잘 찾아서 대부분 해소됐다.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박재형(한국가이드스타 전문위원, 회계사)= 호주는 규제보다는 지원쪽을 강조하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소득세 면세 혜택을 악용할 우려가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는가. 

호주= 우리는 비영리 자선단체의 등록부를 보고, 이 기금이 잘못 사용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자선단체는 모든 기금을 자선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사회에 줘서도 안되고, 친구나 친지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없다. 만약 그런 경우라는 증거가 있으면 조사하고, 우리의 징수관련 규제권, 이사회, 자선단체 미팅 등을 야단 실제 들어보고, 증거를 찾는다. 조사를 진행해서 그쪽의 입장을 들어본다. 실수로 잘못 기재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횡령했거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비즈니스였다면 국세청 감사를 통해 돈을 회수한다. 사기나 횡령 등 범죄행위가 발생하면 경찰조사를 한다. 실수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바로 잡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김재호(한국회계기준원 수석연구원)=호주는 회계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는데, 그 논의가 계속중인지 아닌지 궁금하다. 

일본= 일본은 공익위원회가 있는데, 사회복지에서도 후생성 사회복지위원회가 있다. 2개가 상당히 비슷하다. 공익위원회는 공익법인만을 관활하고, 사회복지법인이나 의료법인, 학교법인은 기준이 다르다. 사회복지법인은 사회복지법인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따로 있다. ACNC는 NPO를 위해 다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해왔다. 호주회계기준처리 위원회와도 논의중이다. 

정형석(밀알복지재단 대표)=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기부금이 2가지다. 지정기부금, 비지정기부금이다. 행정비를 15%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이나 호주의 경우 행정비를 사용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잉여금이 있다고 해도, 목적사업으로 건물을 아예 사용할 수가 없는지.

일본= 그런 법규가 없다. 목적사업을 하는데 규제가 없다. 사회복지 법인들도 노인복지를 위한 서비스를 위해 건물 매입을 할 수 있다. 

호주= 자선단체가 토지매입을 하는 규제 없다. 지정과 비지정 기부금 조건으로 나뉘지는 게 없다. 그럼에도 기부자들이 나는 이 돈이 꼭 이 사업에 썼으면 좋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장성계(굿네이버스 실장)= 국세청에서 비영리 공익법인 로데이터를 공유하면, 이를 언론기관에서 평가해서 순위를 매긴다. 이에 대한 일본과 호주의 사례나 문제점은 없나. 

호주= 비영리를 위한 전담 회계기준이 없고, 각 단체마다 다른 기준으로 보고를 하고 있다. A단체는 기부금 모금비용을 모금비용으로 보고하는데, B단체는 행정비용으로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회계기준이 다르다. 회계기준이 없기 때문에 비교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두 단체를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대도시와 지방에서 각각 활동하는 단체는 비용이 차이가 나고, 해외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는 행정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20년 된 단체는 행정비가 훨씬 적을 것이다. 5년 동안 활동해온 단체와 처음 시작한 단체 또한 다를 것이다. 사람들이 순위를 좋아하는 것도 알지만,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때로 단체의 사업이나 목적이 좋아서 기부할 수도 있다. 내 가족이 암환자여서 암 관련해 효과적으로 일을 잘하는 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그 단체가 복사비를 얼마나 쓰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병원을 찾아간다고 치자. 좋은 의사가 있는지, 수술은 잘하는지, 예약이나 병원시스템은 어떤지 등등을 살펴보지 않나. 비영리단체의 재무 투명성만으로 순위를 내는 것은 너무 간소화시켜 보여주는 것이다. 

정경훈(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국장)= 정부에서 비영리단체의 지원금을 교부해주는 것은 어떤 기준인지 궁금하다. 

일본= 일본에서는 지방행정부에서 비영리단체 지원금을 교부한다. 공개입찰이다. 어떤 단체가 지원금을 받을 것인지 전문가 위원회가 결정한다. 

호주= ACNC는 기금을 자선단체에 교부해주지 않는다. 교육부, 사회복지부 등에서 기금을 제공하기는 한다. 

박란희(더나은미래 편집장)= 기부자들은 비영리단체 데이터가 없다보니,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9억원 가까운 모금액을 기록한 사례가 있었는데, 댓글 중 일부는 비영리단체를 통하지 말고 곧바로 수혜자에게 기부금을 주자는 주장도 있었다. 국민들로부터 비영리단체의 투명성과 신뢰를 어떻게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호주= ACNC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는 투명하다는 하나의 보증이 된다. 앞으로 몇 주 후면 ACNC에 등록된 비영리단체 로고가 만들어지는데, 이 로고를 보면 등록된 단체인지 아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호주에는 각종 재난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기부자들이 ACNC에서 로고가 붙은 자선단체에 믿고 기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약 SNS에서 믿을 수 없는 단체가 펀드레이징을 할 때 경고를 내보내기도 한다. 투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 우리도 투명성 문제가 있다. 특히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각 NPO마다 재난 피해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펼치고 모금활동을 한다. 투명성 문제 때문에 대중들은 NPO에게 직접 기부를 하는 게 아니라, 적십자를 통해 기부하고 싶어한다. 재난관련 기부금 중 90% 이상이 적십자로 모인다. 대중들은 사실 NPO의 행정비가 필요하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일본 적십자사의 경우 행정비가 기부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별도 다른 기금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적십자사에 기부한다.

영국= 글로벌 자선단체 여러 개가 모여서 재난위원회를 형성했다. BBC와 함께 계약을 해서 TV 광고를 내보낸다든가, 그때 모인 기부금을 위원회 내에서 배분할지 결정한다. 

원혜영(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호주는 비영리섹터가 호주 고용의 9%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고, 일본도 고용의 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속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서, 특히 일자리 없는 경제성장의 문제가 빠르게 대두되고 있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일자리. 특히 공공 기능을 하는 일자리에 대한 필요성은 합의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교육, 보육, 안전에 관한 문제 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기부와 봉사 등의 비영리부문에 대해 공공을 지원하면서 입체적인 고용증대 효과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적 신뢰도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을 하는 활동가들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본= 일본의 NPO 부분이 GDP 5% 정도를 차지한다. 사립교육법인, 사회복지법인도 모두 포함된 수치다. 공익법인이나 특수법인을 다 더하면 1% 미만일 것.

호주= 학교, 대학, 유치원, 병원, 장애인 시설, 노인복지시설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부문이 매년 7%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다. 그동안 우리가 누구를 돕는지에 대해서만 얘기해왔고, 고용의 효과나 임팩트에 대해서는 별 얘기를 해오지 않았다. 호주 어디를 가도 교회, 유치원, 놀이교실, 스포츠협회, 스카우트단체, 노인복지시설도 있는 등 이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수치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손원익(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 우리의 시스템은 일본과 매우 비슷하다. 일본이 그런 논의과정을 7-8년을 거치면서, 현재에 도달된 시스템을 보면 얼마나 근접해있는지, 추가적으로 간다면 어떤 모습으로 가야하는지 듣고 싶다.

일본= 그 결과는 예상했던 바와 비슷하다. 물론 문제는 있다. 개혁 이후에 문제도 발생했고. 예를 들어 너무 작은 공익법인에게는 부담이 매우 심하다. 1995년에 신엔피오법이 제정됐다. 고베대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8년에 공익법인법 개혁도, 스캔들로부터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IMF 위기가 개인기부금 문화가 태동했던 시작점이라고 말씀하셨듯이. 그런 비슷한 모멘텀이 있을 것이다.

영국= 비영리 규제기관과 세금기관의 협력이 중요하다. ACNC는 자선단체가 규정을 위반했는지 보고, ATO가 세금관련해서 악영향을 미쳤는지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 대중을 위해 자선단체를 규제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누가 횡령하거나 사기를 치면 누군가가 내 돈을, 나를 위해서 보호를 해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 우리의 성장통(growing pain)이 아닌가 생각했다. 호주 채리티커미션을 만든 예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만병통치약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우리 나름의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러 규제(모금법이 시대착오적)는 철폐되어야 하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역시 투명성의 문제와 직결되어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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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돈과 임팩트 사이, 기업의 존재 이유 /archives/17615 /archives/17615#respond Wed, 23 Nov 2016 18:45:02 +0000 http://futurechosun.com/?p=17615 비즈니스의 목적, 이익인가 소셜 임팩트인가  비즈니스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회적 임팩트와 이윤 추구는 서로 배치되는 것인가. 주주이익 극대화로 대변되는 왜곡된 경제 경영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국내 사회책임투자 영역을 10년이상 개척해 온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피터 드러커의 경영 사상을 설파해 온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1세대 창업가로서 소셜벤처의 성장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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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 목적, 이익인가 소셜 임팩트인가

 비즈니스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회적 임팩트와 이윤 추구는 서로 배치되는 것인가. 주주이익 극대화로 대변되는 왜곡된 경제 경영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국내 사회책임투자 영역을 10년이상 개척해 온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피터 드러커의 경영 사상을 설파해 온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1세대 창업가로서 소셜벤처의 성장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아론 푸(Aaron Fu) Nest 매니징 디렉터(아프리카)가 대화에 나섰다.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왼쪽에서부터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아론 푸 Nest 매니징 디렉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이덕준(사회)=비즈니스 환경, 금융, 투자체계가 어딘가 많이 고장 나 있다. 어떻게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해보는 단계다.

류영재= 예전에는 윤리적 투자였다면, 지금은 지속가능한 투자로 바뀌고 있다. 윤리적 투자는 투자자들의 미션과 투자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WWF(세계자연보호기금)은 모피회사나 동물 실험하는 제약회사에 투자하면 안되는 식이었다. 최근에는 연기금, 보험회사 등에서 재무적인 성과뿐 아니라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고려한 투자를 하자는 게 지속가능한 투자다. BP의 멕시코만 오일, 폴크스바겐 사태 등으로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사회책임 문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자산운용, 아라베스크자산운용이 ESG와 재무성과의 연관관계에 해당하는 39개 논문를 살펴보니, 이중 31개가 지속가능한 기업이 재무적 성과도 좋다는 걸 밝히고 있다. 우리는 1년 반 전에 지속가능성 관점으로 9가지 주제를 고르고, 1500원 이하 기업들 1100개 추리고, 이중 500개 추리고, ESG 봐서 최종 30개 기업을 추려봤다. 1년 동안 주가 변동폭을 보니까 지난해 11월 이후 주식가격이 30% 넘게 올랐다. 탁월한 성과다. 투자만 30년 해온 제 느낌으로는, 진짜 좋은 기업이 롱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한다는 확신이 있다.

송경모= 오랫동안 신용평가 회사에서 일했다. 증권회사에서 이직해서 채권발행 중개업무 하다가 지금은 기술사업화 전략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피터드러커의 사상에 대해 개인적으로 오래 연구해왔다. 수많은 경영구루들이 있다. 대부분의 구루들은 그 기업의 성공을 강조한다. 전략, 조직, 마케팅을 얘기하지만 결국 그 기업이 성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많은 경영구루 중에서 사회에 대한 경영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말씀한 분은 드러커 선생 정도가 유일하다고 본다. MBA코스를 비롯해서 전 세계 경영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테크닉이다. 현대경영학이 성립되기 위해서 경제학의 언어를 빌렸다.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이게 오늘날 대부분의 경영자 뇌리에 깊이 함몰되어 있다. ‘왜 사업하느냐’고 물으면 ‘돈 벌라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드러커는 ‘경영자는 경제인 이상의 존재다. 경제인의 역할은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면 자기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영인이라면 사회의 리더로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반기업 정서와 반 자본주의 정서가 판을 치게 되는데, 지금의 기관투자가들 또한 수익 극대화에만 몰두해왔다. 하지만 1930년대 막스앤스펀서(Marks&Spence)의 사례에서 보듯, 착취형 시스템을 탈피해 공급업체를 도와주려는 시도를 했다. 서구에서 이 사례가 학습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1930년대 서구사회 이전에 머물러있는 기업이 많다.

양경준= 사회적 기업을 IPO(기업공개) 시키면 어떨까. 제너럴바이오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현재 B콥 인증기업이기도 하고, 제품 퀄리티가 높은데 가격은 10분의 1밖에 안 된다. 기업가치가 300만달러로 예상된다. 내년에 코스닥 상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000만달러의 소셜벤처기금을 만들 계획이고. 새로운 스타 사회적기업을 만들려고 한다.

이덕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보고 있나.

류영재= 한국에서는 재벌이 감옥 다녀오면 사회공헌을 한다. ‘사회공헌=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잘못 생각한다. 기업이 3000억 벌어서 30억 기부하고 ‘CSR 워싱(washing)’하는 것이 CSR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경모= 기업은 하나의 법인이다. 개인이 만들어서 조직을 만든 것이다. 기업에게 책임이 있나, 그 안의 개인이 책임이 있나.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된 것이 옥시라는 회사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성분이 있다는 것에 아주 비극적인 사태다. 옥시라는 법인의 책임이라고 몰아 부치는 게 맞나, 옥시 사장의 책임인가, 그 제품을 도입키 로 한 옥시 내의 의사결정자의 책임인가. 옥시 안에서도 그 안에서도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드러커 교수가 강조한 것은 ‘기업의 책임은 기업의 개별의사결정자의 책임’이다. 법적으로 실정법상 기업의 책임이지만,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자의 책임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지식노동자들이 내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사회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를 항상 생각하고, 자기가 아는 한에서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는 선구자일뿐이지, 앞으로 모든 기업이 사회적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세상이 바뀌어서, 과거처럼 사치욕이나 편안함을 주는 것이라고 해서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지났다. 공동체를 위한, 함께 살아가는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론 푸= 컨설턴트로서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이기 원하는가, 실제로 책임을 지려는가’이다. 탐스슈즈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신발회사. 그런 책임으로 인해서 개발도상국의 신발사업이 망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덕준= 경제학에서 이익극대화라는 얘기는 누가 가장 먼저 얘기했는가.

송경모= 영국 고전경제학 아담스미스, 존스튜어트밀. 리카도까지는 아무도 이익 극대화 얘기 안했다 이후 마샬이 발전시킨 후 그 다음에는 신앙처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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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사회적 미션에 ‘기술’이 더해질 때 /archives/17609 /archives/17609#respond Wed, 23 Nov 2016 18:39:28 +0000 http://futurechosun.com/?p=17609 선을 위한 기술(Technology for good) 인공지능, 가상현실, 드론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혁신이 교육과 헬스케어 서비스, 정치적 갈등 해소, 경제적인 불평등,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기술혁신과 소셜 임팩트 창출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는 없는가. 이런 주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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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위한 기술(Technology for good)

인공지능, 가상현실, 드론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혁신이 교육과 헬스케어 서비스, 정치적 갈등 해소, 경제적인 불평등,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기술혁신과 소셜 임팩트 창출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는 없는가. 이런 주제로 이뤄진 세션.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사회로,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정재호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이호찬 KTB 벤처스 대표, 이덕준 D3쥬빌리 대표 4인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정재호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이호찬 KTB Ventures 대표 ⓒ천예지(D3쥬빌리 제공)

권혁태= 기술의 역할이 확장성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소셜 미션은 좋은데 확장성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각자 돌아가면서 패널소개를 해달라.

이기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도와주고 해외에서 들어온 여러 가지 역할을 잘 응대하기 위해 민간에서 만든 공동체이고 비영리다. 자체수익을 못 만들어서 네이버에서 100억을 출연해서 그 기금으로 운영한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외국의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사회적기업 중에 가장 큰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지금은 스타트업과 비영리가 만나는 곳에서 일한다.

정재호= 카이스트창투는 카이스트에서 100% 출자해서, 그 자본금으로 사회문제 해결하는 혁신적 기업에서 투자하는 곳이다. SK 최태원 회장의 기부를 통해 청년 사회적 기업에 맞게 쓰이도록 한 게 시발점이다. 생긴지는 2년 됐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모두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가 쉽지는 않다.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은 19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이호찬= 1981년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저는 미국에 있다. 1988년부터 30년 가까이 한국계 투자로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 투자하고 있다. 2005년부터 미국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할 때 꼭 임팩트 투자만 하는 것은 아니고,.개인적으로 사회적 책임 분야에 많은 관심이 있다. 오랜 동안 기술분야 투자를 많이 하다가, 최근에는 생활과학(life Science), 디지털 헬스 케어(health care)에 많이 투자한다. 지난 1년간 미국 투자의 70%는 생활과학 쪽이었다.  

이덕준= 서울과 실리콘밸리에 근거지를 두고 있어서, 기술 혁신 소셜 임팩트는 늘 고민하는 주제다.

ⓒ천예지(D3쥬빌리 제공)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 ⓒ천예지(D3쥬빌리 제공)

권혁태= 처음부터 임팩트 투자라고 포지셔닝을 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포지셔닝됐다. 우리나라도 사회적인 투자 움직임이 있어서, 처음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키워드로 시작됐다. 사회적 기업으로 하다 보니까 너무 사회공헌, 취약계층, 고용으로만 가는 것 같아서 소셜 벤처라는 키워드로 넘어가는 느낌이 살짝 있었다. 최근에는 소셜 벤처도 소셜이라는 느낌이 세서 그런지, 그 다음단계인 임팩트 투자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여기 있는 패널 분들이 본인이 경험했든, 투자했든, 옆에서 지켜볼 때 그 기업들이 테크놀로지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주제에 맞춰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저는 스타트업과 소셜벤처(임팩트벤처)들이 시작단계에서는 비슷한 고민이 있다. 좋은 가치와 시장을 바라보면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어느 단계까지는 팀들이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사업의 확장성이다. 수많은 사람을 채용해서 사업 확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기술로 이 확장성 문제를 풀려고 한다. 반대로 한편에서는 기술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어서, 이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봤다.

이기대= 구경꾼의 관점에서 보면, 확장성은 투자하는 분들 입장에서 회수하는 걸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기술이라는 요소가 생존과 확장에 큰 영향을 주는가. 작년 1년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 2조원이 돌았다. 100여개 넘는 벤처투자자가 있고,  1000개 넘는 벤처가 투자 받았다. 15년 정도 걸려서 닷컴 버블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소셜 섹터를 보면, 투자받은 소셜벤처가 50개쯤 된다. 1000여개 되는 투자 받은 벤처 중에서 50여개 소셜벤처를 보면, 양쪽의 기술수준이 비슷한 것은 그나마 헬스케어밖에 없었다. 이덕준 대표가 투자하는 ‘눔’에 대해, 비만이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해서 투자했다고 하듯이 말이다. 나머지 소셜 섹터는 기술보다는 오히려 시장을 만드는데 훨씬 더 좌우된다고 본다. 거기에 기술을 부어 넣는다고 확장되지는 않을 것 같다. 소셜 섹터 시장이 작은데, 시장을 만드는데 우리 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호찬:= 제가 볼 때 기술이라는 것 자체가 성격상 확장성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기술의 의미가 결국은 시스템 비용을 줄인다. 최근에 만난 회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회사였는데, AI(인공지능)를 이용해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교육 측면에서 봐도 그렇다. 값비싼 대학교를 값싸게 전파할 수 있는 게 기술적인 플랫폼이지 않나. 기술이란 게, 임팩트를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사회 자체에 임팩트를 낼 수 있지 않나.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정재호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정재호= 처음에는 사회문제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가한테 투자하겠다고 만들었다. 정부가 인증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보면,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저는 사회적 경제 영역이라고 영역을 구분하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임팩트는 더 커져야 하는데, 너무 좁게 정의하고 그쪽 문제만 해결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됐다. 두 번째는 소셜 벤처이건 사회적 기업 인증이든 관계없이 사회적 문제가 뭔지, 역량을 보니 여러 스펙트럼이 나오더라. 기술역량, 운영역량 등이 좋은 팀을 만나게 되더라. 문제해결을 하려다 보면 이걸 혁신적으로 해야 되는데, 그때 필요한 게 결국 기술이다. 카이스트에는 대전에 가면 각 연구소에 이런 인재들이 숨어있다. 기술을 갖고 사회문제를 보는 팀에 최근에는 많이 투자하려고 한다.

이덕준= 4차산업혁명 시작시점이다. 사실상 AI테크놀로지, 드론, IoT 등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는 왜 많은 문제가 생기는가. 예전에 없던 질병들이 나오고, 비만, 사회적 불평등이 여전히 있다. 기술의 발전은 무엇일까. 왜 기술 발전이 일어나야 할까.  기술은 사회적 기업가나 일반적 기업가나 비즈니스 하는 입장에서 활용해야 하고, 스케일업하는데 필요한 툴이다. 기술의 혁신은 계속되고 있는데, 사회적 니즈와 톱니바퀴가 맞물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미국 최대의 스타트업 투자기관인 와이 컴비네이터가 “지금까지는 헬스케어 등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투자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메인 투자자가 이걸 인지하기 시작했다. 교육, 헬스케ㅇ, 주거 불평등 등을 해소하는데 투자하겠다는 쪽으로 메인 투자자들이 반응하고 있다.

권혁태= 이 앞에 큰 돌이 있다. 이 돌을 저쪽으로 옮겨놓아야 하는데. 이 돌을 좀더 쉽게, 연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그 밑에 바퀴를 다는 것이다. 이게 기술의 역할이다. 우리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라면 이 돌을 저기까지 옮기는데 꼭 힘들어야 하고, 땀을 뻘뻘 흘려야 한다. 굉장히 이상한 고정관념이 쌓여있는 것 같다. 저는 극단적으로 기술력을 강조하는 편이다. 이제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해보면 좋겠다. 사회적금융, 소셜벤처쪽에 들어온 지 5년쯤 됐다. 5년 전에 큰 열정을 가진 분들이 지금 다 안 계신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게 조금 더 기술이 뭔가 그걸 부어줬다면, 이 큰 돌을 옮기고, 다른 돌도 옮기면서 임팩트를 확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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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이기대= 기술보다 시장이 있으면 살아남고, 시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소셜벤처 쪽은 어차피 기술은 영리쪽에서 받아온다고 생각한다. 시민 사회나 소셜쪽에서 시작하는 분들도 있는데, 정부 보조금이 끝나면 접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오히려 영리쪽에서 넘어온 분들은 소셜쪽을 디딤돌로 삼아 확장하고, 일반 투자를 받는 등 커나가더라. 소셜뿐 아니라 일반 영리벤처도 지원이 있다. 소셜 쪽에서 지원이 없는 게 아니라 시장이 없다. ‘시장은 창업자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하는데, 소셜벤처의 일은 원래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다. 작은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싸울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조금만 어려운 독거노인 등으로 서비스 확대하고 그걸 예산으로 돌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1단계에서 죽는 친구들이 많은데. 하루 빨리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권혁태= 주변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왜 네가 하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기대 이사님이 말했던 데 대해서, 정재호 이사님은 반대 얘기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정재호= 사회적 경제, 소셜 섹터에서 우리를 보면 ‘저기는 돈만 밝히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우리를 보고 ‘저기는 비영리에 투자한대’라고 한다. 양쪽에서 끼어있다. 우리는 명확하게 지속 가능한 팀에만 투자한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도 결국 돈을 벌만한 준비와 기술, 역량이 있는지로 귀결된다. 하지만 한국은 시장이 작다. 글로벌 진출을 계속 생각한다. 헬스케어 쪽을 투자 포트폴리오로 갖고 간다. 예를 들면 우리는 장애인기본권에 집착한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 장애든 30만명을 넘지 않는다. 길게 투자수익까지 생각하다 보면 시장이 안 보인다. 최근에 투자하는 곳은 사지를 못쓰는 사람이 뇌파 이용해서 컴퓨터 활용을 하는 회사다. 이곳은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돈을 벌어야 직원도 버티고 회사도 버티고 결국 이긴다.

이덕준= 기술이 인터넷, 이커머스(e-commercial)에서 적용되는 영역이 굉장히 확장되고 있다. 사실 이게 매우 공공적인 영역이다. 우리가 부딪히는 문제는 굉장히 크고 복잡하다. 정부 공공적인 영역인데 정부가 다 할 수는 없다. 세밀한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에 앙트프러너(창업가)의 역할이 있다. 우리가 투자한 프라미솝 이준호 대표님이 최근 아쇼카 펠로로 선정돼 기분이 좋은데, 그분은 장애인, 희귀난치병 환자의 치료. 데이터를 관리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예전에도 그걸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고 잘 안 돌아갔다. 정부가 못하고, 안 해왔던 영역은 결국 민간이 해야 한다. 그 방식이 시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장애를 가진 분들을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마켓(시장) 대상으로 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혁태= 앞으로는 조금 더 이런 쪽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이호찬 KTB벤처스 대표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이호찬= 비즈니스를 시작한 동기 자체는 사회 책임이더라도, 비즈니스를 하는 그 자체가 비즈니스가 되어야 한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사회가 그 서비스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걸 인정 안하고 모티브만 좋다는 것은, 맞지 않다. 물론 시장실패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서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정재호= 우리는 인캠퍼스 벤처 캐피털이어서 사무실이 MBA 경영사무실에 있다. 접촉하는 곳은 마켓이나 비전 오리엔티트된 곳이 많다. 일주일에 1회 카이스트에 가면 기술에 꽂혀있는 천재들이 있다. 저의 미션은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시장을 잘 보는 쪽, 제품 내부를 잘 보는 쪽. 어떻게 연결 하는가. 투자하는 쪽에서 보면, 하이테크도 있고 로우테크도 있다. 이 중 시장의 니즈에 맞게 비용을 다운시킬 수 있다면, 식량, 주거, 교육, 헬스문제 등 임팩트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이기대= 축구 해설자가 얘기할 때 ‘공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고 한다. 기술도 사람 속에 녹아있다. 일반 스타트업이 확 좋아진 시기가 아이비리그가 갔던 청년이나 컨설팅 하던 청년들이 돌아와서 스타트업으로 들어왔다. 이 친구들이 스타트업쪽으로 넘어가면 달라질 것이다. 최소한 플랫폼으로 뭔가 만들려는 팀이 늘 것이다. 경제성장이 지체되고, 복지 영역으로 정부가 돈을 풀기 시작하면 소셜 섹터 쪽도 달라질 것이다.

질의응답= 벤처캐피털에서는 기술의 잠재성을 보고 투자하는데, 개발당사자들은 이 기술은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에 대한 사고의 프레임이 있다. 기술기업들이 기회를 못 찾는 이유가 기업의 경영진이 바라보는 시장이 어느 한군데 갇혀있다. 듀퐁사가 나일론을 개발했을 때는 실크를 바꿀 것으로만 생각했지만 실제 시장은 다른 데서 생겼다. 라이선스를 풀었다. 타이어 코드도 개발되고, 낚시줄로 개발될지 전혀 생각 못했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개발할 때.. 정말 쓸데없는 결과가 나오는 검색결과가 안 나오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듯이 말이다.

이호찬= GPS의 아버지가 만든 회사에 투자했는데, 망했다. 기술만 좋다고 되지는 않는다. 보드미팅에서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푸시한다. 우리도 기술이 가진 의미를 보고 투자한다. 회사에 투자했을 때, 기술이 생각한 만큼 안 나올 때 매니지먼트와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권혁태=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이 있는데, 구글 무인자동차에 적용한다고 하더라. 정말 기술은 좋은데 어플리케이션까지 가는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새로운 적용방법을 찾다가 산업용 드론으로 이동했다. 산불을 끄고 인명을 구조하는 드론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어디 부딪혀서 다 망가진다. 우리는 그 대표님과 같이 아주 작고 싸게 만들어서 드론에 적용해보자. 시장이 넓어지고 커진 경험이 있었다. 그런 게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얇고 넓게 본다.

정재호= 우리는 19개 포트폴리오가 있는데 절반 이상이 공동투자다. 각자 전문분야를 갖고 제품과 시장의 핏(fit)을 맞추려고 한다. 협력하다 보면 좋아질 것이다.

이덕준= 기술은 툴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기술만 있어서는 안되고, 제품과 시장이 잘 맞아야 한다. 모든 벤처기업에 다 적용이 될 수 있다. 기술이 사회적인 미션과 어떻게 결합이 될 것인가. 미션은 내가 처음부터 갖고 태어났다는 분도 있겠지만, 하다 보니 어떤 계기에 의해 찾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임팩트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앙트프러너십을 이용하면 좋을까 늘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전체 생태계가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사회적인 이슈로 이노베이션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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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회공헌과 NPO 파트너십, 선순환 되려면 /archives/16971 /archives/16971#respond Mon, 31 Oct 2016 08:06:09 +0000 http://betterfuture.kr/?p=16971 최근 NPO 친구들이 많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불이 났다. ‘구글 임팩트 챌린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구글이 시작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인데,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선발해, 한 단체당 5억원씩 최대 30억원의 지원금과 1년 이상의 멘토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 진행과정이 어떨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시행해온 프로젝트 과정을 보면, 한국 기업과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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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최근 NPO 친구들이 많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불이 났다. ‘구글 임팩트 챌린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구글이 시작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인데,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선발해, 한 단체당 5억원씩 최대 30억원의 지원금과 1년 이상의 멘토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 진행과정이 어떨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시행해온 프로젝트 과정을 보면, 한국 기업과 참 많이 다른 NPO 접근방식이 있다.

우선 구글이라는 기업이 낸 사회공헌 기금 30억원의 성격이다. 한국 기업은 대부분 이 돈을 ‘우리 회사 돈’이라고 생각해, 기금의 사용처에 대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쥐려고 한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하는 단계마다 개입하고, NPO와의 파트너십 과정에서도 삐걱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 기부금이긴 한데, ‘꼬리표가 붙은’ 기부금이다. 반면, 글로벌 기업의 경우 오로지 사회문제 해결이나 공익적 목적으로 쓰이는, ‘꼬리표 뗀’ 기부금이 많다. 구글의 이 기금 또한 그렇다.

예전에 만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단(아멕스 재단) 티머시 제이 매클리몬 이사장이 들려준 사회공헌도 그랬다. 3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수천 개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서, 이를 실행할 비영리단체와 타 기업을 연결해주는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수백 억 달러의 지원금을 내놓았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NPO 분야의 리더를 키우는 일이 시급함을 알고, 지금은 NPO 차세대 리더를 대상으로 조직경영, 고객서비스, 마케팅 등을 가르치는 아카데미 사업에 3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 매년 4000여명의 리더를 배출한다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 현황은 겉으로 드러난 3조원이라는 액수에 비해 질적인 내용은 빈약하다. 우선 사회공헌 집행 과정이 매우 불투명하다. 3조원 중 기업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비용은 10%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MB정부 때는 미소금융과 교육기부,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위해 사회공헌 기금을 내놓아야 한다. 큰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나면, 남은 돈을 이용해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자사에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한다. “우리가 힘들게 번 돈으로 너희들은 뭐 하는 거니?”라는 빈축을 사지 않기 위해, 사회공헌 담당자들도 회사에 도움이 됐다는 걸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세운 기업재단 또한 기금 규모가 크지 않아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지, 조직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지 애매한 경우도 많다.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 또한 소위 ‘그랜트(Grant)’ 방식이 아니라 기획사업 위주가 많아, NPO단체의 경우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어느 곳에서 기금을 찾아야 할지 정보를 알 길이 없다. 한마디로 NPO에게 공개된 기금도 별로 없고, 그 정보를 찾을 길도 꽉 막혀있다. 반면 해외 선진국에선 기업이나 기업재단의 기금 정보가 공개돼있고, 꼼꼼한 지원과정을 거쳐 선발되기만 하면, NPO 주도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번 구글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수많은 NPO들이 열광하는 것도 우리의 척박한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이 NPO를 도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행하는 <NPO가이드스타> 2016년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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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기업과 NPO의 윈윈전략 /archives/16968 /archives/16968#respond Mon, 31 Oct 2016 08:00:40 +0000 http://betterfuture.kr/?p=16968 여기저기서 다들 아우성이다. 장기 불황과 저성장 시기로 접어들면서, 올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대폭 축소됐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D기업의 경우, 파트너단체와 하던 8억원 규모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을 5분의 1 규모로 삭감할 정도다. 기업과 함께 사업을 하던 비영리단체들 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후원뿐 아니라 개인후원 증가율도 꺾이고 있다. 소수의 대형 글로벌 비영리단체의 경우 매년 TV나 온라인, 모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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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여기저기서 다들 아우성이다. 장기 불황과 저성장 시기로 접어들면서, 올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대폭 축소됐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D기업의 경우, 파트너단체와 하던 8억원 규모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을 5분의 1 규모로 삭감할 정도다. 기업과 함께 사업을 하던 비영리단체들 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후원뿐 아니라 개인후원 증가율도 꺾이고 있다. 소수의 대형 글로벌 비영리단체의 경우 매년 TV나 온라인, 모바일 광고 등에 사용되는 금액이 수십 억원에 달하지만, 예전만큼 광고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기부금 총액이 연 20~30%씩 증가해왔던 월드비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등 대형 비영리단체 또한 기부금 증가율이 정체이거나 소폭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가끔 필자에게 ‘비영리단체의 미래가 어찌될지’ 혹은 ‘이제 한국에서 기부금 성장은 포화상태인지 아닌지’ 등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미래를 예언하긴 힘들지만, 아직 성장 여력은 남아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왜냐 하면, 아직 한국에선 흔히 말하는 ‘제3섹터’(정부와 기업이 아닌)의 생태계 자체가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기에, 그만큼 가능성도 더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섹터에서 외연 확장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달려있다.

최근 ‘더나은미래 포럼’에 초청한 어완 뷜프(Erman Vilfeu) 네슬레코리아 대표와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솔직히 감동을 받았다. 연매출 888억스위스프랑(108조원)을 지닌 회사 네슬레의 150년 성장 비결을 알 것 같았다. 한국 기업에서 배워야 할 게 무엇인지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이해관계자 소통’이었다. 네슬레 제공_어완 뷜프_기업 CSR_사진_151208

 

“1930년대 대공황 직후 커피가격이 폭락하면서, 브라질 투자은행이 네슬레를 찾아왔어요. 네슬레의 커피 산업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물었죠. 네슬레는 우리의 우유 생산 기술을 전수하면서, 우유를 분말로 만들어 커피와 결합시켜 볼 것을 브라질 정부에 제안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 ‘네스카페’예요. 매일 5억 잔의 커피를 파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죠.”

네슬레는 매년 자신들의 주최로 ‘CSV 포럼’을 열어서, 지역사회와 비영리단체, 정부 등 자신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토론을 벌인다. 2009년부터 6년간 총 1593명이 참석했고, 작년엔 4621명이 인터넷으로 참여해 5948개의 트위터 포스팅을 했단다. 이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이 다음해 네슬레의 CSV 정책 및 전략에 반영된다고 했다. 모든 정보가 기업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정부, 기업, NPO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비슷하다.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세탁기를 최초로 만든 기업인이 이윤 추구만을 위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줄이고, 보다 편리한 삶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공익적인 목적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고 관료화되면서, ‘문제 해결’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상당히 약해져가고 있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력의 차이가 없어지니, 광고와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로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게 일상화됐다. 저성장시대를 돌파하는 건 어찌 보면 ‘기본’에서 답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가 해결할 사회문제가 어디 있는지부터 둘러보는 것이다. 그걸 찾기 위해서는 전문가집단인 NPO와의 협업은 필수다. NPO 입장에서도, 기업과의 협업은 문제 해결을 보다 ‘규모 있게’ ‘영향력 있게’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이 글은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행하는 <NPO가이드스타> 2016년 여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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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물결, NPO의 새로운 도전 /archives/16961 /archives/16961#respond Mon, 31 Oct 2016 07:18:49 +0000 http://betterfuture.kr/?p=16961 해외탐방을 가거나 해외 유명인사를 인터뷰할 때면, 안타까운 게 하나 있다. 해외에서는 흔히 ‘필란트로피(Philanthropy)’나 ‘채리티(Charity)’, ‘제3섹터(The 3rd Sector)’ 등으로 불리는 NPO 영역이 국내는 정치 진영에 따라, 혹은 행정적 편의에 따라 몇 갈래로 쪼개져있다. 흔히 환경이나 소비자문제 등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어드보커시(Advocacy) 역할을 강조하는 시민사회단체,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단체, 행자부 산하 전국의 250여개 자원봉사센터를 주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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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해외탐방을 가거나 해외 유명인사를 인터뷰할 때면, 안타까운 게 하나 있다. 해외에서는 흔히 ‘필란트로피(Philanthropy)’나 ‘채리티(Charity)’, ‘제3섹터(The 3rd Sector)’ 등으로 불리는 NPO 영역이 국내는 정치 진영에 따라, 혹은 행정적 편의에 따라 몇 갈래로 쪼개져있다. 흔히 환경이나 소비자문제 등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어드보커시(Advocacy) 역할을 강조하는 시민사회단체,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단체, 행자부 산하 전국의 250여개 자원봉사센터를 주축으로 하는 자원봉사단체, 그리고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해외아동결연과 국제협력사업을 하는 글로벌국제구호NPO 등이 그것이다. 불행히도 이렇게 쪼개진 NPO단체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고 함께 만나는 네트워킹도 별로 없다. 

1980년 이후 한국의 NPO들이 대다수 태동했다고 보면, 20년 넘게 이런 상황은 큰 변함이 없었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보듯, NPO가 정부 정책의 전문성 있는 파트너이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집단이라는 인식이 국내에선 매우 약하다. 그래서일까. 대형 글로벌NPO 사무총장을 하다 최근 소규모 NPO들의 협의체 대표를 맡은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서 이렇게 토로했다.

“대형 NPO와 달리 소규모 NPO에게 미래가 있을까 싶어요. 정부가 찔끔찔끔 나눠주는 보조금 받아 사업하거나, 기업 사회공헌 자금에 기댈 뿐이지 후원회원이 거의 없어요.”

후원회원이 없거나, 줄어드는 건 거의 대부분의 NPO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위기감은 더 크다. 최근 서울시청에서 열린 ‘거버넌스 국제 컨퍼런스’에서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NPO의 역할에 대해 “예전에는 플레이어(player)였다면, 이제는 모더레이터(moderator)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등 예전 같으면 NPO가 사람들을 조직해서 언론이나 대중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라며 정부를 압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은 굳이 조직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의견을 공유하고, 이 눈덩이가 점점 커지면서 정부가 압박을 느끼게 된다. SNS는 예전 시민단체가 해왔던 ‘스피커’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과연 후원회원들은 모두 사라진 것일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더나은미래’가 네이버 해피빈과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단체에 도움을 주는 공감펀딩을 시작했는데, 무려 10여일 만에 개미후원자들에게서 무려 1900만원 가까운 돈이 모금됐다. 네이버, 카카오, 와디즈 등의 크라우드펀딩이나 사회문제 해결을 하는 집단에 투자를 하는 ‘임팩트 투자’ 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단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신뢰를 얻으면 사람들은 그 뜻에 동참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기술의 발달이나 SNS의 등장으로 인해 사라진 직업군이 많다. 특히 중개업이 그렇다. 모바일 뱅킹으로 은행점포가 수십 곳 문을 닫고 있으며, 카카오택시 때문에 콜택시 회사들이 위기에 빠져있다. “앞으로 SNS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을 대행해주는 NPO라는 집단이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는 한 NPO 사무총장의 우려가 현실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더 늦기 전에 NPO들은 혁신, 투명성, 신뢰, 임팩트와 같은 용어에 대한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 

*이 글은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행하는 <NPO가이드스타>의 2016년 가을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가이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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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은 협력이 중요한가 /archives/16955 /archives/16955#respond Mon, 31 Oct 2016 07:00:51 +0000 http://betterfuture.kr/?p=16955 지난주 한 사회혁신 관련 포럼에서 발표를 했는데, 청중이 질문했다. “왜 예전과 달리 지금은 협력과 파트너십이 중요한가.” 그에 대한 답으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관한 예를 들었다. 1996년 6월 5일자 각 언론사 사회면 톱에는 ‘정부 산아제한 정책 35년 만에 폐지’라는 기사가 실렸다. 1960년 6명이던 출산율이 35년 만에 1.75명으로 떨어져 정책목표가 달성됐다는 것이다. ‘딸아들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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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_출처안밝혀도됨_친환경에너지_그린에너지_SDGs_지속가능성_2016지난주 한 사회혁신 관련 포럼에서 발표를 했는데, 청중이 질문했다.

“왜 예전과 달리 지금은 협력과 파트너십이 중요한가.”

그에 대한 답으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관한 예를 들었다. 1996년 6월 5일자 각 언론사 사회면 톱에는 ‘정부 산아제한 정책 35년 만에 폐지’라는 기사가 실렸다. 1960년 6명이던 출산율이 35년 만에 1.75명으로 떨어져 정책목표가 달성됐다는 것이다. ‘딸아들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은 각종 선전구호가 말해주듯이, 당시 정부는 ‘공무원 3자녀 불이익’과 같은 강력한 정책까지 밀어붙였다. 지금은 어떨까. 지난 10년간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위해 무려 150조원의 정책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1.2명으로 더 떨어졌다. 앞으로 2020년까지 198조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정부 힘만으로 해결될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기업문화, 청년실업 해소,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 해결 등 각종 실타래가 함께 풀려야 하는데, 이는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출산1

저출산2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일찌감치 ‘정부 주도’가 아닌, ‘파트너십의 힘으로’라는 기조가 뚜렷하다. 영국은 캐머런 전 총리시절 이후 아예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를 표방하고 있다. 정부가 시민사회가 함께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협치와 ‘빅 거버넌스(Governance)’를 주장한다. 영국은 비영리단체 17만개, 사회적기업 19만5000개까지 합치면 제3섹터에 고용된 직원 수가 2382만명으로, 영국 국민의 절반(3100만명)이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한다. 제3섹터 전체 자산규모만 해도 318조원이다. 자선단체·사회적기업·기업의 사회공헌·공익재단·자원봉사단체 등을 통합 지원하는 ‘제3섹터청(이하 OCS·The Office of Civil Society)’까지 있다.

미국 또한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비영리단체 수는 160만개가 넘고, 기부금 총액은 335조로 우리나라 한해 예산과 맞먹는다. 비영리 부문은 영리 못지않게 경쟁도 치열하고 혁신도 거듭된다.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자. 영국에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이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시민사회섹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이 주체가 되어 사업을 한다. 런던시 외곽에 위치한 타워햄릿(Towerhamlets) 자치구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인구 28만4000명, 75% 이상이 다인종인 런던의 최고 낙후지역이다. 그런데 이곳에 통합형 도서관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영국 웨스터민스터사원이나 빅벤과 같은 유명 관광지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 그 비결은 바로 ‘주민참여형 모델’이다. 2013년부터 9개월간 모든 가구를 상대로 한 설문과 심충인터뷰(FGI) 끝에 주민이 원하는 도서관 모형이 만들어졌다.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도서관 12곳을 허물고, 대신 직업 훈련과 보건교육, 심리상담 등 통합서비스가 이뤄지는 도서관 5곳으로 재탄생시켰다. 민관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때, 이런 변화가 얼마든지 가능함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민사회섹터가 기업과 만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는 미국 최대의 비영리단체인데, 모금액만 5조원이 넘는다. 역사가 130년을 향해가고 있고, 기부자 숫자는 1100만명, 자원봉사자 수는 300만명이다. 유나이티드웨이 기부금의 85%가 파트너 기업의 종업원들이 내는 페이롤기빙(payroll giving, 직장인들이 급여의 일부를 내는 기부)인데,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월마트, P&G, UPS 등 대다수 기업이 참여한다. 이들의 협업은 어떤 임팩트를 낼까. 유나이티드웨이는 10년 연구 끝에 삶의 질을 개선하는 기초가 되는 교육(Education)·소득(Income)·건강(Health) 분야를 핵심 어젠다로 정했다. 그 중 교육분야 목표(‘고교 중퇴 방지’)를 보니, 1998년 71%였던 고교 졸업률은 2010년 78%까지 높아졌고, 2018년에는 87%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정부가 할 일인데, 기업의 후원을 받은 전문성 있는 비영리단체가 앞장서고 있었다.

유나이티드웨이_사진_NGO_리브유나이티드캠페인_2014

국내에서도 최근 ‘사회혁신’ ‘임팩트’ ‘협력과 파트너십’ ‘지속가능성’과 같은 이슈들이 몇 년 째 지속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방식도 바뀌고 있다. 최근 구글에서 실시한 ‘임팩트챌린지’와 삼성-공동모금회의 ‘나눔과 꿈’ 등의 공모전 방식이 등장한 것도 결국 ‘사회변화’와 ‘임팩트’를 보겠다는 것이다. 구글 임팩트챌린지에서 5억원의 지원금과 멘토링 기회를 얻은 비영리단체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직원수 5명 미만의 신생 비영리단체다. IT기술을 이용하거나, 문제해결방식을 거꾸로 뒤집어보거나, 한 분야를 오랫동안 파고드는 등 전문성과 기술, 혁신 등이 그 비결이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같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맞이하게 될 미래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무인자동차와 공유차량 ‘우버’와 같은 서비스로 인해 택시기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플랫폼을 가진 1% 슈퍼파워그룹과 실직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99%그룹이 만들어진다면? 사회문제의 패러다임이 바뀐 이상, 해결방식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을 쓴 세계적인 석학인 기소르망은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비영리 단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이야말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죽은 비영리단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시민사회를 둘러싼 지형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SNS를 통한 시민운동,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을 통한 문제해결,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 모금과 임팩트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해결 플레이어(player)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새로워지고 있다. YWCA를 포함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시민사회단체에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문제해결의 전문성을 지니고, 그 임팩트를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팬층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과 함께 파트너십이 가능하도록, 시민사회의 전문성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맏언니 역할도 꼭 필요하다.

*이 글은 2016년 10월호 <한국YWCA>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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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숫자·돈이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의 진정성 /archives/16121 /archives/16121#respond Thu, 22 Sep 2016 09:56:14 +0000 http://betterfuture.kr/?p=16121 지난달 22일,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Google.org)’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 비영리 현장 전문가 5명과 함께였다. 그녀는 구글의 자선활동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구글닷오알지는 교육,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혁신적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매년 1억달러(1100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지?’ 궁금했는데, 2시간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됐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이 말하는 ‘이해관계자 미팅’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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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지난달 22일,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Google.org)’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 비영리 현장 전문가 5명과 함께였다. 그녀는 구글의 자선활동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구글닷오알지는 교육,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혁신적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매년 1억달러(1100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지?’ 궁금했는데, 2시간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됐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이 말하는 ‘이해관계자 미팅’이라는 것을. 그녀는 다음 날 있을 구글 임팩트챌린지(비영리단체들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젝트) 결승을 위해 내한했는데, 자신들의 사회공헌을 설명하고, 외부 평판도 물어보며, 국내 상황에 맞는 발전 방향은 없는지 등이 자유롭게 공유됐다.

“예전에는 비영리단체의 오버헤드(Overhead·운영비)에 상한선을 뒀는데, 하다보니 단체마다 상황이 다른 걸 알게 되면서 그런 상한선을 없앴다. 2~3년 주기로 선정된 비영리단체를 모니터링해서 성과가 좋은 곳은 재투자를 한다.”

놀란 건, 다음 날 구글 결승전에서였다. 원래 구글은 결승 진출 10개 프로젝트 중 4개 팀에 5억원의 상금과 1년의 멘토링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선정되지 못한 6개 팀에 대해서도 2억5000만원의 깜짝 상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글 사회공헌이 흥행을 거두고 삼성도 100억원 규모의 혁신적 사회공헌 공모 방식을 시도하자,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들 또한 궁금함이 많은 모양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줬다.

“사회공헌 공모 방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업이나 재단에서 한 번쯤은 다 시도한다. 근데 왜 구글이 화제가 됐을까.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잘 봐야 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초기에 1~2년 공모전을 한 후 이 중 좋은 아이디어만 가로채서 직접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공모전을 쉽게 생각했다가 공모전 탈락 후유증 때문에 오히려 적이 많아져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사회와 눈높이를 맞춰가면서, 사회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가져야 사랑받는다.”

지난달 31일, SK행복나눔재단(이사장 최기원) 10주년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감동적인 인물을 만났다. 사회적기업 ‘임브레이스 이노베이션’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인 첸씨다. 그녀는 2007년 스탠퍼드대 MBA 과정 중 팀프로젝트를 위해 네팔과 인도를 방문했다 저렴한 인큐베이터 개발을 결심했다. 병원에 가는 데만 4시간 걸리는 바람에 조산아들이 죽어가고, 전기 공급이 어려워 기증받은 최신식 인큐베이터가 무용지물이 되는 걸 목격하고서였다. 그녀가 만든 건 ‘포대기’ 같은 침낭 모양의 보온 장치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실패했다고 했다. 그 결과 만든 제품은 단돈 200달러(22만원). 기존 제품 가격(2만달러)의 100분의 1이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최기원 이사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문석 SK그룹 사회공헌위원장 등 SK계열사 사장들도 여럿 참석해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숫자와 돈 얘기가 아닌,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뜬금없는’ 이야기에 별 관심 없어 보이던 필자 옆자리의 계열사 CEO는 제인 첸씨의 이야기에 휴대폰 사진을 촬영하며, 브로셔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식품기업 네슬레를 방문한 후 받은 가장 큰 영감은, ‘문제 있는 곳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도전하는 열정과 집념, 우리가 다시금 가져야 할 ‘헝그리 정신’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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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전기료, 누구에게나 공평한가 /archives/15492 /archives/15492#respond Tue, 16 Aug 2016 07:13:27 +0000 http://betterfuture.kr/?p=15492 내가 쓰는 전기는 어디에서 올까. 스위치만 누르면 불이 켜지는 우리나라에선 평소 생각하지 않던 이 의문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개도국에 다녀오면 생긴다. 캄캄한 밤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게 소원인 필리핀 오지엔 태양광램프 하나에 행복해했고, 한창 경제성장이 진행 중인 몽골에선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매연으로 울란바토르 시내 하늘이 오염 띠로 가득했다. 전기는 분명 축복이지만, 공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기의 30%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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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_작은사진내가 쓰는 전기는 어디에서 올까. 스위치만 누르면 불이 켜지는 우리나라에선 평소 생각하지 않던 이 의문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개도국에 다녀오면 생긴다. 캄캄한 밤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게 소원인 필리핀 오지엔 태양광램프 하나에 행복해했고, 한창 경제성장이 진행 중인 몽골에선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매연으로 울란바토르 시내 하늘이 오염 띠로 가득했다.

전기는 분명 축복이지만, 공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기의 30%는 원자력발전소, 39%는 석탄화력발전소, 21%는 가스(LNG)에서 나온다. 원전이나 석탄 발전을 돌리면 전기료가 싸진다. 하지만 몇년 전 경주 원전을 방문했을 때 가득 차 있던 ‘방사능 폐기물’을 보고, 값싼 전기료가 우리 아이한테 부담을 물려줄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원자력발전소를 돌리고 나면 사용후핵연료라는 고준위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앞으로 이 쓰레기를 묻을 장소를 찾으려면 또 한바탕 나라가 뒤집어질지도 모른다. 이번 봄에 벌어진 ‘초미세 먼지’의 주범이자 기후변화를 앞당기는 석탄화력발전소도 대안이 아님을 안다. LNG는 발전 단가가 비싸다. 태양광이나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좀체 쉬운 선택은 없다.

올바른 정권이자 정부, 정치인이라면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를 두고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국민에게 묻고, 설득과 합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왜 산업용에는 없는 누진제가 가정용 전기요금에 붙어야 하는지, 왜 우리나라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도 정부는 ‘국민의 전력 과소비’를 부르짖는지, 한전 당기순이익 10조원이 뭘 의미하는지 우리 정부는 왜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는가.

나는 무조건 값싼 전기만을 바라진 않는다. 내 아이에게 물려줄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를 위해 전기료를 올리는 데 찬성할 마음도 있다. 다만, 내가 내는 전기료가 공평한지 알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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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 공익 분야 나침반은? /archives/14696 /archives/14696#respond Wed, 20 Jul 2016 07:08:08 +0000 http://betterfuture.kr/?p=14696 “왜 공익 분야는 매번 사람이 없다고 하지? 공익 분야에도 ‘파워 100인’같은 기획특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나은미래’가 우리 사회를 이끄는 100대 공익법인 이사회 분석을 시작한 건 좀 단순한 이유였다. 공익 분야를 이끄는 인물지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 공익 생태계를 키우는 나침반 역할을 해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기자들은 몇몇 장애물을 만났다. 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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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디자이너_캐리커처_그래픽_박란희_편집장사진_2016
“왜 공익 분야는 매번 사람이 없다고 하지? 공익 분야에도 ‘파워 100인’같은 기획특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나은미래’가 우리 사회를 이끄는 100대 공익법인 이사회 분석을 시작한 건 좀 단순한 이유였다. 공익 분야를 이끄는 인물지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 공익 생태계를 키우는 나침반 역할을 해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기자들은 몇몇 장애물을 만났다. 우선 한국가이드스타로부터 100대 공익법인들의 이사회 자료를 받아보니, 국세청 공시자료에는 이사진 명단만 공개돼있었다. 100곳에 모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공익법인마다 정보공개의 수준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과 약력, 임기까지 모두 공개해놓고, 이사회 회의록까지 업데이트돼있으며, 이사회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된 공익법인은 가히 투명성에서 A+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 정도만 나와 있는 곳, 홈페이지엔 명단이 없었으나 ‘더나은미래’ 취재에 응해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한 곳도 있었다. 반면, 일부 공익법인에서는 “이사진의 개인정보라 밝히기 어렵다” “이사진들이 모두 조용히 봉사를 원하신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공익법인의 이사진은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다. 적게는 수십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하는 공익법인의 역할에 따라,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게다가 공익법인은 고유목적사업의 경우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몇 년 전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를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사진 명단을 보여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홈페이지에는 이사진 명단과 약력은 물론, 전화번호와 이메일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도 공익법인의 이사진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2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개최한 ‘공익법인제도 개선방향’ 공청회에선 다양한 공익법인 제도개선에 대한 내용이 논의됐다. 공익법인에 기업 주식을 기부할 경우 5%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받는 제도(일명 5%룰)와 관련, 선의에 의한 주식기부를 차단한다는 부작용으로 인해 최상목 기재부1차관은 “내년에 세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지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발표 자료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다. 하나는 공익법인의 세제 혜택이요, 또 하나는 ‘의무지출’ 부분이다. 윤 교수는 “미국 세법은 민간재단에 대해 ‘의무지출’이라는 제도를 둬, 매년 보유하고 있는 재산 일정 부분을 반드시 공익활동에 지출하도록 강제한다”며 “공익법인이 세제 혜택에 상응하는 만큼 공익을 위한 실제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이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서 더 존경받고 박수 받을 수 있을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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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꿈을 잃은 시대 아직도 꿈꾼다 /archives/14212 /archives/14212#respond Tue, 28 Jun 2016 07:46:38 +0000 http://betterfuture.kr/?p=14212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오피스텔 123채를 사들인 홍만표 변호사, 대우조선해양에서 5조원의 분식회계를 한 주역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1년만이라도 ‘더나은미래’ 섹션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는 돈에 미친, 돈밖에 모르는 권력층이 너무 많다. 자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준 국가, 사회, 환경까지 이런 모든 것들을 위해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기자신, 가족, 아니면 당장의 물질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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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오피스텔 123채를 사들인 홍만표 변호사, 대우조선해양에서 5조원의 분식회계를 한 주역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1년만이라도 ‘더나은미래’ 섹션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는 돈에 미친, 돈밖에 모르는 권력층이 너무 많다. 자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준 국가, 사회, 환경까지 이런 모든 것들을 위해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기자신, 가족, 아니면 당장의 물질적 편안함이라는 사익(私益)의 테두리를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

롯데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롯데장학재단 사태를 보면서, 공익재단이라고 이름을 내걸었던 기업재단까지 사익 추구를 위해 쓰이는 것이 통탄스럽다. 이런 1, 2세대 부모 밑에서 교육받고 자란 재벌가 3,4세들에게 ‘공익’이라는 개념이 생길리 만무하다.

근데 왜 우리는 이런 현상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가. 왜 당연한 듯 여기고, 우리 아들딸들에게 ‘어쩔 수 없다’는 걸 가르쳐야 하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싶다. 우리 아이한테 언제까지 마크 저커버그, 빌게이츠 얘기만 해야 할까. 삼성, 현대차와 같은 재벌기업은 개인돈 대신 기업돈으로 기부하고, 수십억 연봉을 받는 전문경영인들은 ‘회장님도 안 하시는데,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어떻게 기부를 하느냐’고 하고,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의 1년 기부총액이 10만원도 안 되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길 바랄 수가 있을까.

‘더나은미래’가 할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익 섹션’이라고 하면, 베풀기만 하는 존재로 본다. 콘텐츠를 제대로 생산하려면 종이도 필요하고, 인쇄도 해야 하고, 기자도 필요하다. 이런 일을 잘해내기 위해선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프런티어’들에게 씨앗도 뿌리고, 물도 주어야 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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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은 시대 아직도 꿈꾼다 /archives/14077 /archives/14077#respond Tue, 28 Jun 2016 02:03:01 +0000 http://betterfuture.kr/?p=14077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오피스텔 123채를 사들인 홍만표 변호사, 대우조선해양에서 5조원의 분식회계를 한 주역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1년만이라도 ‘더나은미래’ 섹션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는 돈에 미친, 돈밖에 모르는 권력층이 너무 많다. 자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준 국가, 사회, 환경까지 이런 모든 것들을 위해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기자신, 가족, 아니면 당장의 물질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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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오피스텔 123채를 사들인 홍만표 변호사, 대우조선해양에서 5조원의 분식회계를 한 주역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1년만이라도 ‘더나은미래’ 섹션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는 돈에 미친, 돈밖에 모르는 권력층이 너무 많다. 자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준 국가, 사회, 환경까지 이런 모든 것들을 위해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기자신, 가족, 아니면 당장의 물질적 편안함이라는 사익(私益)의 테두리를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

롯데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롯데장학재단 사태를 보면서, 공익재단이라고 이름을 내걸었던 기업재단까지 사익 추구를 위해 쓰이는 것이 통탄스럽다. 이런 1, 2세대 부모 밑에서 교육받고 자란 재벌가 3,4세들에게 ‘공익’이라는 개념이 생길리 만무하다.

근데 왜 우리는 이런 현상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가. 왜 당연한 듯 여기고, 우리 아들딸들에게 ‘어쩔 수 없다’는 걸 가르쳐야 하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싶다. 우리 아이한테 언제까지 마크 저커버그, 빌게이츠 얘기만 해야 할까. 삼성, 현대차와 같은 재벌기업은 개인돈 대신 기업돈으로 기부하고, 수십억 연봉을 받는 전문경영인들은 ‘회장님도 안 하시는데,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어떻게 기부를 하느냐’고 하고,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의 1년 기부총액이 10만원도 안 되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길 바랄 수가 있을까.

‘더나은미래’가 할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익 섹션’이라고 하면, 베풀기만 하는 존재로 본다. 콘텐츠를 제대로 생산하려면 종이도 필요하고, 인쇄도 해야 하고, 기자도 필요하다. 이런 일을 잘해내기 위해선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프런티어’들에게 씨앗도 뿌리고, 물도 주어야 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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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세계 시민으로서 눈높이를 갖는 법 /archives/14204 /archives/14204#respond Tue, 14 Jun 2016 07:21:11 +0000 http://betterfuture.kr/?p=14204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달 30일부터 2박3일 동안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 의미를 퇴색시킨 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일까, 한국 언론일까. 100여개국에서 온 4000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비영리 포럼이 열린 첫째날 오전, 기자회견장에는 한국 언론사 기자 100여명이 진을 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스콧 칼린 공동위원장, 크리스티나 갈라크 유엔 DPI(공보부) 사무처장이 자리에 앉았다.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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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달 30일부터 2박3일 동안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 의미를 퇴색시킨 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일까, 한국 언론일까. 100여개국에서 온 4000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비영리 포럼이 열린 첫째날 오전, 기자회견장에는 한국 언론사 기자 100여명이 진을 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스콧 칼린 공동위원장, 크리스티나 갈라크 유엔 DPI(공보부) 사무처장이 자리에 앉았다. 한국 언론의 첫 질문은 반기문 총장에게 향했다. “왜 UN 관련 일정이 적냐,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방문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어진 다음 질문은 이랬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 이후 3명 모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고, 거기서 기자회견은 끝났다.

행사장을 떠난 반 총장을 따라 기자들이 모조리 그곳을 떴다. 100명까지 이용 가능한 대형 기자실엔 오후 내내 적막감만 감돌았다. 3일 내내 현장을 취재한 매체는 ‘더나은미래’가 유일하다시피했고, 스콧 칼린 위원장을 정식 인터뷰한 매체도 우리뿐이었다. 스콧 칼린 위원장은 “왜 한국 기자들은 콘퍼런스에는 관심이 없느냐. 반기문 사무총장에만 관심이 있어 아쉬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후에 들려온 소식 또한 가관이었다. 콘퍼런스 마지막날, ‘경주 액션플랜’을 채택할 때 우리 정부에서 ‘새마을운동’을 넣으려고 엄청 노력했으나, 유엔 측에 의해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특정 나라의 개념을 글로벌 액션플랜 안에 넣을 수 없다”는 게 유엔 측의 입장이었다.

많이 부끄러웠다. 세계 GDP 순위 11위이지만, 우리 사회의 주요 시스템은 아직도 초고속 성장시대에 머물러있다는 자괴감은 지나친 걸까. 100명의 기자가 똑같이 생산하는 반기문 총장의 대선관련 기사는 흥미롭지만, 우리 국민의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새마을운동’을 세계에 알리는 건 정권 홍보에는 도움되겠지만, 글로벌 세계시민으로서의 눈높이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은 못 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 메르켈 정부가 ‘2022년 무(無)원자력발전소 시대’를 선언한 독일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당시 메르켈 정부는 이 정책 찬반토론을 공영방송 피닉스를 통해 11시간 생방송으로 독일 전역에 중계했다. 시민들은 이메일과 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질문과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토론 내용은 다음날 독일 유력신문을 통해 다시 소개됐다.

이미 SNS에서 유통되는 수많은 장외(場外) 정보를 통해 국민들은 사안을 똑바로 판단하고 있다. 옥시 사태,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 포스코건설 남양주 현장 사고 등에 대한 반응이 그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오히려 사안 판단이 더디고 자주 헛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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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진짜’가 대접받는 공익 생태계 /archives/13477 /archives/13477#respond Mon, 23 May 2016 22:52:24 +0000 http://betterfuture.kr/?p=13477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해였나. 한 사회복지기관 팀장과 저녁을 먹다가 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이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직을 4대째 세습하려고 해서,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했다. 초대 회장은 희생과 열정으로 사업을 키웠지만, 이후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가족이나 친인척이 운영을 독차지하는 ‘복지사업’이 된 경우도 많다. ‘공익(公益)’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사익(私益)’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기부금으로 사업을 하면서, 일명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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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해였나. 한 사회복지기관 팀장과 저녁을 먹다가 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이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직을 4대째 세습하려고 해서,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했다. 초대 회장은 희생과 열정으로 사업을 키웠지만, 이후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가족이나 친인척이 운영을 독차지하는 ‘복지사업’이 된 경우도 많다.

‘공익(公益)’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사익(私益)’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기부금으로 사업을 하면서, 일명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친인척 명의 빌딩에서 대관료, 임대료, 식음료비 등을 받아 잇속을 챙기기도 하고, 외부 거래처와 짜고 물품 비용을 부풀린 후 차익을 되돌려받는다. 조직 구성원의 내부 고발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 사회의 ‘비영리 영역’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 혹은 직업 영역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좋은 일 하는 사람이니까 행복하겠다’ 혹은 ‘남의 돈 기부받아, 아무렇게나 쓰는 거 아냐’ 하는 이분법적 인식만 존재한다.

단적인 사례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데 정부 부처의 허가를 받는 나라다. 선진국에선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데 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법인 설립 이후에 기부금을 투명하게 잘 썼는지를 규제한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국세청으로부터 면세 혜택이 박탈된 비영리법인이 30만개에 달한다. 자정 작용 없고, 외부 감시도 없는 이 비영리 생태계에선, 진짜 선의(善義)를 갖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 ‘가짜’는 가고, ‘진짜’가 대접받는 공익 생태계를 오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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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더나은미래 프렌즈’ /archives/13149 /archives/13149#respond Tue, 10 May 2016 00:03:54 +0000 http://betterfuture.kr/?p=13149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20년 가까이 위기 청소년 공동체를 이끌어온 ‘세상을 품은 아이들’ 명성진 대표님이 최근 책(세상을 품은 아이들) 출간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좋아요’와 응원 댓글을 달았는데, 대표님이 이런 답글을 올렸습니다. “감사드려요. 더나은미래가 저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주셨죠”라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2013년의 저희 지면 인터뷰가 대표님을 세상에 널리 알린 계기였겠구나 싶었습니다. 괜히 마음이 기뻤습니다. ‘더나은미래’가 창간 6주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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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20년 가까이 위기 청소년 공동체를 이끌어온 ‘세상을 품은 아이들’ 명성진 대표님이 최근 책(세상을 품은 아이들) 출간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좋아요’와 응원 댓글을 달았는데, 대표님이 이런 답글을 올렸습니다. “감사드려요. 더나은미래가 저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주셨죠”라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2013년의 저희 지면 인터뷰가 대표님을 세상에 널리 알린 계기였겠구나 싶었습니다. 괜히 마음이 기뻤습니다.

‘더나은미래’가 창간 6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쯤 되면 쉬엄쉬엄 여유도 부려야 하건만, 아직도 종종거리며 사는 걸 생각하면 좀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고난에도 축복이 있다는 우리 취재원들의 이야기처럼, 신기하게도 요즘 더나은미래엔 좋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이 많습니다. 4월 말 어느 저녁에는 매출 100억원대 중견기업을 일군 회장님이 저희를 응원하고 싶다며 팀 전체 저녁을 사주셨습니다. 2000년대부터 기부에 뜻을 품고 직접 ‘펀드 레이징(모금)’ 기획까지 하는 분인데, ‘더나은미래’ 열독자라고 하셨습니다. 크로스백 지퍼를 열더니, 지난 호 지면을 꺼내셨습니다. 선진국 기부 관련 기사 아이디어와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 심리도 이야기해주시면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저희들에게 종종 막걸리를 사주기로 약속하셨습니다.

‘더나은미래 팬’을 자처하는 한 교수님은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위한 조언을 직접 설계해주시기도 하고, 나눔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신 국내 최고의 경영대학원 교수님은 틈날 때마다 언론사 경영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로 약속하셨습니다. 기업 사회공헌팀과 비영리단체의 많은 이해관계자분 또한 ‘더나은미래 프렌즈’로서 진정성 어린 조언을 해줍니다.

배는 고픈데, 또 한편 배가 부릅니다. 어떻게 우리 사회의 공익 분야 지평을 키워낼지 아직 막막하지만, 이런 도움의 손길 덕분에 이번 마감에도 열심히 노를 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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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콘텐츠의 시대 /archives/12858 /archives/12858#respond Tue, 26 Apr 2016 14:38:20 +0000 http://betterfuture.kr/?p=12858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콘텐츠의 시대는 가고 플랫폼의 시대가 왔다.’ 수년 동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국내 언론사 중 톱이라는 조선일보 기자들조차 ‘포털의 뉴스 편집자보다 못한 신세’라고 자조적으로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IT 비즈니스의 원리는 이랬습니다. “일단 사람을 많이 모아라. 비즈니스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네이버, 카카오톡을 봐라.” 이런 마당에 좋은 콘텐츠를 우직하게 만드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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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콘텐츠의 시대는 가고 플랫폼의 시대가 왔다.’

수년 동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국내 언론사 중 톱이라는 조선일보 기자들조차 ‘포털의 뉴스 편집자보다 못한 신세’라고 자조적으로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IT 비즈니스의 원리는 이랬습니다.

“일단 사람을 많이 모아라. 비즈니스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네이버, 카카오톡을 봐라.”

이런 마당에 좋은 콘텐츠를 우직하게 만드는 건 마치 중세시대 성 안에만 머물러 있던 수도승 취급받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구글), 페이스북 등 소위 사람들을 모으는 플랫폼들이 많아지면서 플랫폼 간의 경쟁이 심해져서일까요. 이용자를 오래 붙들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찾는 플랫폼 기업도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는 많이 부족합니다. 뉴스만 봐도 기존 언론 매체는 비슷비슷한 팩트 보도가 많아 차별점이 부족하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터넷 매체의 경우 보도자료 베끼기 수준을 넘기는 기사를 찾기 힘들지요. 블로그는 순수성을 상실해, 블로거의 글이 진짜인지 마케팅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제법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콘텐츠 제작자는 소위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립니다. ‘양띵(YD)’이라는 아프리카TV BJ이자 유튜브 콘텐츠 창작자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장래 희망’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제 딸은 웹툰 ‘조선왕조실톡’의 강력한 팬이기도 합니다. 콘텐츠 하나만 잘 만들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더나은미래’ 또한 요즘 여러 곳에서 콘텐츠 제휴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6년째 공익 콘텐츠만 꾸준히 내고 있으니, 희소성을 인정받는 것일까요.(저희는 ‘프리미엄 콘텐츠라서 그렇다’고 자뻑합니다!) 아니면 이제 뉴스의 ‘팩트’를 넘어 ‘관점’을 찾는 독자군이 생긴 걸까요. 플랫폼을 넘어서는 강력한 공익 콘텐츠가 더 많아져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하고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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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NGO 살리는 기부종잣돈 /archives/12438 /archives/12438#respond Mon, 11 Apr 2016 22:22:28 +0000 http://betterfuture.kr/?p=12438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가끔 비영리단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면 저는 ‘열혈교사 도전기’라는 책을 꼭 권유합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비영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설립한 웬디 콥의 이야기입니다. 미 명문대 졸업생을 선발해 2년간 도심 빈민 지역의 공립학교 교사로 봉사하도록 하는 사업으로, 교육 개혁을 이끈 인물입니다. 우연히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후 초기에 운영 자금을 모금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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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가끔 비영리단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면 저는 ‘열혈교사 도전기’라는 책을 꼭 권유합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비영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설립한 웬디 콥의 이야기입니다. 미 명문대 졸업생을 선발해 2년간 도심 빈민 지역의 공립학교 교사로 봉사하도록 하는 사업으로, 교육 개혁을 이끈 인물입니다. 우연히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후 초기에 운영 자금을 모금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는 ‘미국 NGO도 한국과 비슷하구나’였고, 또 하나는 ‘신생 NGO가 말라죽지 않도록 기부 종잣돈을 주는 곳이 미국엔 많구나’였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과연 이 NGO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을까요. 최근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사회 혁신 프로젝트에 총 30억원을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 설명회에 500명이나 몰렸다고 하지요. ‘공익 기금’이 부족하다 못해 말라버린 국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국내에 기업 사회공헌 자금이 3조원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비지정 기부금’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에 가보니 그곳에는 미국 전역에서 나오는 ‘그랜트(Grant·기금)’ 정보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홈페이지에 올라오더군요. 공익 목적의 사업을 하고자 하는 NGO와 기금을 잘 쓰고 싶은 기업 재단이 만나는 투명한 ‘정보 거래장터’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이 장터가 열리기 위해선 기부자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공익 기금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은 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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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아동학대, 정부가 나서라” /archives/11658 /archives/11658#respond Mon, 28 Mar 2016 20:00:45 +0000 http://thebetterfuture.cafe24.com/?p=11658 아동학대 현장 20년, 굿네이버스 김정미 아동권리사업본부장 “아동 학대 최근 이슈됐지만 언론에 보도 안된 사건도 많아… 아동 학대의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자녀 양육기술 부족, 최소 産前 부모교육 의무화해야… 우리나라 아동보호전문기관 민간 NPO 위탁 운영 시스템, 상담사 트라우마 치료까지 민간이 부담… 과연 맞는 일일까”“행방불명 19명 외에도… 호적 없이 고시원 전전하는 아이들 많아” 엄마들에겐 조금씩 죄책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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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현장 20년, 굿네이버스 김정미 아동권리사업본부장

“아동 학대 최근 이슈됐지만 언론에 보도 안된 사건도 많아…
아동 학대의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자녀 양육기술 부족,
최소 産前 부모교육 의무화해야…
우리나라 아동보호전문기관 민간 NPO 위탁 운영 시스템,
상담사 트라우마 치료까지 민간이 부담… 과연 맞는 일일까”
“행방불명 19명 외에도… 호적 없이 고시원 전전하는 아이들 많아”

엄마들에겐 조금씩 죄책감이 있다. 울거나 떼쓰는 아이에게 가끔 화도 내고, 신경질도 부린다. 아이를 너무 사랑함에도 그렇다. 아동 학대 사건이 터지면, 엄마들은 분노로 치를 떨지만 또 그만큼 안타까워한다. ‘그 부모와 아이들은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 하고. 아동 학대가 핫 이슈로 떠오르다가 식은 게 벌써 몇 차례다. 극악무도한 사건 중심의 뉴스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동 학대 이슈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간다. 이런 밀물과 썰물을 무려 20년째 경험한 사람이 있다. ‘아동 학대’라는 말이 법에 명시되기도 전인 1996년부터 매 맞고 죽어나가는 아이들 곁을 지켜온 ‘엄마’, 김정미(46)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범정부 아동 학대 예방·근절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말한 22일, “아동 학대라면 며칠 밤이 새도록 얘기할 수 있다”는 그녀와 마주앉았다.

조선영상미디어_사진_아동학대_김정미_201603
아동학대 현장에만 20년 동안 있어 온 굿네이버스 김정미 아동권리사업본부장

-예전에 아동 학대 취재를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을 만나고 온 취재기자가 “현장에 너무 충격적인 사례가 많아, 그걸 보고 나니 도저히 아기를 못 낳을 것 같다”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더라. 어떻게 20년씩이나 있었나.

“뭘 몰랐으니까. 1996년 굿네이버스 아동 학대 상담센터가 문을 열었는데, 발령받고 나서야 실감이 나더라. 한번은 다섯 살짜리 아이가 아버지한테 몇 시간 동안 맞아서 머리부터 발등까지 피부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병원 치료를 끝내고 나니 아이를 보낼 곳이 없었다. 일시보호소는 오후 4시 반 넘으면 아이를 안 받고, 보육원에 보내려면 절차 밟는 데 한참 걸린다. 결국 우리 집밖에 없었다. 불안에 떠는 아이를 내가 침대에서 데리고 자고, 남편이 우리 딸아이를 재웠다. 상담원들이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 2001년 봄에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쉼터가 만들어졌으니까.”

-자식 있는 엄마이다 보니, 이런 사례를 한 건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 터질 것 같다. 근데 꽤 담담하다.

“처음엔 목이 메고 화가 나서 목소리가 막 올라갔는데, 이제는 덜하다. 구출돼 치료받고 좋아진 아이들을 자주 봐와서 그렇다. 아까 그 아이는 성추행도 당했는데, 처음 몇 개월은 말없이 그림만 그렸다. 형태 없이 두 가지 색깔을 막 칠하더라. 소아우울증, 만성 스트레스 증후군이었다. 5개월이 지나니까 말문을 열었다. 우리 아이들은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많이 본다.”

-최근 끔찍한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데, 예전보다 더 심각해지는 건가.

“아니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아동 학대 사건 중 끔찍한 것도 많다. 극소수만 보도된다. 최근 국민의 ‘아동 학대 민감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흔히 언론에 나온 끔찍한 학대 사건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가정 내 학대가 많다. 한 부모가 자기 아이를 학대한 어린이집 교사를 신고했다. 조사하다가 아이한테 ‘혹시 너를 아프거나 힘들게 한 사람이 있니’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엄마가 나를 때렸어요’라고 했다. 부모한테 확인하니, 난리가 났다. ‘어린이집 교사 조사하랬지, 왜 부모인 나를 조사하느냐’고. 나는 부모니까 아이에게 함부로 하는 건 당연하고, 타인에 대해서만 엄격한 경우도 많다.”

-아이들을 학대하는 이유, 그 부모의 심리는 무엇인가. 가난하고 사는 게 힘들어서인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부모에게서 학대가 더 많이 발견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를 양육하는 기술이 부족해서다. 부모가 되기 전, 자기 부모한테서 보고 듣고 자란 양육 모델밖에 없지 않나. 이후 부모 역할을 학습해볼 기회도 없다. 이뿐 아니라 부모 자신이 성장 과정에서 가진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이를 학대한다. 분노, 실패감, 우울, 위축되어 있는 자아가 내 안에 있다고 하자. 근데 막 태어난 갓난아이가 자꾸 운다. 아이는 울음으로 자기의 요구 사항을 표현한다. 사랑의 눈길로 봐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다. 아이가 기저귀에 똥을 싸도, 습진이 생겨도 무기력하게 그냥 두는 엄마도 많다. 한번은 아동 방임으로 신고된 집을 찾았는데, 방 안의 이불을 들춰보니 죽은 쥐와 쥐똥이 바닥에 가득하더라. 이 외에도 회사 CEO나 오피니언 리더처럼 겉으로 멀쩡하지만, 집안에서 무척 권위적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 유형도 있다. 10년 전부터 계속 얘기해온 건데, 최소한 아이를 낳기 전 ‘산전(産前) 부모 교육’은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김정미 본부장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충격적인 아동학대사례가 무척 많다"며 "아동학대야말로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열변을 토했다.
김정미 본부장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충격적인 아동학대사례가 무척 많다”며 “아동학대야말로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열변을 토했다.

-아동 학대가 아예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사건이 재발돼선 안 되지 않나. 그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처음 업무를 할 땐 자괴감이 엄청났다. ‘이 아이한테 도움 줄 게 없구나’ 하는 벽을 너무 많이 느꼈으니까. 내가 막무가내 같은 성격이다. 부모한테 욕먹고 몸싸움하는 한이 있어도, 학대 부모로부터 아이를 구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다. 근데 한 아이가 그러더라. ‘선생님이 뭔데 나랑 엄마를 떼어놓느냐’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아이는 엄마한테 수도 없이 맞고, 깨물리고, 살이 찢겼던 애였다. 당시엔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도 약해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됐다. 아이 아빠는 ‘판사도 잘못 없다고 풀어주는데, 너희가 무슨 권리로 애를 빼앗아가느냐’며 휘발유통 들고 사무실에 쳐들어왔다. 겁이 나더라. 그래도 아이를 안 보냈다. ‘우리한테 저럴 사람이면, 이번에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이는 너무 오래 학대를 받아서 심리치료 기간도 길었다. 국가 예산도 없어 굿네이버스에서 후원금을 끌어다 아이 심리치료 비용도 댔다. 근데 아이가 날 원망하더라. ‘선생님 때문에 엄마랑 못 살게 됐다’고. 이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부모로부터 아이를 분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이 업무를 오래 하면 할수록, ‘아동 학대는 정말 복잡하고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구나’ 싶다. 한 아이 인생과 그 가정 전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부담이 크다.”

-지금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등 민간 비영리법인에서 위탁받아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아동 학대 업무가 워낙 강도가 세고 힘들다 보니, 민간에서 이를 운영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 최근 한 지역에선 “도저히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맡기 힘들다”며 반납했고, 지자체에서 5차례나 위탁을 공고했음에도 맡겠다는 곳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을 계속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외부에선 이런 사정을 거의 모른다.

“우리 상담원들 너무 불쌍하다. 어제 지역의 한 상담원과 통화했는데, ‘학대 부모로부터 아이를 분리하려고 했다가 엄마한테 겁나게 맞았다’고 하더라. 학대 부모가 조폭이어서, 사무실에 ‘덩치’들을 보내 협박을 한 경우도 있었다. 상담원은 그 일로 너무 놀라 문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려서 아예 일을 그만뒀다. 스트레스성으로 몸에 마비가 와서, 일을 그만둔 상담원도 있다. 국가도, 지자체도 예산이 없어 상담원들 트라우마 치료는 생각조차 못한다. 최근 굿네이버스는 법인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 상담원들의 치료비를 책정했다. 사실 아동 학대 업무 현장을 못 떠나는 건 책임감 때문이다. 지금도 행방불명된 초등학생·중학생이 19명이나 된다는 소식에 밤잠이 안 온다. 혹시 우리한테 신고가 들어왔던 아이가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다. 그 부담감은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경찰도, 간호사도, 소방관들도 다 교대근무가 있지만, 아동 학대 상담원들은 12~15명 가량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야간 당직 서지만 교대근무는 없다. 주말 당직까지 포함하면 어떤 날은 2주에 한 번 쉴 때도 있다. 이런 상황이니 다들 현장을 떠나려고 한다. 지금도 인사 시즌이 오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 내달라’고 신청한다. 오늘 한 후배 상담원에게 ‘힘들지’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이렇게 답장이 왔다. ‘도망가고 싶어요’라고. 국가가 아동 학대 업무 현장을 이렇게 책임지지 않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그간의 오랜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아동 학대 예방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꼭 바뀌어야 하는 제도는 무엇인가.

“국가가 더 개입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아동 학대 현장을 조사하는 일은 공공이 하고,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지원과 사후돌봄은 민간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현장조사는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누가 학대를 했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안 했는지 등 학대 사실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학대 아동의 심리를 치료하고 가족이 회복되도록 돕는 역할과 전혀 다르다. 지금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한다. 55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국의 학대 아동을 다 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지만 20년 넘게 민간에서 해오던 업무를 곧바로 공공으로 넘기기는 어렵지 않겠나. 아동학대특례법 이후 신고가 들어오면 반드시 경찰과 현장 동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을 대상으로 아동 학대 교육을 하는데 인사이동이 잦다 보니 매번 새로운 사람을 설득해가면서 일해야 한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미취학 아동 외에,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아동 학대 사각지대가 있나.

“학령기 이전의 아동은 더 걱정이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아이들도 꽤 많다. 2014년쯤이었나, 아예 호적도 없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아버지가 빚에 쫓겨 여인숙과 고시원을 전전했었다. 숨어 살다 보니, 아버지가 아이를 방에 가둬놓고 지냈다. 의료보험이 안 돼 병원비만 해도 엄청났다. 임시 주민번호라도 받으려면 법원에 가야 하는데, 빚 때문에 아버지가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등 문제가 아주 복잡했다. 게다가 아이가 7년 가까이 방에서 혼자만 지내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거나 상호작용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이런 아이들을 ‘쉼터’에서 도맡아 키워야 한다. 학대아동쉼터는 일반 그룹홈과 다르다. 신생아부터 18세 미만까지 학대 아동이 다 있고, 성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도 있다 보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는 국민의 인식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고들 한다. 인식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

“아동 학대를 완전히 막기는 힘들다. 아동 학대는 총체적인 문제라서, 다방면에서 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든 것은 ‘인식 전환’이다. 각각의 단계에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학대의 악순환이 무척 많다. 세대 간 전이(轉移)다.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동이 부모가 되면 또다시 자식을 학대한다. 교육으로 끊어줘야 한다. 아동 발달단계에 맞게 타인에 대한 존중교육을 해야 하고, 혼전교육, 산전교육, 부모교육 등 성인 대상 교육이 더 많아져야 한다. 지금도 부모교육은 많지만, 안 받아도 될 사람만 받는다. 꼭 받아야 할 고위험군 부모들은 아무리 받으라고 해도 안 온다. 의사, 교사 등 신고의무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도 강화돼야 한다. 아동 학대 위험이 높은 가정에 대해, 지역의 복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촘촘한 시스템도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이 늘기는커녕 줄고 있으니. 길거리에서 가끔 ‘제가 해냈습니다. 350억원 확보. 다목적홀 건설!’ 이런 플래카드를 보면 씁쓸하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보다 건물 짓는 게 더 중요한 나라인가 싶어서.”

4시간 동안 김정미 본부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분노와 좌절 사이의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아이를 낳기 전 아동 학대 업무를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아이한테 한 번도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거나 때리지 않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고3, 중2인 두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잊었던 게 생각난 듯 한마디 했다.

“앗, 아까 어떻게 20년 동안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죠. 잘 잊어버려요. 부모님께서 저를 긍정적으로 키워주셨어요. 혹시 ‘내가 아빠니까, 내가 엄마니까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아이를 존중해주세요. 아이를 존중하는 게 항상 드러나야 합니다. 내가 화났다고 함부로 아이한테 퍼붓는 것, 부부싸움하고 나서 아이한테 감정 쏟아내는 것, ‘너 때문에’라고 아이 탓하는 것은 아이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줍니다. 저는 아이들 키우면서 3가지를 지켰어요. 솔직하게 얘기하기, 약속했으면 지키기, 잘못했으면 사과하기.”

참 쉬울 것 같은데 잘 안 되는 일. 바로 ‘좋은 부모 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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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더나은미래와 함께 저도 많이 변했더군요 /archives/11432 /archives/11432#respond Tue, 15 Mar 2016 11:54:05 +0000 http://betterfuture.ufosoft.net/?p=11432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선험적으로 알지 못하는 일들이, 살면서 종종 생깁니다. 서른 살에 아기를 낳고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가 그랬고, 원고지 1000장에 달하는 첫 책을 탈고했을 때가 그랬습니다. 요즘 또다시 이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CEO를 인터뷰해왔고 유명 CEO가 쓴 경제경영서들을 읽었건만, 역시 경험만 한 스승은 없는 것 같습니다. 침대에 머리가 닿기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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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선험적으로 알지 못하는 일들이, 살면서 종종 생깁니다. 서른 살에 아기를 낳고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가 그랬고, 원고지 1000장에 달하는 첫 책을 탈고했을 때가 그랬습니다.

요즘 또다시 이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CEO를 인터뷰해왔고 유명 CEO가 쓴 경제경영서들을 읽었건만, 역시 경험만 한 스승은 없는 것 같습니다. 침대에 머리가 닿기만 하면 1~2분 만에 잠드는 저는 ‘잠이 오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를 잘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에 한숨이 나왔다가, 미래에 대한 설계와 기대감으로 부풀어올랐다가, ‘글쟁이로 평생 살고픈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현실 부정까지 하룻밤에도 여러 번 혼자서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더나은미래는 지난달 성수동 생활을 마감하고 광화문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광화문빌딩 9층에 위치한 사무실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습니다. 기자들과 함께 ‘으쌰 으쌰’ 하면서, 많은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공익 섹션을 만드는 자부심을 갖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좋은 콘텐츠와 프로젝트를 하나씩 선보일 것입니다.

올 초 거인병 앓는 전 농구 국가대표 김영희씨의 기사를 보고, 독자 한 분이 하얀 봉투에 1만원을 넣어서 보내왔습니다. 더나은미래를 만들면서 제 삶은 어딘지 모르게 달라졌습니다. 뭔지 정확하게 설명할 길은 없는데, 예전의 저처럼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 내가 변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지면을 꼼꼼하게 읽는 독자들 또한 마음속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와 ‘가슴’이라고 하지요. 머리와 가슴 사이를 좀 더 가깝게 하고, 명사보다 동사로 살도록 응원하는 게 저희들의 일입니다. 언론사, NGO, 컨설팅연구소 등의 역할이 섞여있어 우리를 어느 장르라고 딱 정의하지 못해서 때로 외롭습니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더나은미래를 지지해주신 독자와 팬 덕분에 힘을 냈듯이,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계속 응원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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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연탄의 추억 /archives/10146 /archives/10146#respond Tue, 12 Jan 2016 06:37:5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10146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 연말, 더나은미래 기자들과 함께 연탄 봉사를 했습니다. 늘 다니는 성수동 지하철역 근처였는데, ‘뒷골목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연탄 때는 집이 딱 두 곳밖에 없다 보니 이런 지역은 오히려 기업에서 ‘그림이 안 돼’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탄을 나르는 우리를 못마땅한 얼굴로 지켜보던 한 노인은 “그 정도면 됐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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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 연말, 더나은미래 기자들과 함께 연탄 봉사를 했습니다. 늘 다니는 성수동 지하철역 근처였는데, ‘뒷골목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연탄 때는 집이 딱 두 곳밖에 없다 보니 이런 지역은 오히려 기업에서 ‘그림이 안 돼’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탄을 나르는 우리를 못마땅한 얼굴로 지켜보던 한 노인은 “그 정도면 됐다”고 면박을 주었습니다. 반면, 중년 아줌마는 우리를 도와 열심히 계단을 오르내리며 연탄을 날랐습니다. 알고 보니 노인은 쪽방 아줌마에게 밀린 월세 독촉하러 온 집주인이었습니다. 쪽방에 혼자 산다는 아줌마는 “작년에는 초봄까지 추웠는데 연탄이 없이 지내다 다리 근육이 마비되기도 했다”며 “연탄 한 장 한 장 땔 때마다 여러분을 생각하겠다”며 고마워했습니다. 그녀의 사연이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기자들에게 “연탄 때 본 적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1년가량 연탄을 때고 ‘곤로’에 밥을 해먹는 고등학교 1학년 자취 시절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연탄을 보니 그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친구와 저는 각각 월세 3만원씩 내고 쪽방에 같이 살았는데, 그 집에는 온갖 군상이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시때때로 부부싸움으로 악다구니를 쓰고 가재도구를 마당에 집어던지는 중년 부부도 있었고,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며 세무대학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독학생도 있었습니다.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저는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잠깐 빠져나와 자취방으로 내달렸습니다. 제 자취집에선 우리 고등학교의 화장실 창문이 다 보이고 친구들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연탄불을 간 후 급히 밀린 손빨래를 하다가 문득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왜 이렇게 가난할까’ 하고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났습니다.

돌이켜 보면 교육의 사다리를 잘 타서 자립을 했고,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온 게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힘들고, 외롭고, 벗어날 길 없어 보이는 캄캄한 터널 속에서도 주변에 누군가 단 한 명만 있다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든, 친척이든, 이웃이든 그 누구든 말입니다. 2016년은 유례없이 불경기라고 합니다. 주변에 명예퇴직한 분들 소식도 많이 들립니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겠지요.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님은 수업 시간 숙제로 “저절로는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찾으라”고 과제를 낸다고 합니다. 권투선수, 자살 미수자 등 평소 못 보는 이들을 인터뷰한 숙제의 결과물을 보면 전혀 다를 것 같은 이들이 의외로 자신과 비슷한 게 많다는 걸 느낀다고 합니다. 우리는 무한한 네트워크 연결 시대에 살지만, 세대와 정치적 지향, 교육, 경제적 수준에 따라 끊임없이 경계가 그어집니다.

그래서 ‘더나은미래’는 2016년 새해 특집으로 ‘1%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청년 기자들에게 주문했습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로 섭외하지 말고, 주변 인물이나 아는 사람 중에서 섭외를 하도록 말입니다. 우리가 만난 50명은 결코 멀리 있는,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좀더 따뜻한 한 해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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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개 일자리 만드는 영국 사회적기업의 비밀 /archives/10106 /archives/10106#respond Tue, 22 Dec 2015 05:17:27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10106 ‘2015 한·영 사회적경제 지원기관 교류 프로그램’ 동행 르포 시민사회 발달되어 자선단체 등의 투자 많이 몰려 수익사업 가능하도록 정부 법적·제도적 지원도 한몫 영국 스코틀랜드 북서부 글래스고(Glasgow).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의 모교 글래스고 대학교가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도 기차와 배를 타고 2시간 30분을 이동하면 더눈(Dunoon)이라는, 쇠락해가는 지역이 나온다. 지난 4일, 방문한 이곳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등장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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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영 사회적경제 지원기관 교류 프로그램’ 동행 르포

시민사회 발달되어 자선단체 등의 투자 많이 몰려
수익사업 가능하도록 정부 법적·제도적 지원도 한몫

영국 스코틀랜드 북서부 글래스고(Glasgow).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의 모교 글래스고 대학교가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도 기차와 배를 타고 2시간 30분을 이동하면 더눈(Dunoon)이라는, 쇠락해가는 지역이 나온다. 지난 4일, 방문한 이곳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등장할 만큼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배에서 내린 지 몇 분 되지 않아 을씨년스럽게 텅 빈 상점이 여럿 눈에 띄었다. 1만5000명이 사는 이곳의 고민은 청년이 떠나고 고령의 은퇴자들만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 지역을 어떻게 활력 넘치게 할 수 있을까.’

사회적기업 지원 기관인 퍼스트포트(Firstport)는 일명 ‘바이털 스파크(Vital Spark)’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해결 열쇠는 바로 ‘사회적기업’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쇼나 네일(Shona Neil) 프로그램 매니저는 “초기 자금(Seed funding)을 1인당 최대 5000파운드(9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며 “허브 공간을 만들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비즈니스 기본 교육도 한다”고 말했다. 사용하지 않는 정원을 기부받아 야채농장을 만드는 기업(Fuss Pot Farm), 자폐아 부모를 위한 교육 서비스 전문기업(Inspired by Autism), 장애인용 목발 거치대가 있는 저렴한 전동휠체어 제조기업(ZERO Limits) 등 15명이 사회적기업의 첫 단추를 꿰었다. 지역의 비영리단체 활동가에 가까운 이들은 “우리 지역을 되살리겠다”는 포부로 사회적기업 CEO로 변신했다.

영국 사회적기업 ‘빅이슈’ 창립자 존 버드의 제안으로 시작된 홈리스 월드컵.

◇7만개 영국 사회적기업의 든든한 힘은 쫙 깔린 ‘신뢰자본’

영국 스코틀랜드의 이 작은 마을에까지 뻗친 사회적기업 열풍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 7박 8일 동안 주한영국문화원 초청으로 이뤄진 ‘2015 한-영 사회적경제 지원기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그 배경을 들여다봤다.

현재 영국의 사회적기업은 7만개나 된다. 2400만파운드(420억원) 정도 매출 규모를 갖고 있으며,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크게 성장하는 분야다. GDP의 4%, 전체 일자리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성장에 기여하는 건 바로 든든한 ‘신뢰자본’들이다. 폴라 우드먼 영국문화원 사회적기업 프로그램 고문은 “2002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언리미티드(UnLtd),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2년 조성된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 등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언리미티드는 복권기금 1억파운드(1700억원)를 투입,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은행 휴면계좌 등을 활용한 6억파운드(1조5000억원)를 투입해 사회적기업 지원에 쓴다.

사회적기업의 성장 단계별, 종류별 인큐베이팅이나 지원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기술(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사회적기업을 키우는 인큐베이팅 기관 ‘캐스트(CAST)’의 키에론 커클런드(Kieron Kirkland) 공동디렉터는 “기업마다 성장 단계별로 투자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구간이 발생하는데, 우리는 그 갭을 매워준다”고 말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술기업에 주로 투자하는데, 화가 났을 때 호흡 조절을 통해 진정시키는 모바일 게임, 고령의 부모와 떨어져 사는 자녀를 연결시키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이 그 예다.

베스널 그린 벤처스(Bethnal Green Ventures)는 아예 초기 단계 소셜벤처 65개팀을 지원하고 있다. 비키 기번스(Vicki Gibbons) 매니저는 “사업 초기에 1만5000파운드(2600만원)를 운영 자금으로 투자하고, 3개월 동안 사무 공간, 멘토링 등을 제공한다”며 “주요 투자 분야는 보건, 지속 가능성, 교육, 민주주의&사회 분야 기업”이라고 말했다.

전기 에너지를 공유하는 플랫폼 기업 ‘오픈 유틸리티(Open Utility)’,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구매를 도와주는 기업 ‘포지션 다이얼(position dial)’, 노동 착취를 하는 광산이 아닌 윤리적인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스마트폰 기업 ‘페어폰(Fairphone)’ 등에 투자했다. 비키씨는 “페어폰은 매주 100만파운드(17억원) 정도 판매되고 있는데, 아직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며 “향후 10년까지는 수익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엄청난 ‘인내 자본’인 셈이다. 이번 교류 프로그램에 동행한 조영복 부산대 경영대학장은 “영국은 시민사회가 발달하다 보니 기존의 많은 채리티(charity)나 재단(foundation)의 자금이 사회적기업 쪽으로 점차 몰리는 상황”이라며 “이것이 영국 사회적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①커피전문점이나 아동 돌봄서비스 등 신생 사회적기업에 매뉴얼을 지원하는 디토(ditto) 프로젝트. ②쇠락한 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스파크 프로그램’. ③주한 영국문화원 초청 방문팀이 지난 12월 초 의회를 방문, 영국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을 들었다. /각 사 제공

◇사회적기업 조달 배려하는 정책적 뒷받침

한 축이 ‘신뢰자본’이라면, 다른 한 축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다. 사회적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법적인 기반을 마련해주고 판로를 개척해주는 매우 디테일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05년 회사법 내에 ‘지역공동체이익회사(CIC·Community Interest Company)’라는 법인 형태를 포함시켜 상법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비영리기관이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수익 사업이나 주식 발행을 통한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단, 이윤과 자산은 지역 공동체에 귀속되어야 한다). 2005년 200개에 불과하던 CIC는 2014년 9871개로 늘었다.

피터 홀브룩(Peter Holbrook) 영국사회적기업협회 대표는 “2013년에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외주 사업이나 물품 조달에서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가치법(Social Value Act)’이 발효됨으로써 크나큰 전기가 마련됐다”며 “영국 정부는 43% 정도가 공공조달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데, 사회적가치법은 사회적기업 육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사회적기업 지원단체 CEIS 제리 히긴스(Gerry Higgins) 대표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지난해 ‘사회적기업공공조달법'(공공섹터의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할 때 최소 1년 전에 웹사이트에 공지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돼 발효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한편,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기업 교육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사회적기업 아카데미의 샌드라 이언(Sandra Ewen) 대표는 “2007년 10개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700개 학교에서 진행 중”이라며 “사회적기업 창업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와 사회적 이익을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접목하는 등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사람을 키우고, 자금 생태계를 조성하고, 법적 뒷받침을 해준 덕분일까. 이번 교류 프로그램 중 만났던 사회적기업 해크니 커뮤니티 운수(HCT·Hackney Community Transport) 그룹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2014년 말 현재 차량 500대, 종업원 930명, 연간 4372파운드(약 74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33년 전인 1982년 미니버스 2대와 직원 2명만 있던 비영리단체에서, 1995년 사회적기업으로 변신한 후 매년 20~25%씩 매출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다이 파웰 대표는 “지자체 보조금이나 후원금에 의지하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영리 기업 형태로 자립하기 위해 갖은 진통을 겪었지만, 지금은 유럽의 다국적기업과 경쟁해서 입찰을 따낼 만큼, 치열한 경쟁에서 고품질 서비스로 살아남았다”고 했다.

런던, 글래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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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2주짜리 인생 /archives/10092 /archives/10092#respond Tue, 22 Dec 2015 05:01:45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10092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얼마 전 만난 기업 사회공헌팀 관계자가 이렇게 묻더군요. “더나은미래 팀은 어떻게 그리 열정적인가요?” 곰곰이 생각하다 “헝그리 정신이 살아있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의 삶이란 게 늘 그렇듯이, 밤낮이 없고 취재가 있으면 주말에도 현장에 나갑니다. 게다가 더나은미래는 섹션 발행뿐 아니라 대학생 공익기자를 양성하기 위한 멘토링도 하며, 비영리리더를 위한 교육과정에도 나서서 홍보 관련 멘토링도 합니다. 책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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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얼마 전 만난 기업 사회공헌팀 관계자가 이렇게 묻더군요.

“더나은미래 팀은 어떻게 그리 열정적인가요?”

곰곰이 생각하다 “헝그리 정신이 살아있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의 삶이란 게 늘 그렇듯이, 밤낮이 없고 취재가 있으면 주말에도 현장에 나갑니다. 게다가 더나은미래는 섹션 발행뿐 아니라 대학생 공익기자를 양성하기 위한 멘토링도 하며, 비영리리더를 위한 교육과정에도 나서서 홍보 관련 멘토링도 합니다. 책자도 발간하고, 콘퍼런스 준비도 하고, 공익사업 기획도 직접 합니다. 일도 많고 피곤할 텐데, 더나은미래 기자들은 참 씩씩하고 열정적입니다. 내년 더나은미래가 온라인, 모바일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데, 모두 자기가 CEO인 양 아이디어를 냅니다. 다혈질 편집장인 저는 마감 때면 모질게 기자들을 몰아붙입니다. 마음에 안 드는 기사는 다시 쓰게 하고, 취재가 부실하면 “왜 그것밖에 못 하느냐”고 구박합니다. 마감이 끝나면 항상 후회하지만, 2주마다 늘 ‘도돌이표’입니다.

12월 초, 영국 출장을 가느라고 마감 때 완전히 지면에서 손을 뗐습니다. 불안했지만 눈을 딱 감았습니다. 돌아와 보니, 멋진 지면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편집장의 빈자리를 메워준 팀원들을 보는데, 어느새 성큼 자란 자식을 보는 것처럼 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이번 송년호 마지막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그동안 고생한 우리 기자 5인방입니다. 때때로 ‘이 지긋지긋한 2주짜리 인생’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어디 퀄리티 높은 공익 콘텐츠 없는지’ 매일 고민하고, 마감 때면 밤새워가며 원고 쓰는 기자들입니다. 내년에도 더나은미래는 이 든든한 기자들 덕분에 잘 굴러갈 것 같습니다. 어려울수록, 식구들이 더 소중한 법입니다. 유례없는 불경기가 예상되는 2016년이지만, 더나은미래 팀은 할 일이 많아 계속 바빠질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관심과 배려로 저희를 지지해주신 독자 여러분,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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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生 외면하면 생존 힘들다”… 지속가능성에 눈 돌리는 글로벌 기업들 /archives/10086 /archives/10086#respond Tue, 22 Dec 2015 04:56:14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10086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칩 피츠 스탠퍼드대 교수 대담 대기업 동반성장 부서, 2010년 25개에서 올해 78개로 늘어나 경제 발전 혜택을 재벌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뜨리는 역할 하는 게 CSR ‘갑을(甲乙)’ 논란으로 뜨거웠던 올해, 대기업의 ‘상생’ 점수는 몇 점일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출범 5주년을 맞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안충영 위원장과 동아비즈니스포럼 참석차 한국에 방문한 칩 피츠(Chip Pitts) 스탠퍼드대 교수를 초청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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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칩 피츠 스탠퍼드대 교수 대담

대기업 동반성장 부서, 2010년 25개에서 올해 78개로 늘어나
경제 발전 혜택을 재벌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뜨리는 역할 하는 게 CSR
동반성장 트렌드와 전망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8일 만난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과 칩 피츠(Chip Pitts) 스탠퍼드대 교수는 3시간 넘게 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동반성장이야말로 저성장 국면에 있는 전 세계 시장에 꼭 필요한 키워드”라고 입을 모았다.

‘갑을(甲乙)’ 논란으로 뜨거웠던 올해, 대기업의 ‘상생’ 점수는 몇 점일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출범 5주년을 맞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안충영 위원장과 동아비즈니스포럼 참석차 한국에 방문한 칩 피츠(Chip Pitts) 스탠퍼드대 교수를 초청해 한국과 미국 등 선진국의 동반성장 이슈를 공유하는 특별대담을 가졌다.

안 위원장은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규제개혁위원장을 거친 정통 경제학자로 지난해 8월부터 동반성장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칩 피츠 교수는 노키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BHRRC) 등에서 주요 이사직 및 자문위원을 맡아 활동하며 30년 넘게 지속가능경영, 기업과 인권, 좋은 지배구조 등을 연구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전문가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담에서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전우(戰友)’처럼, 동반성장에 대한 열의를 숨김 없이 내비쳤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우선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경기 침체가 유례없이 심각한 지금, 동반성장이 다른 이슈보다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충영(이하 안)=지금 한국 경제는 저성장, 저고용, 소득 양극화 등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업 문제가 발생하고, 소상공인 생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만큼, 중소기업의 건강한 발전 없이는 내수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 대기업의 기술력·자본력·글로벌 네트워크, 중소기업의 유연성, 벤처의 창의성 등 세 가지를 접목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융·복합 시대의 신(新)성장동력은 유기적인 네트워킹에서 비롯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윈윈(win-win) 지점을 찾는 것은 사회 갈등 현상을 치유하고, 한국을 선진국에 진입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칩 피츠 스탠퍼드대 교수

칩 피츠(이하 피츠)=100% 공감한다. CSR은 경제 발전의 혜택이 대형 재벌 기업뿐만 아니라 주주, 공급업체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고루 퍼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최근 뜨고 있는 ‘공유경제’ ‘순환경제’란 키워드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해로운 물질을 버리고 지속 가능하고 인체에 좋은 제품을 함께 만들어낼 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만들어진다.

=2010년 대기업의 동반성장 전담부서가 25개에서 올해 78개로 3배 이상 늘어난 것만 봐도, 상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수익을 사회에 단순히 환원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해가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피츠=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포드(Ford)’를 창설한 헨리 포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직원들에게 일정 수준의 급여를 주는,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경영 정책을 폈다. 직원들이 차를 구매해야 경제가 돌아갈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이게 바로 CSR이다. 생각해보라. 대기업만 돈을 벌면 중산층이 줄고, 서민층이 늘어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가 줄고 비즈니스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 재벌 및 대기업에 필요한 것은 동반성장을 위한 마인드셋(Mind-set)이다.

-동반성장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한 사례는 무엇인가.

피츠=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에 발맞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NGO 파트너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비즈니스에 접목시키고 있다. HP는 병원·NGO와 협력해서 전기나 인터넷이 없어도 작동되는 프린터를 개발했고, 실제로 많은 생명을 살렸다. 멕시코의 식음료 회사인 빔보(Bimbo) 그룹은 소상공인과 공급자를 대상으로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파타고니아는 국제노동기구(ILO)와 함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환경오염 물질 등 위험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직원들의 몰입도와 생산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유제품 기업인 스토니필드 요거트(Stoneyfield Yogurt)는 영양 전문 NGO와 함께 파트너 기업인 맥도널드, 바스프(BASF) 등의 밸류체인(value chain·공급망 사슬)을 지속 가능한 절차로 바꾸는 작업을 돕고 있다.

=동반위는 매년 최우수·우수·양호·보통 등 4단계로 나눠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삼성전기가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에 제품 개발을 위한 R&D 비용과 대기업의 전문 인력을 파견해준다. 이를 통해 성능 좋은 제품이 개발되면 무조건 구매해준다.

동반성장 점수가 가장 높아진 기업은 현대미포조선으로, 2011년 최하 등급에서 2012년 최우수로 껑충 뛰어올랐다(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엔 2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동반성장 담당자는 출입국 심사 때 수속 절차를 면제해준다).

한국에도 기술 및 자금을 지원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15 엠넷(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 중소기업의 제품을 전시할 공간을 제공했는데, 현장에서 상담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방한한 CSR 관련 석학들이 해외의 성공 사례를 워낙 많이 소개해서 케이스스터디는 잘돼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흐름이 실제로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지 늘 궁금했다.

피츠=최근 3대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더불어 ‘지속 가능성’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갤럽, 이코노미스트, UNGC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CEO의 70~80%가 ‘비즈니스의 미래는 지속 가능성과 떨어질 수 없다’고 답했다. 15년 전과 달리 이젠 UNGC 총회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비롯한 지속 가능성 이슈를 핵심 어젠다로 선정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불평등은 저성장을 초래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 기업 오너들의 마인드셋이 정말 중요하다. 각 사업부서의 매출 향상 기여도에 따라 직원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오너들이 동반성장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

피츠=예전엔 소외계층을 배제하고 사업을 했다면, 이젠 해당 계층을 포함시켜 비즈니스를 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빔보, 나이키, 네슬레 등은 의사 결정권을 갖는 이사진에 여성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사례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성공 모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 역시 여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남성적 리더십보다 여성의 리더십 스킬이 성공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동반성장을 방해하는 기업 내부 요인은 무엇일까.

피츠=’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저술한 경영학자 짐 콜린스를 비롯해 많은 교수가 ‘대기업의 오만함이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 분석하고 있다. 기존 경영 철학의 핵심이 ‘경쟁’이었다면 이젠 ‘협력’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때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어떤 CSR 활동을 하더라도 사회적 이익과 가치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에도, 사회에도 이익이 돌아간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전자제품 중에 위험 요소를 가진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중소기업이 기존 상품의 독성 물질을 배제시키는 친환경 비즈니스를 한다면, 새로운 사업 모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만 창출하는 기존의 비즈니스 철학이 문제다. 당장 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과 지역사회로부터 배척받게 된다. 중소기업과 사회가 추구하는 공동의 선(善)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창출해내는 방향으로 한국 기업들이 눈을 뜨길 바란다. 이를 촉진하는 게 동반위의 시대적 소명이라 생각한다.

-동반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동반성장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도 대다수 기업이 동반성장 부서를 회사의 이익 창출이 아닌 비용을 쓰는 부서로만 생각한다. 시장경제의 동력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다. 소비자의 인식도 차츰 변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벌였고, 해당 기업의 매출이 10% 떨어졌다. 부도덕한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시장에서 배제될 것이다. 깨어 있는 소비자가 많아져야 하는 이유다.

피츠=남양유업은 불공정거래가 밝혀진 직후 1년 새 주식 가격이 3억4460만달러(약 4056억원) 하락했고, 세계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를 낸 영국 석유회사 BP는 합의금·벌금 등으로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폴크스바겐 역시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난 20년간 100개 이상의 기업을 연구하면서, 이처럼 사회적 가치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한 기업이 없어지거나 큰 타격을 입는 경우를 많이 봤다. 동반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CEO의 ‘마인드셋’이다. 단순히 부정적인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걸로 봐야 한다.

또한 현장을 잘 아는 중소기업, NGO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하는 것은 비용을 절약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후지제록스(Fuji-Xerox)는 파트너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4000만달러(약 471억원)의 비용을 절약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언론 및 저명인사들이 동반성장 및 CSR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3시간에 걸친 대담이 끝날 무렵, 두 사람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이렇게 입을 모았다. “저성장·저고용의 해법은 동반성장에 있습니다.”

진행=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정리=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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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버리니 신선하더군요… 의전 사라진 콘퍼런스 /archives/9940 /archives/9940#respond Tue, 24 Nov 2015 01:01:06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940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3일의 금요일, 다음세대재단 ‘2015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ChangeON(이하 체인지온)’에 가려고 대전행 KTX에 올랐습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며 ‘대전까지 내려가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비영리, 미디어, 플랫폼, 혁신, 미래 등 요즘 고민하는 키워드가 담긴 강연 속에서, 제 맘을 울린 건 따로 있었습니다. 하나는 ‘의전도 없고’ ‘내빈 소개도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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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3일의 금요일, 다음세대재단 ‘2015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ChangeON(이하 체인지온)’에 가려고 대전행 KTX에 올랐습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며 ‘대전까지 내려가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비영리, 미디어, 플랫폼, 혁신, 미래 등 요즘 고민하는 키워드가 담긴 강연 속에서, 제 맘을 울린 건 따로 있었습니다.

하나는 ‘의전도 없고’ ‘내빈 소개도 없고’ ‘식전 사회자도 없는’ 특이한 진행 방식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익숙해진 우리의 행사 진행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화면 속 텍스트와 영상이 사회를 대신하더군요. 내빈 소개 대신, 특이한 참가자를 현장 생중계하니 마치 참가자들이 콘퍼런스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구청장배 줄넘기 대회에 참가한 딸아이를 따라갔다가 30분간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듣고 박수 치느라 파김치가 되었는데, 이런 탈권위적인 시도가 새삼 반가웠습니다.

또 하나는 비영리 대상 IT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인 ‘업리프(Upleaf)’ 공동 창업자 엘리자베스 비시의 발표였습니다. 그녀가 직접 방한하는 대신, 영상을 활용해 사전 인터뷰를 한 후 이를 텍스트로 번역해서 영상 발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요즘 콘퍼런스가 봇물을 이루다 보니, 웬만한 해외 연사들의 방한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기대에 차서 콘퍼런스에 가보면, 엉망진창인 동시통역 때문에 짜증날 때도 많고, 관객 수준에 맞지 않게 기초이론만 늘어놓아 실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객 수준을 예측한 정확한 질문, 제대로 된 번역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맞춤형 발표’를 듣게 돼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픈 세션을 통해 평범한 참석자들이 ‘비영리와 미디어’를 주제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네티즌 투표를 통해 선정된 발표자 5명은 스타트업 창업자, 블로거, 지역 혁신가 등 다양했습니다. 어설프지만 열정에 찬 이들의 발표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로봇공학자인 한재권 한양대 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님은 미래를 이렇게 예측하더군요.

“빠르면 5~10년 안에, 구글의 ‘셀프 드라이브 차’가 택시 산업에 투입될 것이다. 앱을 켜서 내 위치로 택시를 부르고, 택시 안은 응접실처럼 넓고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며, 택시비는 절반값이다. 이렇게 되면 택시기사는 모두 다른 직업을 찾아나서야 한다. 로봇의 반대말은 뭘까? 사람이다. 로봇이 사람과 경쟁하고 협업하는 시대가 될수록, 우리 사회엔 휴머니티가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권위 있는’ 걸 좋아합니다. 힘이든, 돈이든, 명예든, 사회를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에 대한 기대일 겁니다. 하지만 SNS와 미디어 혁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정보 비대칭의 해소, 이는 결국 우리 사회를 한층 투명하고 평등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 콘퍼런스에서 만난 NGO 관계자들과 홍합 짬뽕을 먹으며 ‘세상이 정말 빨리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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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경쟁의 그늘 /archives/9782 /archives/9782#respond Tue, 27 Oct 2015 06:07:59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782 대학생 기자단을 멘토링할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소위 ‘스카이(SKY)’라 불리는 명문대생들이 언론사 입사라는 치열한 바늘구멍 뚫기 경쟁을 하면서 고민하는데, 해줄 말이 별로 없습니다. “요즘 신문사는 예전 같지 않아. 온라인으로 매체의 주도권이 옮겨간 지 오래야.” 열망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편집장이 아닌, 학부모로서 이들을 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니,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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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단을 멘토링할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소위 ‘스카이(SKY)’라 불리는 명문대생들이 언론사 입사라는 치열한 바늘구멍 뚫기 경쟁을 하면서 고민하는데, 해줄 말이 별로 없습니다.

“요즘 신문사는 예전 같지 않아. 온라인으로 매체의 주도권이 옮겨간 지 오래야.”

열망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편집장이 아닌, 학부모로서 이들을 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니,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미친 듯이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목적지에 안착하기가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그럼 우리 애는 공부시키지 말아야 하나. 아니야. 공부해도 이렇게 힘들다면, 공부 안 하면 더 힘들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겠지요. 이런 패배적인 생각은 경쟁에 뒤처진 일부의 불평불만에 불과하다고 하기엔, 요즘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어떤 분은 그러더군요.

“우리 사회의 온도가 무척 차가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이분은 심지어 대안학교에서도 왕따와 같은 현상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소속감과 안정을 느끼는 공동체가 점점 없어지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가정이라는 마지막 보루조차 많이 깨지고 있으니까요.

변변한 자원 하나 없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장해온 건 분명 치열한 ‘경쟁’의 힘이 뒷받침되었을 겁니다. 무슨 제품이든 누군가 새로운 걸 만들어 히트시키기만 하면, 1등 프리미엄을 몇 달 누리기도 전에 금방 뒤쫓아온 2~3등이 오히려 더 잘나가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하지만 이제 경쟁은 우리에게 그늘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경쟁이라는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경쟁이 아닌 그 무엇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 있을 겁니다. 협력, 공유, 나눔, 공동체, 공익과 같은 용어들 속에서 답이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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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규모 3조로 늘었지만… 질적으론 10년전과 비슷 /archives/9777 /archives/9777#respond Tue, 27 Oct 2015 06:04:05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777 전문가 특별 좌담회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아름다운재단이 국내 매출액 2000대 기업 400곳의 사회공헌 실태를 분석한 결과, 기업 10곳 중 9곳이 사회공헌을 해봤고, 사회공헌 담당자를 두고 있는 기업이 절반을 넘어섰다. 자선·봉사로 시작된 사회공헌이 3조원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지난 10년간 발견된 양적·질적 변화는 무엇일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아름다운재단은 ‘기업 사회공헌 10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전문가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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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특별 좌담회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아름다운재단이 국내 매출액 2000대 기업 400곳의 사회공헌 실태를 분석한 결과, 기업 10곳 중 9곳이 사회공헌을 해봤고, 사회공헌 담당자를 두고 있는 기업이 절반을 넘어섰다. 자선·봉사로 시작된 사회공헌이 3조원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지난 10년간 발견된 양적·질적 변화는 무엇일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아름다운재단은 ‘기업 사회공헌 10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전문가들과 함께 기업 사회공헌의 향후 10년을 그려보는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김기룡 플랜엠 대표, 김도영 CSR포럼 대표(SK브로드밴드 사회공헌팀장), 김종대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김현아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장, 한동우 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지난 19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아름다운재단은 ‘기업 사회공헌 10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전문가들과 함께 기업 사회공헌의 양적, 질적 성장을 진단하는 특별좌담회를 열었다.

사회=국내 기업 사회공헌의 지난 10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동우=기업 사회공헌의 10년치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평균 참여율은 90%, 그중 이듬해에도 사회공헌을 지속하는 기업이 92%로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사회공헌이 늘고 있고,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건 분명하다. 그동안 ‘한국 기업 사회공헌은 대기업 12곳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기업 편중이 심했는데, 최근 중소기업으로까지 사회공헌이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의 기부금은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과 관련성이 높은 반면, 중소기업은 이익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기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룡=현장에서 느끼기에 사회공헌의 양적 성장은 수치상으로 나타나지만, 질적으론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공헌 테마와 해결하려는 사회문제는 달라졌지만, 프로그램은 비슷하다. 다만, 결식 아동을 돕기 위해 행복도시락, 도너스캠프 등 솔루션이 나왔고 그 후에 정책적으로 바우처 제도가 실시된 사례에서도 보듯, 기업 사회공헌이 다문화, 사회적기업, 교육 등 시대 변화에 맞게 대응하려는 노력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도영=지난 10년은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다양한 실험 과정이었다. 10년 전에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자였다면, 이제는 기업가 정신의 근본 속성과 방법론을 사회문제 해결에 접목하려고 시도한다. 대표적인 게 사회적기업이다. 사회공헌 개념도 복지 영역 지원을 넘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로 확대되고 있다.

김현아=비영리단체 입장에서도 기업 사회공헌을 비영리 활동의 재정적 원천으로 볼 것이냐,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로 볼 것이냐를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 중엔 ‘A단체는 이렇게 되는데, 너희는 왜 안 되느냐’며 비교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곳도 많다. 기업과 NPO 간의 파트너십 이슈를 분석할 자료가 충분치 않았던 것도 문제다.

사회=3조원까지 증가하던 사회공헌 규모가 2012년을 기점으로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2012년 3조2534억, 2013년 2조7727억원, 2014년 2조6708억원). 최근 사회공헌 전담 조직 규모가 축소되거나, 사회공헌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업도 많다. 이유가 무엇일까.

김종대=기업 사회공헌의 효과성과 접목되는 심리학적 개념이 바로 ‘귀인이론(歸因理論)’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단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찾는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 대대적으로 기부나 사회공헌을 하는데, 전 세계 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이런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이 본래 해야 하는 것은 윤리적, 도덕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그 과정에서 소셜밸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은 미뤄두고 사회공헌으로 이미지 개선 효과를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CSR로 전략적 혁신을 만들어내려면, 듀폰, GE처럼 기업에 CSR을 전담하는 ‘C레벨(최고경영진)’ 전략가를 두어야 한다.

한동우=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윤리경영, 환경친화경영 등 CSR을 이행하기 어렵다 보니 손쉬운 출구로 기부금을 찾는 기업이 많다. 기업의 책임과 기업가의 책임을 혼동하는 것도 큰 문제다. 상당수 기업 담당자가 록펠러, 카네기,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 미국 유명 재단을 기업 재단으로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모두 기업가가 개인적으로 세운 재단이다. 최근 벌어진 몇몇 대기업 사태 모두 소비자들은 기업의 비윤리성이 아니라 기업가의 도덕성을 꾸짖고 있다. 기업가 개인의 이슈를 기업 돈으로 해결하려 하니 주주, 종업원,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것이다.

김도영=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돌리는 것은 극단적인 것 같다. 사실 기업이 기부금을 내고 사회공헌을 하는 것은 주요 이해관계자의 요청이나 사회적 압력에 의한 경우도 많다. 기업 역시 사회공헌 예산 범위를 정해두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렇게 찾은 해답이 소셜임팩트 창출이고,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 양성인 것 같다. 최근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 가치 창출)가 회자되는 이유도 예전에 없던 사회적 가치와 시장 메커니즘을 접목시킬 방법을 찾는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김종대=CSV는 전략적 CSR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정확히 말하면 네슬레와 마이클 포터가 만나서 만들어낸 하나의 성공 사례에 CSV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한동안 CSR과 CSV의 개념에 대한 논쟁이 많았지만, 이젠 CSV에 환상을 갖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네슬레의 CSV 모델은 정말 훌륭하다. 우리도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는 성공 사례가 많아지길 바란다. 다만 ‘CSR=사회공헌’이란 잘못된 인식이 지속돼온 것은 큰 문제다. 외국엔 사회공헌이란 용어가 없다. 사회공헌은 CSR에 포함된 아주 작은 개념이다. 기업이 진짜 할 일은 CSR인데, 그동안 사회공헌이란 좁은 울타리에 가두고 있었다. (CSR은 지배구조·공정거래·인권·환경·노동관행·소비자·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기업이 지켜야 하는 사회적책임을 일컫는 반면, 사회공헌은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를 위해 되돌려주는 활동이다.)

사회=사회공헌의 장애 요인을 묻는 설문마다 ‘법 제도 미흡’과 ‘정부 및 지자체 지원 부족’이 1위로 꼽힌다. 정부 및 지자체의 역할이 사회공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김기룡=사회공헌 지출 비용이 3조원이라고 하지만, 정부 및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준조세’ 형태의 기부를 제외하면 남는 예산은 얼마 안 된다. 실제로 100억원 단위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컨설팅하는 중에 정부, 지자체에 배정된 돈이 계속 빠져나가다 보니 10%도 안 남더라. 그럼 중장기 전략과 임팩트를 어떻게 만들겠나. 앞에선 기업에 자율성을 주고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다고 하고, 뒤로 뜯어가니 기업 입장에선 경영도 힘들고 사회공헌도 힘든 것이다.

한동우=실제로 담당자들 만나보면 사회공헌과 관련한 법제도를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 우호적인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답변은 기업으로부터 학습된 답변인 것 같다. 기업 기부금의 대부분이 정부, 지자체로 들어가다보니 실제 사회공헌 예산은 5% 내외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시민들의 요구보다 정부의 압력이 훨씬 강하다. 전체의 불과 5%의 사회공헌 예산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명성을 높이려는 것은 난센스다.

김도영=기업의 자율성을 높여야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리 길을 만들어놓고 압력을 넣는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일정 규모의 예산과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향후 사회공헌 10년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바람직한 사회공헌을 위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 언론 등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종대=우리나라가 ‘웰빙’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에 1인당 국민소득(GNI)이 1만달러를 달성했고, ‘힐링’이란 단어가 대두될 시점에 정확히 2만달러 시대가 열렸다. 올해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셰어(Share, 공유)’, ‘페어(Fair, 공정한· 공평한)’, ‘케어(Care, 돌봄)’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소득수준과 소비패턴이 변하면 의식수준이 바뀐다. 셰어, 페어, 케어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과 CSR을 모니터링하게 될 것이다.

한동우=기업 사회공헌 분야 중에서 70% 이상이 사회복지에 쏠려 있다. 기업 사회공헌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보건의료, 국제개발 등 다양한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해야 한다. 또한 파트너인 비영리단체의 역량 강화를 지원해야 사회공헌 역시 지속 가능할 수 있다. NPO의 역량이 커질수록 기업도 사회공헌으로 어떤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김도영=최근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CSR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는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예전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보스턴칼리지에 모델 사례로 실린 SK텔레콤의 사회공헌 사업도 협력 모델을 근간으로 한 것이었다. NPO와 기업이 동반 성장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길 기대한다.

김현아=NPO 입장에서도 사업을 통해 임팩트를 내려는 과제들이 있다. 사회공헌 담당자가 성과에 대한 조직 내 압박으로 인해, NPO를 파트너가 아닌 하도급업체로 여길 때가 많다. 갑을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파트너로서 기업도 NPO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김기룡=사회공헌은 기업 문화의 총체다. CEO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 문화와 사회공헌이 달라진다. 기업가 정신이 보편화·선진화돼야 사회공헌 수준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사회적으로 사회공헌은 너그럽게, CSR은 타이트(tight)하게 지켜봐주면 좋겠다.

진행=박란희 편집장

정리=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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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노인복지 强國 북유럽 100년 동안 준비했다 한국, 시간이 없다 /archives/9766 /archives/9766#respond Tue, 27 Oct 2015 05:43:4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766 [Cover Story] 토비 포터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 CEO 세계 노인 복지 트렌드와 고령화 대책 낮은 연금과 높은 빈곤율… 한국, 노인복지지표 60위 30년 안에 35%가 고령층, 노인복지 인식 변화 필요 96개국 중 60위. ‘2015년 세계노인복지지표(GAWI)’를 통해 발표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수준이다. 크로아티아(61위), 러시아(65위), 방글라데시(67위) 등과 비슷하다. 그나마 지난해 50위에서 10계단 더 떨어졌다. 지난 12일 이번 자료를 발표한 ‘헬프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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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토비 포터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 CEO
세계 노인 복지 트렌드와 고령화 대책

낮은 연금과 높은 빈곤율… 한국, 노인복지지표 60위
30년 안에 35%가 고령층, 노인복지 인식 변화 필요

96개국 중 60위. ‘2015년 세계노인복지지표(GAWI)’를 통해 발표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수준이다. 크로아티아(61위), 러시아(65위), 방글라데시(67위) 등과 비슷하다. 그나마 지난해 50위에서 10계단 더 떨어졌다. 지난 12일 이번 자료를 발표한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과 국가인권위, 한국헬프에이지가 공동으로 ‘제5회 에이지 토크’를 열었다. 1초마다 2명씩 60세가 되고 있고, 2050년이면 전 세계 46개국에서 60세 이상 노인이 총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의 상태는 어떤 걸까.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의 CEO 토비 포터(Toby Porter·사진)를 만나 전 세계 트렌드와 고령화 대책을 물었다.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 제공

―한국은 왜 지난해보다 10계단이나 떨어졌는가.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노인들은 빠른 경제 성장 속에서 소외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OECD 대비 순위가 매우 낮다. 우리의 지표는 4가지 영역(소득보장, 건강상태, 역량, 우호적 환경)에서 13개 지표를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소득보장 부문이 작년 80위에서 올해 82위로 더 떨어졌다. 선진국에 비해 기초노령연금도 낮고, 노인 빈곤율도 극심하다. 한국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노인 빈곤율은 43%로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비노인 인구 빈곤율에 비해 350% 높은 수치다. 반면 건강상태 부문은 42위, 역량 부문은 26위, 우호적 환경은 54위를 각각 기록했다. 우호적 환경도 좀 나쁜 편인데, 외로움이나 우울감 등이 높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2050년이면 한국은 전체 인구의 37%가 60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돌입한다. 노인복지는 단순히 현 노인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중요한 사항이다.”

―스위스가 1위를 차지하는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에 랭크됐다. 우리나라의 여건상 북유럽 국가들처럼 높은 노인복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고 하면 논란이 많을 텐데….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노인정책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 국가들이 예전에도 지금처럼 안정적인 경제와 복지환경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스웨덴이 혁신적인 국민연금 및 노인연금 시스템을 발표했을 때 그들의 경제수준은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수준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거의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러한 복지 시스템을 안착시켜온 것이다. 아시아는 현재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고령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북유럽의 모델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 여건이 부족하더라도 지금 바로 투자해야 한다. 지금 투자해야 경제 발전과 함께 복지 수준도 올라갈 수 있다.”(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8위), 키프로스(30위), 태국(34위), 베트남(41위), 스리랑카(46위), 필리핀(50위), 키르기스스탄(51위), 중국(52위), 타지키스탄(58위) 등이 한국보다 순위가 앞섰다.)

―선진국인 미국의 순위는 왜 9위인가.

“한국의 경우 노인 건강이 다른 항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미국은 보편적인 의료 시스템의 기반이 없어 이 항목 점수가 낮다. 미국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한 번의 사고로 전 재산을 탕진하는 구조다. 한 단체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국 노인들이 직업을 갖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직장이 제공하는 복지혜택과 건강보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영국의 경우 모든 노인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때문에 영국 노인은 자신이 원할 때만 일을 한다.”

―세계 각국 정부가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어떤 논의들이 오가는가.

“노인들이 연금 외에 추가적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유연한 취업정책을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면, 기대수명이 높아진 오늘날 많은 노인은 취업을 원한다. 매일 출근은 아니지만 임시직, 부업,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일하고 싶어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봤을 때 노인 또한 청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귀중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30여 년 전 처음 발표된 육아휴직 정책을 한번 보자. 당시 여성에게 육아를 이유로 휴직 기회를 준다는 것은 매우 급진적이자 혁신적인 정책이었다. 육아 휴직기간에 회사가 여성에게 일정 수당을 준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 육아 휴직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사원복지 시스템 중 하나로 자리 잡지 않았나. 30~40대에게는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육아휴직이 필요한 것처럼, 40~50대에게는 일터에서 잠시 떠나 늙은 부모를 돌보기 위한 ‘가족돌봄휴직’도 필요하다. 아직 이런 휴직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논의 중인 단계다. 30년 후에는 가족돌봄휴직이 보편적인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혁명’과 ‘도전’이 필요하다.”(한국은 2012년경 ‘가족돌봄휴직제도’를 신설해 노부모와 배우자의 부모를 포함해 가족의 돌봄이 필요한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1년에 90일까지 휴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노인복지를 위해 공적 연금 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 불황으로 ‘보편적 복지’를 두고 젊은 층과 노인 간의 세대 갈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런 세대 갈등 문제는 선진국들도 모두 거쳐간 것인가.

“노인 연금의 증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공적 연금은 부모와 자식 중 누가 더 많은 정부 혜택을 얻는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부모와 당신의 자녀는 정부에 더 많은 혜택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무턱대고 20, 30대 청년들에게 노인들을 위해 경제적 부담을 더 지겠느냐고 하면 ‘아직 대학등록금도 못 갚았는데 무슨 소리냐’, ‘집 사려고 돈 모으기도 바쁘다’며 반발한다. 영국에서도 세대 간 갈등이 매우 심하다. 영국에선 최근 한 젊은 국회의원이 ‘노년층이 과도하게 이기적이다’라고 공개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을 막는 장벽을 허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의 젊은이들도 미래에 언젠가는 노인이 되지 않는가. 세대 간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선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두고 논란이 크다.

“일반적으로 둘 사이에는 비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선택적 복지’가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진짜 수혜 대상자’를 찾아내기 위해 재산조사를 하고 이를 관리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많은 나라가 보편적 복지 정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물론 몇몇 나라의 경우 선택적 복지 정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소득 상위 20%는 국민연금을 받지 않도록 하는 호주가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세대 갈등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까.

“한국 정부가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했다. 한국 노인들의 소득은 낮지만 많은 이가 부동산 등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젊은 층은 현금은 있으나 재산이 없다. 여기서 정부는 세대 간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줘야 한다. 영국의 많은 경제학자는 기초노령연금이 인상되었을 경우, 노인들이 미래의 경제적 압박에 대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자신들의 ‘안전한 자산’인 재산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될 경우 비싼 주거 비용 문제가 해결돼 젊은이들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지난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중 15개에 ‘연령’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됐다. 이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SDGs의 목표 중 하나가 ‘국민 중 그 누구도 도태되지 않게 하겠다’이다. 연령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던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비해 SDGs에서는 세 번째에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전 연령층의 삶의 질을 증진한다’고 명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지난 9월 말 ‘고령화 및 건강에 관한 세계보고서(World Report on Ageing and Health)’를 발간하면서 노인 보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것은 WHO가 노인의 건강만 별도로 조사하고, 정부를 설득해 전 세계적으로 노인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국제적인 흐름을 봤을 때 노인 문제가 어느 한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도 SDGs가 목표한 것처럼 노년층을 포함한 전 연령대가 균등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은 2013년부터 ‘세계노인복지지표’를 발표해오고 있는데, 어떤 의미와 특징이 있나.

“지표의 목적은 여러 나라들의 노인복지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표를 통해 국가별로 노인에게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가장 부족한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가 차원에서 논의가 활성화되는 촉매제로 봐주면 좋겠다. 지표를 만들 때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UN과 같이 국제 기구에 의해 작성된 데이터를 사용한다. 전 세계 국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다보니 데이터 갱신이 느리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노인 복지 현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2년이나 3년에 한 번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노인복지에 대한 정책을 세우기에 앞서, 노인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한국은 아직 노인 복지 개혁을 위한 초기 단계로 보인다. ‘어떻게 하면 한국이 아시아에서 노인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길 바란다. 고령화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고령화는 좋은 보건 환경과 경제 수준 속에서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에 맞는 정책과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오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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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乙’과 ‘파트너’ 사이 /archives/9705 /archives/9705#respond Tue, 13 Oct 2015 05:00:24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705 “NGO 영역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직업군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통 공공 영역, 관(官) 주도뿐입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년희망펀드’ 후원을 하다 보니, 자발적이어야 할 기부금이 마치 준조세 거둬지듯 하고, 민간이 아니라 정부 공무원들이 나서서 사업을 설계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취업 면접 때 입을 정장을 지원해줘야 하는가’라는 어이없는 사업도 논의되는 것이지요. 흔히 정부가 민간 파트너라고 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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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영역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직업군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통 공공 영역, 관(官) 주도뿐입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년희망펀드’ 후원을 하다 보니, 자발적이어야 할 기부금이 마치 준조세 거둬지듯 하고, 민간이 아니라 정부 공무원들이 나서서 사업을 설계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취업 면접 때 입을 정장을 지원해줘야 하는가’라는 어이없는 사업도 논의되는 것이지요. 흔히 정부가 민간 파트너라고 하면 ‘기업’만 생각하는데, 이제 ‘NGO’도 파트너로 여겨야 합니다.”

미국 NGO에서 10년 넘게 일한 관계자가 해준 말입니다. 올해는 어딜 가나 ‘파트너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문제가 많이 심각하다는 뜻일 겁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계약을 맺을 때, 갑(甲)과 을(乙)이라는 용어를 많이 씁니다. 돈을 주는 쪽은 갑이고, 돈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쪽은 을이라는 고정관념이 이 용어 속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 전문가와 최근에 만나 점심을 먹었는데, 또 파트너십이 화두로 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동등한 파트너십을 맺기가 매우 힘들어요. 왜 그럴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돈이 아닌 다른 자원(resource)을 전혀 자원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더라고요. 사업을 하는 기관이 가진 네트워크, 브랜드, 사업 수행의 전문성 등 비금전성 자원을 별로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영국은 바로 이 지점이 달라요. 파트너십을 맺기 전에는 매우 까다롭게 서로의 역할을 논의하지만, 파트너십 이후에는 돈이 아닌 서로의 전문성을 모두 돈과 똑같은 가치로 여기거든요.”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돈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정부는 파트너 단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고, NGO들은 왜 당당하게 ‘노(NO)’라는 말을 못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 풀렸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곧 바뀔 것으로 봅니다. 똑같은 제품을 더 잘 만드는 걸 경쟁하던 시대에는 ‘돈’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지만, 모든 제품이 비슷비슷해진 요즘은 ‘브랜드’와 ‘스토리’가 큰 경쟁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든, 비즈니스든 점점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항공모함이 아니라, 돛단배 수천 척이 움직이는 게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누구든 빨리 적응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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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선 사회적기업, 가치 있는 ‘브랜드’로 인정받아 /archives/9665 /archives/9665#respond Tue, 22 Sep 2015 02:22:1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665 영국 ‘에덴 프로젝트’ 英 글로벌 사회적기업 프로그램 고문 ‘폴라 우드먼’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서 추진되어오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여러 암초에 막혀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사회주의경제 기본법’이라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보수당인 캐머런 정부가 앞장서서 수년째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는 영국사례를 듣기 위해 ‘폴라 우드먼(Paula Woodman)'<사진> 영국문화원 글로벌 사회적기업 프로그램 고문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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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덴 프로젝트’
英 글로벌 사회적기업 프로그램 고문 ‘폴라 우드먼’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서 추진되어오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여러 암초에 막혀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사회주의경제 기본법’이라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보수당인 캐머런 정부가 앞장서서 수년째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는 영국사례를 듣기 위해 ‘폴라 우드먼(Paula Woodman)'<사진> 영국문화원 글로벌 사회적기업 프로그램 고문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영국문화원의 ‘사회적기업 역량강화’ 프로그램(Skills for Social Entrepreneurs)은 가나, 인도, 방글라데시 등 20개국 이상에서 사회적기업 확산을 독려하고 9000명의 사회적기업가를 훈련시켜 왔으며, 이 프로그램에 지원된 돈은 무려 250만 파운드(45억원가량)에 달한다. 영국에서 사회적기업을 직접 창업해 15년가량 일하기도 한 그녀는 현재 100개 사회적기업에 조언을 한다.

영국 콘월 지방의 에덴 프로젝트는 3700만파운드(670억원)를 들여 높이 60m에 이르는 초현대식 식물원을 만들고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희귀식물들을 한곳에 모았다. 에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목적으로 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이다. /조선일보 DB

―우선 영국 보수당인 캐머런 정부가 ‘빅소사이어티’라는 개념을 주장하고, 사회적기업을 지원·육성하는 정책을 앞장서서 시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당 소속 토니블레어 총리에 의해 이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영국 사회적기업의 강력한 힘은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는 데서 나온다. 모든 정당은 사회적기업을 영국 경제의 주요 성장분야로 여긴다. 공공서비스를 현대화시키고, 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공동체의 회복을 이끌어내고, 창업 문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사회적기업을 정부가 주도하는 건 아니다. 사회적기업 매출의 32%는 일반 대중과의 거래에서 나오고, 사회적기업의 절반 이상이 영리 섹터와 비즈니스를 한다.”

―국내에서는 초창기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나면, 이에 대해 3년 동안 인건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영국 정부에서 그동안 시행해왔던 사회적기업 지원정책 중 현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정책은 무엇이었는가.

“초기 정책은 인프라 및 전략에 초점을 맞추었다. 무역산업부 내에 사회적기업 담당과를 신설하고, ‘Unltd(언리미티드)’라는 중간지원기관을 통해 사회적기업가를 시상하고 투자연계 해주고, 사회적기업 진흥캠페인을 위한 ‘SEUK (Social Enterprise UK)’라는 협회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각종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재무적 영향과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곳을 위한 새로운 세금감면 제도를 만들었다. 또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한 ‘사회적가치법(Social Value Act)’을 만들었다. 이제 영국은 매우 정교한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갖추어졌고, 각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에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이 속하는 법인형태인 CIC(Community Interest Company) 출범 10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는데, 이제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기업이 1만개가 넘는다. 사회적기업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엄청난 지표다.”

―실제 영국 경제에서 사회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

“영국의 사회적기업 수는 7만개가량 된다는 게 정부 추정치다. 200만명 이상이 고용되어 일하며, 이들이 창출하는 가치가 240억파운드(약 43조원)가 넘는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크게 성장하는 분야다. 영국의 사회적기업 3분의 1 가량은 지난 3년 사이에 창업했음에도 그렇다.”

―영국은 2012년초 1조원 규모(한화 기준)의 사회투자은행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Big Society Capital)’을 설립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을 통한 사회적기업 지원은 어떤 형태로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어떤 성과가 났는가.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사회투자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부에서 만든 독립적인 금융기관이다. 휴면예금 계좌로부터 받은 4억파운드(7200억원), 영국은행이 최초 5년 동안 투자한 5000만파운드(900억원)가 재원이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사회투자 도매상’이다.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대신, 사회적기업 대출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간접 투자한다. 사회적기업 대출기관을 지원하고, 새로운 모금원도 창출하며, 적절한 금융상품도 개발한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사회투자 시장의 맏형 역할을 한다. 정보를 교류하고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정부 정책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과 공동투자자들은 자선단체와 사회적기업을 위해 1억400만파운드(1882억원)를 투자했다.(2014년 12월 말 기준)”

―영국 내에서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어떠한가.

“영국의 사회적 경제 분야는 정부나 민간 섹터에 비해 대중으로부터 폭넓게 신뢰받는다. ‘등록된 자선단체’ 또는 ‘협동조합’은 가치 있는 브랜드 파워로 여겨진다. 영국 국민 5명 중 한 명은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 일반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전국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는 사회적기업이 생겨난 것도 도움이 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기념일인 ‘소셜 새터데이 캠페인(Social Saturday Campaign)’도 대중의 인식을 높인 계기가 됐다. 공정무역 인증마크를 알린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기업 인증마크를 계속 알린 것도 주효했다.”

―영국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유명하게 알려진 대표적인 사회적기업들은 무엇인가.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노숙자가 직접 잡지를 판매하는 ‘빅이슈’,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도제식으로 요리를 배우게 하고 TV프로그램에도 소개하는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만든 ‘피프틴 레스토랑’,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목적으로 지어진 관광명소 ‘에덴 프로젝트'(고령토 채취로 사용되던 땅을 수만 가지의 꽃과 나무들이 사는 식물원으로 변신) 등이 그 예다.”

―국내에서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1400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졌고, 이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돼 신규설립 조합 수가 7000개를 넘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일부는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자 문을 닫거나 유명무실한 기업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다양한 오해도 생겨났다. 영국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사회적기업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사회적기업가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는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은 민간기업에 비해 훨씬 미래의 성장에 대해 낙관적이다. 사회적기업이 민간 섹터 기업보다 훨씬 혁신적임을 나타내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 사회적기업의 56%가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는 중소규모 회사들의 경우 43%에 불과하다. 사회적기업은 강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매출이 38%나 증가(중소기업 29% 증가)했다.(2013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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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100억’ 기부자 모임 만드는 유나이티드웨이의 실험 /archives/9609 /archives/9609#respond Tue, 22 Sep 2015 01:42:33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609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 10일 열린 ‘2015 UWW(유나이티드웨이월드와이드) 자선 라운드테이블’ 현장을 온종일 지키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고액 기부자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무척 기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 갤러거(Brian A. Gallagher) UWW 회장의 말을 들으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키워드 몇 가지를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거버넌스(Governance)’입니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미래 기부자들을 끌어오는 관건이 된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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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 10일 열린 ‘2015 UWW(유나이티드웨이월드와이드) 자선 라운드테이블’ 현장을 온종일 지키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고액 기부자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무척 기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 갤러거(Brian A. Gallagher) UWW 회장의 말을 들으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키워드 몇 가지를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거버넌스(Governance)’입니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미래 기부자들을 끌어오는 관건이 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기부를 끌어내기 위한 비영리단체의 모금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단체의 정체성’입니다. 모금 기관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기관이자 사회 투자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펀드 레이징(fundraising·모금)’이라는 용어를 떠올리면, 은연중에 기부금을 끌어모으는 행위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이젠 ‘임팩트(Impact·영향력)’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는 기부금이 사용된 결과, 즉 사회가 얼마나 변화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셋째는 ‘개인 간의 교류’입니다. 지금까지 기업이나 정부 등의 기금에 의존해온, 이른바 ‘BtoB(비즈니스 to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 간의 소통이 훨씬 중요해진 지금, 비영리단체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어떻게 풀뿌리 개미 후원자들과 잘 소통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나이티드웨이는 매년 50억달러(약 5조원) 이상 기부금이 모이는 미국 최대 민간 비영리단체입니다. 자원봉사자가 260만명 있고, 1만달러(약 1000만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도 2만7000명가량 있습니다. 유나이티드웨이는 앞으로 1000만달러(약 100억원) 이상 기부하는 모임을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TV도 없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모든 일상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어떻게 기부를 끌어들일지에 대한 고민도 한창이었습니다.

한국형 개인 고액 기부 모델인 ‘아너소사이어티’는 UWW 41개국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고, 그 성장 원동력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크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는 상해 모금회에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해 100만위안(1억8000만원)을 기부한 첫 기부자가 탄생했다고 하네요. 우리가 나눔에서도 글로벌 리더가 되는 모습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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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고액 기부자 3인의 기부 철학을 듣다] ① “기부자, 그들의 가치를 평가해주세요” /archives/9593 /archives/9593#respond Tue, 22 Sep 2015 01:24:01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593 [Cover Story] 고액 기부자 3인의 기부 철학을 듣다 (1) 일레인 차오 前 유나이티드웨이 회장 전 세계 고액 기부자 수십 명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5 UWW 자선 라운드테이블 서울 대회’ 때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허동수)와 유나이티드웨이 월드와이드(UWW)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전 세계 고액 기부자 50여 명과 국내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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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고액 기부자 3인의 기부 철학을 듣다 (1) 일레인 차오 前 유나이티드웨이 회장

전 세계 고액 기부자 수십 명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5 UWW 자선 라운드테이블 서울 대회’ 때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허동수)와 유나이티드웨이 월드와이드(UWW)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전 세계 고액 기부자 50여 명과 국내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 유치를 주도한 최신원 SKC 회장은 회원 수 882명의 아너소사이어티 총대표이자 UWW리더십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과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지구촌 나눔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나눔의 리더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눔’이라는 행복한 동행의 주춧돌을 놓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더나은미래’는 이 행사에 초청된 고액 기부자 중 3인을 만나 기부 철학을 엿들었다. 일레인 차오(Elaine L.Chao·사진) 전 유나이티드웨이 회장이자 미국 24대 노동부 장관, 마이클 헤이드(Michael K.Hayde) 웨스턴 내셔널그룹 CEO, 빌 오다우드(Bill O’dowd) 돌핀 디지털미디어 CEO가 그들이다. 편집자 주


 

사진: 이한나 작가 / 장소 협찬: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오래 지낸 노동부 장관, 미국 부시 행정부 초기 내각 중 유일하게 8년간 근무(2001~2009),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최초로 대통령 내각에 임명, 회계 부정으로 위기에 빠진 유나이티드웨이를 구한 CEO,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아내…. 일레인 차오씨를 설명하는 이력이다. 중국인 부모를 따라 8세에 미국으로 이민 간 그녀가 이뤄낸 성취는 끝이 없을 정도다. 그녀는 최근 또 하나 이력을 더했다. 차오가족재단(Chao Family Foundations)의 회장 역할이다. 부모 이름을 딴 이 재단은 하버드대에 400억원을 기부했고, 2016년 6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 아시아인 이름을 딴 최초 건물인 ‘루스물란 추차오 센터’를 연다. 그녀는 “기부와 나눔에 대한 모든 걸 자수성가한 부모님에게 배웠다”고 했다. “검소한 기독교인인 부모님은 자신들이 잘나서 성공한 게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아무런 배경도 없던 이민 초기 우리 가족은 무척 어렵게 살았는데, 이때의 경험도 작용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여섯 딸에게 기부를 몸소 가르쳤습니다. 1984년 중국 최초의 자선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중국이 개방된 게 1979년이었으니, 재단 설립에만 5년이나 걸린 셈입니다. 재단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이를 허락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재단을 통해 중국 학생 1만명을 지원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친 일레인 전 장관은 시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캐피털 등 기업에서 일하다 미 평화봉사단, 유나이티드웨이 등 비영리단체와 공직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또한 부모 영향이라고 했다. 1992년 유나이티드웨이가 회계 부정 사태로 명성에 크나큰 타격을 입을 당시, 그녀는 회장을 맡았다.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해 전국에서 600명 넘게 인터뷰한 끝에 낙점됐다고 한다.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제 급여를 대폭 삭감하고, 기부자들과 소통을 늘렸으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더 많은 봉사자가 거버넌스(governance)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회장 취임 당시 이사회 정원은 18명이었는데, 36명으로 확대했습니다. 이사회 총회는 기껏해야 1년에 2번, 2시간 정도 형식적으로 치르는 행사에 불과했는데 이것도 실질적으로 바꿨습니다. 또 회계, 배분, 윤리, 자원 개발, 봉사활동, 지역사회 등을 담당하는 6개 신규 위원회를 설립했어요. 20명씩 새로운 위원을 선발해 대거 유나이티드웨이로 끌어들이고, 이들이 우리 조직을 모니터링하도록 했어요. 단돈 1달러라도 기부된 이후에 어떻게 쓰이는지 회계 내역을 모두 공개해 기부자들과 언론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자회견과 방송, 1년에 한 번 있는 유나이티드웨이 봉사자 대표 콘퍼런스 등 시시때때로 재정 운용 결과를 보고했다고 한다. 그녀는 “비영리 단체가 신뢰를 한번 잃으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몇 배 노력이 필요하다”며 “신뢰를 잃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비영리 단체의 공시와 관련해 논란이 많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모금을 위해 사용된 돈을 사업비로 보아야 하는지, 사업을 위해 필요한 인건비를 사업비로 볼지 인건비로 볼지에 대한 논란을 들려주었다. “기부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기부금 중 얼마나 펀드 레이징 비용에 쓰이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꼭 몇 %에 쓰는지 그 규모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재무 회계 공시를 할 때 어떤 정보를 담아야 하는지, 한국 기부자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할지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은 매우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토론 과정이니 당황하지 마세요. 미국 사례는 미국에 맞는 것일 뿐입니다. 한국의 비영리 리더들과 기부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이런 논의의 장을 통해 스스로 결정해나가야 합니다.” 기업, 비영리 단체, 공공 조직까지 미국을 움직이는 세 분야를 모두 경험한 이색 경력 덕분일까. 그녀는 민-관 파트너십에 대한 이해 폭이 넓었다. “세 분야는 모두 다른 언어로 일을 합니다. 정부가 예산을 쥐고 있지만, 민간 영역이나 비영리 단체가 없다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정부가 소외 계층에게 직접 돈을 준다면, 그들은 굳이 자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겁니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오니까요. 하지만 비영리 단체는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지요. 미국에서도 비영리 단체는 정부를 비난합니다. 하지만 사회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 비영리 단체 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각각 3분의 1씩 균형을 맞춰 손을 잡을 수밖에 없어요.”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갖춘 그녀는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 기부라는 싹이 튼 것 못지않게, 아시아의 오랜 전통 안에도 나눔과 기부 정신이 많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인들은 겸손을 강조하고, 교육을 중시하며, 부모를 공경하는 등 문화적 공통점이 있어요. 중국에서도 집안에서 한 명이 부자가 되면 어려운 친·인척을 다 돕는 문화가 있어요. 한국에서 ‘아너소사이어티’의 엄청난 성공을 보면서 그걸 느꼈어요. 우리 부모님은 무작정 부유해지는 걸 좇지 않았어요. 사회적으로 어떻게 기여할지를 고민하다 보니, 세계적인 선박 회사를 운영하게 된 것이죠. 후손과 자녀를 위해 어떤 세상을 그릴지 꿈을 꾸다 보면, 세상을 바꾸는 일에 선뜻 돈을 기부할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우리 후손에게도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어요.” 1887년 미국에서 설립된 UWW는 41개국에 1800개 지부를 두고 있다. 한국에선 2010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013년부터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지난해엔 영국 런던, 올해엔 서울에서 자선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세계 고액 기부자들과 네트워킹 행사를 연다. “미국처럼 빌게이츠와 같은 고액 기부자가 많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그녀는 “127년의 유나이티드웨이 역사 중 고액 기부(major giving)는 1980년대에야 시작됐을 정도로 아직 역사가 짧다”고 답했다. “미국도 예전에는 한국공동모금회처럼 기업 기부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에 개인 기부와 고액 기부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저는 고액 기부가 ‘개미 기부’보다 더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1달러를 기부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백만달러를 기부할 수도 있죠. 모금의 기본 원칙은 ‘요청(asking)’하는 겁니다. 소액을 기부했다 하더라도 기부자들의 가치를 평가해 주세요. 기부자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도움을 주기를 원합니다. 이런 고액 기부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10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유나이티드웨이(UWW) 자선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 미국·영국·중국·가나 등 8개국 고액 기부자 50여명과 국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기부자의 역할을 논의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일레인 차오는 누구? ―차오가족재단(Chao Family Foundations) 회장 ―부시 행정부 당시 24대 미국 노동부 장관(2001~2009) ―미 유나이티드웨이 회장 ―미 평화봉사단장 ―미 운수부 부장관, 미 해사연방위원회 위원장, 백악관 펠로 등 ―마운트홀리요크대 경제학, 하버드 경영대 MBA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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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아동 위해 달려온 27년… 이젠 국내 아동 위해 힘쓸 것” /archives/9571 /archives/9571#respond Tue, 08 Sep 2015 01:07:1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571 박동은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회장 “아동복지단체 직원의 처우 개선 필요해” 다른 분야도 그렇듯, NGO 영역에서도 리더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NPO 리더 모임에서 여성이라곤 박동은 전 유니세프 부회장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지난 4월, 27년을 몸담았던 유니세프를 떠난 박 전 부회장은 최근 아동단체협의회 회장이 됐다. 동아일보 공채 1기 여기자 출신으로, 대한가족계획협회 홍보부장을 거쳐, NGO인 유니세프의 사무총장까지 55년의 활동 경력을 밑바탕 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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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은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회장 “아동복지단체 직원의 처우 개선 필요해”

다른 분야도 그렇듯, NGO 영역에서도 리더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NPO 리더 모임에서 여성이라곤 박동은 전 유니세프 부회장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지난 4월, 27년을 몸담았던 유니세프를 떠난 박 전 부회장은 최근 아동단체협의회 회장이 됐다. 동아일보 공채 1기 여기자 출신으로, 대한가족계획협회 홍보부장을 거쳐, NGO인 유니세프의 사무총장까지 55년의 활동 경력을 밑바탕 삼아, “열악한 재정상황을 가진 아동단체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심정”이라는 게 취임 소감이다. 부임한 지 2개월, 박 전 부회장을 만나 국내 대표 모금단체를 이끌어왔던 역사와 국내 아동단체들의 현황 등을 물었다.

(좌측 사진) 박동은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회장이 2007년 4월 유니세프 사무총장으로 근무할 당시 안성기 친선대사와 우간다 카멩키 마을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 안성기씨는박 회장의 권유로 유니세프 친선대사직을 수락했다. /박동은 회장 제공 (우측 사진) 우간다 글루지역 여성 직업 교육장을 방문한 박동은 회장. /박동은 회장 제공

―27년을 몸담았던 유니세프를 완전히 떠났다. ‘유니세프의 산증인’으로 불릴 만큼 오랜 기간 함께해 왔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1988년 7월 초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주한 유니세프 대표부에 공채를 통해 대외담당관으로 입사했는데, 이후 한국 유니세프를 ‘선진국형 민간 기구’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5년 반이 지난 1993년, 주한 유니세프대표부가 철수하고 한국인을 지도 체제로 하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탄생했다. 1994년 초대 사무총장에 임명된 후 18년간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이 기간 동안 36개국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중 우리나라가 지원금 규모 4위를 기록한 게 가장 뿌듯하다.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송상현 회장님이 사비를 털어 성대한 고별 만찬을 열어줬다.”

―출범 첫해 지원금이 350만달러(41억원)였고 후원자가 5000명이었다. 2014년엔 지원금이 9000만달러(1000억원)이고, 후원자가 38만명이 되었다. 초창기 시작할 때, 이렇게 기부가 폭증할 줄 예상했었나.

“처음 유니세프에 발을 내디뎠을 때, 정말 막막했다. 학자 출신의 외국인 대표가 던진 첫마디는 ‘한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울창한 숲이다. 당신이 할 일은 나무를 베어내고 길을 만드는 것이다’였다. 6·25 이후 40여 년 동안 UN과 선진국들의 원조에 의존해 도움을 받는 데만 익숙해온 한국에서 ‘과연 기금을 모아 해외 어린이를 돕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주위에선 ‘한국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왜 외국 아이들을 도우려고 하느냐’ ‘모금을 하려면 군 장성이나 재벌 총수를 끌어들여야 한다’ ‘정치권의 실력자를 장으로 모셔야 한다’는 의견들이 무성했다. 이런 와중에 독일,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을 방문한 후 많은 것을 배웠다. 새로 탄생시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재벌도, 정치권력자도 아닌,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설립되어야 하고, 시민사회와 개인에게 호소하는 순수 민간 기구여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

―기부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던 시기에 어떻게 유니세프 후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나.

“3, 4년간 정말 열심히 찾아다녔다(웃음).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유니세프문화예술인클럽, 언론인클럽, 사립초등학교 교장클럽, 아동권리를 위한 법률가클럽, 어머니클럽 등 5개 후원 클럽이었다. 초창기에 실시한 현지 방문 프로그램도 큰 몫을 했다. 문화예술인클럽에서 활동하던 안성기, 고(故) 박완서씨를 모시고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난민촌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두 분은 친선대사직을 수락하고 열심히 활동하셨다. 고(故) 앙드레김은 1994년 자선패션쇼를 시작으로 유니세프를 돕는 연말 디너쇼를 14회나 열어주었고, 그 후 앙드레김이 이영애, 원빈, 이보영, 김래원씨 등을 유니세프 활동에 참여하게 이끌어줬다.”

―유니세프 재직 기간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나 성과는 무엇이었나.

“창립 한 달 후인 1994년 2월 아시아나항공과 협약을 맺고 시작한 기내 모금사업인 ‘체인지 포 굿(Change for Good·좋은 일에 잔돈을)’ 사업이다. 동아일보 사장이었던 고(故) 권오기 선배님이 미국 여행을 할 때 탑승한 ‘아메리칸 에어라인’에서 기내 식판에 여행하다 남은 동전을 넣는 봉투를 놓고 음식을 서브하더라는 정보를 주었다. 한국 항공사하고도 한번 시도해 보라고 권유해서 아시아나항공사와 4~5개월의 협의를 거쳐 성사시킨 쾌거였다. 여행객으로부터 남은 잔돈을 모아 어린이를 돕자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은 2014년 총모금액이 1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커졌다.”

―수많은 기부자들을 만났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자가 있는가.

“2010년 10월, 100억원이라는 큰 기금을 기부한 박양숙 여사다. 교사 출신인 박 여사는 젊었을 때 교구 개발로 특허권을 얻어 재산을 모으신 분으로, 드러내지 않고 많은 기부를 해오셨다. 유니세프에 100억원을 기부하면서 이 기금을 꼭 개발도상국 아동 교육에 써 달라고 당부하셨다. 그 뜻에 따라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초등교육을 지원하는 ‘스쿨 포 아시아(Schools for Asia)’ 기금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한국 NGO들의 개인 모금액이 전 세계적으로 톱 5위권 안에 속하지만, 대부분 해외 아동 결연에 몰려있는 등 기부 영역이 불균형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금 모금사업은 브랜드와 그 사회의 분위기, 유행을 쫓아간다. 유니세프에서 절대빈곤 속에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자고 계속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이 같은 모금이 해외 아동에게만 몰리는 이유는 2000년 9월 세계 정상들이 UN에 모여 공표한 새천년개발목표(MDG)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MDG는 ‘지구상의 절대빈곤을 타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범세계적인 8개 목표의 성취를 2015년까지 하도록 되어있다. NGO들이 연합해 국내 아동 구호의 가치를 창출하고 후원자들이 국내 아동을 위한 나눔사업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자체적인 캠페인과 많은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 같다.”

―한국아동단체협의회는 어떤 곳이며, 이곳의 회장을 맡은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아동단체협의회는 1991년 10월 우리 정부의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입을 계기로 국내 아동권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강화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2004년 아동의 참여권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대한민국아동총회는 10여년의 역사를 쌓았다. 44개 아동 관련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회원단체 중엔 유니세프, 월드비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엔젤스헤이븐, 서울YMCA 같은 한국 굴지의 NGO 등도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단체들도 상당수 있다. 추진해야 할 일은 많지만 사무국의 재원이 충분하지 않아 소수의 직원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원봉사 정신으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활동에 주력할 계획인가.

“회원단체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와 함께 아동복지단체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9월 1일부터 한 달간 전개한다. 오는 10월에는 최근 저조한 국내 입양의 활로를 찾기 위해 국내 입양 장려 캠페인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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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그들의 ‘기부 히스토리’ /archives/9529 /archives/9529#respond Tue, 08 Sep 2015 00:33:58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529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고액 기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기부의 시작은 어떠했으며, 무슨 계기로 점점 확장되었을까요. 이 주제가 늘 궁금했습니다. 2년 전 영국에서 만난 한 NGO 관계자는 “기부자들의 기부 히스토리를 축적하고, 점점 고액 기부를 유도한다”며 과학적 기부 요청 단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아너 소사이어티’를 만들어 고액 기부자 확대의 기폭제가 됐고, 지난해 기아대책 또한 1억원 이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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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고액 기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기부의 시작은 어떠했으며, 무슨 계기로 점점 확장되었을까요. 이 주제가 늘 궁금했습니다. 2년 전 영국에서 만난 한 NGO 관계자는 “기부자들의 기부 히스토리를 축적하고, 점점 고액 기부를 유도한다”며 과학적 기부 요청 단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아너 소사이어티’를 만들어 고액 기부자 확대의 기폭제가 됐고, 지난해 기아대책 또한 1억원 이상을 후원한 개인들로 이뤄진 ‘필란트로피 클럽’을 결성했습니다. 지난달 17일부터 5일 동안 기아대책 필란트로피 클럽 멤버들과 함께 지진 피해가 난 네팔 현장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번 방문을 위한 경비 또한 한 고액 기부자가 모두 부담했습니다. 저는 몇몇 분께 기부 히스토리를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4년 봄 기아대책 간사분들을 대상으로 우연히 하게 된 특강 때문입니다. 낡은 프로젝터에 스크린도 없이 벽에다 쏘며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한 특강이었지만, 시종일관 맑고 진지한 눈빛으로 참여하는 간사들이 모두 ‘천사’로 보였습니다.” 김용걸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가 말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후 기아대책에 자잘한 재능 기부를 하다 기부를 하게 되고, 몇 년 전부터 기아대책 한톨청소년봉사단 단장까지 맡았다고 합니다. 이 봉사단을 꾸리고, 청소년들이 해외 봉사를 떠나려면 후원금이 필요합니다. 그는 기업 11곳에서 1000만원씩 후원받는 일까지 직접 나서서 합니다. 이 중 한 기업에서 CEO가 바뀌면서 최근 후원을 끊겠다고 하자, 직접 A4 2장짜리 손편지를 써서 CEO에게 보낼 정도라고 하니 ‘직원을 넘어서는 열성 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물 할머니’라고들 하는 노국자 할머니의 기부 계기는 TV 방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에서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죽어가던 아이를 보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우물 만들 후원금을 마련하려고 빈 병, 헌 옷, 폐지를 모아 팔았어. 초등학교 교사로 은퇴했는데, 갑자기 집에 온갖 폐지를 갖고 들어오니 가족들 반대도 많았어.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지. 나중에는 딸과 사위까지 우물 파는 데 보태라며 돈을 보태주더라고.” 노국자 할머니는 아예 ‘우물 할머니’라는 이름과 후원 계좌까지 적힌 명함을 갖고 다니면서 지인들에게서 후원금을 모읍니다. 2006년부터 10년째 후원자 1500명과 기부금 1억원을 모았고, 모인 돈으로 케냐,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에 우물 19개를 기증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부를 통해 삶의 기쁨과 의미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았고, 작은 일에 감사하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때마침 우리가 방문한 네팔의 한 산골 마을 학교 또한 한국의 한 의사 선생님이 기부한 돈으로 지어진 곳이었습니다. 그 학교에서 뛰어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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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밥값만 하자… 그렇게 버티다 보니 10년이네요” /archives/9359 /archives/9359#respond Tue, 28 Jul 2015 05:52:33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359 [Cover Story] 1200만명 거쳐간 국내 최초 온라인 기부 플랫폼 10주년 맞은 ‘해피빈재단’ 권혁일 이사장 왜 공익은 불쌍해야 하나요? 우리도 자립할 수 있는데 “밥값 하려고 10년을 버텼네요. 그 밥값이 이렇게 크고, 길고, 힘들고, 괴로운지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재단법인 해피빈’ 이야기를 들으러 권혁일(47) 이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밥값’ ‘숙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권혁일 이사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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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1200만명 거쳐간 국내 최초 온라인 기부 플랫폼
10주년 맞은 ‘해피빈재단’ 권혁일 이사장

왜 공익은 불쌍해야 하나요?
우리도 자립할 수 있는데

“밥값 하려고 10년을 버텼네요. 그 밥값이 이렇게 크고, 길고, 힘들고, 괴로운지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재단법인 해피빈’ 이야기를 들으러 권혁일(47) 이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밥값’ ‘숙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권혁일 이사장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삼성SDS 사내 벤처에서 의기투합한 네이버 창업 멤버이자 검색 엔진 개발자 출신이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부끄럼 많다’는 그가 인터뷰에 등장하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해피빈 때문이다. 해피빈(happybean.naver.com)은 2005년 7월 네이버가 출시한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이다. 당장 모금이 필요한 공익 단체가 사연을 올리면 기부자가 그 사연을 보고 기부하는 1세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해피빈을 통해 지난 10년간 온라인 기부를 경험한 사람이 12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 510억여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이는 5500여곳의 공익 단체에 기부됐다. 그는 “지난주에 해피빈 10주년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제 궤도에 오른 것 같아 다들 박수쳤다”며 “그날 전 직원이 회식했는데 2차를 쐈다”고 웃었다. 척박한 온라인 기부 문화와 싸워온 그의 10년 히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인생 2막은 NGO에서 네이버 창업멤버로 시작,
2003년 직원 한 명과 함께 회사 내 사회공헌팀 만들어

―검색 엔진을 개발한 공학도이자 창업 멤버였는데, 어떻게 네이버의 사회공헌을 담당하게 되었습니까.

“네이버 창업 멤버로 6년을 보내고 당시 네이버재팬을 맡았어요. 지금보다 체중이 10㎏이나 덜 나갈 만큼 몸이 망가졌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몸을 추스르면서 다른 길을 찾고 싶었어요. 인생 2막을 NGO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다들 고생하는데 의리 없게 너만 그만두냐’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회사 상황이 겹치면서 못 그만두게 되자 ‘네이버라는 미디어를 공익을 위해 쓰임받게 하는 게 훨씬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2002년 네이버가 상장하면서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는 사내 분위기도 한몫했죠. 전권을 달라고 한 후 2003년 네이버 사회공헌팀장으로 직원 한 명과 함께 딱 두 명이서 회사 사회공헌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네이버 사회공헌의 밑그림을 어떻게 설계했습니까.

“설계 못 했죠(웃음). 모르니까요. 일단 현장을 찾아갔어요.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님을 비롯해 빈곤문제연구소, 아름다운재단, 삼성복지재단 등 여섯 분의 전문가를 만났어요. 막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많이 다르더군요. 당시 결식아동 돕기가 한창 이슈가 되었는데, 애들 집에 (사람들이 보내준) 쌀은 쌓여 가는데 정작 아이들은 김치 반찬 하나를 싸가는 게 창피해서 도시락을 안 갖고 간다는 그런 현실을 들었습니다. 저는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이니까 문제의 ‘코어(Core·핵심)’가 뭔지 살펴보는 방식에 익숙하거든요. 근데 공익 분야에도 그런 게 있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전문가들과의 만남 이후 공익 분야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고, 잘되려면 중심이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네이버가 쪽방 사업을 하나 하겠다, 이런 기존 틀을 버렸습니다.”

―공익 분야의 구조적인 문제를 무엇으로 보았습니까. 그 해결책으로 나온 게 해피빈인가요?

“우리나라의 정(情) 문화는 기부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에 호소하지 않으면 기부가 안 돼요. 결식아동 돕기 사례처럼 감정에 호소하는 기부 문화가 계속되는 이유죠. 네이버를 통해 사람들에게 수많은 공익 단체를 알리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만만했어요. 제 주변에도 ‘기부하려는데 좋은 단체 좀 찾아줘’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공익 단체를 오픈만 해놓아도 다들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시도였기 때문에 100군데 NGO를 모아놓고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했어요. 다들 ‘이게 되겠어’라는 분위기였는데, 네이버라서 혹시 모르니까 발을 담가 보자는 분위기였어요. 모금액 규모가 큰 메이저 단체에서는 ‘큰 단체끼리 하면 좋은데, 풀뿌리의 작은 단체들까지 망라해서 왜 전체를 오픈시키려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2005년 7월 11일 1년 동안 준비한 해피빈 사이트를 열었고, 160개 단체가 참여했어요.”

기부 관심 없는 80% 바꾸자
하나에 100원, 가상화폐 ‘콩’ 도입…
한 달간 공짜로 사람들에게 뿌려
공익단체에 호기심 생긴 사람들 직접 기부
충전 콩 월 1억씩 쌓여

―해피빈 사이트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망했죠(웃음). 저는 검색 서비스를 만들었던 사람이니까 네티즌의 반응과 움직임, 트래픽 등 숫자를 보면 딱 보이거든요. 한 달 만에 내린 결론은 ‘이건 안 되겠구나’였습니다. ‘아! 사람들은 공익 분야를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구나’를 깨달았어요.”

―해피빈 서비스를 처음 오픈했을 때 네이버 메인에도 걸고 열심히 홍보했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지나가다가 한번 들러보고 ‘좋은 일이네’ 한 후에는 싹 잊어버려요. 이벤트 홍보를 할 때는 반응이 있다가 끝나면 반응이 전무해지더군요. 그때 큰 걸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엔 기부자가 세 종류 있어요. 첫째는 1% 정도의 적극적인 기부자입니다. 둘째는 10~20% 남짓한 수동적인 기부자로 ‘사랑의 리퀘스트’와 같은 방송에 반응하면서 2000원이라도 결제하는 분들이지요. 나머지 80%는 기부에 대해 ‘내가 불우 이웃이니까 나 좀 도와줘’ 혹은 ‘나중에 돈 벌면 기부할게’라고 하는 분들입니다. 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은 기부나 공익이 좋은 건 알겠는데 나와는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해피빈을 오픈한 후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았구나’ 생각했습니다. 공익이나 기부에 관심 없는 80%를 바꾸지 않는 이상 문제를 개선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요. 이때부터 괴로운 나날이 시작되었어요.”

―해피빈의 방향은 어떻게 수정했습니까. 가상 화폐 ‘콩’을 지급하는 시도가 이때 시작되었다고 하던데요.(해피빈은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등을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100원의 가치를 가지는 가상 화폐 ‘콩’을 지급했고, 이를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가 직접 기부금을 결제하는 ‘충전콩’도 있다.)

“저한테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기획할 인력이 없었어요. 기획만 2~3명, 개발자만 10명 이상 있어야 하거든요. ‘내 숙제니까 내가 하는 수밖에 없겠다’ 싶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정보’ 위주가 아닌, 사람들의 밑바닥을 바꾸는 ‘커뮤니티’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콩’을 형상화하고, 소유하고 기부할 수 있는 개념으로 잡았어요. 2006년 눈물겨운 테스트 끝에 사람들이 ‘콩’에 반응하는 걸 검증하고, 2007년 지금의 해피빈 근간이 되는 서비스가 나왔어요. 하지만 이걸 만들기까지 엄청난 내부 설득을 해야 했어요.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에 글을 쓰면 무조건 콩을 하나 주자고 했더니 사내에서 논란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원치도 않는데 콩을 주면 싫어해서 불만이 엄청날 것’이라고요. 서비스팀에서 ‘콩 받기를 원한다고 클릭한 사람에 대해서만 주자’고 주장했습니다. 회사와 담판을 지었습니다. ‘그러면 해피빈 서비스를 접겠다’고요. 우리 목적은 기부에 무관심한 80%를 바꾸려는 것인데, 체크한 사람에게만 콩을 주면 아무 소용 없잖아요. 한 달 동안 시범 서비스 하기로 합의했죠. 그 결과 서비스센터에 불만을 제기한 사람은 전무했고, 콩을 안 받겠다고 한 사람이 한 달에 500명뿐이었어요. 한 달 동안 100만명에게 뿌려졌는데, 500명이면 의미 없는 숫자거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서 콩을 마구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공짜로 뿌려진 ‘콩’에 반응하는 것이지 이것이 곧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보기 어려운 건 아닐까요.

“관심 없는 사람들한테 계속 콩을 주면 처음에는 ‘이게 뭐야’ 하다가 없애고 없앱니다. 그러다 호기심에 한번 관심 갖고 들어가서 수많은 공익 단체의 모금함을 보게 되죠. 비록 자기가 돈 낸 건 아니지만 콩은 자기 것이거든요. 누구한테 줄까 처음으로 고민하면서 각 단체의 사연을 읽어봅니다.

지난 10년간 기부자 1238만명의 참여로 기부 누적금액 512억 7468만원을 모은 해피빈재단의 권혁일 이사장은 “공익 분야만의 ‘공감’과 ‘연대’라는 특별한 경쟁력을 키워 기부에 관심없는 이들의 마음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 과정을 경험시키는 겁니다. 사실 직접 자기 돈으로 기부금을 내는 ‘충전콩’과 우연히 받은 ‘(공짜) 콩’을 구별해야 한다는 내부 주장도 있었습니다. 저는 반대했어요. 공짜 콩의 가치를 낮추게 되면 기부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입니다. 이후 열렬하게 반응이 왔습니다. ‘관심 없었는데, 콩을 통해 공익 단체에 연락하게 됐다’ ‘100원 받아서 기부하려니 미안해서 돈을 좀 더 충전했다’는 등의 반응이죠. 결국 콩을 모아서 기부하는 ‘콩저금통’이 50만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기부하는 충전콩이 월 1억원씩 쌓이면서 ‘이렇게 앞으로 10년, 20년 가면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1 혹은 절반 정도가 기부에 참여하고 공익 단체 인지도도 높아지겠구나’ 싶었습니다.”

―해피빈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없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몇년 전 뵈었을 때 해피빈의 새로운 자립 모델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웃으며) 진짜 고민이 시작된 거죠. 사실 2009년부터 네이버에서 해피빈을 위해 연간 90억원 정도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어요. 콩을 뿌리는 데만 60억~70억원을 썼거든요. 여기에 반응하는 이용자들이 연간 200만명씩 계속 늘어났고요. 하지만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던 ‘문제의 코어(핵심)’는 그대로였어요. 사람들은 공익 분야를 되게 불쌍하게 보잖아요. 불쌍한 것까지는 괜찮은데, 불쌍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핵심은 ‘돈’과 ‘자립’입니다. 네이버에서 계속 지원받으면 좋겠지만, 네이버가 언제까지 지원해줄지도 모르고 결국 자립이 안 되면 오래갈 수 없잖아요. 공익 단체의 적은 연봉과 열악한 환경을 당연시하는데, 공익 분야가 잘되려면 똑똑한 인재들이 와서 뜻을 펼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또 네이버가 해피빈을 만들었지만 이런 플랫폼은 사실 우리 사회의 공익 자산이어서 결국 사회에 도네이션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2009년 해피빈재단으로 독립했고, 결국 죽으나 사나 자립하는 길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공익 분야가 과연 비즈니스가 되는지, 자립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지난 4~5년 동안 정말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제가 개발자 출신이라 비즈니스를 막 키울 만한 역량이 없었어요. 벤처 창업할 때처럼 하나씩 부딪혀 가면서 했어요. 처음에는 기업들과 캠페인 페이지를 하나 만들면 한 달에 3명 방문하고, 댓글 2~3개 붙는 수준이었어요. 캠페인 제안하기가 민망했죠. 28명 정도 되는 해피빈재단 내부 직원 중에서 비즈니스를 해본 사람도 거의 없었고요. 조직 내부는 끙끙댔어요. ‘콩스토어’라는 쇼핑몰을 만들었을 때도 원래 의도는 ‘기업한테 현물 기부 형식을 유도하고, 이걸 판매해서 수익이 남으면 기부하자’는 것이었는데 서비스센터에 배송 불만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비판을 하는 거죠. ‘좋은 일 하라고 해피빈을 만들어놓았더니 왜 쇼핑몰을 하느냐’고 말입니다. 새로운 것 시도해보고, 접는 과정을 2~3년 해보면서 점점 공익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이 자리 잡았어요. 요즘은 우리가 캠페인을 하나 마음먹고 돌리면 댓글 1만개를 넘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네이버의 어떤 서비스에서도 1만개씩 댓글 반응을 나오게 하기 어렵거든요. 네이버 지원금 외에 다른 기업과 외부 펀딩 금액이 작년 6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 상반기에만 46억원을 펀딩받았고, 하반기에 약 70억원을 예상합니다. 콩스토어는 월 매출이 3억원 정도이고요. 파트너 기업도 200개가 넘어요. 개인이 충전하는 ‘충전콩’ 금액이 올해 35억~40억 정도 규모입니다. 이렇게만 지속되면 네이버 의존도를 점점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그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대 실험실 후배였던 최인혁 네이버 소싱&운영그룹장에게 해피빈 대표를 맡기며, 이사장 자리로 옮겼다.)

―댓글 1만개의 비결이 궁금하네요. 기부에 무관심했던 80% 중 일부가 바뀐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 몇 년 사이에 해피빈 커뮤니티에 적극 반응하는 이용자들이 수십만명 생겼어요. 아이티 대지진 때 ‘네이버 메인에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전화가 왔어요. 제가 ‘걸어도 되고요, 안 걸어도 돼요’라고 말씀드렸어요. 네이버 메인에 걸기 전 모금액이 9000만원 남짓이었고, 걸고 나니 2억5000만원이 모금됐거든요. 그 뒤 네이버 메인과 해피빈 메인에서도 뺐는데 열혈 커뮤니티 네트워킹의 힘으로 모금액이 4억7000만원을 넘었어요. 콩저금통을 중심으로 숨겨져 있던 자발적인 힘들이 모인 것입니다. 공익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첫걸음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이렇게 가면 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한 걸음 한 걸음 첫단추를 끼워오면서 느낀 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공익 분야가 ‘어렵지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른 분야에 없는 특별한 경쟁력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공감’이고 또 하나는 ‘연대’입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방해해가며 콩을 뿌렸는데, 만약 기부·나눔이 아닌 다른 마케팅을 펼쳤다면 반발이 심했을 겁니다. 사회의 공익적인 가치를 위해 내가 가진 걸 조금 나누는 ‘공감’의 힘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건 연대입니다. 지구상의 어떤 비즈니스도 연대해서 ‘윈·윈’이 되는 건 공익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같이 모여서 사회공헌 하면 여러 기업이 했으니까 그 효과가 n분의 1로 반감되지 않고 모두 100으로 칭찬받습니다. 공익 분야는 같이하는 게 무조건 좋습니다.”

해피빈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현재 6개의 프로젝트 중 5개가 이미 달성률을 초과할 만큼 대중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 제공

―이제 자립의 가능성을 열었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다음 단계는 무엇입니까. “앞으로는 네이버라는 미디어 외에 다른 미디어에도 공익을 엮어볼 겁니다. 예를 들어 초코파이와 같은 과자 봉지에 기부를 위한 큐알 코드를 넣든다든지, 게임에 기부 아이템을 넣는 것입니다. ‘던전앤파이터’라는 RPG에 적용해봤는데 게임 이용자가 사냥할 때 해피빈 아이템을 받고 기부를 받아주는 캐릭터에 기부하면 ‘해피빈 칭호’를 받습니다. 이 칭호를 받으면 공격력이 30% 늘어납니다. 게임 유저들이 해피빈 아이템 받는 걸 엄청 좋아합니다. 게임 서비스 기획자만 조금 움직여도 엄청나게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힘들 때 돌파해온 힘은 어디에 있습니까.

“버텨서 왔어요. 삶에 대한 미션, 내가 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숙제를 다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힘들고 쓰러질 것 같아도 이겨내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잖아요. 편하게 기업 사회공헌 하다가 돈 쓰고 월급 받았더라면 의미 없는 일이 되었을 겁니다. 잘했다는 이야기 듣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은 너무 멀어요.”

―네이버 창업 동료 중에서도 오승환 네이버문화재단 이사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두 분도 함께 공익 영역에서 숨은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창업 동료 4명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데, 김희숙 이사만 아직 공익 영역에 안 들어왔거든요. 우리가 ‘언젠가는 하게 될 것이니, 뭘 할지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제가 가장 먼저 이 일을 시작했고, 오승환·김정호 대표님도 각자 업(業)을 하나씩 쌓고 계시잖아요. 두 분이 공익 분야에 온 것만으로도 제 밥값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미국 빌 게이츠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숨은 ‘IT 부호 자선 사업가’가 많이 있는 셈이네요.

“다들 노출을 싫어해서 그렇죠(웃음) 사실 공익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투입하는 분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김정호 대표님도 처음엔 ‘이거 왜 이러지’ 하면서 궁금해했고, 나중에는 ‘평생 할 일을 찾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발달 장애인들을 제조업에 투입하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품었던 겁니다. 중국 단가를 못 이기는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공익 분야가 경쟁력이 가시화되면 참여하는 분이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베어베터’는 발달 장애인들이 만든 명함, 쿠키, 원두커피, 화환 등을 기업에 납품하고 있으며 120명 중 100여 명의 발달 장애인이 일한다.)

―사람들은 흔히 ‘100억원대 부자가 되면 만날 먹고 놀고 싶다’고 합니다. 공익 분야에 뛰어든 삶을 후회하지는 않는지요. 지난 10년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습니까. “사실 네이버 창업 멤버가 되기까지, 된 이후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제 의지로 된 게 아니에요. 만남과 인연에 의해 이해진 의장과 같이 일하게 됐고, 운이 닿아서 창업 멤버에 들어갔던 겁니다. 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보다 실력 있는 분도 많거든요. 그런 만남과 인연이 없었다면 아마 저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겁니다. ‘전 인생을 통틀어 여기까지 오게 된 내 삶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많습니다. ‘창업 멤버로서 사회적 혜택을 받았으니까 그 밥값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공익 분야에 와서 지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숨어 있는 고액 기부자 후보 분이 많습니다. 이분들이 선뜻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지금은 아직 아닌 것 같아요. 기부할 때의 마음은 딱 두 가지예요. 본인의 마음이 좋아서 기부하고 싶거나 아니면 기부를 통해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 하거나. 첫 번째 부류는 돈 기부하고 잊어버리면 되는데, 두 번째 부류는 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보고 싶어 하세요. 고액 기부자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쪽 세상을 오래 경험한 분들이어서 그들의 기준에 맞춰 돈을 쓰는 NGO가 아직 많지 않아요. 게다가 기부자들이 ‘내 돈 100만원을 모두 수혜자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회에선 열악한 NGO 상황이 바뀌기도 어렵고요. 기부가 진짜 투자와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고, 김정호 대표님 같은 분이 많아야 합니다. 다만, 그들이 천사는 아닙니다. 천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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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우리 기업 점수는 왜 이렇게 낮은 겁니까?” /archives/9301 /archives/9301#respond Tue, 14 Jul 2015 04:55:33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301 “우리가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기준으로 이런 평가를 하는 겁니까.” 지난 1일 ‘제1회 아시아 CSR랭킹 컨퍼런스’를 위해 30개 기업들에 랭킹 순위를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다음은 “다른 기업 순위는 몇 위냐”라는 것이었습니다. 30개 기업과 일일이 통화를 한 담당 기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CSR 커뮤니케이션 점수가 왜 낮은지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흔히 기업의 CSR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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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기준으로 이런 평가를 하는 겁니까.”

지난 1일 ‘제1회 아시아 CSR랭킹 컨퍼런스’를 위해 30개 기업들에 랭킹 순위를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다음은 “다른 기업 순위는 몇 위냐”라는 것이었습니다. 30개 기업과 일일이 통화를 한 담당 기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CSR 커뮤니케이션 점수가 왜 낮은지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흔히 기업의 CSR을 평가하는 기준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CSR팀이 기업 전체의 CSR을 제대로 커버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사회공헌과 홍보까지 맡고 있다 보니,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홍보팀, 사회공헌팀, 환경경영팀, CSR팀 등을 오가며 핑퐁이 됩니다. 조직 내부끼리 잘 소통되지도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룹사의 눈치를 보고, 그룹 내 신경전도 있었습니다. 그룹 내 맏형 격인 H기업은 “왜 우리 기업이 계열사보다 더 순위가 낮은지 이해할 수 없다”며 “순위가 공개되면 콘퍼런스에 참석도 하지 않고 기업 사례도 제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S기업 관계자는 “우리도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알리는 걸 사장님이 좋아하지 않는다”며 “우리 랭킹 점수에 대해 임원들한테 어떻게 보고를 하라는 거냐”며 화를 냈습니다.

아예 대놓고 협박을 하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N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사회공헌 활동이 내부적으로 호응받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기업 순위를 발표해버리면 줄 세우기 시키는 것이냐. 하위 기업과 힘을 모아서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평가 대상 기업은 국내 시가총액 30대 기업 중 아시아 지역에 1개 이상의 자회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해외에 나가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기업’입니다. 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내부 소통, CSR에 관한 인식 등에선 아직 소싯적 골목대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입니다. 몸만 컸지, 그에 걸맞은 옷을 입지 못한 겁니다.

이번 CSR랭킹 평가는 기업이 외부에 공시한 데이터를 갖고 한 정량적인 평가였습니다. 랭킹의 궁극적인 목적은 1등이 아니라 자신의 현 위치를 알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콘퍼런스에서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improve it(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피터 드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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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빌게이츠재단은 백신 개발, 코카콜라는 유통… 기업과 NGO ‘전략적 同志’가 돼라 /archives/9284 /archives/9284#respond Tue, 14 Jul 2015 02:53:39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284 [Cover Story]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콘퍼런스서 본 기업 파트너십 혁신 현장 “빈곤·교육문제, 기업과 NGO 홀로 해결 불가능… 협업 점점 늘어날 것”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흐름이 확 바뀌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 최혜정(54) 마케팅본부장의 말이다. 그녀는 지난 6월 중순 영국 런던의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콘퍼런스(GCPC·Global Corporate Partnership Conference)’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매년 열리는 이 콘퍼런스는 30개 회원국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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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콘퍼런스서 본 기업 파트너십 혁신 현장
“빈곤·교육문제, 기업과 NGO 홀로 해결 불가능… 협업 점점 늘어날 것”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흐름이 확 바뀌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 최혜정(54) 마케팅본부장의 말이다. 그녀는 지난 6월 중순 영국 런던의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콘퍼런스(GCPC·Global Corporate Partnership Conference)’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매년 열리는 이 콘퍼런스는 30개 회원국이 모여 최근 기업과 NGO가 어떻게 협업하는지 모델 사례를 공유하는, 세이브더칠드런 내부의 학습장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120여개 사업장, 159개 이상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97년 역사의 NGO다. 기업들의 후원금만 1700억원(2014년)으로, 영국 내에서 모금액 기준 2위 단체다. 이 때문에 이 콘퍼런스는 글로벌 기업 사회공헌의 흐름, 세계 각국의 이슈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현장이다. 재작년에는 유니레버 부사장이 ‘공급망(value chain) 측면에서 원료 공급부터 생산, 판매 소비 전 과정에서 어떻게 CSR 활동이 전개되는지’를 발표했다고 한다.

NGO가 여는 콘퍼런스에 글로벌 기업 부사장이 직접 나와 사례 발표를 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글로벌 NGO에선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6조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쓰고도, NGO로부터 “갑질하는 기업” “NGO가 사회공헌 하도급 업체냐”라며 비판받는 한국 기업의 ‘파트너십 문화’에 주는 시사점은 없을까(2014년 전경련 사회공헌백서 기준, 주요 기업은 2조8000억원, 기업재단은 3조2000억원을 사회공헌으로 썼다).

지난 2일 최혜정 본부장을 만났다. 이어 리타 지로티(Rita Girotti) 세이브더칠드런의 글로벌기업파트너십 그룹(GCPG·Global Corporate Partnership Group) 대표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이들을 통해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혁신 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출처 : 게티이미지 멀티비츠이미지

―이번 콘퍼런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핵심 주제는 무엇이었는가.

최혜정(이하 최)=’가치 공유 파트너십(Shared Value Partnership)’이었다. 예전에는 기업이 사회공헌 분야를 정한 후 파트너 NGO를 찾거나, 아니면 NGO가 기업을 찾아가 사업을 제안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새 기업과 NGO가 아예 ‘태스크포스팀’을 꾸려서 처음부터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는 사례가 무척 늘었다. 기업의 가치와 NGO가 추구하는 가치 중 공통된 가치를 찾아서 함께 협력하자는 취지다.

―가치 공유 파트너십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리타 지로티(이하 지로티)=전통적인 사회공헌보다 한발 더 나간 형태다. 지금까지 기업에서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사업장을 방문해 자원봉사도 하고, 기업 임직원 기금 모금도 했다. 기업과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을 세이브더칠드런 사업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업과 NGO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 (유통) 물류나 IT 지원 등 각각의 전문성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맺는다. 전통적인 기부가 아닌, 비즈니스 방식이다. 그 이유는 빈곤, 교육, 건강 등 엄청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이 매우 중요해졌고, 이 문제는 기업이나 정부, NGO가 단독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기업에도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물결이 될 것으로 본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NGO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서로 다른 집단이다. 가치(Value)를 공유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가령 A라는 기업이 자신들의 가치를 ‘중·고생용 과학서적 출판전문업체’라고 규정하면, 이 회사의 목표는 과학책을 최대한 많이 팔아서 수익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중·고생의 과학적 마인드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라고 가치를 규정하면 어떻게 될까.

리타 지로티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기업파트너십 그룹 대표(왼쪽)와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 본부장. /세이브더칠드런·한금선 작가 제공

저개발국가에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게 중요해진다. 어떤 기업이든 우리 사회에 미치는 가치가 있다.

―공유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은 대표 사례가 궁금하다.

=빌게이츠재단은 아프리카에서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백신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온도에 민감한 백신을 어떻게 유통할 것이냐’이다. 아프리카에서 유통 채널을 가장 잘 갖춰놓은 기업은 어디일까. ‘코카콜라’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뭉친 기관이 무려 5곳이다. 빌게이츠재단은 리서치를 통한 백신 개발을 맡고, 코카콜라는 백신이 도달하기 어려운 오지(奧地)의 유통망과 마케팅 노하우를 제공한다. 액센추어 컨설팅사는 전체 프로젝트 관리를 맡고, 유에스에이드(USAID)와 글로벌 펀드(The global fund)는 자금과 인프라를 담당한다. 코카콜라 85주년이었던 2010년에 처음 파일럿 형태로 탄자니아에 500개의 의료 백신을 전달했다. 이후 이를 5000개로 늘리며, 가나와 모잠비크로 배분을 확대했다. 유통 비용은 25%나 절감됐다. NGO는 사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고, 기업도 자신의 전문성을 갖고 참여해 이 지역의 비즈니스 스킬을 키울 수 있었다.

―한국의 많은 기업도 정부 및 NGO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사례는 많다. 최근의 글로벌 기업 트렌드가 전통적인 방식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인가.

최&지로티=이전의 사회공헌은 이사회, 주주, 직원 등으로부터 ‘이 일을 우리 기업이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도전을 계속 받아왔다. 기업 활동과 상관없다고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사회공헌이 많고, NGO와의 관계도 파트너가 아니라 후원자·수혜자의 관계였다.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유 가치 파트너십’은 기업과 NGO가 공통된 핵심 성과 지표를 세운다. 글로벌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하 GSK)과 세이브더칠드런은 2013년 공통의 목표를 세웠다. GSK는 신약 개발 R&D를 하고 싶어 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최빈국의 신생아 사망률을 낮추고 싶었다. GSK는 신약 개발 투자를 확대, 100만명의 영·유아에게 이 혜택이 도달할 때까지로 목표를 세웠다. GSK는 폐렴 예방을 위한 아동친화적 항생제와 구강청결제 등 신약을 개발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은 태어난 지 2주가 안 된 신생아에 이를 사용해 사망률을 낮췄다. 16개국을 통해 600만파운드(105억원)가 투자됐고, 수익의 20%는 보건 교육에 재투자해 1만명의 보건 전문 인력을 키워냈다. 이 사업은 아시아 미얀마에도 확대됐고, 나이지리아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기업과 NGO를 각각 만나보면 서로에 대한 불만이 많다. 기업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NGO는 어느 선까지 기업에 보고해야 하는지 등 파트너십에 관한 역할이 잘 정의돼 있지 않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글로벌 기업과 NGO의 협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2012년 세이브더칠드런은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그룹(GCPG)’을 설립하고, 아예 기업 파트너십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정해놓았다. 4개 혹은 그 이상의 시장에서 모금 활동을 하는 기업일 것, 최근 3년간 매년 300만달러(35억원) 이상의 기부를 하는 기업일 것이다. 지난 6월에는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을 위한 아시아센터를 싱가포르에 오픈했다. 이는 단지 기부 금액 때문에 정한 기준이 아니다. 글로벌 규모가 가능할 때 할 수 있는 이슈나 미해결 문제를 체계적·전문적으로 함께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좋은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등 셋업(set-up)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후 해결할 문제를 찾는 1단계부터 결과물 도출 계획을 세우는 6단계까지 총 여섯 단계 과정을 기본으로 한다.

―’공유 가치 파트너십’을 하려면 기업 내부의 협조 체제가 잘 이뤄져야 할 텐데, 내부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내는가.

=한국의 한 기업 임원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공유 가치를 기업 내에서 어떻게 설득하느냐’고 묻더라. 그건 NGO가 기업한테 한두 장 제안서 써서 설정해줄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인데, 이걸 어떻게 외부에서 설득할 수 있나.

―어떤 기업들이 ‘공유 가치 파트너십’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얻는 효과는 무엇인가.

지로티=불가리, GSK, 이케아재단, 유니레버, 액센추어, 존슨앤존슨, 프록터앤갬블(P&G) 등 9개 글로벌 기업이 세이브더칠드런과 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 명성을 높이고,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으며, 지역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글로벌 사업장에서 일하는 임직원을 단합시키고, 이머징 마켓에서 판매를 늘리거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도, NGO도 ‘파트너십’과 ‘협업’이 익숙지 않은 문화인데,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가.

최=2010년 이후 UN 등 국제기구에도 공통으로 얘기하는 용어가 ‘임팩트(impact)’와 ‘가치(Value)’다. 저개발국에 학교를 하나 세워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동의 교육과 삶의 질이 높아졌는지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도 갑을 개념이 아니라 NGO와 전문적인 파트너로 함께 일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NGO도 측정 가능한 목표 설정, 리서치, 사업의 효과성을 기업에 내밀 수 있어야 한다. NGO 스스로 ‘임팩트 보고서’를 낼 만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120여개 사업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159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012년부터 전략적 공유 가치 파트너십을 맺은 글로벌 파트너는 9개가 있다. 사진은 잠비아의 사업장 현장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최 본부장은 다국적 광고 회사인 레오버넷코리아 제작이사를 거쳐, 22년 경력의 광고계를 그만두고 2008년 비영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으로 옮겼다. GS홈쇼핑과 협업해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을 7년째 성공시켰다. 영리 기업에서 비영리 NGO로 옮긴 지 8년째인데, 좋은 파트너십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세이브더칠드런에 첫 입사 후 펀드레이징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 스웨덴에 갔을 때 일이다. 자기소개를 할 때 ‘저는 광고계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NGO에 왔어요’ 했더니, 모든 사람이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참석자 절반 이상이 광고나 마케팅 기업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는 영리와 비영리를 너무 경계 짓고,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도 크게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NGO냐 기업이냐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긍정적 변화와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기관’이다. 앞으로 3년 동안 ‘나도 학교 가고 싶다’고 외치는 소녀들이 왜 학교에 갈 수 없는지, 수많은 문제를 멋진 파트너십을 통해 해결해보고 싶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최 본부장은 최근 ‘스쿨미캠페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소녀를 위한 해결책 1·2’로 구성된 컬러링북을 출시, 액션서울, 교보문고와 함께 수익을 전액 기부하는 공익 연계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박란희 편집장

송선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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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NGO’ 만드는 게 꿈… 투명성·사명감이 핵심 /archives/9271 /archives/9271#respond Tue, 23 Jun 2015 02:43:1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271 기아대책 유원식 회장 인터뷰 “출근 첫날, 첫마디가 ‘웃으면 안 됩니까?’였습니다. 직원들 얼굴이 하나같이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다들 ‘허허실실’로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유원식(57·사진) 기아대책 6대 회장이 취임한 지 두 달, 조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회장실은 작은 방으로 옮겨졌고, 식물 한 포기 없던 사무실 구석구석에 나무가 놓였다. 복도와 계단 곳곳에는 간사 자녀들이 그린 그림 액자가 여럿 걸렸다. 1981년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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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대책 유원식 회장 인터뷰

“출근 첫날, 첫마디가 ‘웃으면 안 됩니까?’였습니다. 직원들 얼굴이 하나같이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다들 ‘허허실실’로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유원식(57·사진) 기아대책 6대 회장이 취임한 지 두 달, 조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회장실은 작은 방으로 옮겨졌고, 식물 한 포기 없던 사무실 구석구석에 나무가 놓였다. 복도와 계단 곳곳에는 간사 자녀들이 그린 그림 액자가 여럿 걸렸다.

1981년 삼성전자 입사 후 HP PSG그룹장,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대표이사, 한국오라클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12년 CEO’ 경력을 자랑해온 그가 돌연 자신의 이력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을 추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설립 25년 사상 최초로 선임된 기업 전문 경영인 출신 회장이 그리는 기아대책의 미래를 들었다.

①이상범 모잠비크 기아봉사단원과 기아대책 어린이교육센터 학생들. ②기아대책의 시그니처 행사 ‘한톨나눔축제’에 참여한 청소년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조선일보 DB 제공

―취임 후 지난 두 달간 어떻게 지냈나. 전문 경영인에서 비영리단체 회장으로 변신한 소회가 궁금하다.

“‘감사’와 ‘행복’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사람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항상 고민한다. 인생의 전반전은 잘하는 일(기업 경영)을 하며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페스탈로치(1746~1827·스위스 교육학자)를 존경하고, 커서 보육원 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소년이었다. 인생의 후반전을 맞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무척 감사하다. 기아대책 가족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행복이다. 직원 중에는 이전 직장의 연봉 절반만 받고 온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일에 대한 사명감과 동기가 강하다. 이사진이 ‘직원들은 간사가 아닌 천사’란 말을 할 정도다.”

―기아대책은 지난 1년간 회장 선임에 무던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4년 동안 회장을 맡아온 고(故) 정정섭 회장 사후 내부에 여러 위기가 있었고 이를 극복할 리더십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인터뷰 제안을 받아들였나. 큰 결심이 필요했을 듯하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하리라 마음먹고 34년 몸담았던 IT 업계를 떠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인터뷰 제의를 받을 당시 기아대책에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례 없이 외부 경영인을 초빙해서 객관적으로 잘잘못을 조정하고 성장하겠다는 생각이 대단해 보였다. 성숙한 조직으로 나가는 틀을 만드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봤다.’역경’을 거꾸로 하면 ‘경력’이다. 누구나 크려면 성장통이 필요한데, 지난 1년이 기아대책에 그런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아대책은 기독교적인 미션이 다른 기관보다 많은 곳으로, 나 역시 크리스천으로서 정체성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한국오라클은 ‘한국 최고의 일하기 좋은 기업 대상’을 받았는데, 기아대책 조직을 어떻게 변신시킬지 궁금하다.

“더나은미래가 인터뷰한 짐 콜린스의 저서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는 경영의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다. 우리 간사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생각한 건 세 가지다. 첫째는 비전에 맞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비영리조직을 영리조직처럼 평가하려 하니까 자꾸 후원금을 성과 기준으로 끌고 오는데, 그건 잘못됐다. 기아대책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렸느냐’다. 둘째는 구성원을 존중하는 문화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피라미드를 보면, 4단계가 ‘자기 존중의 욕구’다. 5단계 자아실현 욕구는 개인이 달성해야 할 영역이지만, 존중의 욕구는 조직에서 소화할 수 있다. 셋째는 직원을 키우는 것이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직원이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다. 특히 리더십 교육이나 행복한 삶에 대한 강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그는 부임하자마자 본부장급에게 숙제도 내줬다고 한다. 내년도 부서별 업무 계획과,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발전 계획, 10년 후 개인의 성장 목표를 세우는 경력 계획이 그것이다.)

―기아대책은 기아봉사단(선교사)을 해외 사업 지부장으로 임명한다는 특징이 있다.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안다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전문성 결여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기아대책의 국내외 사업 정책이나 전략에 대한 방향은 변함없이 유지되는가.

“기아대책의 국제 구호는 ‘공동체 비전(Vison of Community·VOC)’를 목표로 한다. 공동체의 핵심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리더로 성장시키고, 그 리더가 공동체를 키우는 것이 기본 틀이기 때문에 해외 사업의 40%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기아봉사단은 평생을 해당 지역에 헌신하기로 마음먹은 분들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현지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 이들이 아이들을 직접 보살피고 어루만져주는 것은 기아대책만의 큰 강점이다.

또 다른 강점은 현지 기아봉사단원 발굴이다. 이번 네팔 지진 구호 당시, 기아대책은 네팔인 기아봉사단원 크리스의 활약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신두팔촉(Sindhupalchowk)에서 집중 구호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현지인 기아봉사단원을 키워 공동체의 자립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내 사업, 대북 지원, 해외 원조 등 각각의 영역에 별도 법인을 두고 있다. 워낙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할 듯한데.

“좋은 지적이다. 법인이 많아진 것은 성장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부임하기 전까지 기아대책은 사단법인 기아대책, 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 재단법인 국제개발원, 재단법인 행복한나눔, 재단법인 섬김 등 5개 자매 법인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지난 2월 총회에서 이를 3개로 줄이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기업에서는 ‘Keep the Best, Change the Rest(최고는 유지하고, 나머지는 바꿔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국내 사업 부문에서도 장애인 시설이나 이주 노동 시설처럼 다른 NGO가 잘할 수 있는 영역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려 한다. 그 일환으로 기아대책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국제사업본부의 인원을 기존의 2배로 늘렸다.”

―2년 전 더나은미래가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과 진행한 대담에서 ‘곧 모금의 정체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리고 실제로 신규 후원자보다 기존 후원자 관리에 더욱 힘을 써야 하는 시대가 왔다. 미·영국 대형 NGO의 평균 후원 지속 기간은 7~8년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3년에 그친다. 기아대책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30년 전 컴퓨터 안 쓰던 시대엔 파는 게 중요했지만, 이젠 좋은 성능과 서비스로 기존 고객을 지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객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드백(feedback)’이다. 내가 경영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피드백을 잘했기 때문이다. 나는 만났던 모든 이에게 늘 하루 안에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하다’고 메일을 보냈다. 기아대책도 이런 후원자 피드백을 강화하려 한다. 온라인·모바일 콘텐츠를 늘리고, 연중 4회 후원자 소모임을 실시하는 등 후원자 서비스팀이 만든 ‘감동 UP’ 프로젝트가 그 예다. 파트너 기업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기아대책 전체 모금액 중 기업 모금액은 약 25%에 달한다. 하지만 도박을 해서 돈을 번 기업, 사람의 건강을 해쳐서 돈을 버는 유해 기업의 후원은 안 받는다. 이런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시그니처 행사인 ‘한톨나눔축제’에도 다수의 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하는 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고액 기부자 이슈도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 클럽)’가 성공하면서 많은 NGO가 벤치마킹에 나섰다. 앞으로 고액 기부, 유산 기부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인데, 이에 대한 전략은 무엇인가.

“기아대책은 교회 중심 모금이 강하기 때문에 고액 후원에는 조금 약하다. 기업과 개인, 기존과 신규 후원자 구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숙제가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발족한 ‘필란트로피 클럽’에는 현재 10분이 가입돼 있다. 금년 말까지 20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유산 기부 후원자들을 위한 헤리티지 클럽도 준비 중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거쳐 기본 틀을 완성했고 다음 달 중 첫 회원이 나올 예정이다.”

―재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3년의 임기를 마친 뒤 듣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저 사람이 있었던 기간 동안 기아대책이 명품 NGO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기아대책은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수혜자와 연결해주는 ‘파이프라인’이다. 파이프라인의 전제 조건은 ‘투명’ ‘정도’ ‘윤리’다. 기아대책이 가장 투명하고, 가장 사명감 있는 NGO라는 브랜드를 얻길 원한다.”

유원식 회장은 이어 두 가지 소망을 더 이야기했다. 자신의 다음 대에는 조직 내부에서 회장이 선출되었으면 한다는 것, 그리고 NGO 직원들의 ‘헌신페이’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3개 회사 CEO를 했는데, 내 후임 사장은 모두 조직 내부에서 나왔다”며 “기아대책도 외부 회장은 나 하나로 끝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NGO 직원들에 대해 사회가 보는 시각은 ‘열정페이’를 넘어 ‘헌신페이’인 것 같다”며 “좋아서 선택한 일이나 가난하게 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는 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권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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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삼성서울병원이 모금을 한다면? /archives/9223 /archives/9223#respond Tue, 23 Jun 2015 02:06:21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223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하도 ‘한국식 병원 문화’를 꼬집는 기사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미국 병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첫째딸을 한국에서, 둘째딸을 미국에서 낳았습니다. 한국 산부인과에선 9개월 내내 사람 많은 병원 복도에서 진료 대기를 해야 했고, 출산 당일이 공휴일인 바람에 주치의 대신 낯선 당직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을 맡았습니다. 마취가 되기 전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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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하도 ‘한국식 병원 문화’를 꼬집는 기사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미국 병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첫째딸을 한국에서, 둘째딸을 미국에서 낳았습니다. 한국 산부인과에선 9개월 내내 사람 많은 병원 복도에서 진료 대기를 해야 했고, 출산 당일이 공휴일인 바람에 주치의 대신 낯선 당직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을 맡았습니다. 마취가 되기 전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술 후 김치찌개를 먹을까”라며 메뉴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너무 불쾌해 병실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9개월 동안 저와 배 속의 아이를 진료해준 의사와는 아무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지요. 병원비가 싼 대신 ‘사람 대접 못 받는’ 서비스에 화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물론 산후조리원 비용이 비싸서 그리 싸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병원 가기 겁이 날 정도로 보험료가 비쌌습니다. 학생보험이었음에도 아이 낳는 데 500만원 넘게 들었습니다. ‘아~ 한국 의료보험이 최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하나는 최고였습니다. 의학 용어가 서툰 저를 위해 통역사가 늘 대기해 있었고, “낯선 미국 땅에서 혼자 출산하기 겁난다”는 한마디에 심리상담가가 따로 한 시간 넘게 우는 저를 달래주더군요. 산모 대기실도 1인용, 분만실도 1인용, 입원실도 모두 1인용이었습니다. 한국인 딸을 입양했다는 제 주치의와는 9개월이 지나자 친구가 되었습니다. “첫째는 제왕절개 했지만, 둘째는 자연 분만하고 싶다”는 제 말을 듣더니, 한국 병원의 진료 기록까지 받아보고 “한번 해보자”고 격려하면서 결국 해냈습니다.

저는 병원이나 의학 전문가가 아닙니다. 한국식, 미국식 의료 서비스의 장단점을 몸소 체험했을 뿐입니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병원과 의료 체계가 애써 덮어두었던 문제를 한꺼번에 폭발시킨 것 같습니다. 껍데기는 공공성을 갖춘 비영리 의료법인인데, 속은 (미국식) 영리병원과 다를 바 없는 ‘지킬과 하이드’ 말이지요.

2년 전쯤 서울대병원이 한 모금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의 수익 구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진료 수익률은 1~4%로 낮고, 기본 재산도 이자율이 낮고, 정부 지원금으로 의료 연구를 하려니 제한이 많고, 결국 주차·장례식장·식당 등 수익 사업을 할 수밖에 없으며, 외부 후원금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대병원의 운영비 5000억원 중 기부금이 1.1%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MD앤더슨이나 존스홉킨스 등 미국의 유수 병원들은 예산의 20~30%를 기부금이 차지합니다. 특히 치료에 만족한 중동의 부호들이 병원 발전 기금을 기부한 MD앤더슨 암센터의 경우, 최근에도 아랍에미리트 자히드 왕자가 1500억원가량을 기부했지요.

국내 병원들도 모금 전문가를 채용해 기부금 유치를 위해 뛰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왜 모금을 해?”라는 기부자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명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병원, 시민들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의료 서비스’의 꼭짓점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비지떡이어도 싼 게 좋다’는 결론이든 ‘값싼 비지떡 대신 비싸도 맛있는 꿀떡이 좋다’는 결론이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메르스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이 경험은 분명 좋은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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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기부왕’ 보도가 한국엔 없는 이유 /archives/9170 /archives/9170#respond Tue, 09 Jun 2015 01:10:45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170 특정 이슈로 인해 사안의 본질이 왜곡되는 걸 보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1억4000만원 기부금 공방이 그중 하나입니다. 2013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시절 고액 수임료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지요. 고액 수임료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기부금으로 ‘물타기’를 했던 황교안 후보자도 문제고, 그걸 청문회용 ‘타격 건수’로 잡은 정치권도 문제입니다. 순수하고 고귀한 ‘기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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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이슈로 인해 사안의 본질이 왜곡되는 걸 보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1억4000만원 기부금 공방이 그중 하나입니다. 2013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시절 고액 수임료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지요. 고액 수임료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기부금으로 ‘물타기’를 했던 황교안 후보자도 문제고, 그걸 청문회용 ‘타격 건수’로 잡은 정치권도 문제입니다. 순수하고 고귀한 ‘기부’의 본질을 흐리는 사회적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각각 재산 은닉과 비자금 조성 혐의가 드러나자 ‘사회 환원’을 약속하며, 삼성꿈장학재단(전신 삼성이건희장학재단)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을 만들었습니다. 8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기부가 이뤄졌음에도 박수받고 환영받기는커녕 ‘기부가 면피용인가’라는 비판을 낳았습니다. 이런 뒤틀린 ‘면피용 기부’ 역사는 이후 줄을 잇는데,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또한 대법관 퇴임 후 5개월간 번 16억원의 고액 수임료가 문제가 되자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최근에는 30대 그룹이 설립한 35개 공익 재단이 핵심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것을 두고, ‘공익 재단이 지주회사냐’라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공익 재단을 두고 ‘기부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하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며 존중하는 선진국과 판이한 모습입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기부의 신화화’가 이뤄집니다. 김밥 장사 할머니가 평생 모은 한 맺힌 ‘큰손 기부’가 대서특필되고, 기부와 나눔을 통해 행복을 찾은 ‘개미 기부자’들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됩니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기부 사례가 등장할수록, ‘기부는 아무나 하나’라는 정서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매년 미국에서 ‘기부왕’ 순위가 보도되는 걸 보면서, 왜 우리나라는 기부왕을 보도할 수 없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국세청에서 개인 정보라며 알려주지 않을 텐데, 왜 미국은 가능하고 우리는 불가능할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고액 기부자들 인터뷰를 하려고 하면,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보도 이후에 ‘너는 얼마나 돈이 많아서 기부하느냐’ ‘그렇게 돈이 많으면 나도 좀 도와달라’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는데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도 시작하는 이유도, 우리 사회에 기부와 기부자에 대한 존중이 많아졌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기부자들은 존경받아야 하고, 윗물부터 좋은 모델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기부에 대한 이중적 시각도 버려야 합니다. 금액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고위층의 기부에 대한 물타기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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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영리 리더, 남의 식구 이전에 자기 식구부터 돌봐야 /archives/9073 /archives/9073#respond Tue, 26 May 2015 07:31:33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9073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워낙 숫자 개념이 부족한 제가 회계를 좀 알아보겠다고 읽은 ‘회계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습니다. 흔히 신입사원들이 입사하면 사장님이 “여러분은 우리 회사 최고의 자산입니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직원들은 ‘자산’인지 ‘비용’인지 모호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매달 직원 월급을 줘야 하니 비용이기도 하고, 직원 없이는 생산 활동을 해낼 수 없으니 자산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자산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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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워낙 숫자 개념이 부족한 제가 회계를 좀 알아보겠다고 읽은 ‘회계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습니다. 흔히 신입사원들이 입사하면 사장님이 “여러분은 우리 회사 최고의 자산입니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직원들은 ‘자산’인지 ‘비용’인지 모호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매달 직원 월급을 줘야 하니 비용이기도 하고, 직원 없이는 생산 활동을 해낼 수 없으니 자산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CEO라야 직원 교육이나 복지에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걸 읽으면서, ‘신문사에서 기자는 자산일까, 비용일까’ 하고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본 일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연봉이나 업무 강도, 기업 문화 등을 익명으로 평가하는 플랫폼 ‘잡플래닛’에 비영리단체 이야기가 이리도 많을 줄 몰랐습니다. 모금액 기준 상위 10개 비영리단체에 관한 평가만 받아보았는데, 놀라웠습니다. 상명하복, 끝없는 야근에 비해 야근수당 없음, 체계적이지 못한 업무 시스템, 직원에 대한 존중 없음, 위계 질서가 강해 군대 같음, 직원 존중도 없고 복지도 없음, 쥐꼬리 월급, 직원 헌신을 당연시하는 문화, ‘고인물’ 경영층, 주먹구구식 인사 시스템, 조직 내 소통 부재…. 경영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람이 미래다” “사람 귀한 줄 알았으면 좋겠다”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 “직원이 행복해야 돌보는 아동도 행복해진다” 등 모두 비슷합니다.

반면, 비영리단체의 사무총장이나 리더들의 이야기는 또 다릅니다. “주말 근무도 싫어하고, 야근도 싫어하고 편한 직장 생활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 “20년 넘게 헌신해서 단체를 끌고왔는데, 후배들은 이제 와서 ‘고인물’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직원 수 1000명이 넘는 대형 비영리단체이건, 10명 안팎 소규모 단체이건 조직 내 세대 갈등과 소통 부족은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진저티프로젝트’ ‘NPO스쿨’ 등과 같이 비영리 조직을 진단하고 컨설팅해주는 전문 기관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한 단체는 직원 전체가 2주 동안 미국 비영리단체를 탐방하는 연수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동안 받은 외부 상금을 모아 비용을 충당했는데, 직원들이 “연수가 좋아서 못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직원에게 한 달 동안 여름휴가를 주는 비영리단체도 있습니다. 월급이라는 보상 체계가 약한 비영리단체는 무엇으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할까요. ‘헌신’과 ‘사명’으로 똘똘 뭉쳐진 1세대 비영리 리더들은 이제부터라도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비영리단체는 ‘파리 날리는 구멍가게’가 될지도 모릅니다. 젊은 세대가 떠나버린 그 자리는 어쩌면 영영 채워지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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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숨은 영웅들 /archives/8944 /archives/8944#respond Tue, 28 Apr 2015 05:33:16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944 “비영리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기업과 정부의 재정 후원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상을 만들려고 한다. 조직위원들과 심사위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꾸릴 텐데, 심사위원이 되어줄 수 있느냐.” 몇 달 전, 국제공인모금전문가(CFRE) 김현수씨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름은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Asia Philanthropy Awards)’. ‘필란트로피’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자선(Charity)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기부와 봉사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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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기업과 정부의 재정 후원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상을 만들려고 한다. 조직위원들과 심사위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꾸릴 텐데, 심사위원이 되어줄 수 있느냐.”

몇 달 전, 국제공인모금전문가(CFRE) 김현수씨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름은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Asia Philanthropy Awards)’. ‘필란트로피’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자선(Charity)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기부와 봉사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적극적이고 넓은 의미의 사회공헌 행위와 정신입니다. 70명 가까운 비영리 생태계 종사자가 참여해서 상(賞)을 준다는 취지가 좋아 선뜻 ‘오케이’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기부금도 냈지요. 홍보를 돕기 위해 ‘보도자료’까지 직접 손을 봐주다 보니, 행사가 어떻게 꾸려질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돈과 시간을 내서 참여하니까 더 이상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2일, 마감으로 무척 바쁜 날이었음에도 잠깐 짬을 내 시상식 구경을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와 비슷한 사람들 수십명이 참석한 프레스센터는 무척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APA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수 주교의 농담 섞인 환영사부터, 6개 부문 수상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 따뜻해졌습니다. 올해의 펀드레이저 상을 받은 한국메이크어위시 이광재 사무국장은 100번 거절당한 끝에 마지막에 기부금을 받은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지 않고는 이 일을 계속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청소년 필란트로피스트(김소희), 여성 필란트로피스트(노국자), NPO상(드림터치포올), 공적상(故 김석산)에 이어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 상은 ‘노무라 모토유키’씨가 받았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일본 내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목격하고, 일본의 과거 잘못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청계천 도시 빈민을 위한 구호 활동 등 지난 50년간 한국을 위해 봉사해온 인물입니다.

이번 상의 의미는 숨은 필란트로피 영웅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참여와 협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동의 꿈’을 꾸고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필란트로피 정신에는 좌도 우도 없고, 보수와 진보도 없습니다. 갈등과 분열이 넘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처방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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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투명성은 기부의 견인차 /archives/8850 /archives/8850#respond Tue, 14 Apr 2015 02:15:45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850 메일함을 열어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보도자료가 와있습니다. 읽어보고 지우는 보도자료들 가운데, 최근 한 자료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가 올해 15년이 되었는데, 2005년 4억원이던 기부금이 지난해 109억원에 달했다는 내용입니다. 2600%나 늘었습니다. 삼성증권, 신한카드, KB국민은행, 삼성카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파트너 기업이50개나 된다고 합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기업 기부금을 이렇게 확대해온 비결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박두준 상임이사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쌓아온 신뢰”라고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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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함을 열어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보도자료가 와있습니다. 읽어보고 지우는 보도자료들 가운데, 최근 한 자료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가 올해 15년이 되었는데, 2005년 4억원이던 기부금이 지난해 109억원에 달했다는 내용입니다. 2600%나 늘었습니다. 삼성증권, 신한카드, KB국민은행, 삼성카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파트너 기업이50개나 된다고 합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기업 기부금을 이렇게 확대해온 비결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박두준 상임이사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쌓아온 신뢰”라고 했습니다. 아이들과미래는 실제 비영리기관 최초로 2001년부터 내부감사 외에 외부감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투명성은 과연 기부금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가. 아이들과미래 사례를 보면 분명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비영리단체에선 투명성에 관해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올해 6월 말이면 자산 5억원 이상, 수입 3억원 이상 공익법인은 모두 결산서류를 공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공익법인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젠 개인 기부금이 가장 많은곳, 사업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곳 등 기부자들이 원하는 정보들이 쏟아져나오게 됩니다. 물론 첫 해이기 때문에 공시항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여러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껄끄러워하는 분위기도 상당히 높습니다.

국세청으로부터 공시정보를 받아서 이를 공개하는 역할을 맡은 곳은 한국가이드스타입니다. 미국 가이드스타를 본떠 이를 국내에 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두준 사무총장이 그 뒷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초창기에 근무하던 비영리단체에서 윗분들이 금전적으로 사고를 치는 바람에 단체가 와해됐고, 직원들도 모두 일터를 잃었다. 이후 투명성에 인생을 걸었다. 한국가이드스타가 만들어진 2008년 당시 투명성은 아무도 관심조차 없었다. 송자 이사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이만큼 성장한 건 공시 덕분이다. 공시를 도입할 당시 재벌 오너들이 왜 내 살림살이를 다 보여야 하느냐고 반발했지만, 결국은 이 방향이 옳았다’며 적극 지지해줬다.

국세청 공무원들이 관심이 없어 애가 탔는데, 송자 이사장의 제자가 국세청의 국장이었고 취지에 공감해줬기에 극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졌다. 가이드스타가 만들어진 초창기에 협박이 장난 아니었다. 자녀들에게 사회복지법인을 물려줘왔던 일부 법인대표들은 ‘밤길 조심하라’고 했다. 한번은 대형 모금단체 이사장들의 조찬모임에서 가이드스타의 취지와 내용을 소개했는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故) 김석산 회장이 뒤따라 나오더니 귓속말로 ‘집 팔아서라도 반드시 성사시키게’라고 하더라.”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지난해 방문했던 미국 최대의 자선단체 평가기관인 ‘채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 켄버거 대표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켄버거 대표는 “10년 동안 비영리단체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기부자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대표 평가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부시장이 확대되려면, 내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단체인지에 대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입니다. 박두준 사무총장은 “기부금을 늘리는 게 목적인데,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했습니다. 단체의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지는 않을까, 혹시 기부금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언론에 많이 등장해 오히려 기부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우리나라 기부시장은 성숙해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부와 비영리 공익법인, 기부자, 언론이 모두 따뜻하고 희망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잘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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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정보와 기회의 과잉… 본질에 집중해야 /archives/8781 /archives/8781#respond Tue, 24 Mar 2015 01:07:2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781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문자를 쓰는 순간, 아이들의 상상력은 확 죽습니다. 미국에선 이 때문에 쓰기 교육을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최대한 늦게 시킵니다. 구석기시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도 등장하듯, 문자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는 그림입니다. 요즘 ‘카드뉴스’가 유행하는 걸 보니, 스마트폰 때문에 다시 문자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카드뉴스’란 주요 이슈들을 이미지와 간단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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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문자를 쓰는 순간, 아이들의 상상력은 확 죽습니다. 미국에선 이 때문에 쓰기 교육을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최대한 늦게 시킵니다. 구석기시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도 등장하듯, 문자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는 그림입니다. 요즘 ‘카드뉴스’가 유행하는 걸 보니, 스마트폰 때문에 다시 문자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카드뉴스’란 주요 이슈들을 이미지와 간단한 텍스트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것인데, 길고 지루한 뉴스를 읽기 힘들어하는 영상 세대를 위한 맞춤형 뉴스입니다.

기자들이 써온 기사를 고치고 줄이는 게 편집장인 저의 주요 역할인데, 보통 기자들은 자신이 쓰겠다는 원고 수량보다 더 많이 씁니다. 취재한 내용이 아까워서, 빼기에는 너무 중요한 부분이 많아서 기사량이 점점 많아집니다. 하지만 제3자의 눈으로 기사를 읽다 보면, 빼더라도 의미 전달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문장이 상당합니다.

“사진 한 장으로, 아니면 제목 한 줄로 기사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자 시절 늘 들어왔고, 기자들에게도 강조하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센셜리즘’의 저자 그렉 매커운씨는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생각, 모든 사람의 요청을 수용하려는 생각을 멈추어야 정말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을 하나 선정한 다음, 그것을 기준으로 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를 매기고 만약 90점 미만인 대상이 있다면 0점이라고 판단하고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가장 우선시되는 것’에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데, 우리는 보통 이 에너지를 분산합니다.

좀 더 많은 분이 ‘더나은미래’ 지면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런 상념에 빠졌습니다. 우선 지면의 글부터 좀 덜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강력한 사진 한 장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더불어 제 삶도 가지치기를 하려 합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던 저는 가족과의 시간을 확보하고,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외부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일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바쁜 게 좋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와 기회의 과잉 속에서 우리 삶과 시간 또한 ‘큐레이션’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엄마를 떠나보낸 선배의 한마디가 귓전에 맴돕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엄마였는데, 나는 뭘 하느라 엄마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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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사회적금융’ 개념도 없는 한국사회 /archives/8714 /archives/8714#respond Tue, 10 Mar 2015 00:12:37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714 “최근 수지 휴대폰 케이스가 유행인데, 이게 사회적기업 제품이잖아요. 한번 노출된 걸로 엄청난 이슈가 되는 걸 보면서, 기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한 사회적기업 중간 지원기관 사무국장이 한 말입니다.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들고 있던 휴대폰 케이스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해 수익금을 사용하는 사회적기업 ‘마리몬드’ 제품입니다. 고(故) 심달연 할머니가 직접 디자인한 것인데, 하루 만에 품절됐고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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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지 휴대폰 케이스가 유행인데, 이게 사회적기업 제품이잖아요. 한번 노출된 걸로 엄청난 이슈가 되는 걸 보면서, 기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한 사회적기업 중간 지원기관 사무국장이 한 말입니다.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들고 있던 휴대폰 케이스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해 수익금을 사용하는 사회적기업 ‘마리몬드’ 제품입니다. 고(故) 심달연 할머니가 직접 디자인한 것인데, 하루 만에 품절됐고 다른 디자인도 주문이 폭주했다고 합니다. 이 사무국장이 안타깝다고 한 부분은 “수지 사례로 기뻐하기엔 사회적기업 현장의 분위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국사회투자를 그만둔 페이스북 친구가 쓴 장문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적금융, 사회투자기금 참 어렵더군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소셜 비즈니스를 육성시키겠다는 정책은 많은데 정작 비즈니스에 필요한 자금 조달 인프라가 너무 빈약했습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민간기금을 왜 조성 못 하느냐’였습니다. 서울시에서 500억원을 기금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500억원을 민간에서 매칭해야 할 것 아니냐는 겁니다. 문제는 행정자치부에서 ‘기부금 유치를 위한 모금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한쪽에선 손발을 묶어놓고, 한쪽에선 왜 빨리 안 움직이냐고 한 셈이지요. 이뿐만 아니라 마치 예산을 운용하듯 ‘집행률’로 금융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이 두 번째 스트레스였다고 합니다. 1년 동안 사업비 예산을 쓰고 없애는 개념이 아니라, 계속 순환해야 하는데 ‘사회적금융’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다 보니 서울시나 서울시의회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회적금융 담당자는 “10년 정도 저소득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미소금융)를해왔는데 정부에서 미소금융을 하면서 민간기금이 많이 줄어들어, 지난해 12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우울해하다 이번 지면에 실린 영국 사회적기업 이야기를 접하니 더 속상했습니다. ‘아웃 오브 블루’라는 사회적기업이 ‘드릴홀’이라는 건물을 매입해 지역주민들과 청소년을 위한 공연장, 전시장, 직업훈련장, 영화관, 벼룩시장까지 할 수 있었던 데에는, 17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던 사회적금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려 1조101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251개의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내고도 이들 업체 평균 근로자수가 12.7명으로 영세하고 80% 이상이 영업적자를 내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과연 이게 올바른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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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약자에 대한 교만 /archives/8639 /archives/8639#respond Tue, 24 Feb 2015 03:21:49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639 “세상 모든 사람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갖고 있는 대표적인 성격 장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난 일요일, 목사님 설교 말씀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만’입니다. 무릎을 쳤습니다. 남을 비판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신앙이 자라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것은 곧 자신을 의롭게 여기기 때문이지요. 언론사 기자 생활을 오래 하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평하고 잣대를 매기는 습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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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갖고 있는 대표적인 성격 장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난 일요일, 목사님 설교 말씀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만’입니다. 무릎을 쳤습니다. 남을 비판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신앙이 자라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것은 곧 자신을 의롭게 여기기 때문이지요. 언론사 기자 생활을 오래 하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평하고 잣대를 매기는 습관이 몸에 배기 마련입니다. 일간지 기자는 매일, 주간지 기자는 일주일마다, ‘더나은미래’는 2주에 한 번씩 교만의 벽을 쌓아가는 셈입니다.

일상생활에도 은근슬쩍 그게 드러납니다. 지난주 지하철역에서 파는 6000원짜리 휴대폰 케이스 때문에 아르바이트 점원과 엄청 다퉜습니다. 그 청년은 제 휴대폰을 보면서 “아줌마. 이거 사가면 딱 맞아요”라고 건네줬고, 저는 확인도 하지 않고 사왔습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제 휴대폰보다 더 작은 케이스였고, 며칠 후 저는 “교환해달라”고 했습니다. 청년은 “영수증도 없는데, 이 가게에서 사 갔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 하루에 손님이 100명도 넘는데 당신 같은 사람 많다. 뭘 믿고 바꿔주느냐”고 했습니다. 화가 나서 “내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이느냐. 왜 사람을 못 믿느냐”고 다그쳤습니다. 결국 감정 싸움이 심해져 경찰서 문턱까지 갔다 왔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그날 밤 이성이 되돌아오니 제 안의 교만을 들킨 것 같아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 청년의 눈에 저는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고, 제가 바라본 저는 남다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님이었으니까요.

‘내가 너보다는 낫지’라는 이 은근한 마음속의 알력은 곳곳에 있습니다. 겉으로는 서로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어도 말이지요. 또 ‘(같은 그룹에 속한) 우리만 옳다’는 태도도 교만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이번 주 커버 스토리인 ‘다행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교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다행이의 오른쪽 앞발을 자른 사람은 누구일까요. 우리 사회의 다행이는 참 많습니다.

스스로 자립하기 힘든 어린 아이들, 몸이나 정신이 불편한 장애인들, 언어나 정서가 달라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나 탈북민…. 우리 집에도 있고, 우리 회사에도 다행이들은 존재합니다. 다행이의 또 다른 이름은 ‘약자’입니다.

한편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약자에 대한 교만’입니다. 많은 사람이 약자에 대한 불쌍한 이미지를 그리고, 그들을 돕는 자신을 의인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 실린 ‘NPO의 새로운 모금 트렌드’는 그래서 더 반갑습니다. ‘돕는 사람은 잘나서, 도움받는 사람은 못나서’라는 콘셉트가 아니라 ‘다 같은 사람으로서, 사랑을 나누기 위해’라는 콘셉트이기 때문입니다.

다행이를 죽음에서 살려낸 것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김행균 역장님의 돌봄, 역곡역 직원들의 배려, 시민들의 응원까지 모두 ‘사랑’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이 사랑의 물결만 세상에 흘러넘친다면, 이슬람 무장테러 조직 IS도 없고 도심 한복판 총기 난사도 사라질 텐데 말입니다. 또 수십년째 우리 사회를 덫에 가두고 있는 좌우 논란, 보수·진보 논란을 넘어 좀 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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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새로운 변화’는 현장에 있습니다 /archives/8569 /archives/8569#respond Tue, 10 Feb 2015 02:18:45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569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요즘 미니어처를 만드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로 떡볶이,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등 온갖 음식을 만듭니다. 친구들한테 쇼핑몰 정보를 알아와서 각종 재료를 산 후, 유튜브를 통해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배웁니다.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30분만 지나도 피곤해하는데, 미니어처를 만들 땐 2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유튜브가 딸아이한테는 교과서요, 선생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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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요즘 미니어처를 만드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로 떡볶이,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등 온갖 음식을 만듭니다. 친구들한테 쇼핑몰 정보를 알아와서 각종 재료를 산 후, 유튜브를 통해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배웁니다.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30분만 지나도 피곤해하는데, 미니어처를 만들 땐 2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유튜브가 딸아이한테는 교과서요, 선생님입니다. 자신도 떡볶이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에 올리겠다며, 한 시간 넘게 제 휴대폰을 갖고 낑낑댔습니다.

그 모습이 저한테는 새로운 문화 충격입니다. ‘배움’이 더 이상 학교에만 있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지만, 아이의 행동을 통해 실제로 목격하니 더 생생합니다. 기존의 방식, 즉 위에서 아래로 정보나 지식이 하달되는 틀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최근의 사회 흐름을 지켜봐도 그렇습니다. 땅콩 회항, 디자이너 이상봉씨 열정 페이, 연말정산 세금 폭탄 등 모든 이슈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그 이슈가 유통되는 과정에는 페이스북의 공유,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 등 SNS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5년 전쯤 한 NGO 사무총장이 “아~ 이제 NGO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야.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으던 NGO의 역할을 이제 SNS가 다 하게 될 텐데”라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 그 사이에는 반드시 격차(갭)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격차가 작아야 불행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민이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부시맨 정부’ ‘부시맨 학교’ ‘부시맨 기업’만 홀로 존재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혁신을 이끄는 것은 작고 효율적인 조직이 잘합니다. 현장과 가장 맞닿아있기 때문이지요. 25년 동안 아이쿱생협을 이끌며 조합원 22만명, 연매출 4000억원 규모로 키워온 신성식 대표는 “법과 제도는 늘 현장보다 뒤떨어지기 마련이라, 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야메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고 말하더군요. 이번 호에 인터뷰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또한 정부가 학교 폭력이라는 현상을 받아들이고 법을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장관부터 위아래 공무원이 계속 바뀌니, 20년을 꾸준히 현장을 지켜온 민간 NGO보다 훨씬 정책 이해력이나 통찰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심상치 않은데, ‘높은 담 안에 갇혀 있는’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바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론인인 저 또한 다시 한 번 성찰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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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사회공헌 초고속 성장의 덫 /archives/8473 /archives/8473#respond Tue, 27 Jan 2015 01:12:1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473 “이제 기업 사회공헌은 다 죽은 거 아니에요? 몇 년 동안 반짝 붐을 이루더니,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 다시 죽었네요. 솔직히 사회공헌팀은 조직에서 한직(閑職)이잖아요.” 한 기업 재단 담당자의 솔직한 얘기입니다. 경기 불황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기업들의 이슈는 리스크 관리가 된 모양입니다. 기업마다 국회나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며 기업의 리스크에 해당하는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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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업 사회공헌은 다 죽은 거 아니에요? 몇 년 동안 반짝 붐을 이루더니,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 다시 죽었네요. 솔직히 사회공헌팀은 조직에서 한직(閑職)이잖아요.”

한 기업 재단 담당자의 솔직한 얘기입니다. 경기 불황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기업들의 이슈는 리스크 관리가 된 모양입니다. 기업마다 국회나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며 기업의 리스크에 해당하는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대외협력팀을 운영하는데, 여기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한 대학생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도 들었습니다. 대학생을 학습 멘토로 운영하는 한 기업 사례인데, “이 프로그램을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 대학생에게 그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가 “우리 기업에 나쁜 사건이 터졌을 때, 이걸로 막으려고 하는 거야”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이뿐 아닙니다. 겉으로는 자사의 사회공헌 사례를 적극 홍보하는 한 기업 CEO가 “솔직히 이런 사업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내부 회의에서 대놓고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파트너십에 관해서라면, 비영리 단체들로부터 ‘기업의 갑질 사례에 관한 익명의 제보’를 수집하면 아마 책 한 권을 써도 될 만큼 나올 것 같습니다. 다만 기업의 후원이 끊어질까 봐 절대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양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반가웠는데, 요즘은 ‘모래성 쌓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연산도 못 푸는 초등학생이 미분·적분을 푸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싶은 것이지요. ‘더나은미래’는 과연 기업 사회공헌의 질적 성숙에 기여했을까, 기업 사회공헌의 초고속 성장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없을까, 반성도 하게 됩니다. 홍보란 것이 때로 ‘달콤한 독(毒)’이 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하고 사람들 관심이 식어들면 안 해도 되는 게 아닙니다. 대기업이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국가에서 어마어마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걸 한번 생각해 보면 될 겁니다. 기업이 잘되도록 응원하고 배려해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이익의 일부를 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업 자체의 홍보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성과를 내야 하는 복지 서비스가 아닙니다. 올 한 해, 진정성 있는 기업 사회공헌과 성숙한 인식을 가진 기업 리더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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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혁신의 시작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archives/8371 /archives/8371#respond Tue, 13 Jan 2015 09:35:3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371 2012년 구글의 슈퍼컴퓨터 중 하나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있는 섬네일 1000만개를 훑어본 후 75%의 정확도로 고양이를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일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인간의 경우 네 살짜리 꼬마들조차 완벽하게 해내는 일이지요. “우리는 컴퓨터 혼자서 해낸, 별것 아닌 일들에는 감동하면서도 인간이 컴퓨터의 똑똑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며 이뤄낸 커다란 업적들은 무시한다”는 말을 한 이는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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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구글의 슈퍼컴퓨터 중 하나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있는 섬네일 1000만개를 훑어본 후 75%의 정확도로 고양이를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일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인간의 경우 네 살짜리 꼬마들조차 완벽하게 해내는 일이지요.

“우리는 컴퓨터 혼자서 해낸, 별것 아닌 일들에는 감동하면서도 인간이 컴퓨터의 똑똑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며 이뤄낸 커다란 업적들은 무시한다”는 말을 한 이는 바로 피터틸입니다. 전자결제시스템 회사 페이팔 CEO이자,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이지요. 페이스북 친구 중 몇몇이 하도 칭찬을 많이 해서, 연말에 읽어본 책 ‘제로투원(Zero to One)’의 저자입니다.

그는 ‘빅데이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냅니다. “빅데이터는 보통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데이터다. 오직 인간만이 쓸모 있는 통찰 결과를 찾아낼 수 있다.”

재밌는 내용은 또 있습니다. ‘왜 사람들이 경쟁을 건강하다고 믿는 걸까.’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초로 ‘게이츠(MS)와 슈미트(구글)’ 연극을 이야기합니다. 신생기업일 때 각자 번영하던 이들 가문은 점차 성장하면서 서로 경쟁에 집착했고, 그 결과 홀연히 애플이 나타나 두 가문을 모두 제쳤습니다. 그는 “경쟁하지 말고 (창조적) 독점을 하라”고 주장합니다.

경쟁에서 이겨봤자 1에서 n이 될 뿐이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0에서 1이 된다는 것입니다.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엔비처럼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발견 못한 비밀을 발견해야 위대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공익 분야가 시장이 얕다 보니 경쟁자가 없는 게 내심 불안했고, 컴퓨터도 기사를 쓰는 시대에 ‘인사이트(insight)가 있는 매체를 만들자’며 구닥다리 신문을 만드는 게 불편했는데, 참 우습습니다. 실리콘밸리 한복판의 성공한 CEO에게 위로를 받다니요. 연말에 어떤 기업인이 5주년을 맞이하는 더나은미래 이야기를 듣더니, “미디어 분야의 소셜벤처네요”라며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피터틸이 채용 면접 때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신년을 맞아 한번 고민해보세요. 그게 바로 미래를 바꿀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의 시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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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찾습니다 /archives/8281 /archives/8281#respond Tue, 23 Dec 2014 05:14:05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281 ‘수송보국(輸送報國·수송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 대한항공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가졌던 신념입니다. 칼럼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문득 딸에게 읽어보라고 선물한 ‘대한민국을 바꾼 경제거인 시리즈'(FKI미디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은 재벌이 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 창업주들 이야기를 엮은 청소년 도서입니다. 9권(조중훈처럼)을 열어보니, 1945년 11월 인천시 해안동에서 트럭 한 대를 가진 청년이 ‘한진상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시작한 이야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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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보국(輸送報國·수송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

대한항공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가졌던 신념입니다. 칼럼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문득 딸에게 읽어보라고 선물한 ‘대한민국을 바꾼 경제거인 시리즈'(FKI미디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은 재벌이 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 창업주들 이야기를 엮은 청소년 도서입니다. 9권(조중훈처럼)을 열어보니, 1945년 11월 인천시 해안동에서 트럭 한 대를 가진 청년이 ‘한진상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시작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8남매의 둘째로 태어난 후 가세가 기울어, 열일곱 나이에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선박 기술을 배운 식민지 청년이 바로 조중훈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당장 필요한 물품을 들여오는 무역업에만 신경 쓸 때, 그는 물자를 원하는 곳까지 가져다줄 ‘수송’에 눈을 돌렸습니다.

책의 감수를 맡은 유재천 전 서강대 사회과학대학장은 “(당시 경영이 어려워 아무도 인수를 원치 않던) 대한항공공사, 대한선주, 인하공대 등을 인수한 조중훈 회장님은 기업의 이윤에 앞서 나라의 부름에 응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보여준 기업인”이라며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한 뼈아픈 경험에 대한 회한으로 직원들의 자녀가 학비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했고, 사재를 쏟아부어 인하대와 항공대를 있게 했다”고 적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사내 대학까지 만들어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었다고 합니다.

조중훈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나눔이나 배려, 사회에 대한 기여 등과 같은 ‘가치 있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직접 어려움을 겪어보았기에 뼈저리게 느끼거나, 부모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그 중요성을 보고 배웠거나, 아니면 책·영화·강연·또래 집단과의 교제 등을 통한 간접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왜 무시당한 아파트 경비원이 자살하는지’ ‘왜 내 회사를 내 맘대로 못 하는지’ 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마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금까지 이런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추측건대, 대대로 부를 물려받은 재벌 3~4세 중에는 이런 케이스가 많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오너 기업에선 자녀를 위한 ‘특별한 공익 나눔스쿨-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되는 법’ 커리큘럼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직원들에게 “얼마나 수고가 많으냐”며 흔한 초콜릿이라도 한 봉지 사서 나누고 먼저 대접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내년에도 우리 사회 공익의 등불을 자처하며 달려갑니다. 독자 여러분, 올 한 해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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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영수증 없이 연 5000만원 지원하는 ‘아쇼카’ 이야기 /archives/8181 /archives/8181#respond Tue, 09 Dec 2014 02:56:07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181 제가 매달 한 번씩 참여하는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이라는 공부모임이 있습니다. 시작은 작년 초쯤 사회적기업을 취재해온 ‘이로운넷’ 선배와 통화하면서 “출입처도 없는 외로운 기자들끼리 한번 모여보자”며 뭉친 게 계기였습니다. 매달 한 분씩 모셔서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분야 이야기도 듣고, 토론도 합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한겨레경제연구소가 함께하는 따뜻한 모습에 참석자 몇몇은 놀라기도 합니다. 이번 달에 만난 인물은 아쇼카의 이혜영 대표였습니다. 아쇼카는 사회 혁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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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매달 한 번씩 참여하는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이라는 공부모임이 있습니다. 시작은 작년 초쯤 사회적기업을 취재해온 ‘이로운넷’ 선배와 통화하면서 “출입처도 없는 외로운 기자들끼리 한번 모여보자”며 뭉친 게 계기였습니다. 매달 한 분씩 모셔서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분야 이야기도 듣고, 토론도 합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한겨레경제연구소가 함께하는 따뜻한 모습에 참석자 몇몇은 놀라기도 합니다. 이번 달에 만난 인물은 아쇼카의 이혜영 대표였습니다.

아쇼카는 사회 혁신 기업가(소셜 앙터프리너)를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인데, 30여년 동안 88개국에서 아쇼카펠로 3000여명을 선정해 지원해왔습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아동 인권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Kailash Satyarthi)씨는 무려 21년 전에 아쇼카펠로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아쇼카펠로로 선정되면, 아쇼카는 생계비(1년 평균 5000만원)를 3년 동안 지원하는데, 3개월에 한 번씩 생활비만 입금할 뿐 영수증을 전혀 요구하지 않습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혜영 대표는 “3000명 중 96%가 자기 조직을 성장시켰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국 같으면 영수증 붙이느라 정신없거나, 누구 ‘백그라운드’로 이 사람 지원했느냐는 식의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고 씁쓸히 웃었습니다. 신뢰 자산이 참 무섭습니다.

아쇼카를 본뜬 재단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에코잉그린(Echoing Green) 재단은 창립한 지 3년 이내의 스타트업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고, 스콜(Skoll) 재단은 사회적기업가들을 발굴할 뿐 아니라 네트워크 확산에 주력합니다. 인터내셔널 브릿지스 투 저스티스(International Bridges to Justice)라는 비영리단체는 커가는 단계별로 에코잉그린-아쇼카-스콜의 지원을 모두 받았습니다. 이혜영 대표는 “한국에선 마치 사회적기업가가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며 “사회적기업가들은 영리와 비영리에 상관없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지난 30년간 세계적으로 통용되어온 의미”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박유현 인폴루션제로 대표,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시니어 펠로), 명성진 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 정혜신 공감인 박사 등 5명이 지금까지 펠로로 선정됐습니다.

재밌는 것은 아쇼카가 재단법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쇼카는 30년 동안 수많은 기업의 지원을 받아 아쇼카펠로를 지원할 기금을 마련해 왔습니다. ‘맨땅에 헤딩’입니다. 우리는 “과연 한국에서 가능할까”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작년 3월, 아쇼카가 한국에 창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해상과 현대백화점 두 기업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삼 두 기업이 대단해 보입니다.

아쇼카 글로벌 본부와 협력하는 기업 중 베링거 인겔하임이라는 제약 회사가 있는데, 지난 3년 동안 150억원을 투자해 보건 의료 분야 아쇼카펠로 57명을 선정했습니다. 두 곳은 파트너십을 할지 말지 1년 동안 논의했다고 합니다. 이혜영 대표는 “아쇼카를 통해 베링거 인겔하임은 사회혁신기업가 57명을 만나고, 이들을 통해 새로운 고객 600만명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개인과 기업이 생태계로 모이고 이들이 다시 모여 팀이 되는 식으로, 세계는 ‘팀 오브 팀스(team of teams) 모델’로 움직이면서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빨리 내 것만 고집하는 ‘우물 안 개구리’ 모델을 벗어나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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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나눔의 시너지 내려면 ‘룰’부터 정해야죠 /archives/8084 /archives/8084#respond Tue, 25 Nov 2014 01:53:18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084 “싸움과 권투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룰(Rule)이 있느냐 없느냐죠. 저는 상담할 때 딱 두 가지 룰만 줍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끊지 않을 것, 상대방이 한 말을 재확인할 것.”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면, 자녀는 집중력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리더십을 발휘하죠. 반면, 부모가 자녀를 간섭하면, 자녀는 한계를 정해 수동적이 됩니다.” 지난 19일 더나은미래가 이지웰가족복지재단과 함께 세 번째 부모교육포럼을 열었는데, 미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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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과 권투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룰(Rule)이 있느냐 없느냐죠. 저는 상담할 때 딱 두 가지 룰만 줍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끊지 않을 것, 상대방이 한 말을 재확인할 것.”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면, 자녀는 집중력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리더십을 발휘하죠. 반면, 부모가 자녀를 간섭하면, 자녀는 한계를 정해 수동적이 됩니다.”

지난 19일 더나은미래가 이지웰가족복지재단과 함께 세 번째 부모교육포럼을 열었는데, 미국에서 10년 동안 가족 상담을 해온 남동우 한국가족상담센터 상담소장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룰과 존중. ‘왜 우리나라는 협력과 공유가 잘 안 될까’라는 제 오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한 좋은 모델을 분석해보면, 한 단체나 개인이 해낸 게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한 결과물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주는 기업이나 정부, 현장에서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습고 창피한 일이지만, 최근 몇 년간 협동조합 붐이 일면서 지자체·정부기관·민간단체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러 간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한 기관에서는 ‘한국 해외연수단 더 이상 안 받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너희 나라는 왜 정보 공유를 안 하느냐”고 물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더나은미래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민관협력사업 3년을 분석하는 좌담회를 열었을 때도, 한결같은 목소리는 “기업·정부·비영리단체 간 파트너십을 잘하는 게 가장 어렵다”였습니다.

해결의 열쇠는 바로 ‘룰(Rule)을 정하는 것’입니다. 파트너끼리 우선 목표와 성과에 대한 합의를 한 후, 서로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할지 명확히 룰을 정해야 합니다. 기부금액이 1억원이든, 10억원이든 상관없이 적용되는 파트너십의 룰 말입니다. 그게 없으니 돈을 주는 측은 수시로 부당한 요구를 해도 되고, 돈을 받는 측은 파트너가 아닌 하도급업체나 대행업체가 되는 사례가 생깁니다.

미국 최대의 자선단체인 유나이티드웨이는 1년에 5조원을 모금하는데, 이 중 75% 이상이 직장인들의 월급 기부입니다. 수많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을 지켜보니, 서로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매뉴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뉴얼이 잘 지켜지는 건 바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 때문이겠지요. 이 룰을 만들고, 적용하고, 관행처럼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 ‘더나은미래’의 또 다른 숙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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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도 비영리에 대한 신뢰자산 쌓아야 /archives/8015 /archives/8015#respond Tue, 11 Nov 2014 01:07:1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8015 지난 5일 ‘국제 나눔문화 선진화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예정에 없이 티모시 제이 매클리몬 아멕스재단 이사장, 도요타재단 디렉터 등과 함께 점심을 먹게 됐습니다. 이야기 주제가 기업과 비영리의 파트너십으로 흘러갔습니다. 도요타재단은 1974년에 만들어졌으니, 생긴 지 올해가 꼭 40년이 됩니다. 재단은 시민사회 및 NPO(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다양한 연구 및 공모·배분 사업을 하는데, 200억원이 넘는 돈을 씁니다. 아멕스재단은 NPO의 역량 강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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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제 나눔문화 선진화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예정에 없이 티모시 제이 매클리몬 아멕스재단 이사장, 도요타재단 디렉터 등과 함께 점심을 먹게 됐습니다. 이야기 주제가 기업과 비영리의 파트너십으로 흘러갔습니다.

도요타재단은 1974년에 만들어졌으니, 생긴 지 올해가 꼭 40년이 됩니다. 재단은 시민사회 및 NPO(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다양한 연구 및 공모·배분 사업을 하는데, 200억원이 넘는 돈을 씁니다. 아멕스재단은 NPO의 역량 강화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약 326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한국의 젊은 층은 NPO분야로 진출하려는 관심이 높은가” “한국에선 대학이나 대학원에 NPO 리더십 과정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한국의 기업과 NPO의 파트너십 관계는 어떤가” …. 어느 질문 하나에도 속 시원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갈 길은 멀지만 그렇기에 더나은미래 같은 매체의 존재 이유가 있다”며 농담 섞인 진담으로 얼버무렸습니다.

다만 두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요타재단은 만들어지고 나서 10년 동안 무조건 직접 사업을 벌였지만, 이후부터는 NPO를 간접 지원하는 형태로 방향을 틀었다고 합니다. 아멕스재단 또한 NPO의 역량이 높아지고 NPO에 좋은 인재가 많이 뿌리 내려야만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고 리더십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 전 한 대기업 CSR 담당 임원이 “함께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의 역량이 부족해서, 우리 직원들의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 투입량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며 “비영리단체는 왜 이렇게 자주 사람이 바뀌는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비영리단체의 사정이 왜 열악한지 사정을 설명하자, 그 임원은 “몰랐다”면서 “우리 사업을 담당하는 비영리단체 직원만이라도 제대로 대접을 해줘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는 NPO와 파트너십을 할 때, 행정 운영비의 제한이 어느 정도인지 룰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기업이나 정부가 공모 사업을 할 때 비영리단체의 행정 운영비를 15% 이상 넘기면 안 되는 게 불문율이고, 실제로는 10% 이내로 제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매클리몬 이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럼 규모가 작은 비영리단체는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텐데, 아예 지원받을 가능성이 없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룰 때문에 비영리단체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된다”며 “비영리에 대한 사회적 신뢰 자산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도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기업·정부와 비영리의 파트너십이 늘면서, 자연스레 이 분야의 생태계를 고민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다행히 우리에겐 ‘좋은 것이라면 금방 따라 하는 DNA’가 있으니, 머지않아 선진국 못지않은 신뢰 자산이 쌓이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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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귀 열고 들어보세요… 변화의 ‘신세계’ 열릴 겁니다 /archives/7926 /archives/7926#respond Tue, 28 Oct 2014 07:42:04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926 최근 며칠 동안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의장 이야기를 쓴 책을 이북으로 읽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6개월 이론’입니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른 채 삼성SDS에 입사했던 그는 입사 이후 막막했다고 합니다. 그때 던진 질문이 “6개월 후에 남들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게 뭘까”였습니다. “윈도가 뜰 것이다”라는 데 힌트를 얻어, 당시 유행하는 코볼·포트 대신 6개월 동안 C++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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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동안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의장 이야기를 쓴 책을 이북으로 읽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6개월 이론’입니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른 채 삼성SDS에 입사했던 그는 입사 이후 막막했다고 합니다. 그때 던진 질문이 “6개월 후에 남들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게 뭘까”였습니다. “윈도가 뜰 것이다”라는 데 힌트를 얻어, 당시 유행하는 코볼·포트 대신 6개월 동안 C++와 윈도만 했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윈도 기반의 프로젝트 수주를 하게 됐고, 그걸 잘하는 사람이 없어 갑자기 그가 전문가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는 “6개월 정도만 고민해서 답을 낼 수만 있으면, 남들보다 한 발자국은 아니더라도 반 발자국 앞서갈 수 있다”는 걸 터득했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됐을 때 ‘6개월 이론’을 적용해 한게임을 창업하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시대가 열렸을 때 카카오톡을 만든 것도 같은 원칙에서입니다.

더나은미래에 있다 보면, 새로운 해외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해외에서는 비영리,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등의 역할과 중요성이 큰 데 반해, 국내는 이 분야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보니 늘 해외 콘퍼런스 연사는 ‘더나은미래’에 인터뷰 요청을 해옵니다. 이번에도 ISO 26000의 최고 전문가 마틴 노이라이트 교수, 미국 사회적기업협회 의장 케빈 린치, 독일 위기청소년 교육전문가 리햐드 권더 도르트문트대 명예교수 등 수많은 전문가의 인터뷰를 지면에 실었습니다. 정보가 쌓이니, 마치 ‘6개월 이론’처럼 자연스레 세상 돌아가는 흐름이 읽힙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신세계’를 저희와 애독자들만 알고 있는 것입니다. 민간이나 젊은 층일수록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은 데 반해, 권력을 쥐고 있는 기득권 기성세대일수록 아직 ‘그게 뭐야’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사람과 세상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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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反기업 정서 깨는 가장 큰 힘, 나눔 /archives/7844 /archives/7844#respond Tue, 14 Oct 2014 06:18:59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844 “이제 시작인데요, 뭐.” 지난 7일 아산나눔재단 창립 3주년 기념식장에서 정몽준 명예이사장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정몽준 전 의원이 2000억원을 쾌척하고 범현대가(家) 기업들이 총 6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준 명예이사장 부부 외에도 정몽진 KCC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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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인데요, 뭐.”

지난 7일 아산나눔재단 창립 3주년 기념식장에서 정몽준 명예이사장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정몽준 전 의원이 2000억원을 쾌척하고 범현대가(家) 기업들이 총 6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준 명예이사장 부부 외에도 정몽진 KCC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얼마 전 딸이 사관후보생으로 해군사관학교에 입영해 화제가 된 SK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 관장(아트센터 나비)도 참석해 축하해줬습니다. 축사만 하고 VIP들이 우르르 빠지는 행사만 봐오다 1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진 행사에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따뜻한 박수와 웃음이 이어지는 걸 지켜본 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몇 차례 실패와 턱걸이 끝에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입상한 예비 청년 창업가 “너희가 복지를 알아”라며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다 비영리에도 전략과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사회복지사, 중국 기업 글로벌 인턴을 하는 동안 북한의 아버지와 전화 통화 끝에 “자랑스럽다”는 얘기를 듣고 울먹인 탈북 대학생 스토리까지…. ‘청년 창업 활성화’와 ‘비영리 인재 육성 사업’이라는 두 축을 대표하는 수혜자들의 생생한 소감에 참석자들은 때로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 목이 메었습니다. 정진홍 이사장은 마지막 인사에서 “5년 후 신문 기사에 ‘아산나눔재단이 1조원을 출연한 재단이 됐다’는 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확실한 방법은 ‘나눔’이라는 것이고, 이제 곧 국내에도 1조원대 재단이 출연할지 모른다는 기대였습니다.

삼성꿈장학재단(8202억원), 현대차정몽구재단(8500억원), 관정이종환교육재단(8000억원 남짓) 등 국내에도 출연금 5000억원이 넘는 재단이 몇몇 있지만, 아직 1조원대 재단은 없습니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은 42조원이 넘고, 포드재단은 12조원, 록펠러재단은 3조4000억원 규모입니다. 정몽준 명예이사장은 “남을 도와주기 위해선 실력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엔 ‘록펠러’ 이름을 가진 재단이 수십 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엔 ‘아산’이 들어간 3개의 재단이 있는데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정책연구원, 아산나눔재단이 선전해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변칙 상속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던 부정적인 옛 과거를 씻고, ‘부자들의 기부와 자선 재단이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기획 기사를 싣게 될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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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원 체제 안 바뀌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영원한 ‘庶子(서자)’ /archives/7776 /archives/7776#respond Tue, 30 Sep 2014 05:21:01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776 조선시대는 아니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엔 ‘적자’와 ‘서자’가 있습니다. 보조금을 36억원 횡령한 ㈔한국경제교육협회는 청소년 경제 교육을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기재부로부터 268억원의 예산을 받았습니다. 설립된 이듬해인 2009년 ‘경제교육지원법’이 만들어져 경제 교육 실시 단체로 지정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적자’ 단체가 우리 사회에는 한두 곳이 아닙니다. 취약 계층 아동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드림스타트센터’는 2008년 생긴 후 3년 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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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아니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엔 ‘적자’와 ‘서자’가 있습니다. 보조금을 36억원 횡령한 ㈔한국경제교육협회는 청소년 경제 교육을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기재부로부터 268억원의 예산을 받았습니다. 설립된 이듬해인 2009년 ‘경제교육지원법’이 만들어져 경제 교육 실시 단체로 지정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적자’ 단체가 우리 사회에는 한두 곳이 아닙니다. 취약 계층 아동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드림스타트센터’는 2008년 생긴 후 3년 만에 130개로 늘었고, 현재 220곳에 달합니다. 기관당 3억원씩 658억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서자’입니다. 정부가 아동 학대 문제를 인식하기도 훨씬 전인 1996년 민간단체인 굿네이버스에서 아동학대상담센터를 운영해오며 이 불쌍한 아이들을 보살폈습니다. 1998년 충격적인 ‘영훈이 사건'(영훈이 누나는 부모에게 맞다가 숨진 후 암매장됐고, 영훈이 또한 심하게 맞은 상태로 발견됨)으로 2000년 아동복지법이 만들어져 아동 학대에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0곳뿐이고, 가해자로부터 위협당하는 상담원 신분은 보호받지도 못하며, 기관 운영 예산은 민간단체와 지자체가 분담합니다. 출생 신분이 관(官) 주도가 아닌, 민(民)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내년 예산안 뚜껑을 열어보고,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이 떠들썩합니다. “더 이상 민간은 아동 학대 문제에서 손을 떼고 아예 국가에 운영권을 반납하자”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 있는지 말입니다. 357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공무원이 모두 쓰기란 불가능합니다. 공무원은 이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민간단체에 위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성공하면 ‘민관 협력’의 롤모델이 되고, 실패하면 ‘보조금 빼먹는 민간단체 세금 도둑들’이 됩니다.

문제는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구조입니다. 공무원들이 법령을 만들고, 이 일을 시행할 손발이 되는 센터를 만들고,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 말입니다. 청소년 경제 교육을 정부 돈으로 해야 할까요, 아동 학대를 정부 돈으로 해야 할까요. 그걸 1차로 기재부가 결정하고, 2차로 국회의원들이 결정하고 나면 뒤바꾸기 힘든 구조. 이런 의사 결정이 계속 폐쇄적으로 이뤄진다면 진정한 국가 개조는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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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영리단체 운영 건강하고 투명해야 /archives/7677 /archives/7677#respond Tue, 16 Sep 2014 02:23:0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677 미국 비영리단체 이사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3G(Get, Give, Get Out)입니다. 후원을 받아오든지, 자신이 직접 기부하든지, 아니면 비영리단체 이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쏟아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의 ‘당연하고도 즐거운’ 의무로 여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최근 비영리단체 내부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됩니다. B단체는 설립자가 정치권으로 나갔다가, 정치를 그만두고 다시 단체로 돌아와 내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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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영리단체 이사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3G(Get, Give, Get Out)입니다. 후원을 받아오든지, 자신이 직접 기부하든지, 아니면 비영리단체 이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쏟아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의 ‘당연하고도 즐거운’ 의무로 여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최근 비영리단체 내부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됩니다. B단체는 설립자가 정치권으로 나갔다가, 정치를 그만두고 다시 단체로 돌아와 내부가 시끌시끌했다고 합니다. 상임대표가 이에 항의해 단체를 그만뒀고, 팀장 4명도 모두 줄사표를 던졌고, 최근 사무총장까지 그만둔 상태입니다.

신임 회장이 부임한 이후, 전임 회장 시절 간부 직원들을 강등·감급·지방 발령 등으로 좌천시키고 권고사직 및 해고를 했던 K단체는 최근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제아동구호단체인 U단체는 현 사무총장이 나이가 많은 임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권해 송사에 휘말렸다고 합니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직원들을 ‘연구위원’이란 직책을 만들어 앉혔는데, 실은 전임 사무총장과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직원을 내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연구위원 일부가 U단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었다고 합니다.

상임이사를 뽑고 있는 A단체는 또 어떨까요. 연봉 4000만원의 말 그대로 ‘봉사직’에 가까운 자리입니다. 영리 기업 출신으로 열정을 갖고 A단체를 꾸려온 전임 상임이사는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A단체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려는 ‘의무감’ 대신 편안한 명예직으로 ‘권리’만 누리려는 이사진들, 기득권을 누려온 일부 간부급 직원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다 포기한 것입니다.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공익법인들은 영리 기업과 달리 정부로부터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그만큼 조직은 투명하고, 건강해야 합니다. 미국 가이드스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비영리단체를 평가하는 전문 기관만 176개나 된다고 합니다. 종교단체를 평가하는 기관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나겠지요. 최근 자료에 따르면, 뉴욕과 워싱턴의 비영리단체 CEO 중 3분의 1가량이 교체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CEO는 국세청에 연봉까지 공개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비영리단체는 걸음마 수준이라 자립하기에도 버거운 작은 조직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낮은 연봉과 많은 업무량으로 영리에서 비영리로 선뜻 옮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리더들이 비영리단체를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는 구멍가게 중소기업처럼 운영한다면, 우리나라는 천년만년이 되어도 기부 선진국이 되기 힘들 것입니다. 기부자들의 ‘신뢰’는 한번 허물어지면 다시 쌓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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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③ “내 돈을 맡길 만한 곳인가”… 비영리단체 투명한 운영ㆍ성장 돕는 중간 조직들 /archives/7587 /archives/7587#respond Tue, 19 Aug 2014 01:24:1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587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1)기부 패러다임이 바뀐다 (2)핵심 가치에 집중하라 (3)비영리 생태계를 풍성히 하라 재단센터 – 임원 연봉ㆍ기부금ㆍ배분 내역까지 공개 모금전문가협회 – 편드레이징 교육부터 법ㆍ제도 제정 앞장 채리티 내비게이터 – 자선단체 평가로 똑똑한 기부 끌어내 “미국에서 규모가 큰 상위 100개 재단 정보를 보고 싶은가요? ‘파인드 펀더(Find Funder)’ 코너에 들어가면 다 볼 수 있어요. 미국재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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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1)기부 패러다임이 바뀐다
(2)핵심 가치에 집중하라
(3)비영리 생태계를 풍성히 하라
재단센터 – 임원 연봉ㆍ기부금ㆍ배분 내역까지 공개
모금전문가협회 – 편드레이징 교육부터 법ㆍ제도 제정 앞장
채리티 내비게이터 – 자선단체 평가로 똑똑한 기부 끌어내

“미국에서 규모가 큰 상위 100개 재단 정보를 보고 싶은가요? ‘파인드 펀더(Find Funder)’ 코너에 들어가면 다 볼 수 있어요. 미국재단에서 하는 연구를 보고 싶으면 ‘이슈랩(issuelab)’을 보세요. 각 재단의 재무 상황도 다 나옵니다. 자, 우리 조직인 재단센터를 한번 볼까요? 서열 2위인 리사 필립씨는 전략부서 부회장인데, JP모건에도 근무했고 자선기금 마련 분야에 25년 경력을 갖고 있어요. 연봉이 2억원 남짓 됩니다. 재단센터는 연봉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 받는 직원이 21명 정도 되는군요.”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의 상급사서 겸 모금강사인 수잔 시로마씨의 말이다. 재단센터는 1956년에 설립된 자선 분야의 지식 뱅크이자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전 세계의 자선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비영리 종사자를 교육시키고, 기부를 받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재단의 공모 사업이나 협력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한다. 한 해 2200만달러(약 220억원)가량의 예산을 쓰고 직원만 150명가량 된다. 뉴욕, 워싱턴DC, 애틀랜타, 클리블랜드, 샌프란시스코 등 5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재단센터에 수록된 미국 내 재단 및 기관 데이터가 무려 12만개라고 한다.

“재단의 고위급 임원 연봉까지 공개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수잔씨는 “재무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리 분야에서 일하던 전문가들이 비영리단체에 지원을 할 때 연봉 체계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비영리단체끼리도 임직원 임금을 서로 신경 쓰면서 비교해보지요. 연봉뿐 아니라 한 재단의 기부금이 어디서 얼마나 들어왔고, 어느 단체로 얼마나 배분되는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투명성과 개방된 데이터야말로 미국 내 기부를 확산시키는 큰 요인입니다.”

기자는 지난 6월 17일부터 26일까지 한국NPO공동회의가 주관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2014 미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 16개 국내 NPO 실무자들과 함께 워싱턴DCㆍ뉴욕ㆍ시애틀 등의 비영리기관 9곳을 방문했다. 사진은 채리티 네비게이터의 켄 버거 대표와 연수단의 모습이다. /박란희 기자

◇선진국, 비영리 싱크탱크 역할 활성화

지난해 방문한 영국과 비교해볼 때, 기부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비영리 중간 지원 조직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는 것이다. 80년 역사, 500명 직원, 1조원을 굴리며 컨설팅·교육·리서치·캠페인을 하는 영국 자선 분야의 싱크탱크인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tion)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비영리를 돕는 다양한 지원 조직들이 존재했다.

전 세계 3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모금전문가협회(AFP)는 1960년 설립돼 5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앤드루 와트 대표는 “모금 전문가들이 펀드레이징을 잘할 수 있도록 교육·연구하고, 윤리강령을 제공하며, 모금에 관한 법·제도가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모금 전문가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모금전문가협회는 1981년부터 국제 공인 모금 전문가임을 인증하는 CFRE(Certified Fund Raising Executive) 자격증도 발급한다. CFRE는 전 세계적으로 5320여명이 대학과 병원,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2012년 카이스트발전재단 김현수씨가 최초로 CFRE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앤드루 와트 대표는 “미 국세청은 비영리기관을 규제하기보다 도움을 줘야 한다는 역할과 사명을 갖고 있다”며 “비영리 영역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비영리의 성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부자에게 자선단체 평가 정보 제공하기도

“창립자인 팻&매리언 두간(Pat&Marion Dugan)씨 부부는 자수성가해서 일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자선단체를 찾아봤어요. 최근에도 가끔씩 자선단체의 기금 유용 스캔들이 터져나오듯, 당시에도 마찬가지였거든요. 내 돈을 맡길 만한 믿을 수 있는 자선단체가 어디인지 찾아보다, 그런 정보를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그는 직접 설립했습니다.”

2001년 설립된 채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 켄 버거 대표의 말이다. 채리티 내비게이터는 비영리 자선단체의 재무 건전성, 책무성, 투명성을 평가하여 별표를 매기는 미국 최대의 자선단체 평가기관이다. 미국 동부 뉴저지에 위치한 사무실은 기대보다 작았고, 직원은 12명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한 해 평가하는 단체 수는 매년 7000개를 넘고, 지난해까지 700만명 이상이 웹사이트를 방문했다고 한다. 켄 버거 대표는 “평가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나 우리가 평가하는 단체로부터 전혀 지원받지 않고, 개인 기부자나 이사회 임원들이 기부해준다”고 말했다.

평가는 어떻게 이뤄질까. 2010년까지 가장 큰 평가 기준은 ‘얼마나 재무적으로 건전한가’였다고 한다. 미국 비영리단체들은 매년 국세청(IRS)에 표준화된 재무 신고 양식(Form 990)을 제출해야 하는데, 채리티 내비게이터는 이 재무 양식을 기초 데이터로 해서 7가지 지표를 통해 평가한다. 2011년부터 16가지 지표를 통해 비영리단체들의 ‘거버넌스(조직운영체계)’를 평가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결과 보고(results reporting)’도 같이 평가한다.

“기부자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어요. 주식을 사고팔 때 사람들은 금전적인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투자하듯, 기부를 할 때에도 사회적인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고용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몇 명이 고용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6개월 후에 고용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혹은 고용 상황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등이 진정한 결과죠. 똑똑한 기빙은 감정과 이성이 결합된 겁니다.”

채리티 내비게이터는 창립 이후 10년 가까이 많은 비영리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10년이 지나고 기부자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대표 평가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켄 버거 대표는 “우리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은 한 비영리단체가 채리티 내비게이터를 통해 전혀 모르는 곳으로부터 200만달러(약 20억원)를 기부받은 사례가 있다”며 “평가와 결과 측정을 통해 비영리단체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더 많은 기부를 이끌어내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뉴욕·워싱턴

비영리 리더 스쿨 1기 수강생 모집

오는 9월부터 더나은미래와 동그라미재단은 차세대 비영리 리더를 양성한다. ‘비영리 리더 스쿨’은 비영리단체(NPO)·사회적기업 등 제3섹터에 종사하는 ‘팀장급 리더’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과정(3개월)으로, 영리와 비영리를 아우르는 전문가 6인이 강사로 나선다. 서울대 경영대학 김수욱 교수(트렌드 분석·경영전략과 포지셔닝), 한국갈등관리본부 박일준 대표(비영리단체 미션과 비전·갈등 관리 전략), 미디어유 이지선 대표(비영리PR·소셜 커뮤니케이션), 열린;비즈랩 안병민 대표(마케팅·브랜딩),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후원자 설득 커뮤니케이션), 고려대 경영학과 문형구 교수(인적자원관리)가 강의(2시간)와 워크숍(4시간)을 결합한 실전형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 대상

-NPO, 사회적기업 등 제3섹터에 종사하는 팀장급 리더

▲교육 기간 및 구성

2014년 9월~12월 초(3개월 과정)

매주 수요일 오후 2~8시, 이론(2시간), 워크숍(4시간)

▲수강 인원 및 수강료

20인 내외, 30만원(납부 은행: 국민은행 801737-04-006577, 예금주: 씨에스컨설팅앤드미디어)

* 단 수업 10회 이상 출석 시 교육비 전액 환급

* 수업 10회 미만 출석 시 반액 환급

▲교육 장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218 나래빌딩 3층 동그라미재단

▲신청

―8월 30일(토) 오후 6시까지 자기소개서 및 이력서(자유 형식) 이메일 접수

―접수 및 문의: csmedia@chosun.com

▲선발 방법

서류 심사, 필요 시 전화 면접 추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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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② 기부자에게 믿음 주려면… 비전과 핵심 가치에 충실하라 /archives/7539 /archives/7539#respond Tue, 22 Jul 2014 11:26:1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539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2)핵심 가치에 집중하라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 “빈곤·보건·교육문제 해결되면 문 닫을 것” 국경없는의사회 – 기부자 90%, 사용처 지정 않고 믿고 맡겨 시애틀재단 – 1600여 단체 지원… 공동체 살리는 허브 “우리는 50년 안에 기금을 모두 사용하고 난 후 재단이 없어지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의 코디네이터 마리아 레나(Maria Rena)씨의 말이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이곳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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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2)핵심 가치에 집중하라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 “빈곤·보건·교육문제 해결되면 문 닫을 것”
국경없는의사회 – 기부자 90%, 사용처 지정 않고 믿고 맡겨
시애틀재단 – 1600여 단체 지원… 공동체 살리는 허브

“우리는 50년 안에 기금을 모두 사용하고 난 후 재단이 없어지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의 코디네이터 마리아 레나(Maria Rena)씨의 말이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이곳은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와 아내 멜린다 게이츠가 세운,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재단이다. 한 해에 사용하는 기금이 무려 34억달러(3조4000억원·2012년)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회공헌 총지출 액수가 3조원가량이니, 이와 맞먹는다.

‘시애틀 캠퍼스’로 불리는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본부는 V자 모양의 대형 건물 2개 동과 방문자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누구에게나 오픈되는 방문자센터를 만들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목소리 갤러리’는 재단의 수혜자와 파트너들, 재단의 설립자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돼 있다. /박란희 기자

한 해 13만명이 방문한다는 재단의 방문자센터(2012년 오픈) 입구에는 빨간색 팻말로 이곳이 왜 존재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빈곤·보건·교육을 위해 일하는 단체를 지원한다.”

“재단에는 빈곤·보건·교육 파트별로 전담 직원이 있어, 어떤 NGO가 분야별로 가장 잘하는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금을 지원합니다. 우리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으니까요.”(레나씨)

“문제를 해결하고 언젠가 사라지겠다”는 과감한 도전장에 이어, 재단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며 끊임없이 ‘협업과 혁신’을 강조한다. 방문자센터 곳곳에는 “당신이 이런 재단을 운영한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를 적는 IT기기가 많았다. 또 재단과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선 파트너 단체 1만1300개의 리스트를 모두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레나씨는 “저개발국의 가족계획을 위해 제약회사와 협력해 3개월 동안 피임 효과를 지속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며, 아이가 아플 때 스스로 휴대폰을 이용해 진단해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라며 “오지(奧地) 주민을 위해 30일 동안 백신을 냉장 보관하는 아이스박스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만 1500명인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은 과연 35년 후 임무를 다하고 사라질 수 있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세계적 투자가 워런 버핏은 “300억달러(30조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정한 후 매년 10억달러(1조원)를 지원금으로 보내고 있으며, 빌 게이츠 부부가 출연한 출연금 402억달러(40조원)의 기금 수익도 안정적이다.

미국 뉴욕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실에는 대형 세계지도 위에 현장 전문가들이 진출해 있는 곳이 표시돼 있다. /박란희 기자

◇국경없는의사회, 비전에 충실한 모금 방법이 성공

지난 6월 17일부터 26일까지 한국NPO공동회의가 주관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2014 미국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둘러본 미국 비영리단체들의 공통점은 ‘비전과 핵심 가치에 충실하다’는 점이었다. 단체의 대표들은 우리 일행에게 2시간 중 30분 이상을 지루할 정도로 비전과 핵심 가치를 강조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미국 국경없는의사회'(MSF USA)가 대표적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71년 나이지리아 내전으로 인한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의사와 언론인이 함께 설립한 단체로,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70여 개국에서 3만여 명이 활동하며, 전체 모금액 12억3700만달러(1조2300억원가량) 중 미국은 1억8900만달러(1900억원가량)를 모금한다. 소피 델로네이(Sophie Delaunay) 상임이사는 “우리 단체는 긴급한 구호현장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초점이기 때문에, 중립성과 독립성, 윤리적인 부분(책임성과 투명성)을 가장 중시한다”며 “미국의 경우 기부금의 91%가 개인이 낸 돈이고, 정부 기금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기부받을 때의 원칙도 확고하다. ‘비지정 기부금’이다. 기부자들이 후원금을 쓸 곳을 지정하는 게 아니라, 단체를 믿고 맡기는 것이다. 이 비율이 무려 90%다. 기부자들의 후원 유지 기간 또한 7년씩이나 된다(한국은 통상 2~3년이다). 개인 기부자가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이곳은 평균 14%씩 매년 증가한다.

비결은 뭘까. 토머스 쿠먼(Thomas Kurmann) 모금당당 국장이 한 사례를 들려줬다. 2004년 말 인도네시아 쓰나미 긴급 모금 당시 현장에서 필요한 금액 이상으로 후원금이 모였다고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기부자 모두에게 편지를 써서 후원금 중 남은 금액이 얼마인지 알리고, 이를 환불받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 사업에 써도 되는지 물어봤다. 기부자 중 1%만이 후원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쿠먼 국장은 “가장 혁신적인 모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기관의 미션에 가장 부합하는 모금 방법만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재단은 매년 5월이면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온라인 기부 프로젝트인 ‘기브빅(GiveBIG)’ 행사를 열어 일반인의 참여를 독려한다. 시민들은 시애틀재단 홈페이지에 있는 기브빅 메뉴를 선택, 기부하고 싶은 비영리단체를 찾아 직접 기부할 수 있다. /출처 seattle aquarium.org

◇시애틀재단, “지역공동체 살리자” 목적에 충실

1946년 설립된 미국 최대 지역재단 중 하나인 시애틀재단(The Seattle Foundation) 또한 마찬가지다. 이곳은 시애틀 지역공동체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허브 역할을 하는 중간 지원 조직이다. 자산은 8억달러(8000억원)인데, 여기서 나오는 기금을 운용해 지난해에만 6570만달러(677억원)를 배분했다. 이 돈은 1600개 이상의 풀뿌리 비영리단체들에 배분돼, 교육·환경·복지 등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시애틀재단은 빌게이츠재단뿐 아니라 보잉, 스타벅스, MS, 지역 은행 등 지역의 많은 기업과 부자, 시 정부를 끌어들여 지역의 비영리단체와 연결해준다.

실 에릭슨(Ceil Erickson) 공동체프로그램국 국장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비영리단체를 돕기 위해 시애틀 지역의 가족재단, 기업재단이 함께 모여 ‘빌딩 리질리언스(Building Resilience·회복력을 키우자)’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5년 동안 펼친 민관협력 교육 프로그램 ‘페어런트차일드홈(Parentchildhome)’도 마찬가지다. 에릭슨 국장은 “기업에서는 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직원의 질이 좋아지고, 시 정부에서는 지역 주민의 복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윈윈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액 기부자는 재단에 최소 10만달러(1억원)부터 최대 2500만달러(250억원)까지 기부한다. 물론 고액 기부자들에게 “이곳에 돈을 써야 한다”고 전략을 세워주는 시애틀재단의 전문가가 있기에 가능하다. 게이브 애슐리먼(Gabe Aeschliman) 어드바이저는 “은행, 변호사, 자산전문가, 회계사 등 100여 명의 자문 인력이 우리를 돕는다”며 “고액 기부자들에게 세금 혜택도 받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은 영리기관 못지않은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애틀·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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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① 기부자가 곧 미래… 보여주고, 참여시켜라 /archives/7417 /archives/7417#respond Tue, 08 Jul 2014 08:03:04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417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1) 기부 패러다임이 바뀐다 유나이티드웨이 – 기부금 어떻게 쓰였는지 수치·사진 등으로 소통 평생 파트너로 생각하고 핵심 사업에 참여시켜 미국월드비전 – 아이들 변화 동영상 보여줘 기부참여율 30% 증가 고액기부자 담당 직원 31명이 단계별로 관리 머시콥 – 방문자센터 안은 체험교육장 등으로 시각화 300개 기업과 파트너십… 봉사·캠페인 기회 늘려 미국 전체의 기부금 총액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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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1) 기부 패러다임이 바뀐다
유나이티드웨이 – 기부금 어떻게 쓰였는지 수치·사진 등으로 소통
평생 파트너로 생각하고 핵심 사업에 참여시켜
미국월드비전 – 아이들 변화 동영상 보여줘 기부참여율 30% 증가
고액기부자 담당 직원 31명이 단계별로 관리
머시콥 – 방문자센터 안은 체험교육장 등으로 시각화
300개 기업과 파트너십… 봉사·캠페인 기회 늘려

미국 전체의 기부금 총액은 약 335조로, 미국인들은 수입의 2% 정도를 기부한다(2013년). 우리나라의 한 해 예산(357조)과 맞먹는 액수다. 비영리단체 수는 160만개나 된다. 비영리(Nonprofit) 부문은 영리기관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혁신을 거듭한다. 기자는 지난 6월 17일부터 26일까지 한국NPO공동회의가 주관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2014 미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 16개 국내 NPO 실무자들과 함께 워싱턴DC·뉴욕·시애틀 등의 비영리기관 9곳을 방문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비영리 현장을 해부하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는 유나이티드웨이, 미국월드비전, 머시콥 등 3곳이다. 편집자 주


1982년 댄 오닐이 설립한 국제구호개발 NGO인 머시콥(Mercy Corps)은 현재 모금액 4137만달러(약 413억원), 후원자 12만여명을 갖추고 있으며, 40개국 이상에서 3700여명이 일하는 단체다. 사진은 머시콥 1층에 위치한 방문자센터 입구의 모습. /박란희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기부자 수는 1250만명에서 930만명으로 감소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에서 매년 5000만명 이상에게 기부 요청을 하는데, 이 중 실제 기부하는 비율이 2005년 이전엔 30%가량이었어요. 지금은 17.8%밖에 안 돼요. 악몽이죠.”

지난달 18일,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 본부에서 만난 숀 개릿(Sean Garrett) 후원개발부 부대표의 말이다. 워싱턴을 관통하는 포토맥 강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건물 뒷마당은 100명이 족히 야외 모금 파티를 열어도 될 만큼 널찍한 곳에 위치한 이곳은 미국 최대의 자선·기부 단체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39억달러(약 3조9000억원), 해외에서 13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모금해 전체 모금액만 5조원이 넘는 공룡 단체다.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모금액 5000억원을 넘겼으니, 딱 10배 규모다. 역사는 127년이요, 기부자 수는 1100만명, 자원봉사자 수는 300만명이다.

우리 일행을 맞은 곳은 본부 건물 1층에 위치한 ‘메리 M 게이츠’ 러닝센터. 빌 게이츠 회장이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1000만달러(약 100억원)를 기부, 그 이름을 따서 지은 건물이다(빌 게이츠의 어머니는 평생 자원봉사 활동에 전력, 유나이티드웨이 지역 회장까지 지냈다고 한다). 유나이티드웨이 관계자들은 과연 어떻게 ‘악몽’을 헤쳐나가고 있을까.

리사 프라이(Lisa Frye) 커뮤니티 임팩트&상품개발팀 매니저는 “기부자를 우리의 고객이자 투자자로 생각하는데, 우리 팀의 역할은 고객이 투자할 만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상품이 바로 ‘공동체 임팩트(Community Impact) 전략'”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방법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사회문제가 뭔지’에 맞춰 마케팅했다면, 이제는 ‘이런 해결방법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오랜 연구 끝에 5년 전, 3가지 핵심 어젠다를 정했습니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기초가 되는 교육(Education)·소득(Income)·건강(Health) 분야죠. 예전엔 각 지역 유나이티드웨이를 평가할 때 모금액을 기준으로 했지만, 이제는 얼마를 투입해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임팩트를 측정합니다.”

유나이티드웨이는 최근 대대적인 캠페인 ‘리브 유나이티드(Live United)’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세계총회 당시 모습. /유나이티드웨이 제공

프라이씨는 이어 각각의 어젠다별로 목표 달성률 그래프 3개를 보여줬다. 교육 분야 목표(‘고교 졸업률을 높이자’)를 보니, 1998년 71%였던 고교 졸업률은 2010년 78%까지 높아졌고, 2018년에는 87%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프라이씨는 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인 ▲초등 3학년까지 읽기 능력 향상시키기 ▲가족 구성원을 교육에 참여시키기 ▲학습 부진아를 위한 서포터스 시스템 마련하기 등이 구체화돼있다고 설명했다.

◇피라미드식 맞춤형 기부자 관리

이런 수치와 데이터는 기부자를 위한 마케팅에 그대로 활용된다. 개릿 부대표는 피라미드식 기부자 관리 시스템을 보여주며,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통계 수치와 사진,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기부자들과 소통한다”며 “기부자들을 평생 우리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모든 핵심 사업에 계속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간 400달러(약 40만원) 이하 기부자에게는 감사 이메일이나 문자 등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액 기부자로 갈수록 일대일 미팅과 NPO 사업 참여 기회를 늘린다고 한다.

“워런 버핏은 억만장자이지만, 우리와 가까운 관계는 아닙니다. 자산으로 봤을 때 기부 잠재성은 높지만, 우리의 우선순위는 아니죠. 이렇듯 기부자를 성격에 맞게 카테고리별로 구분해 관리합니다. 우리는 직장인 캠페인을 통해 연간 모금액의 75%를 모금하는데, 기업 캠페인이라고 해서 기업만 참여한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기업에 속한 개별 임직원, 기업의 소비자인 고객 등 개인에게 참여 기회를 줘야 합니다.”

개릿 부대표는 “반드시 기부금을 받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원봉사나 캠페인 참여 등 애드보커시(Advocacy)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면, 이들이 추후 기부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월드비전 1층에 위치한 방문자센터 모습. 센터에는 지역개발 사업에 대한 소개와 빈곤국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는 재봉틀, 영양죽, 자전거, 모기장 등이 배치돼 있었다. /박란희 기자

◇사업을 시각화하고, 기부자 분석하는 NPO들

‘기부를 투자로, 기부자를 파트너로’ 삼는 이런 전략은 유나티드웨이만의 것이 아니었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국제 구호·개발 NPO인 미국월드비전과 머시콥(Mercy Corps) 1층은 약속이나 한 듯 ‘친절한’ 방문자센터가 우리 일행을 맞았다. 미국월드비전 방문자센터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근무한 밥 피어스 설립자가 “한국을 돕자”며 월드비전을 만들 당시 기록부터 지난 64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센터 한가운데에는 아예 아프리카 움막집을 지어놓아 체험 교육장을 만들었다.

1982년 댄 오닐(Dan O’Neill)이 설립한 머시콥 또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 국제 개발 NGO답게, 시리아 내전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활용한 시각적인 교재를 센터 곳곳에 전시해뒀다.

이 기관들 모두 ‘사업을 시각화하고”기부자를 프로파일링하는’ 전략을 썼다. 미국월드비전 라나 리다(Lana Reda) 부대표는 “아동 결연 프로그램은 우리의 대표적 사업인데,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스폰서십 2.0’을 고안했다”고 “복잡한 사업을 4가지 카테고리(See it, Feel it, Believe it, Share it)로 분류하고 비디오나 사진, 데이터 등을 통해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예를 들어, 기부자들이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후원 아동의 12초짜리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했더니 기부참여율이 30%나 높아졌다고 한다.

기부자 관리 또한 섬세했다. 미국월드비전은 2만5000달러(약 2500만원)부터 100만달러(약 10억원)까지의 메이저 기부자를 담당하는 직원이 24명, 100만달러(약 10억원) 이상 기부하는 메가 기부자를 담당하는 직원이 7명이다.

후원개발부 크리스 글린(Chris Glynn)씨는 “웰스 엔진(Wealth Engine)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 기부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이들을 고액 기부자로 끌어올리는 자체 시스템이 있다”며 “로열티를 높이고 NPO 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해 고액 기부자 105명으로 구성된 ‘내셔널 리더십 위원회(National Leadership Council)’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머시콥 방문자센터에는 시리아 건물 잔해를 이용한 시각 교재를 곳곳에 배치해뒀다. /박란희 기자

머시콥은 모든 기부자 DB를 분석해, 기부자 평균치를 산출했다. ‘일레인’이라는 이름까지 붙인 이 기부자는 ▲60세 이상 여성 ▲석사 학위 이상을 가진 고학력자 ▲미 서부 혹은 동부 해안에 거주 ▲연 수입이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 ▲진보적 정치 성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제러미 바니클(Jeremy Barnicle) 후원개발팀장은 “20대 중반으로 이뤄진 디지털마케팅팀 직원들이 비디오게임을 활용한 캠페인을 기획해오면 ‘일레인이 과연 좋아할까’라며 내부적으로 먼저 검증해본다”고 말했다.

300개 기업과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머시콥은 사업 시작에 앞서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전략 방향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고 한다. 브릿 로즈버그(Britt Roseberg) 기업파트너십 디렉터는 “마스터카드와 진행하는 캠페인 ‘엘리베이트(ELEVATE·빈곤국에서 쌀이나 식수를 현물로 받는 게 아니라 현지 상가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모바일 결제 사업)’ 프로그램은 머시콥에서만 직원 30~40명이 이 사업에 투입돼있다”고 했다.

데이비드 루빈(David Rubin) 머시콥 고액기부팀 디렉터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부자들이 점점 더 기부할 수 있는 여력이 많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고액 기부자들은 늘 수밖에 없다”며 “고액 기부자들은 비영리기관이 ‘청지기(Stewardship) 활동’을 잘하는지,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꼼꼼한 보고를 중시하기 때문에 NPO들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과 임팩트, 차별화…. 미국은 비영리 시장의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었다.

워싱턴·시애틀·포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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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간접비 적은 비영리단체가 아닌 세계를 바꿔 놓을 단체를 위하여 /archives/7355 /archives/7355#respond Tue, 24 Jun 2014 06:17:46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355 미국의 NPO 현황을 둘러보는 출장을 앞두고 한 지인이 “댄 팔로타(Dan pallota)의 테드(Ted) 강연을 꼭 듣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언채리터블(Uncharitable)〉 〈채리티 케이스(Charity Case)〉 등의 저자인 댄 팔로타씨의 강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는 묻습니다. “비영리 분야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나요?” “왜 40년 동안 12%의 미국인들은 늘 가난한 상태에 있는 걸까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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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NPO 현황을 둘러보는 출장을 앞두고 한 지인이 “댄 팔로타(Dan pallota)의 테드(Ted) 강연을 꼭 듣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언채리터블(Uncharitable)〉 〈채리티 케이스(Charity Case)〉 등의 저자인 댄 팔로타씨의 강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는 묻습니다. “비영리 분야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나요?” “왜 40년 동안 12%의 미국인들은 늘 가난한 상태에 있는 걸까요?”라고. 사회문제는 거대하고 뿌리깊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비영리 분야는 5개 영역에서 차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더디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1990년대 그는 5만달러의 시드머니(seedmoney)로 에이즈 환자들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기금 모금을 하는 행사인 ‘에이즈 라이드(AIDS Rides)’를 기획했습니다. 9년 만에 이 자본을 1982배 증가시켰고, 에이즈 환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도 1억800만달러가 남았다고 합니다. 이후 ‘유방암의 3일’을 시작했습니다. 35만달러를 초기 투자해 5년 만에 그 기금의 554배인 1억9400만달러를 모금했습니다. 그는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전면 광고를 하고, 황금시간대 라디오와 TV 광고를 해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그는 이 모든 행사를 갑자기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그의 단체가 간접비로 총수입의 40%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350명의 유능한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간접비’라는 이름표를 달고 실직했다”며 “그해 유방암 연구를 위한 총수입은 무려 84%나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5%의 간접비를 쓰는 빵 바자회가 40%의 간접비를 쓰는 전문적인 모금 회사보다 더 옳은가요?”

이렇게 되물으며 그는 “우리는 도덕성(morality)과 근검절약(frugality)을 혼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빵 바자회가 71억달러를 모금하고 전문 모금 회사가 710억달러를 모금했다면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은 어느 쪽을 더 선호하겠느냐고 그는 묻습니다.

영리 기업처럼 능력 있는 사람을 유인하는 보상(Reward)도 부족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광고·마케팅도 할 수 없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기부자도 없고, 자체적으로 기금을 조달할 수 있는 주식시장도 없는 등 비영리단체는 모든 면에서 차별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 결과는 통계가 보여줍니다. 1970년부터 2009년까지 연수입 5000만달러의 벽을 넘은 대형 비영리단체 개수는 144개인 반면 이 경계를 넘어선 영리 집단의 개수는 4만6136개입니다. 그는 강연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우리 세대의 비문에 ‘우리 단체는 간접비를 적게 썼다’라고 쓰는 게 아니라 ‘우리는 세계를 바꿔놓았다’고 쓰길 바랍니다.”

자선과 기부, 비영리단체의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우리나라와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마감 부담을 덜고 미국으로 출장 갑니다. 많이 보고 또 배우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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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허브] “환경·사람·공동체… 행복의 답, 여기 있습니다” /archives/7331 /archives/7331#respond Tue, 10 Jun 2014 05:35:16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331 [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 집필한 스웨덴 출신 인류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 인간 자체를 중시하는 인도 라다크의 정신 10~15명의 가족이 모여 안정적인 관계 형성 행복 키우며 정체성 확립 어린 아이들도 ‘나는 누구?’ 정확히 알아 협력을 막는 경쟁은 인간의 본성 아냐 6825t의 배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5000만 국민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성장을 무엇보다 최우선시하던 대한민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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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 집필한 스웨덴 출신 인류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

인간 자체를 중시하는 인도 라다크의 정신
10~15명의 가족이 모여 안정적인 관계 형성
행복 키우며 정체성 확립
어린 아이들도 ‘나는 누구?’ 정확히 알아
협력을 막는 경쟁은 인간의 본성 아냐

문상호 기자

6825t의 배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5000만 국민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성장을 무엇보다 최우선시하던 대한민국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이후 국민은 ‘어디서부터 사회가 잘못된 것일까’ ‘우리의 삶은 진정으로 행복한 것일까’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49재 추모 행사가 열리던 지난 3일, ‘오래된 미래’를 집필한 세계적 석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68) 여사를 만나 행복한 사회가 갖춰야 할 조건과 세계의 대안적 움직임에 대해 들어봤다. 노르베리-호지 여사는 오는 12일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행복한 나, 행복한 우리’ 토크 콘서트(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문화홀, 오후 2시)에 참석해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6·25 전쟁 이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그것이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정부에 대해 불만과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문화가 무책임해서’ 혹은 ‘한국 사람들이 부패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말한다. 이제 이런 일이 발생한 ‘구조적 이유’를 뜯어봐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적·환경적 활동은 무시한 채 경제적·상업적 활동에만 너무 큰 초점을 뒀다.”

―16년간 인도의 라다크(Ladakh)에 머무르며 근대화의 한계와 대안적 삶을 연구했다. 한국은 세월호 사건 이후 물질만능주의, 초고속 경제성장에 대한 반성이 나오고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우리가 라다크로부터 배워야 할 정신이 있다면 무엇일까.

“라다크 그 자체보다는 라다크와 서구 사회의 차이를 잘 봐야 한다. 서구 사회는 돈과 에너지, 기술,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데 반해, 라다크는 환경과 사람, 공동체에 기반을 둔 문화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남편과 6년간 라다크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갈등을 한 차례도 겪지 않았는데 업무차 델리에 방문하자 몇 시간 만에 부부 싸움을 하게 되더라(웃음). 여러 가지를 단시간에 하려다 보니, 시간적 압박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빨리 행동하는 건 인간에게 부자연스러운 행위다. 인간 그 자체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게 라다크의 정신이다. 라다크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행복했다. 라다크에선 어린 아이들도 ‘내가 누구’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라다크에선 10~15명이 가족으로 구성돼있고 언제나 관계속에서 생활한다. 이런 휴먼스케일 그룹(human scale group)이 클수록 안정된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것이 ‘행복감’을 결정하는 굉장히 큰 요소다.”

―한국에서도 최근 도시 재생, 마을기업 등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흐름이 있다. 사실 한국 사회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공동체였는데, 도시화와 경제성장 속에서 공동체가 많이 무너졌다. 공동체 복원을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이고, 여기서 비영리단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우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볼 때와 아는 사람들과 모여 함께 요리하고 노래부를 때 느끼는 감정 중 어떤 게 행복할까. 실제로 쇼핑몰에 많이 가면 더 많이 우울증을 느끼고, 숲에 많이 가면 증상이 완화된다는 학술연구도 있다. 폭력적이고 삐딱한 10대 청소년들을 그룹으로 짜서 산에 데려가 함께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드는 등 서로를 배우게 하면, 굉장히 많이 달라진다. 경쟁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사람들을 협력하게 만들기보다 서로 거리를 두게 한다. 사람과 자연을 결합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여기서 비영리단체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정부는 알게 모르게 세계화를 추진해오며 사람들을 경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글로벌 자본주의’를 추구하지만, 사실 이것은 현지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더 좋은 기술을 사용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현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환경·평화·공동체 등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비영리단체들의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르베리-호지 여사가 16년간 머물렀던 라다크의 전경. /조선일보DB

―하지만 이상과 현실에는 큰 괴리가 있다. 한 발짝만 나서면 대형 쇼핑몰이 있는 대도시 서울에서 이런 대안적 삶을 개인이 추구하기란 매우 힘들다. 국제생태문화협회(ISEC·현 로컬 퓨처스)를 설립하고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혹시 당신이 목격한 이상적인 사회가 있는가.

“이상적인 사회는 목격하지 못했지만, 소규모로 이뤄지는 프로젝트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특히 농업에 중점을 둔 지역사회 프로젝트가 많다. 법이나 정치, MBA를 전공하던 청년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는 사례가 매우 많아지고 있다.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농민의 길)’라는 단체를 아는가. 중소 농부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인데, 전 세계에서 2억명이 함께한다. 여기서는 대규모 농업 생산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 비료·농약의 과다 사용, 유통 체계의 문제, 환경오염 등의 많은 부작용을 우려하며, 농업 무역(Food Trade)에 대해 경고하고 소규모 농장의 중요성을 알린다. 이탈리아의 ‘5성 운동(Five star movement·이탈리아의 전직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물·환경·교통·개발·인터넷 등 5개 분야의 개혁을 통해 시민의 삶을 개선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진행 중인 정치 캠페인)’도 있다. 2006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단 몇 사람의 운동으로 시작했으나 2012년에는 무려 900만명이 참여하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나 또한 사람들에게 만화나 노래, 영화, 책 등을 통해 행복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사람들이 직접 인도 라다크 현지를 방문하도록 돕는 활동도 한다.”

―개인들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시급히 요청되는가.

“지난 40년간 수많은 사람이 숲 생태계 보호, 지구온난화 등 환경과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반면 경제성장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대안적인 경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지역화(Localization) 개념의 확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물이나 기타 자원을 한국 국민이 스스로 생산·활용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다국적 기업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정부를 고소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바텐폴(Vattenfall) 원자력발전소는 자신들의 사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독일 정부를 37조원 규모로 고소한 적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각 지역에 기반을 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문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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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배려와 소통을 알려주는 새내기 선생님의 가르침 이런 작은 리더가 대한민국호에도 많아졌으면… /archives/7276 /archives/7276#respond Tue, 10 Jun 2014 05:02:3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276 “엄마, 오늘 창체(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라면 파티해요~. 우리 반 친구들이 노력해 시범 수업을 잘 끝마쳐서 사랑의 온도계가 1℃ 올라갔어요~.”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이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딸의 반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다투지 않고 협력해서 일을 할 때마다 온도계가 1℃씩 올라간다고 합니다. 라면 파티, 영화 상영 등 단계별로 ‘선물’이 주어지는데, 최종 단계는 근처 산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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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창체(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라면 파티해요~. 우리 반 친구들이 노력해 시범 수업을 잘 끝마쳐서 사랑의 온도계가 1℃ 올라갔어요~.”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이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딸의 반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다투지 않고 협력해서 일을 할 때마다 온도계가 1℃씩 올라간다고 합니다. 라면 파티, 영화 상영 등 단계별로 ‘선물’이 주어지는데, 최종 단계는 근처 산을 함께 등반하는 것입니다. 딸아이는 사랑의 온도탑을 통해 경쟁만이 아닌 협력과 배려를 몸소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흐뭇한 일을 하는 딸아이의 담임은 스물다섯 살인 2년차 젊은 교사입니다. 반 배정이 이뤄진 첫날, 선생님은 부모들에게 ‘편지’ 한 장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부모님도 글을 써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일기 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A4 한 장에 스스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90가지의 주제 일기 아이템을 프린트해주었습니다. ‘나만의 숨겨진 비밀 한 가지’ ‘친구 3명에게 상장을 준다면’ ’30년 후 나의 자식에게’ ‘나는 왜 공부를 할까’ ‘나에게 100만원이 생긴다면’ 등 재미있는 주제 일기를 3개씩 쓸 때마다 스티커 한 장을 받도록 했습니다. ‘클래스팅’을 통해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소통도 하는 담임선생님의 이런 신선한 시도를 보면서 고맙고 기뻤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이뤄진 첫 선거를 통해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걸어보기 위해’ 리더를 뽑았습니다.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을 보면서 훌륭한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할 방향을 제시하고, 그곳으로 함께 가자고 설득하고 소통해서 모두에게 주인 의식을 불러일으키면 됩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교세라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일심일언’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하라’고 지시해야 겨우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30% 정도밖에 성공 가능성이 없다. ‘할 수 있는가’ 물었을 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50%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그런데 직원 스스로 나서서 ‘제 일입니다. 어떻게든 완수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성공률은 90%를 넘어선다. 90% 성공률을 올릴 때까지 직원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리더의 몫이다.”

‘대한민국호’의 열정과 에너지를 다시금 되살릴 크고 작은 리더들이 이곳저곳에서 우후죽순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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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공익 향한 4년의 길… 이제 그 내비게이터로 /archives/7119 /archives/7119#respond Tue, 13 May 2014 02:03:3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119 100장 가까운 원고를 읽다가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창간 4주년을 맞아 공익 분야 전문가 100명에게 설문을 부탁했고, 마지막 질문에 ‘더나은미래에 바란다’를 슬쩍 집어넣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정성스러운 코멘트가 고맙고, 따끔하고, 힘이 났습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겁도 납니다. “해외에서 정부, 기업, 비영리 섹터가 함께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우수한 사례들을 더 많이 소개해줬으면.” “공익 분야 롤모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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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장 가까운 원고를 읽다가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창간 4주년을 맞아 공익 분야 전문가 100명에게 설문을 부탁했고, 마지막 질문에 ‘더나은미래에 바란다’를 슬쩍 집어넣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정성스러운 코멘트가 고맙고, 따끔하고, 힘이 났습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겁도 납니다.

“해외에서 정부, 기업, 비영리 섹터가 함께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우수한 사례들을 더 많이 소개해줬으면.”

“공익 분야 롤모델 리더들을 발굴해 우리 사회의 영웅으로 만들어주길.”

“정책과 제도가 커버할 수 없는 사각지대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사가 많아지길.”

“규모는 작지만 변화를 이끄는 작은 NGO를 많이 소개해주길.”

“보수 진보를 넘어 사회 혁신가를 발굴하고 서로 연결해주는 장을 마련해주길.”

“NGO가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사회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때 자극받을 수 있는 NGO의 거울이 되어주길.”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목소리가 약한 계층에 대한 권리 옹호에도 힘써주길.”

“공익 활동과 활동가를 지나치게 미화하지 말고, 언론으로서 건강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해주길.”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이자 브리지 역할을 해주길.”

“복지에 치우치지 말고, 사회·경제·환경 등 주제별로 균형 있게 접근해주길.”

“자선적 관점의 접근보다는 권리의 관점에서 이슈를 다뤄주길.”

“공익 분야의 의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공익 분야 전문기자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등 네트워크와 인적·물적 DB를 구축하길.”

이처럼 많은 분이 “더나은미래가 공익 분야의 내비게이터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를 보며, 저는 사실 ‘언론은 뭘 할 수 있을까’를 되물었습니다.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은 이미 이익집단처럼 변해버렸고,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우리 삶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로 배웠던 기업은 돈만 밝히는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비영리단체라고 세월호를 비켜 갈 수 있을까요. 환경단체 한국녹색회는 이름만 공익 단체일 뿐, 실제는 유병언씨 재산 은닉의 도구로 사용되었지요.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엔, 여러 상황이 너무 열악합니다. 아직까지 ‘펜대’를 잡고 있는 언론인들은 어쩌면 미련·우둔한 장인(匠人)이거나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곧 멸종 예정 직업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씁쓸함에도 지치지 않는 것은, 우리를 믿고 돕고 지지해주는 ‘이웃들’ 덕분입니다. 휴일이나 밤늦게 불쑥 걸어대는 기자의 전화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선뜻 인터뷰와 자문에 응해주는 수많은 이웃이 바라는 건 아마 ‘더나은미래’ 지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는 것일 겁니다. 혼자는 절대 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짐을, 함께 나눠 지는 이웃들이 있어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지난 4년 동안 더나은미래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들에 대해 조선닷컴은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 전 회장의 유족과 합의를 통해 다음의 통합 정정 및 반론보도를 게재합니다.

1. 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관련 있다는 보도에 대하여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을 1987년과 1989년 그리고 1991년 검경의 3차례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언 전 회장과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관련이 없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2. 구원파의 교리 폄하 및 살인집단 연루성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를 한번 구원 받으면 무슨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르치며, 유병언 전 회장의 사업이 하나님의 일이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구원이고 예배라는 교리를 가졌다고 보도하였으나 해당 교단에서 보낸 공식문서와 설교들을 확인한 결과 그러한 교리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3.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구원파 신도라는 보도에 대하여

세월호 사고 당시 먼저 퇴선했던 세월호 선장 및 승무원들은 모두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가 아니며, 다만 승객을 먼저 대피시키다 사망하여 의사자로 지정된 故정현선 씨와, 승객을 구하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된 한 분 등, 2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4.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의 유병언 전 회장 지위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병언 전 회장이 교주도 총수도 아니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70년대 극동방송국 선교사들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목회활동을 한 사실은 없으며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가 없음을 밝혀왔습니다.

5. 금수원 관련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금수원의 폐쇄성과 반사회적 분위기를 보도하였으나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인들은 금수원을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으며, 행사 때는 외부인들도 자유롭게 출입 가능하여 폐쇄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밝혀왔습니다.

6.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의 5공화국 유착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1980년대 전경환 씨와의 친분 관계와 전두환 대통령의 5공화국과의 유착관계를 통해서 유람선 사업 선정 등 세모그룹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는 5공화국과 유착관계가 없었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이를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7. 유병언 전 회장의 50억 골프채 로비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사돈을 동원하여 50억 상당의 골프채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고 보도하였으나, 지난 10월 검찰이 해당 로비설은 사실이 아니고 세모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회생하였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바로 잡습니다.

8. 유병언 전 회장 작명 관련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달리 ‘세월호’의 이름은 세상을 초월한다는 의미의 ‘세월(世越)’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세월(歲月)이며, 유병언 전 회장의 작가명인 ‘아해’는 ‘야훼’가 아닌 어린아이를 뜻하며 기업명인 ‘세모’는 삼각형을 뜻하고, 안성의 ‘금수원’은 ‘짐승’을 뜻하는 ‘금수’가 아닌 ‘금수강산’에서 인용한 ‘비단 금, 수놓을 수’의 뜻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9. 유병언 전 회장의 해외 망명 및 밀항 시도 관련 보도에 대하여

유 전 회장의 해외 망명이나 밀항 시도는 검찰 수사 결과 사실 무근으로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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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수학여행, 꼭 필요한가요” /archives/7035 /archives/7035#respond Tue, 22 Apr 2014 00:49:2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7035 세월호 참사가 터진 다음 날인 17일 다음 아고라에는 ‘초중고 수학여행, 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만에 2만명이 넘게 서명했습니다. 청원 제안자는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80년대처럼 경제가 어려워 가족 여행이나 캠핑 등이 드문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 단체 이동으로 인한 사고 위험 노출과 행사 이후 후유증(요즘 초딩들도 수학여행 후 왕따, 폭력 등에 시달린다고 합니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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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터진 다음 날인 17일 다음 아고라에는 ‘초중고 수학여행, 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만에 2만명이 넘게 서명했습니다. 청원 제안자는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80년대처럼 경제가 어려워 가족 여행이나 캠핑 등이 드문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 단체 이동으로 인한 사고 위험 노출과 행사 이후 후유증(요즘 초딩들도 수학여행 후 왕따, 폭력 등에 시달린다고 합니다)이 있는 관행적인 행사를 수십년째 없애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 주위에는 이런 관행이 참 많습니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좀 이상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한 NGO 사무국장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외국계 기업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피드백을 하지만, 국내 기업 CEO는 절대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은 협의할 일이 있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 사무실로 찾아오지만, 국내 기업 임원은 바로 코앞에 사무실이 있어도 반드시 우리가 그 사무실을 찾아가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비슷합니다. 아동 학대 문제를 애초에 정부에서 주도권을 쥐고 담당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드림스타트센터’와 같이 200개가 넘는 센터를 지정하고, 담당 인력과 인프라 예산을 확보했을 것입니다. 민간단체가 아동 학대 사업을 해왔다는 이유로 정부는 이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게 책정해왔습니다. 이번 ‘더나은미래’ 인터뷰에서 유명 석학인 기 소르망도 말하듯 이제 정부와 시장(기업)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는 갔습니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겁니다. 우리는 과연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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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이서현 보고서’ /archives/6932 /archives/6932#respond Tue, 08 Apr 2014 07:34:28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932 이번호 커버스토리를 다루면서 울산 울주에서 계모의 학대로 사망한 8세 소녀 ‘이서현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제2의 이서현 사건’을 막기 위해 사건의 전개 과정, 제도적 문제점, 개선 방향을 정리한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입니다. 2000년 빅토리아 클림비라는 아이가 아동학대로 숨졌을 때 영국 정부는 2년에 걸쳐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조사 활동을 토대로 한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국회에 제출해 승인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서현 보고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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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커버스토리를 다루면서 울산 울주에서 계모의 학대로 사망한 8세 소녀 ‘이서현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제2의 이서현 사건’을 막기 위해 사건의 전개 과정, 제도적 문제점, 개선 방향을 정리한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입니다. 2000년 빅토리아 클림비라는 아이가 아동학대로 숨졌을 때 영국 정부는 2년에 걸쳐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조사 활동을 토대로 한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국회에 제출해 승인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서현 보고서는 2개월 동안 민간위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왜 우리는 서현이를 살려내지 못했을까’를 짚어내는, 이른바 실패 연구집입니다.

사건 개요를 읽다 눈물과 분노, 안타까움이 일었습니다. 최초 신고를 받은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서현양 가족이 급히 이주했던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해 “왜 아동을 격리 조치하지 않았느냐” “왜 적극 개입하지 않았으냐”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학교, 유치원, 병원 등 신고 의무자에 대해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최선을 다해 서현양을 돌봤던 상담원 A씨는 사건 이후 경찰에 불려가고 각종 진상보고서를 만드느라 시달리는 등 갖은 고초를 치렀다고 합니다. 신고 의무자들 중 신고 의무자 교육이나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의사는 의과대학 시절 소아과 과목에서 학대 예방교육을 들은 게 전부요, 교사는 교사 양성 과정에서 학교폭력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을 받았을 뿐 아동학대 인지 교육은 받지 못했고, 민간 학원은 본인이 신고 의무자인 줄도 몰랐다네요.

궁금해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이 보고서를 읽었을까요. 역대 정부에서 아동정책은 늘 후순위였지만,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좀 다를 걸 기대했습니다. ‘투표권이 없는’ 약자인 아동에겐 목숨 걸고 이익을 대변해줄 이익집단이 없습니다. 그래서 최고 정책 결정권자가 목숨 걸고 아동 권리를 지켜내지 않으면 늘 찬밥 신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정부별로 지자체 예산이 활성화된 미국에서 아동예산만은 국가가 쥐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기자들에게 “정부를 비판할 때 ‘정부 예산을 늘려라’ 혹은 ‘정부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 말라”고 말합니다. 예산이 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식이라면, 초울트라 공룡 정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동문제에 관한 한 “정부 예산 늘려라”고 줄기차게 주장합니다. 매년 삭감을 반복하는 예산보다 오히려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금이 더 낫겠지요. 하지만 이번에 실시된 ‘제5차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보듯 정부는 아동학대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걸 마치 “지방에 SOC 예산 더 늘려달라”는 이익집단 보듯 합니다. 15년 동안 정부를 대신해 자부담까지 해가며 아동학대 문제를 맡아온 민간 단체들에게 고마워하며 “우리가 뭘 도울 건 없는지” 물어봐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한 적 있는 A씨는 저에게 “다시는 그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인간 존재에 대한 경멸과 삶에 대한 회의로 우울감이 들 때가 너무 많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B씨는 “학대 부모들의 끔찍한 사례를 너무 많이 봐서, 결혼하면 절대 아기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트라우마에 시달린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올해도 정부는 357조원의 예산을 씁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이중 십만분의 1이라도 쓸 수 없는 후진국인가요. 납세자인 저에게 예산의 우선순위를 배정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저는 아동을 위한 예산을 제1순위로 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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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이젠 진짜 복지 개혁을 시작할 때 /archives/6853 /archives/6853#respond Tue, 25 Mar 2014 06:22:2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853 박근혜 정부가 ‘규제 개혁’에 한창입니다. MB 정부 초반에도 대불산단의 ‘전봇대 규제’가 대표 사례로 제시되면서 “규제를 없애자”고 나라가 들썩들썩하던 게 떠오릅니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이슈가 되자, 최근 사회복지 관계자 한 분이 저희에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명박 정권 때 방송에 보도된 ‘공원 공중 화장실에서 기거하는 3남매’ 때에도 소외 계층 찾아내기 총력전이 벌어져 한 달여 호들갑을 떨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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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규제 개혁’에 한창입니다. MB 정부 초반에도 대불산단의 ‘전봇대 규제’가 대표 사례로 제시되면서 “규제를 없애자”고 나라가 들썩들썩하던 게 떠오릅니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이슈가 되자, 최근 사회복지 관계자 한 분이 저희에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명박 정권 때 방송에 보도된 ‘공원 공중 화장실에서 기거하는 3남매’ 때에도 소외 계층 찾아내기 총력전이 벌어져 한 달여 호들갑을 떨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방법이 현장에서 반복돼 너무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당시는 지금보다 더했습니다. 동사무소뿐만 아니라 세탁소협회, 목욕탕협회, 음식점협회,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까지 모두 나서 띠를 두르고 “사각지대를 찾자”고 나섰지요. 하지만 찾는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100명을 찾았으면, 이 100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대책이란 게 대개 이런 식입니다. 시·군·구, 지역사회에 흩어져 있는 복지 서비스망을 통합 지원하는 시스템 ‘○○센터’가 만들어집니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는 그곳에 3년 정도 사업비를 주고, 민간단체에 입찰을 통해 운영을 맡기거나 퇴직 공무원을 센터장으로 내려보냅니다. 흩어진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엮는 초특급 전문적인 일은 월 100만원짜리 단기계약직들이 맡게 되고, ‘○○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에 해왔던 비슷한 종류의 일을 반복합니다.

만약 이 와중에 이번 송파 사건과 같은 대형사건이 나면, 언론과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정부는 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느냐”고 질타합니다. 그러면 정부는 또다시 예전의 써먹었던 대책을 이름과 콘텐츠만 약간 바꾼 채 발표합니다. 이러다 보니 지역사회의 복지 서비스망을 들여다보면, 정부로부터 일정한 사업비를 받아 운영하는 고만고만한 중간지원조직이나 종합지원센터 등이 많습니다. 물은 안 나오는데, 이곳저곳 우물만 파느라 돈만 낭비하는 구조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수많은 복지 사업에 대한 위탁 운영권을 민간에 맡기면서, 이 권한을 무기로 사회복지 시설 수천 곳을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밀어넣습니다. 지자체에선 3년마다 지역복지관을 위탁운영하는 법인을 재심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보니, 사회복지법인은 지자체의 눈 밖에 나면 안 됩니다. 어느 지역에선 한 대학교가 복지관 위탁운영을 신규로 받기 위해 지자체장을 학교의 명예박사로 앉히려고 시도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현장에선 ‘눈치 보기’와 ‘밥그릇 싸움’이 이뤄집니다. 이 시스템은 규제보다 더한 부작용이 있지만, 그 누구도 수십 년째 이어져온 이 시스템을 혁파할 생각을 감히 못 합니다.

사회복지 전문 인력을 키워내고, 복지 전달 체계를 민간 주도로 바꾸고, 효율적인 민관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동사무소의 사회복지사들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탈락한 이들이 ‘지금이 기회다’ 싶어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이지요. 작년 한 해 쏟아지는 행정 업무로 사회복지 공무원이 4명이나 자살해 “동사무소에 악성 민원인이 너무 많다”는 보도가 이어졌던 게 떠오릅니다.

다행히 공원 삼남매는 방송 보도로 온 국민의 관심을 끈 덕분에, 집도 구하고 학교도 다닙니다. 하지만 이슈가 있을 때만 해결되는 반짝 복지로는 아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도 곧 잊혀지겠지요. ‘양치기 소년’을 너무 많이 봐서일까요. 복지부에서 떠들어도 현장 사회복지사들은 기대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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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복지정책이 살펴야 할 개인의 삶 /archives/6769 /archives/6769#respond Tue, 11 Mar 2014 05:23:56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769 제가 아는 어떤 아이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자, 할아버지·할머니의 주민등록에 이름을 올린 ‘조손가정’입니다. 시골에 사는 조부모는 팔리지도 않는 땅과 차량 등이 있기에, 아이는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이나 국가의 복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그나마 주변 친인척 등의 도움이 마지막 사회안전망입니다. 제 고향 시골에 사는 어떤 초등학생 아이는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랍니다. 엄마는 가출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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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어떤 아이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자, 할아버지·할머니의 주민등록에 이름을 올린 ‘조손가정’입니다. 시골에 사는 조부모는 팔리지도 않는 땅과 차량 등이 있기에, 아이는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이나 국가의 복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그나마 주변 친인척 등의 도움이 마지막 사회안전망입니다.

제 고향 시골에 사는 어떤 초등학생 아이는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랍니다. 엄마는 가출했고, 아들 삼형제는 학교에서 유명한 학교 폭력 아동입니다. 아버지가 있는 상태에서, 이 아이들을 보육원으로 보내는 문제도 쉽지 않습니다. 보육원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도 의문입니다.

저 또한 시골에서 도시로 처음 나와 홀로 가난과 외로움에 맞서 싸운 경험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제가 살던 자취방엔 소외 계층투성이였습니다. 세무대학에 가서 집안을 일으키겠다던 고학생, 밤마다 가정폭력을 일삼던 가장이 있던 가족, 곤로에 밥을 해먹어가며 좁은 방에서 자취하던 여고생 둘…. 어느 날 밤, 제 자취방에 침입하려던 도둑이 문을 따려는 소리를 듣고 저와 제 친구는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날 이후 그 방에 들어가기 너무 무서웠지만, 제 주변엔 도와줄 어른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방법도 몰랐습니다. 일주일 남짓 친구의 하숙집 신세를 지다가 두려움에 떨면서 그 방에 다시 들어가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얼마 전,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동반 자살한 사건 때문에 나라가 들썩들썩합니다. 과연 이들이 주민센터에 찾아갔더라도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복지부나 지자체는 ‘대책 마련’을 일회성으로 하달하지 말고, 사회안전망(학교와 지역사회, 민간 복지 영역 등)을 촘촘히 엮어서 소외 계층이 이 안전망 중 한 곳이라도 붙잡을 수 있도록 현장 인력을 키우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백년대계 정책을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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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사회와 이상의 괴리감 저는 오늘도 흔들립니다 /archives/6689 /archives/6689#respond Tue, 25 Feb 2014 02:29:21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689 현대해상과 더나은미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하는 ‘청년, 세상을 만나다’ 프로젝트에 응모한 이들의 경쟁률이 9대1을 넘었습니다. 스펙으로 가득한 이력서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더 이상 봉사활동도 차별화가 안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이들은 24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외계인도 아닐 텐데, 93년도에 대학을 다녔던 저는 ‘이게 과연 가능한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변변한 스펙이 없는 학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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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과 더나은미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하는 ‘청년, 세상을 만나다’ 프로젝트에 응모한 이들의 경쟁률이 9대1을 넘었습니다. 스펙으로 가득한 이력서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더 이상 봉사활동도 차별화가 안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이들은 24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외계인도 아닐 텐데, 93년도에 대학을 다녔던 저는 ‘이게 과연 가능한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변변한 스펙이 없는 학생을 보면 ‘그동안 뭘 한 건가’ 싶었습니다. 면접관의 눈높이가 이미 상향평준화돼버린 탓이겠지요.

게다가 이력서 속에 담긴 비정규직의 아픔이 읽히자,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특목고를 졸업하고 SKY 대학까지 졸업했으나, 한번 계약직에 몸을 담근 후 2년마다 계약직을 전전한 채 20대 후반이 된 학생들. 이들은 신입도 경력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돼버린 듯 보였습니다.

‘딸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까지 생겨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아이 주변에는 영어, 수학학원을 안 다니는 아이가 거의 없습니다. 어떤 반 친구는 벌써 학원 숙제 하느라 새벽 1시에 잔다고 하더군요.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제 딸은 세 자릿수 곱셈이 느려, 모둠활동에서 민폐를 많이 끼치는 존재입니다.

봄방학을 맞아 아이를 돌봐줄 곳이 마땅치 않아 시골 할머니 댁에 보냈는데, 아이는 “너무 재밌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아이도 어른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여유 있게 하늘도 보고, 바람 맞으며 산책도 하고, 하릴없이 뒹구는 그 시간이 좋은 게 말입니다. ‘어차피'(피 터지게 공부하느라 고생해봤자 SKY 나와도 좋은 직장 구하기 힘든 세상인데)와 ‘그래도'(좋은 대학이라도 가지 않으면 그나마 직장 잡고 밥벌이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인데) 사이에서 저 같은 초보 부모들은 오늘도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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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영리 시장, 탄탄한 길이 필요하다 /archives/6617 /archives/6617#respond Tue, 11 Feb 2014 01:36:28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617 설 명절 전후로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 비영리단체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이사장과 전임 회장을 따르던 이들이 갈등을 빚고, 이사장이 아예 일부 반대파 직원을 지방으로 발령 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단체에서는 후원액이 줄어들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오래 몸담아온 직원을 구조 조정했다고 합니다. 반면 옥스팜 같은 해외의 유명 국제구호 NGO들은 한국을 두고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며 속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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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전후로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 비영리단체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이사장과 전임 회장을 따르던 이들이 갈등을 빚고, 이사장이 아예 일부 반대파 직원을 지방으로 발령 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단체에서는 후원액이 줄어들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오래 몸담아온 직원을 구조 조정했다고 합니다. 반면 옥스팜 같은 해외의 유명 국제구호 NGO들은 한국을 두고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며 속속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거리 모금 활동가를 무려 10명씩 뽑기 위해 채용공고를 지난달 냈고 취업설명회까지 열 예정입니다. 펀드레이저(fundraiser·모금가)라는 직업군이 모여 설립한 ‘한국모금가협회’도 2월 말 창립 기념행사를 연다고 합니다.

올 한 해 비영리 시장이 얼마나 격동적으로 움직일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반이 튼튼한 비영리단체는 굳건하게 성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자칫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때로 이렇게 불붙는 비영리 모금 시장이 약간 불안합니다.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기부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테크닉(기술)이 너무 앞서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싱크탱크는커녕 제대로 된 통계자료조차 아직 구하기 어렵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모금시장 격화로 일부에선 폐쇄적 태도를 보입니다. S단체, C단체 등 일부 큰 단체는 중소단체를 위해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함께 연대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비영리 영역이 커지고 성장하려면,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입니다. 불투명한 비영리단체 한 곳의 비리 문제로 모금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기반을 닦아야 합니다. 후원자와 내부 임직원으로부터 존경받는 비영리단체가 되어야 하고, 외부 파트너들로부터 인정받는 비영리단체가 되어야 합니다. 비영리 생태계가 건강해져야 모금도 늘고 후원자도 늡니다. 멀리 가려면, 길이 탄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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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작은 NGO에게도 단비가 내려야 할 때 /archives/6523 /archives/6523#respond Tue, 28 Jan 2014 00:30:44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523 ‘더나은미래’는 지난 2011년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수여하는 ‘제5회 지속가능경영언론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으면, 이처럼 외부로부터 상을 받거나 지원을 받는 기회가 있습니다. 삼성언론재단, LG상남언론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 관훈클럽 등 많은 곳에서 기자들의 국내외 대학원 진학 지원, 해외연수 지원, 저술지원, 언론상 시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숨 가쁜 일상에 지친 기자들에게 이런 외부지원은 역량 강화와 자기계발을 위해 ‘단비’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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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는 지난 2011년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수여하는 ‘제5회 지속가능경영언론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으면, 이처럼 외부로부터 상을 받거나 지원을 받는 기회가 있습니다. 삼성언론재단, LG상남언론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 관훈클럽 등 많은 곳에서 기자들의 국내외 대학원 진학 지원, 해외연수 지원, 저술지원, 언론상 시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숨 가쁜 일상에 지친 기자들에게 이런 외부지원은 역량 강화와 자기계발을 위해 ‘단비’ 같은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비영리단체·복지기관·사회적기업 등 공익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외부지원은 많지 않았습니다. 복지기관 종사자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나 모금·홍보·국제개발협력 등에 관한 교육 등이 일부 있지만, 매우 부족해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저에겐 가끔 “내부 직원들에게 홍보와 글쓰기 전반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연초부터 몇몇 단체의 지인으로부터 “유능한 홍보담당자 좀 찾아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비영리단체 중간관리자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괜찮은 것 없느냐”는 문의도 받았습니다.

비영리단체에서 이처럼 적극적으로 직원 역량강화에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경쟁이 그만큼 심해졌기 때문이지요. 이번호 ‘더나은미래’ 지면에서 보듯, 해외 유명 NGO들은 ‘노하우’와 ‘자금’을 갖춘 채 본격 모금활동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십만명의 개인후원자들을 보유한 대형 NGO들은 보다 세련된 후원자 관리 시스템과 홍보전략으로 ‘집토끼 잡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을 통해 함께 사업을 해오던 기업은 점점 ‘전략적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 사회공헌팀이 직접 사업을 하거나 가시적인 임팩트(Impact)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약 중소 NGO 대표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외부의 충격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NGO들도 전문성 있고 역량 있는 인재들을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더나은미래’는 올해 현대해상·아르콘과 함께 공익분야의 홍보·커뮤니케이션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양성하기 위한 소셜에디터스쿨을 개설합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와 함께 공익 MBA스쿨, 공익 회계스쿨, 공익 리더십스쿨 등 다양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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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문화재 담당? 한국 이만큼 키운 교육기구죠 /archives/6521 /archives/6521#respond Tue, 28 Jan 2014 00:28:04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521 민동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유네스코, 6·25전쟁 때 한국 교과서 공장 인쇄 도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30일이면 창립한 지 60년 올해 모금액 50억원 목표 저개발국 위한 교육사업과 글로벌 리더 육성할 수 있는 키즈 프로그램 확대 계획 “이 교과서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을 때,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영등포 인쇄공장에서 제작됐어요. 반기문 사무총장도 이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지난 11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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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유네스코, 6·25전쟁 때 한국 교과서 공장 인쇄 도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30일이면 창립한 지 60년 올해 모금액 50억원 목표
저개발국 위한 교육사업과 글로벌 리더 육성할 수 있는 키즈 프로그램 확대 계획

“이 교과서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을 때,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영등포 인쇄공장에서 제작됐어요. 반기문 사무총장도 이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지난 11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접견실에 꽂힌 낡은 교과서를 가리키며 민동석(62) 사무총장이 말했다. 오는 30일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창립된 지 꼭 60년이 된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 태어나겠다”며 “올해 50억원을 목표로 본격적인 외부 모금활동도 벌일 계획”이라는 민 사무총장을 만났다.

―직업외교관 생활 33년을 끝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조직을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한 이유가 뭔가.

“국민의 눈에 비친 유네스코의 위상과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네스코와 유니세프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교육과 과학, 문화를 다루는 유엔 전문기구다. 200개가 넘는 회원국을 가진 초대형 유엔 기구다. 우리는 빵이나 약이 아닌, 교육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1층에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를 기증하며 ‘유네스코 지원으로 만든 이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이 오늘날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고 했다. 유네스코가 거둔 가장 대표적 성공 사례가 대한민국이다. 이는 교육으로 이뤄진 것임을 적극 알려야 한다.”

―연 50억원을 목표로 본격적인 모금활동을 벌인다는데, ‘명동에 건물도 있고, 정부의 지원금도 받는 유네스코가 왜 모금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가장 취약한 점은 재정 상태다. 46년 된 건물은 노후화돼 안전사고에 대비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사업비 지원은 30억원(2013년)으로, 전체 예산의 22% 정도다. 목적사업 예산은 100억이 채 안 됐다. 외부 지원은 갈수록 줄어서 새로운 재원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감히 후원개발을 할 생각을 못했다.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이 ‘유네스코처럼 평판 좋은 곳에서 왜 아직 후원을 받지 않느냐’고 하더라. 후원을 받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로 결심했다. 직원들 10여명은 아예 굿네이버스를 찾아가 워크숍을 하면서 모금교육을 받았다. 작년 상반기에는 지정기부금 단체로 인정받는 등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부터 본격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창립 60주년을 맞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오는 2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에서 비전선포식을 갖는다. 민동석(62) 사무총장은“2002년부터 2009년까지 유네스코본부와 협력하여 북한교과서 발간을 지원했다가 중단됐다”며“앞으로 남북한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주선영 기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교육부장관이 위원장이고, 미래창조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 차관이 부위원장이다. 총회 위원만 60명에 이르는 등 지금까지 준정부기관으로 인식돼왔다. 민간 영역의 ‘파이’가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듯하다.

“우리는 재정 면에서는 거의 독립적이고, 의사결정 메커니즘도 독립적이다. 교육부 장관이 위원장을 겸직하지만, 유네스코 위원회 규정에 의해서 별도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있다. 저도 민간인 신분이고, 일반 여권을 쓴다. ‘유네스코 활동에 관한 특별법’에 기반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번에 5대 로펌을 다니면서 유권해석을 받았다. 적십자사는 가능한데, 우리가 안 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우리도 이제 구세군처럼 길거리 모금까지 가능하다.”

―제2의 창립, 모금활동 등을 통해 어떤 사업에 가장 주력하려고 하는가.

“유네스코가 우리를 지원했듯이 우리가 가난한 저개발국을 교육으로 도와야 한다는 건 당연한 명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의 대표 브랜드 사업을 키울 것이다. ‘뭘 합니까’라고 물으면 ‘유네스코 희망브릿지 사업을 하는데, 저개발국 교육을 통해 삶의 희망을 돕도록 하는 사업’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6개 나라 18개 마을에 설립한 다목적 지역학습센터인 CLC (Community Learning Centre)를 앞으로 확대할 것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글을 모르는 성인 교실, 소득 증대를 위한 기술교육, 마을회관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이곳에 교과서와 학습 기자재를 공급하고, 현지인 교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유네스코 사업은 코이카나 다른 국제개발협력을 하는 NGO 사업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언뜻 들으면 비슷한 것 같은데….

“국제기구 중 국가위원회를 두고 있는 곳은 유네스코가 유일하다. 다른 나라의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는 대부분 정부기관의 일부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현지 협력기관에 대한 지원과 협력이 훨씬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차세대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키즈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

“유네스코 사업 중 가장 잘했다고 평가받는 청소년 프로그램 중 하나는 쿠사(KUSA·유네스코한국학생회)인데, 내년이 50주년이다. 쿠사에 관여한 학생만 10만명이 넘으며, 이 중에서 총리도 많이 배출됐다. 그래서 작년에는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 일명 반기문 키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래를 향해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이들을 글로벌 리더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88명을 뽑는데 1150개 학교에서 2500명이 지원했다. 이 중 32명을 뽑아 2월에 프랑스 파리 본부로 직접 견학을 간다. 박인비 선수가 열 살 때 박세리 선수를 보고 골프를 결심했듯,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도 30% 포함시켜, 기회를 준다. 1년에 100명씩만 선발해도 10년이면 1000명이고, 20년이면 2000명 아닌가.”

―외교관 시절 한·미 FTA 협상으로 온갖 화살을 다 맞았다. 전혀 새로운 영역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서의 보람과 앞으로의 계획은.

“당시 사건을 겪으면서 단단해졌다. 욕설, 협박, 저주를 받아도 견딜 수 있었던 건 공직자로서의 소명의식과 신념 때문이었다. 외무고시에 붙고 난 후 영국으로 떠날 때 아버지께서 서랍에서 ‘태극기’를 꺼내 아내에게 주셨다. 나는 국익 우선 원칙에선 흔들림이 없다. 또 외교관 생활을 하다 보면 한 곳에서 3년씩 지내면서 시간이 뭉텅뭉텅 지나간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다음을 생각하면 삶이 너무 허망해진다. 나를 비워야 채워지는 걸 체득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도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오늘도 잠에서 깨어나 살아 숨쉬는 걸 감사한다.”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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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과분한 격려받은 지난 2년… 올해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archives/6432 /archives/6432#respond Tue, 14 Jan 2014 07:42:07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432 “이른 새벽 반짝이는 이슬은 하늘을 향하여 불평했습니다. 하나님, 이 차가운 새벽 저를 이렇게 추위에 떨게 하십니까? 진정 저를 사랑하여 만드신 것입니까? 제게 따뜻한 햇볕을 내려 주십시오. 그 소원대로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쳤습니다. 그러자 이슬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산마루서신에서) ‘존재의 긴장이 사라지면 존재 자체도 사라진다’. 이른 새벽, 묵상을 위해 이 글을 읽고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지난 2년간 더나은미래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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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반짝이는 이슬은 하늘을 향하여 불평했습니다. 하나님, 이 차가운 새벽 저를 이렇게 추위에 떨게 하십니까? 진정 저를 사랑하여 만드신 것입니까? 제게 따뜻한 햇볕을 내려 주십시오. 그 소원대로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쳤습니다. 그러자 이슬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산마루서신에서)

‘존재의 긴장이 사라지면 존재 자체도 사라진다’. 이른 새벽, 묵상을 위해 이 글을 읽고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지난 2년간 더나은미래 편집장 자리를 돌아봤습니다. 고민하고 분투했으며, 때로 안주하고 교만했습니다. 2013년 결산보고서를 쓰느라 한 해 더나은미래 발자취를 들여다보니, 걸어온 자리가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4월 창간 3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6차례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공익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하려는 시도였는데, 분에 넘치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굿네이버스·하트하트재단·코이카·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아름다운가게·초록우산어린이재단·한국사회투자 등 외부 파트너들과 공익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아산미래포럼’을 발족한 것은 매우 뜻깊었습니다. 탈북·장애·미혼모·비행·가정외보호 청소년의 자립과 성장을 위해 35인의 현장전문가들과 함께 25번의 좌담회를 갖고, 솔루션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청년 소셜벤처인 위즈돔과 함께 6월부터 7개월 동안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행사를 통해, 13곳의 국내 대표 사회공헌 우수 기업을 초청했습니다.

2주에 한 번 지면을 메우기에도 헉헉대는데,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삼성꿈장학재단 손병두 이사장 대담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소명의식’ 때문입니다. ‘더나은미래는 왜 존재하는가’, 누군가 물을 때, 그 답을 좀더 잘 하고 싶어서입니다. 중국 베이징으로 떠날 일정이 막혀 계속 더나은미래 편집장을 하게 된 것도 ‘보이지 않는 손’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4년에도 더나은미래팀은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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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신년 대담] 손병두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과 유영학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에게 공익분야의 길을 묻다 /archives/6411 /archives/6411#respond Tue, 14 Jan 2014 06:58:57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411 새해 소원요? 나눔이 변함없이 잘 이어지는 거죠 손병두 이사장 – 올해로 재단 운영 7년째 “교육자로서 의식 가져라” 직원들에게 신년사로 강조 유영학 이사장 – 공헌 효과 높이기 위해 가급적 여러 기관과 협력 나눔국민대상 수상키도 한 손엔 논어·한 손엔 주판 들어야 하는 기업인… “도덕적으로 잘 벌어서 진정성 있게 잘 써야죠” 사업계획·결산자료 모두 정부에게 감독관리 받아 재단의 투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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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원요? 나눔이 변함없이 잘 이어지는 거죠
손병두 이사장 – 올해로 재단 운영 7년째
“교육자로서 의식 가져라” 직원들에게 신년사로 강조
유영학 이사장 – 공헌 효과 높이기 위해 가급적 여러 기관과 협력
나눔국민대상 수상키도
한 손엔 논어·한 손엔 주판 들어야 하는 기업인…
“도덕적으로 잘 벌어서 진정성 있게 잘 써야죠”
사업계획·결산자료 모두 정부에게 감독관리 받아 재단의 투명성 높아져
공익재단 운영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명의식
정부 사각지대 메우기 위해 질적 성장 고민할 것

‘자본주의의 꽃’. 공익재단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이 번 돈을 선뜻 사회에 내놓고, 공익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빌 게이츠&멜린다재단 등 선진국에선 자본주의만큼 공익재단의 역사도 깊다. 우리나라에도 국내 최초의 공익재단인 양영재단이 출범한 지 70년이 됐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최대규모 재단인 삼성꿈장학재단 손병두(72) 이사장과 현대차정몽구재단 유영학(57) 이사장을 만나, ‘향후 5년, 공익재단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신년 대담을 가졌다.

국내 대표 공익 재단 두 곳의 이사장이 더나은미래 신년 대담에 함께했다. 손병두(왼쪽)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과 유영학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은 “민간 공익 재단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재단 전반 생태계를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사회= 경제 위기 속에서도 국내 대표그룹 회장들이 신년사에서 사회공헌 관련 키워드를 언급했다. 두 분은 올해 신년사에서 어떤 점을 강조했는가.

손병두= 올해로 7년째를 맞은 재단 신년사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직원들에게 ‘단순 사무직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라’고 얘기했다. 장학생들에게는 ‘확실한 국가관을 가지라’고 했다. 7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장 밀착형 복지를 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유영학= 우리 재단은 2007년에 설립됐지만 2011년 말에 이름을 현대차정몽구재단으로 바꾸고 2년 동안 새로운 사업을 많이 벌였다. 올해는 사업을 내실 있게 운영하면서,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완하려고 한다. 미국의 유명 재단들처럼 오랫동안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재단이 되자는 포부를 이야기했다.

◇4만명 장학금 주고, 외부기관과 협력해 저소득층 의료지원

사회= 삼성꿈장학재단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그간의 성과 혹은 가장 인상적인 사업은 무엇이었는가.

손병두= 방과후학교·지역아동센터·복지기관 등에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2만명 이상 아이들이 혜택을 받았고 장학생만 4만7000여명에 달한다. 작년 여름, 평창 청소년수련관에서 초·중학생들을 모아 축구캠프를 열었다. 나도 2박3일 내내 함께했는데, 아이들이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품더라. 내년에는 각 구단주를 초청해 ‘스카우트할 아이들을 눈여겨보라’고 해볼 생각이다(웃음). 또 우리 사업 중 사단법인 바른이봉사회의 지원으로 운영하는 ‘치열교정사업’이 있다. 1인당 1000만원씩 총 170명을 지원했다. 남들 앞에 나서기 꺼리던 아이들이 외모와 발음에 자신감을 갖는 등 달라지더라. 그동안 기업, 대학, 언론사 등에서 많은 직업을 가졌지만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지금이 가장 보람 있고 신난다.

유영학= 우리는 가급적 여러 기관과 협력한다. 자원을 가진 다른 기관들과 함께하면 최소 자원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지원사업을 예로 들면, 대한적십자사는 공간을 지원하고, 서울대병원은 의사들을 제공하고, 우리 재단은 환자 진료비를 지원해준다. 저소득층은 좋은 진료를 무료로 받아서 좋고, 우리는 적은 비용으로 좋은 모델을 개발해서 좋다. 해외 사업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에서 코이카(KOICA), 연세의료원 등과 함께 백내장 수술실 등을 갖춘 대형 컨테이너 트레일러 차량을 이용해 이동수술실을 운영한다. 지난해 차량전달식을 하는데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이 모두 참석할 정도로, 외교적인 기여를 했다. 덕분에 지난해 ‘제2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무총리표창'(보건복지부·KBS), ‘제2회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교육부·한국과학창의재단)을 받았다.

사회= 재단법인의 숫자가 4600개에 이르고 이중 민간재단의 수는 1190개에 달했다(아름다운재단 ‘공익재단 기초연구자료’, 2012년). 10억~50억원 자산규모를 가진 재단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1000억원 이상 대규모 자산을 가진 공익재단도 20여곳에 이른다. 공익재단의 확대 및 성장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손병두=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초창기 기업들엔 그럴 여유가 없었지만 이젠 ‘소외계층을 돌보고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의식의 변화가 생겼다. 공익재단이 많아지는 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는 지표도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기부 문화를 접한 이들이 자라면 더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우리 장학생 중 올해 취업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월급의 1%를 기금으로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진정 ‘나눔의 선순환’이다.

사회= 재단의 긍정적 역할에도 1980년대 이후 기업재단이 변칙 상속수단으로 활용돼온 과거 때문에, 아직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손병두= 이젠 모두 공개되는 시대가 됐다. 재단의 사업계획과 결산 자료들이 감독 당국에 보고되고 국세청에 공시된다. 재단의 구성원까지 관리 감독받을 정도로 투명해진 만큼 부정적인 인식을 버릴 때도 됐다. 물론 기업인들도 노력해야 한다.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의 말처럼 ‘한 손엔 논어, 한 손엔 주판’을 들어야 한다. 윤리적·도덕적으로 돈을 잘 벌고, 또 번 돈을 잘 써야 한다.

유영학= 100% 공감한다. 재단 스스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고, 진정성 있는 사업을 꾸준히 한다면 자연스레 인식이 바뀔 것이다. 앞으로도 재단들이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 공익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손병두= 소명의식이 중요하다. 우리 직원들은 감사노트에 매일 감사할 일을 쓴다. 일주일에 책을 한권씩 읽고 매주 월요일에 이를 공유한다. ‘왜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가’를 끊임없이 깨우친다. 삼성꿈장학재단 직원들은 지금 방학을 이용해 전국을 다니며 장학생 수천 명을 일일이 면담하고 있다. ‘헌신’이 없으면 공익재단에서 일할 수 없다.

유영학= 재단은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사회공헌을 하는 것은 돈 버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직원들에게 ‘항상 자기 돈처럼 아끼고 고민하면서 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경쟁자는 규모도 크고 역사도 깊은 록펠러재단이나 카네기재단이다. 그런 역량을 갖춰야 한다.

손병두= 사회복지 분야는 월급도 많지 않고, 일이 힘들다. 그럼에도 이 분야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을 보면 대단하다. 최근 경력 직원 1명을 모집하는데 1055명이 왔다. 일류 기업에서 3년 넘게 근무한 친구도 지원했다. 사회복지대학원까지 가서 따로 공부하며 인생관을 바꿨다고 했다. 우리 재단의 지원을 받는 곳 중에 일류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강원도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소공동체도 있다. 오늘날의 ‘상록수’가 아니고 뭔가.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걸 느낀다.

소외된 이웃을 찾아 교육·복지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온 국내 대표 공익재단 이사장 두 명은 “정부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질적 성장을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꿈장학재단과 함께하는 축구캠프 ‘꾸미꾸미’에 참석한 손병두(위) 이사장과 현대차정몽구재단 온드림스쿨 다빈치 교실에 참석한 유영학 이사장의 모습. /삼성꿈장학재단·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공익재단 ‘쏠림 현상’ 시간이 해결할 것…규제 완화로 재단 활성화 꾀해야

사회= 선진국에서는 내셔널트러스트(문화유산 보존), 캔서리서치(암 연구), WWF(환경 보존) 등 다양한 분야의 공익재단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익재단은 66%가 학술장학재단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공익재단의 다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손병두= 우리나라가 가진 유일한 것이 인적 자원이기 때문에 교육 수요는 아직 크다. 삼성꿈장학재단이 4만7000명가량을 지원하는데, 이는 전체 기초생활수급자의 4%도 감당 못하는 수치다. 앞으로 장학재단이 계속 나오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이들이 많다. 공익재단이 많아지고 필요한 부분이 채워지다 보면, 사업 내용도 자연스럽게 다양해질 것이다.

유영학= 사각지대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사회안전망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 빠진 부분이 많고, 안정된 사업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민간에서 리스크가 큰 사업들을 찾아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민간 공익재단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도 공유했으면 좋겠다.

사회= 지난해 영국의 기부문화를 둘러봤는데, 영국에서는 ‘사라지는 걸 목적으로 하는 재단’도 있었다. 수입의 90% 이상을 연내에 반드시 쓰게끔 하는 룰도 있었다. 반면, 우리는 재단과 관련된 엄격한 법체계가 공익재단의 다양성과 성장을 막는다는 지적이 많다. 재단의 기본자산 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공익재단이 특정법인의 주식 5%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법을 꼽을 수 있다. 공익재단의 활성화를 위한 법 제도상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손병두= 10여년 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복지전달체계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있다. 국가에서 세금을 걷어 복지에 쓰는데, 중간기관들이 거의 다 쓰고 실제 수혜자에겐 적게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줄이는 대안은 공익재단에 있다. 선진국보다 너무 엄격한 제도, 특히 ‘5% 지분제한’의 경우 앞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세금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하는 것보다 공익재단을 통하면 효율적이다. 학생들의 맞춤형 교육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한을 풀어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한국장학재단은 특별법을 통해 학생들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지만,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여 굉장히 어렵다. 치아교정을 해주기 위해 의사들이 개인정보를 달라고 하는데, 이 길이 막혀 있으니 실무적으로 굉장한 행정력이 낭비된다.

유영학= 공익재단 관련 제도가 상당히 엄격한 것은 사실이다. 역사적 원인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재단의 투명한 운영이 선행되고 신뢰와 존경을 얻는다면 현재의 많은 제한 규정이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 100년 넘게 사랑받는 선진국의 공익재단처럼 되기 위해 앞으로 과제가 많을 것이다.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손병두= 앞으로 재단의 기금운용이 화두가 될 것이다. 우리는 각 증권회사·은행 등 전문가들로 투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기금관리를 자문받고, 이사 및 다른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위원회에서 또 한 번 기금을 관리한다. 교육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비전을 갖고 정부 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해할 것이다.

유영학=지난 2년간 주로 미래 인재양성·소외계층 복지사업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는 문화예술 사업도 늘릴 예정이다. 현재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재점검하고 모니터링할 것이다. 사업의 효과성을 측정하는 등 질적 성장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회=박란희 편집장

정리=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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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빨리’ 대신 ‘함께’… 올해 이들이 세상을 달렸습니다 /archives/6329 /archives/6329#respond Tue, 10 Dec 2013 05:58:59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329 cover story 더나은미래가 만난 사람들, 그 후 올 한 해 더나은미래팀은 국내외 수많은 현장을 누볐다. ‘빨리’ 달리기보단 ‘함께’ 달리는 트랙 위에서 만난 사람들. 연말을 맞아 2013년 더나은미래가 만난 사람들, 그 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진 무대, 확산되는 가치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재기에 성공한 창업자로 소개됐던 김윤상(49·스시생)씨<3월 26일자 D1면>는 지난 8월, 점포 확장 공사를 통해 좌석 수를 두 배(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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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더나은미래가 만난 사람들, 그 후

올 한 해 더나은미래팀은 국내외 수많은 현장을 누볐다. ‘빨리’ 달리기보단 ‘함께’ 달리는 트랙 위에서 만난 사람들. 연말을 맞아 2013년 더나은미래가 만난 사람들, 그 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재기에 성공한 김윤상씨, 조규환 엔젤스헤이븐 전 회장, 김희정 디자인플러스 대표, 방장혁 소울수프 대표, 김현수‘들꽃청소년세상’공동대표, 쪽방촌 할머니들은 송주현(사진왼쪽)씨의 또 다른 가족이다, 장애인 수영 선수 이인국군, 골목콘서트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나들(위 사진)씨. 라오스의 한남꽁 아이들이‘발론티어 KIC’를 통해 처음 접한 미술교육 현장(아래 사진).

◇커진 무대, 확산되는 가치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재기에 성공한 창업자로 소개됐던 김윤상(49·스시생)씨<3월 26일자 D1면>는 지난 8월, 점포 확장 공사를 통해 좌석 수를 두 배(현재 30석)까지 늘렸다. 일본 방사능 등으로 초밥 업계가 고전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투자할 테니 같은 모델로 점포를 늘려보자”는 제안도 심심찮게 받고 있다. 최근에는 소자본 부부 창업자들에게 전수할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탈북 청소년을 돕는 탈북자 부부, 겨레얼 대안학교의 최동현·순영옥 부부<6월 11일자 D8면>는 기사 이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최동현 대표는 “기존 아동 수가 28명이었는데, 기사 후 입소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대거 몰렸다”며 “현재 42명의 아이가 들어와 있고, 여건상 함께 할 수 없는 대기자들도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장애인 수영 선수 이인국(17·안산 단원고2·9월 24일자 E1면)군에겐 낭보가 잇따랐다. 기사 게재 이후, 생애 처음으로 출전했던 국제대회인 ‘2013 쿠알라룸푸르 아시아 장애청소년 경기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국제적인 선수로 거듭났고, 지난 18일에는 ‘2013 대한민국 인재상’까지 받았다. 손연재(2011 수상), 양학선(2012 수상) 등 국내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작년 연말 ‘솔로대첩’에 맞서 ‘나눔대첩’을 기획했던 송주현(26)씨<2월 26일자 E7면>는 기사가 나간 이후 “강의 기회가 배로 늘고, 후원을 원하는 분들도 많아져 이를 나눔 운동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에 출간한 책(‘스물다섯 미친 나눔으로 세상을 바꾸다’)은 5000부 이상 팔렸다. 현재 청년들을 위한 ‘나눔 커뮤니티’ 개설을 준비 중이다. 올해 성탄절 역시 ‘나눔대첩’은 이어진다고 한다.

‘골목콘서트’로 골목 상권 살리기에 나섰던 그룹 ‘일기예보’의 나들(44)씨<3월 26일자 D7면>는 지난 5월, 창조예술인 협동조합 ‘캔쿱’을 설립했다. 인디 뮤지션 5명이 50만원의 조합비를 내고 참여했다. 11월에는 솔로 음반도 발표했다. 나들씨는 “지면에 소개된 이후 더 많은 분이 ‘골목콘서트’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줬다”며 “잊힐 뻔했던 가수 열정에 불을 지펴준 셈”이라고 했다.

‘스펙 쌓기’가 아닌 ‘진짜 봉사’의 모습을 보여줬던 경희대 학생 자원봉사단 ‘발론티어 KIC’<5월 28일자 E8면>는 “기사 이후 내·외부의 크고 작은 변화를 경험했다”고 한다. 학교로부터의 지원 금액이 50% 늘고 일부는 장학금도 받았다. 지난 11월에는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 동아리부문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면을 통해 대중의 힘을 확인했다. ‘예술, 사회를 바꾸다’ 지면<9월 24일자 E4면>이 나가면서 당시 진행하던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웹 등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10월 31일까지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대회의 시상금을 모금했는데, 목표 금액(1500만원)의 260%에 달하는 돈이 모였다고 한다.

◇1막은 내리고… 새 막은 올리고

지난 10월, 아산미래포럼 기획시리즈<10월 22일자 D3면>로 소개됐던 김현수 ‘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는 최근 지방의 한 교도소를 방문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던 그룹홈에서 15년 전 함께 살던 아이가 성인이 돼 수감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고아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아이였어요. 18세가 돼 그룹홈을 나가야 했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다가 다시 교도소에 가게 됐죠. 우리 품을 나간 후에도 자식처럼 돌봤다면 어땠을까요.” 지난 10월, 19년 동안 몸담았던 그룹홈을 내려놓고 새 길을 모색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그룹홈에 남아있는 혈기왕성한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나간 아이는 잊힌다”며 “지금껏 같이 살다 나간 200여명의 아이를 찾아내 만나보고 대책을 간구해보려 한다”고 했다.

천막에서 시작한 보육원을 한 해 예산 300억원이 넘는 대단위 종합사회복지시설로 변모시킨 조규환 엔젤스헤이븐 전(前) 회장<2월 26일자 E4면> 역시 54년 나눔 인생의 1막을 내렸다. 올해 초부터 회장직을 내려놓고 명예회장으로서 교류나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조 회장은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개소한 ‘역사관’은 조 회장의 ‘마지막 선물’이다. 조규환 회장은 “1959년부터 보관된 이사회 회의록을 비롯, 국내 사회복지사(史)의 보물이 모여 있다”며 “국내 복지의 발전 단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나은미래 지면을 통해 나눔의 서막을 올린 이들도 있다. 디자인 전문업체 ‘디자인플러스’와 ‘소울수프’가 그 주인공. 지난 6월부터 총 13회 동안 진행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시리즈를 통해서다. 김희정 디자인플러스 대표는 “최재호 현대차 차장님(사회문화팀)의 얘기를 듣고 큰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강연을 들은 지 일주일 후에 동네 리서치를 시작했고, 두달 만인 10월에 지역 잡지를 표방한 ‘오! 성수’의 창간 준비호를 냈다. 반응은 뜨거웠다. 김 대표의 목표는 잡지를 통해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것’. 방장혁 소울수프 대표 역시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다. “대기업 CSR은 마케팅의 수단일 뿐이라고 여겼지만 12번의 강연을 모두 들으며 진정성을 크게 느꼈다”고 했다. 방 대표는 현재 성수동을 대안문화의 메카로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젠니클로젯’이라는 에코디자인 회사가 이곳에 사무실을 오픈했는데, 우리가 로고와 명함을 만들어줬죠. ‘더 페어 스토리’라는 예비 사회적기업도 올 예정이고요. 이런 활동들을 모아서 성수동을 좀 더 생동감 있고 밝은 곳으로 변화시켜보려고요.”

①코이카, 민관 협력 국제 개발 사업 자금 확대하기로

한국형 공적 개발원조의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2월 12일자 D1·D3면>가 나간 이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이 시민 단체에 대한 민관 협력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결정, 발표했다.

②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긴급지원 모금 캠페인 성공

더나은미래는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지난 5월 28일부터 4차례에 걸쳐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긴급 지원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다. 7월 4일까지의 누적 모금액은 6277만원으로 초기 모금 목표액인 5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모금을 통해 모인 돈은 의류공장 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일자리 및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지원됐다.

③미혼모 학습권 보장, ‘비보호 청소년’ 학력 인정 등의 제도적 기반 마련

미혼모 청소년 학습권에 대한 기사<9월 10일자 E3면> 보도 후,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에 ‘학교에서 미혼모인 학생 등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는 학교 규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임신·출산을 한 ‘학생 미혼모’에게 퇴학·전학·자퇴 권고 등의 징계를 내리도록 한 학칙을 수정해야 한다. <10월 8일자 D3면> 또한 중국, 태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한 탈북자인 ‘비보호 청소년’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기사<9월 24일자 E3면> 보도 후, 비보호 청소년들의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학력심의 인정 지침’이 생겼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6조, 97조, 98조에 따르면 이전에는 북한이탈 주민에 대해서만 학력 심의 규정이 적용됐으나, 시행령 개정(10월 30일) 후에는 비보호 청소년도 포함되도록 했다.

④장애인 연계 고용 관련 규정 변경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14일, ‘장애인 연계 고용 제도’ 관련 고시가 개정돼 기업들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받는 한도가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장애인 연계고용 제도’에 대한 기사<11월 28일자 D5면>를 보도했다. 한편 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12월, 발달장애인 70명을 고용하는 표준사업장 베어베터에게 ‘연계 고용을 방해했던 ‘도급’ 관련 규정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베어베터는 생산하는 커피, 쿠키 등을 베어베터만의 고유한 상품으로 인정받게 됐고(도급 인정), 장애인 연계고용 범위가 확대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긴급 구호 자금 배분 대상, 외국 단체에서 한국 NGO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의 필리핀 타클로반 긴급구호 지원 뒷이야기를 다룬 본지 기사<12월 10일 D3면> 보도 후, 모금회의 배분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WFP(세계식량계획)와 IOM(국제이주기구) 등 외국 단체에만 1차 자금을 지원했던 모금회는 “2차 자금을 국내 국제 구호단체에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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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기부, 프러포즈하듯 이상대 충분히 알고 요청해야” /archives/6246 /archives/6246#respond Tue, 10 Dec 2013 05:06:34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246 조 색스턴 nfp시너지 대표 작은 단체들, 기부자 모으려면 타깃·브랜드 가치 명확히 정해야 “모금시장이 포화됐다는 생각을 버려라. 기부를 끌어낼 방법은 언제나 있다.” NPO를 위한 연구컨설팅기업인 nfp시너지 조 색스턴(Joe Saxton·사진) 대표의 조언이다. 조 색스턴 대표는 영국 모금 컨설팅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2~3일 한국NPO공동회의가 주최한 ‘2013 나눔문화선진화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고액·유산기부에 대한 비영리단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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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색스턴 nfp시너지 대표

작은 단체들, 기부자 모으려면 타깃·브랜드 가치 명확히 정해야

조 색스턴 nfp시너지 대표

“모금시장이 포화됐다는 생각을 버려라. 기부를 끌어낼 방법은 언제나 있다.”

NPO를 위한 연구컨설팅기업인 nfp시너지 조 색스턴(Joe Saxton·사진) 대표의 조언이다. 조 색스턴 대표는 영국 모금 컨설팅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2~3일 한국NPO공동회의가 주최한 ‘2013 나눔문화선진화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고액·유산기부에 대한 비영리단체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첫날 콘퍼런스에만 500명이 참석했다.

―영국에서의 모금 트렌드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20~25년 전에는 다이렉트TV를 통해 광고했고, 15년 전에는 길거리모금을 통해 매년 60만명이 정기 기부를 하게 됐다. 길거리모금이 흔해지자, 이후엔 방문모금이 등장했다. 전화모금을 거쳐 최근에는 SNS나 문자모금이 많아지고 있다. TV나 인터넷보다 문자모금이 훨씬 더 쉽다. 최근 필리핀 하이옌 태풍피해 모금에서 문자모금으로만 150만파운드(약 26억원)가 모였다.”

―영국 자선단체들은 모금활동을 위한 마케팅·운영비에 몇 % 정도를 사용하는가.(우리나라는 기부금품 모집법상 모금액 대비 최고 15%까지만 쓸 수 있다)

“제한이 없다. 99%를 행정비로 써도 된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기부자는 내가 낸 돈의 100%가 프로그램 사업비로 쓰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행정비가 없는 단체가 정말 좋은 단체인가. 사무실도 없고, 기금을 잘 썼는지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특히 막 시작한 자선단체에 15%만 행정비로 쓰라는 건 너무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15% 룰’ 규제를 하게 되면, 자선단체의 성장을 막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기부자들이 자선단체를 잘 감시하라’고 얘기한다. 최근 영국에서는 컵트러스트(cup trust) 스캔들이 일어났다. 2000만파운드(350억)의 수입 중 5만파운드(8500만)만 자선사업에 쓴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에선 ‘수입의 20% 정도는 무조건 자선사업에 써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영리단체의 빈익빈 부익부도 심해지고 있다. 작은 단체는 어떻게 모금해야 하는가.

“영국에서도 160만개에 달하는 자선단체 중 1500~1800개 정도만 크고, 나머지는 매우 작고 어려움을 겪는다. 작은 단체일수록 핵심가치, 브랜드, 타깃층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 기부자들을 끌어내지 못한다.”

―한국은 나눔 장려 정책은 보건복지부, 기부금품 모집 관련 법안은 안전행정부, 비영리단체 과세는 기재부와 국세청, 재단설립과 운영은 각 부처·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어서 너무 복잡하고 제출 서류도 까다롭다. 영국은 어떤가.

“자선단체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자선청(CC)이고, 자선단체의 세금혜택과 관련한 업무는 영국국세청(HMRC)이 담당한다. 영국에선 지금 자선청과 국세청에 따로따로 등록하지 말고, 하나의 통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 개인 소액기부 시장이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보고, 고액기부나 유산기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비영리단체의 대표에게 조언한다면.

“시장이 포화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방법은 언제나 있다. 기존 소액기부자 풀(pool)을 활용해서 모금을 늘려야 한다. 유산기부 캠페인을 해서, 사람들에게 유산기부에 대한 정보부터 알려줘야 한다. 기부자들이 모든 자선단체를 신뢰할 필요는 없다. 주고 싶은 단 한 개의 자선단체만 믿으면 된다. 전 재산을 기부하는 것도 아니다. 자산의 단 몇 %만 기부하면 된다. 내 유서에는 2~3곳의 자선단체가 각각 1%씩 가져가도록 돼있다. 그리고 고액기부자에게 ‘우리의 사업을 한번 보라’고 적극 초대해야 한다. 고액기부는 프러포즈와 같다. 상대방을 알기도 전에 무턱대고 프러포즈하지 않듯이, 몇년 동안 연인으로 사귄 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확신이 있을 때 요청하는 것이다. 또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암, 치매환자, 장애인 등 정부가 세금을 통해 해야 할 복지사업을 자선단체들이 잘하고 있는 걸 보고 ‘상생할 수 있는 구조이구나’ 인식하면, 정부는 자선단체를 더 이상 ‘세금 떼가는 곳’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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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③ 확고한 전문성 갖춘 영국NPO /archives/6070 /archives/6070#respond Tue, 12 Nov 2013 01:31:26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6070 3년 파트너십 맺는 데 준비만 2년… 꼬장꼬장한 NPO 유언장에 ‘유산 기부하자’ 캠페인 벌이는 NPO 단체들 모금과 후원자 확보 위한 홍보·마케팅 투자 당연시 후원 기업의 모든 정보 모아 인권 침해·부패기업 걸러내 ‘죽을 때 당신의 삶을 남기세요(After Death, Leave Life)’ 세이브더칠드런UK가 올해 벌이는 유산 기부 캠페인 타이틀이다. 세이브칠드런UK는 유산 기부를 받기 위해 2개 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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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파트너십 맺는 데 준비만 2년… 꼬장꼬장한 NPO
유언장에 ‘유산 기부하자’ 캠페인 벌이는 NPO 단체들
모금과 후원자 확보 위한 홍보·마케팅 투자 당연시
후원 기업의 모든 정보 모아 인권 침해·부패기업 걸러내

‘죽을 때 당신의 삶을 남기세요(After Death, Leave Life)’

세이브더칠드런UK가 올해 벌이는 유산 기부 캠페인 타이틀이다. 세이브칠드런UK는 유산 기부를 받기 위해 2개 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수지 스테이븐 미래전략 리서치팀장은 “유산 기부와 고액 기부는 우리의 전체 모금액(2억8370만 파운드, 4800억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죽음과 신생아의 삶을 연결시키는 전략으로 캠페인을 브랜드화하면서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영국에선 매년 9월과 10월 유산 기부 컨설팅 전문 기관인 ‘리멤버 어 채리티(Remember a Charity)’와 ‘윌 에이드(Will Aid)’가 각각 주도하는 유산 기부 활성화 공동 캠페인이 벌어진다. 영국 전역에서 비영리 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시민들이 유언장에 ‘유산 기부 하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독려하는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영국에서 만난 NPO 담당자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우선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비전과 미션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지난해 기업 후원을 1억507만파운드(2500억원) 받은 세이브더칠드런UK는 기업과의 파트너십 기준이 있다. 타냐 스틸 모금후원팀장은 “포르노, 담배,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과는 절대 파트너십을 맺지 않고, 제약회사나 정유·가스·광산업,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 아동 학대 경험이 있는 기업, 모유를 대체하는 분유 판매 기업, 부정부패와 연관될 수 있는 보안 경호회사 등은 위험도가 높은 기업으로 분류한다”며 “모든 기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데, 특정 기업과 사업을 하기 전에 세이브더칠드런 내의 이해관계자팀, 미디어팀, 정책관련팀, 글로벌사업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사회 멤버 2명 및 관련팀 책임자들이 모여 다수결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최소 3년간의 장기 파트너십이 기본 원칙이다.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18개월~2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세이브더칠드런UK 내직원휴게실풍경. /경미화굿네이버스팀장제공

영국에선 NPO가 ‘착한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사명감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예전에 국내 한 대형 비영리 단체 팀장에게 “홍보 대사인 한 연예인이 자꾸 ‘좋은 일 한다’고 칭찬하기에 ‘월급받는 직장’이라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못 알아들어서 속상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전문가라는 사회적 인식이 통용되기 때문에 NPO 활동에도 큰 제약이 없다. 모금과 홍보, 후원자 관리 등 NPO를 알리고 더 큰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투자를 당연시한다.

수지 스테이븐 팀장은 “후원자들이 내는 2파운드 중에서 1파운드88펜스가 아동을 위한 사업비로 쓰이고, 12펜스가 운영·관리비로 쓰인다”며 “시리아 난민 돕기 캠페인과 같은 중요 사안은 저녁 메인 뉴스 시간에 올리는 등 유료 TV 마케팅을 하기도 하고, 잡지나 쇼핑센터 등 무료로 홍보해주는 곳도 많이 발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UK의 전체 직원은 1000명인데, 이 중 250명이 펀드레이징팀이라고 한다. 연봉 또한 비영리 단체 중에서도 높은 편이라 시티은행을 40대에 퇴직한 후 세이브더칠드런 기업파트너십 팀장을 맡는 등 영리-비영리 간 인력 교류도 활발하다. ‘신뢰의 자산’이 쌓이다 보니, NPO 활동에 대한 규제나 불신보다는 사회적 지지가 많다. 영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인 옥스퍼드대 보들리안도서관은 옥스팜의 70년 활동 자료를 모두 아카이빙(Archiving·데이터 보관)하고 있었다.

영국의 NPO는 이제 ‘자선의 시대’를 넘어 ‘소셜 비즈니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감옥을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5~10년 후에는 비영리 단체에서 감옥을 운영하지 않을까 싶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기부를 촉진하는 비영리 컨설팅 기관 카프(CAF) 데이비드 홉킨스 매니저는 “국제 개발 협력 NGO인 케어인터내셔널은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기부가 아닌 소액 대출을 해주는 사이트인 ‘렌드위드케어(lendwithcare.org)’를 강화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자선단체뿐 아니라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추세는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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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② 전문성·역량 갖춘 지원 조직… 이들이 많을수록 비영리단체도 성장 /archives/5987 /archives/5987#respond Tue, 22 Oct 2013 00:31:47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987 [박란희 편집장의선진 NGO 견학] ② NPO를 위한 중간 지원 기관 비영리단체 지원하는 카프…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통해 시민사회 성장시키는 역할 NPO 연합해 모니터링 하고 책임 있는 기업에 투자 권유 비영리단체 전체의 생태계 키우고자 하는 노력 보여줘 NPO(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NPO. 지난달 24일 방문한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iton)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카프의 역사는 80년에 달한다. 카프은행을 운영하고, 소셜벤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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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의선진 NGO 견학]
② NPO를 위한 중간 지원 기관
비영리단체 지원하는 카프…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통해 시민사회 성장시키는 역할
NPO 연합해 모니터링 하고 책임 있는 기업에 투자 권유
비영리단체 전체의 생태계 키우고자 하는 노력 보여줘

NPO(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NPO. 지난달 24일 방문한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iton)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카프의 역사는 80년에 달한다. 카프은행을 운영하고, 소셜벤처 투자를 하며, 비영리단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은 500여명에 달하고, 연간 1조원 이상의 사업을 벌인다. 컨설팅 그룹을 10개 운영하며, 9개국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에이미 클라크 자문팀장은 “우리의 파트너는 대기업, 고액기부자, 비영리단체들”이라며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사회와 제3 섹터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브 잇 백 조지(Give it Back, George·돌려줘 조지)’ 프로젝트는 최근 카프에서 벌인 대표적 캠페인이다. 작년 3월, 영국 정부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제공해왔던 소득세 감면 혜택(Gift Aid)에 대해 한도액을 정한다고 발표했다. 당장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국제정책 캠페인팀 아담 피커링씨는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보니, 7%의 고액 기부자들이 영국 기부액의 45%나 되는 돈을 기부하고 있으며, 기부자들에게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이번 발표로 인해 기부금이 5억파운드(약 8500억)나 줄어드는 걸 알 수 있었다”며 “7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8차례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정부 부처 장관들과 10차례 미팅을 가졌으며, 1161개 비영리단체들의 서명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번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뿐 아니다. 카프는 기부에 대한 전문가 자문 서비스, 컨설팅, 평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에이미 클라크 자문팀장은 “경기가 나빠져 보조금이 끊어져도 비영리단체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재무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대기업 및 유명 인사들이 비영리단체에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브리지 역할도 한다”며 “최근에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마스터클래스 형태의 4~5일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① 옥스팜 입구의 모습. 자선의 역사가 100년을 넘은 영국은 비영리 단체들의 컨설팅, 정보교류, 네트워크, 모금 캠페인 등을 돕는 다양한 중간지원기관이 활성화돼 있었다. ② 지난 9월 말 카프(CAF)를 방문한 24개 국내 NPO단체 관계자들. 이번 연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한국NPO공동회의가 ‘모금마케팅 및 국제개발협력’을 주제로 진행됐다. /공공연수 제공

◇컨설팅 회사, 협회, 투자 회사 등 비영리단체 지원 조직 다양해

영국에서 통계와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모금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바로 비영리단체를 위한 중간 지원 조직이 활성화된 데 있었다. 기부와 모금 환경을 분석해주는 컨설팅 회사,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를 도와주는 협회, 공익 목적의 사회 책임 투자 등 비영리단체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기관이 많았다. 이를 통해 비영리 섹터는 때로 공통의 목소리를 내고, 때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선순환을 이뤄가고 있었다.

본드(BOND)는 국제 개발 협력을 하는 NGO 400곳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협의체다. 이곳은 지난 6년간 ‘원조 효과성’에 대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영국의 국제개발부(DFID) 및 코믹 릴리프(Comic Relief), 빅로터리(The Big Lottery) 등의 기업이 기금을 내놓고, 100여곳의 NGO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관련 연구자 300여명이 참여했다. 국제 개발 협력 사업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어떤 지표를 쓸 수 있을지를 수집·정리한 ‘임팩트 빌더(Impact Builder)’, 온라인에서 직접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해볼 수 있는 ‘헬스 체크 리스트’ 등을 만들었다.

마이클 라이트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국제 개발 협력 분야는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각 비영리단체가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지, 사업의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가 뭔지, 사업의 최종적인 임팩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규칙을 공유하고 합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까다로운 기부자들은 점점 ‘내 돈을 갖고 뭘 한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 답을 구하기 위해 NGO들끼리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본드 측의 설명이다.

본드의 회원 단체들은 국제 개발 협력 사업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공동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마이클 팀장은 “특히 세금과 법안 등 비영리단체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다”며 “최근 비영리단체의 합법적 로비를 축소하는 법안이 NGO들과 전혀 상의도 않고 통과되면서, 이 법안 반대를 위해 협의체들과 비영리단체 싱크탱크 등이 모두 뭉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리 모금 에이전시 활용, 때로 부작용도

영국에선 비영리단체를 위한 각종 컨설팅을 제공하는 에이전시도 많다. 옥스팜의 후원자 발굴 담당인 사라 프라이크 매니저는 “거리 모금을 할 때는 전문 에이전시를 이용하고, 이 에이전시는 전문 거리 모금원들을 채용해 교육하고 현장으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심지어 영국에선 서로 다른 비영리단체에서 동일한 거리 모금 에이전시를 이용하다 보니, 동일 인물이 며칠 만에 다른 비영리단체의 조끼를 입고 거리 모금을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비영리단체 직원들은 거리 모금을 체크하기 위해 ‘암행어사’역할도 한다.

영국에서 사회 책임 투자를 맡고 있는 공혜원 애널리스트(WHEB Asst Management)는 “NGO끼리 뭉쳐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을 소홀히 하는 회사별 랭킹을 매기고, 비영리단체 ‘카본 디스클로저 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탄소 배출 정보를 공개하는 등 NPO들이 연합한 모니터링 활동도 활발하고 목소리도 크다”며 “투자자들에게 사회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사회책임 투자도 활발하고, 사회책임 우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기업들은 그것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를 위한 컨설팅 회사 엔에프피시너지(nfpSynergy) 조 색스턴 대표는 “TV 광고, 길거리 모금, 기업 모금, 이벤트, 자선 가게 운영, 유산 기부, 고액 기부, 정부나 재단 보조금 등 비영리단체들의 펀드레이징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며 “좋은 결과를 원할수록 전문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전체의 생태계를 키우려는 노력, 영국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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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①영국의 과학적 모금 현황 /archives/5961 /archives/5961#respond Tue, 08 Oct 2013 01:41:47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961 기부도 이젠 통계와 포트폴리오, 전략의 승부 자선단체 16만개 경쟁 치열 정부 지원금 줄어들면서 통계와 연구자료 바탕으로 모금별… 연 수입 6400억원 옥스팜 후원 중단 비율 줄이기 주력 비영리 전문 컨설팅회사는 비용 대비 모금액 가장 높은 유산 기부 주목, 연구 진행 영국의 자선단체 수는 16만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비영리민간단체 1만889개(안행부 등록)의 16배다. 자선단체의 역사도 깊다. 영국 옥스팜은 7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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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도 이젠 통계와 포트폴리오, 전략의 승부
자선단체 16만개 경쟁 치열 정부 지원금 줄어들면서 통계와 연구자료 바탕으로 모금별…
연 수입 6400억원 옥스팜 후원 중단 비율 줄이기 주력
비영리 전문 컨설팅회사는 비용 대비 모금액 가장 높은 유산 기부 주목, 연구 진행

영국의 자선단체 수는 16만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비영리민간단체 1만889개(안행부 등록)의 16배다. 자선단체의 역사도 깊다. 영국 옥스팜은 70년 역사를, 세이브더칠드런은 94년 역사를 지닌다. 옥스팜(Oxfam), 캔서리서치UK(Cancer Research UK), 브리티시 하트 파운데이션(British Heart Foundation) 등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채리티숍이 영국 전역에 20만개로, 1년에 모으는 돈은 130억파운드(약 22조원)다. 영국 자선단체는 어떤 생태계로 움직이고 있을까. 기부와 나눔이 일상화된 나라 영국을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9월 말 한국NPO공동회의가 진행한 6박8일의 ‘2013 영국NPO해외연수:모금마케팅 및 국제개발협력’ 연수를 동행 취재했다. 이번 연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24개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함께했다. 편집자 주


영국 옥스팜(Oxfam)의 내부 전경. 외부 인사들의 잦은 사무실 투어에 익숙한지, 직원들은 우리에게 윙크를 하거나 재밌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무실 건물은 오픈된 대신 곳곳에 미팅룸을 수십 개 뒀다. /여문환 JA Korea 사무국장 제공

지난달 25일, 영국의 대표적인 NGO인 옥스팜 영국 본부 사무실에 들어서자 일행들 사이에선 “와아~” 하는 탄성 소리가 들렸다. 700명이 근무하는 3층짜리 건물은 외벽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통유리와 햇살이 내리쬐는 아늑한 건물, ‘이곳이 비영리단체 사무실이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1942년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공격에서 탈출한 그리스인을 돕기 위해 시작된 옥스팜. 현재 옥스팜 영국의 수입은 3억6790만파운드(약 6400억원)이다. 후원자 수는 50만명으로, 옥스팜에서 운영하는 채리티숍은 700개가 넘는다. 채리티숍 수익금은 전체 수입의 22%, 개인 기부와 유산 기부 등이 25%를 차지한다(나머지 44%는 정부 및 자선재단 보조금). 참고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 중 모금액 1위인 월드비전이 지난해 1579억원을 모금했고, 후원자 수는 45만명에 달한다.

후원자 발굴을 담당하는 사라 프라이크 매니저는 “아이들이 고통받거나 배고파하는 모습을 통해 모금하는 것은 옥스팜의 가치와 상충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홍보 영상을 쓰지 않는다”며 “여성 후원자가 직접 옥스팜의 돈이 쓰이고 있는 해외 현장을 찾아 이를 보는 걸 광고 영상으로 쓴다”고 했다.

영국에선 길거리를 가다 보면 몇 분마다 한 번씩 자선단체의 후원 요청을 받는다. 일명 ‘거리모금’이다. 옥스팜은 올해 옥스팜 버킷(물통)을 통해 거리모금을 업그레이드했다. 5파운드를 후원하면 물통까지 아프리카에 보내주고, 2파운드를 후원하면 사업비만 보내준다는 것이다. 사라 매니저는 “거리모금이나 집집마다 방문하는 모금 형태는 새로운 후원자를 발굴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1년 내에 상당수가 후원을 중단하는 단점이 있다”며 “한번 발굴한 후원자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통 모금을 시도했는데 지금까지 후원 중단 비율이 매우 낮아졌다”고 했다.

◇통계·연구 조사 통한 과학적 모금 시대 열려

16만개나 되는 자선단체들이 존재하는 영국은 우리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했다. 자선단체를 위한 기부를 촉진하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재단인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tion)’ 연구조사에 따르면, ‘영국 자선센터의 6분의 1이 올해 문을 닫을지 모른다’고 얘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비드 홉킨스 카프 후원·보조금 개발 담당 선임매니저는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들면서, 올해 많은 자선단체가 문을 닫거나 합병했다”며 “380억파운드(66조원)에 달하는 자선단체 수입 중 자발적인 기부나 정부·재단보조금이 줄어든 대신 자체 수익 사업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자선단체들은 통계자료와 연구조사를 통한 ‘과학적인 모금의 시대’를 열고 있었다. 모금의 ROI(투자 대비 수익)를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한번 후원자가 된 이들을 붙잡아 후원 중단을 막고 ‘열렬한 팬’으로 만들지, 또 유산기부·고액기부·기업기부·개인소액기부 등 다양한 타깃층을 대상으로 한 모금의 장단점을 분석해 자신의 단체에 맞게 활용하는 전략을 짜고 있었다.

벤 아이어 카프 개인 고액기부 담당 매니저는 “주요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이 100만파운드(17억원)가 넘는 부자들이 영국에는 30만명가량 되는데, 이 고액기부자들이 1년 동안 기부한 총액이 93억파운드(16조원)에 달한다”며 이들의 10가지 트렌드를 분석했다. ▲15년 전만 해도 유산 상속으로 부자가 된 이들이 75%였지만, 최근엔 자수성가한 부자가 더 많으며 ▲고액 기부자들의 나이가 점점 젊어지고 있으며 ▲사후에 기부하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자신의 기부액이 어떻게 쓰이는지 지켜보는 걸 즐기며 ▲사회적 투자나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자선단체에 투자하는 형태) 등 혁신적인 방식의 기부를 선호한다는 내용이다.

◇단체별 펀드레이징 포트폴리오를 구성

“여러분 기억하세요. 기부자들은 절대 기부를 피곤해하지 않습니다. 기부를 요청하는 펀드레이저(fundraiser)가 피곤해 할 뿐입니다. 기부자들은 소비자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을 쓰던 소비자들이 삼성의 갤럭시를 소비하듯이 말입니다.”

지난 9월 24일, 비영리 전문 컨설팅회사인 엔에프피시너지(nfpSynergy) 조 색스턴 대표의 말에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엔에프피시너지는 옥스팜, 유니세프 영국, 세이브더칠드런 등 비영리단체를 위한 연구조사, 모금,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조 색스턴 대표는 2005년부터 4년 연속 영국 설문조사에서 펀드레이징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가로, 세로축으로 그려진 ‘펀드레이징 포트폴리오’를 우리 일행에게 보여줬다. 시간과 모금 비용 투입 대비 모금액이 그려진 도표였다. 색스턴 대표는 “채리티숍은 운영비가 매우 많이 들어 비용 투입 대비 모금액이 가장 낮은 반면, 유산 기부는 시간과 비용 대비 모금액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에선 최근 유산 기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조 색스턴 대표는 “소규모 단체의 경우 기업이나 정부기금 등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단체를 지지하는 고액 기부자층을 넓혀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예전에 자선단체와 후원자 관계는 ‘기관’ 대 ‘개인’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사람들 관계 속에서 이뤄지거든요. 사람들끼리 얘기할 수 있는 거리를 주고, 전염성 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져, 결국 이들을 우리 단체의 강력한 후원자로 만드는 게 관건입니다.”(옥스팜, 존 루카스 매니저)

영국의 고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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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기부하겠다 하지 말고, 일상적으로 나누세요” /archives/5896 /archives/5896#respond Mon, 07 Oct 2013 23:44:44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896 김만덕상 받은 여성 CEO, 송경애 SM C&C 대표 여성 CEO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결혼기념일·생일 등 기쁜 일 생기면 나눠 기부는 용기이자 습관… 내게 주는 선물 같아 1987년 스물다섯에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한 비티앤아이(BT&I)를 2600억원대 항공권을 판매하는 기업체 전문여행사로 키워낸 송경애(51·사진) SM C&C 대표. 비티앤아이는 최근 SM 계열사인 SM C&C에 흡수합병돼, 송 대표는 기업체 고객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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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덕상 받은 여성 CEO, 송경애 SM C&C 대표

여성 CEO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결혼기념일·생일 등 기쁜 일 생기면 나눠
기부는 용기이자 습관… 내게 주는 선물 같아

SM C&C 제공

1987년 스물다섯에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한 비티앤아이(BT&I)를 2600억원대 항공권을 판매하는 기업체 전문여행사로 키워낸 송경애(51·사진) SM C&C 대표. 비티앤아이는 최근 SM 계열사인 SM C&C에 흡수합병돼, 송 대표는 기업체 고객과 함께 한류스타들을 위한 행사와 투어, 해외촬영 지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나눔’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이자 여성 CEO로는 처음으로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결혼기념일, 회사 20주년 기념일, 생일 등 기념일마다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해, 별명이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다. 송 대표는 최근 기부의 일상화에 기여한 공으로 김만덕상을 수상했다.

“저는 그냥 기쁜 날에 맞춰 기부합니다. 작년에 아들이 스무 살이 됐을 때 뭘 할까 고민하다가 컴패션을 소개받아 해외 아동 20명을 돕기로 했죠. 한 달에 90만원인데, 우선 제 이름으로 하고 나중에 아들한테 넘길 거예요. 기부는 용기이고 습관이고, 저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누구를 불쌍히 여겨서 하는 건 아니에요.”

송 대표는 “기부(Give)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만, 나눔(Share)은 공유하는 것”이라며 “기부보다는 나눔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표의 나눔 뿌리는 어린 시절 자란 미국에서부터 싹텄다고 한다. 고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150달러를 내고 저녁을 먹는 자선파티에 많이 참여했는데 자연스럽게 ‘아~ 남을 도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먹을 것 안 먹고 죽자사자 아끼면서 죽기 전에 ‘한 서린 기부’를 하는데, 생활 속 기부가 습관화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10억을 벌면 기부해야지”성공하면 기부해야지’ 하는 조건부 기부는 안 돼요.” “기부액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녀는 “전체 연봉으로 치면 한 20%쯤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그녀는 신뢰할 만한 단체를 고른 후 기부하고, 그 단체를 믿고 맡길 뿐 사용처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송 대표는 자신의 기부가 남편으로부터 전염된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논현동 WY치과 유원희 원장은 12년 넘게 탈북자들을 위한 하나원 의료봉사를 해온, 아너소사이어티 멤버다. 이들 부부의 나눔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두 대학생 아들에게도 전달됐다. 두 아이는 학교 기숙사에서 동료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산 컵라면을 3달러에 팔아 ‘북한 아동에게 통일빵 보내기’ 프로그램에 기부했다. 2009년에 모은 돈이 무려 1000달러, 2010년에는 3800달러를 기부했고, 2010년 연말에는 경기도 광주의 중증 장애인시설인 ‘한사랑마을’에 5대의 휠체어를 기부하는 등 기부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나눔의 온도는 200여명의 직원에게도 전파돼, 2011년부터 전 직원이 참여하는 ‘나눔펀드’가 조성돼 급여의 1%를 쪼개 보태고 있다. “저는 4000~5000원짜리 커피 값이 너무 아까워요. 명품백도 안 들고 다녀요. 20년 전에 찍은 사진과 이번에 찍은 사진을 보면, 입은 옷이 똑같아요. 대신 제가 기쁨을 느낄 때는 뜻깊은 날, 뜻깊은 곳에 나눌 때예요.”

송 대표는 지난해 20여명의 한부모 가정 청소년들과 함께 직접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 자신이 모든 비용을 대고, 직접 가이드로까지 나섰다. “아이들이 받기만 해서인지 감사를 표시하거나 나누는 방법을 잘 모르더군요. 마음이 아팠어요. ‘아! 내가 잘못했구나’ 싶었어요. 해외의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를 했어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쓴소리를 한마디 했다.

“예전에 사회통합위원회 회의에서 제 옆에 앉아계신 한 장관님이 ‘나는 돈이 없어 기부를 못해’라고 말씀하시기에, 제가 ‘100만원 받는 인턴직원도 1만원을 기부하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십니까’라고 했어요. 사회 지도층, 특히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해요.”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문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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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⑥ “나누려는 마음 있으면 다 돼… 주저말고 나서야” /archives/5814 /archives/5814#respond Mon, 23 Sep 2013 22:27:55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814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6>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 100만원에서 시작한 나눔 2008년엔 부산지역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해 나눔은 여유보다 마음… 몽골에서 지하수 팔 땐 외상으로 기계 사서 보내 앞으로 아프리카에도 물 공급 더 해주고 싶어 작년부턴 사회복지사에 賞 임직원들은 명절 때마다 이웃 찾아가 생필품 전달해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는 동안, 회장실 밖으로 커다란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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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6>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
100만원에서 시작한 나눔 2008년엔 부산지역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해
나눔은 여유보다 마음… 몽골에서 지하수 팔 땐 외상으로 기계 사서 보내
앞으로 아프리카에도 물 공급 더 해주고 싶어

작년부턴 사회복지사에 賞 임직원들은 명절 때마다 이웃 찾아가 생필품 전달해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는 동안, 회장실 밖으로 커다란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직원은 양팔 가득 자료를 끼고 있었다. 남성복’인디안’을 비롯해 여성복 ‘올리비아 로렌’, 영캐주얼 브랜드 ‘NII’ 등 10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 기업 세정그룹 박순호(67) 회장과 인터뷰할 시간은 딱 1시간. 본사가 부산에 있다 보니 서울지사에 올 때는 빽빽한 스케줄이 밀려 있다고 했다. “출근하자마자 아직 화장실도 못 갔습니다.” 첫인사로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13개 계열사에 종업원 6000명,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을 키워낸 40년 역사가 손에 담겨 있었다. 자연스레 사업 이야기가 시작됐다.

세정그룹 제공

“경남 함안의 시골에서 자랐는데, 모두가 어려웠던 시대를 지내며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산의 한 지역 시장에서, 장사가 안 돼 문 닫은 건물 2층을 뜯어내고 공장을 차렸다. 74년에 창업한 이후 큰 위기가 세 번 있었다. 가장 어려웠을 때는 1988년 무렵, 재래시장의 도매상을 정리하고 대리점 체제로 유통방식을 바꿀 때였다. 2년 넘게 고민해서 내놓은 안이었으나, ‘재래시장에 물량이 없어서 못 파는데 무슨 짓이냐’ ‘너무 위험하다’고 다 반대했다.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크게 성공했다.”

박 회장은 최근 또 한 번 혁신을 시작했다.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2020년 그룹 매출 2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인디안’을 기반으로 한 통합 유통 브랜드’웰메이드’를 론칭했다. 비즈니스 패션부터 아웃도어, 글로벌 패션브랜드까지 20대부터 60대의 남녀 소비자들을 위한 원스톱 멀티 쇼핑 공간으로, 2014년까지 ‘웰메이드’ 유통망을 4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패션 브랜드로는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면 드물게 1조원대 클럽에 포함된 자수성가 기업이다. 2008년 부산에서는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하는 등 ‘나눔 경영’으로도 이름나 있다. 왜, 언제부터 나눌 생각을 했나.

“돈을 많이 벌고자 했을 때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고용 창출이고, 둘째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 손길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초창기, 아내의 손에 이끌려 삼랑진 ‘오순절 평화의 마을’을 방문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돌보는 곳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돈 100만원을 봉투에 담고, 600여명분의 떡과 옷을 담은 상자 19개를 싣고 갔다. 우리 딸들도 데리고 갔다. 그게 나눔의 시작이었다. 정말 좋았다. 그때 우리는 남성복만 제작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할머니가 많아서 돌아온 후 마음에 걸렸다. 부산 평화시장의 한 도매상에 가서 할머니들 몸뻬바지와 윗옷 300장을 원가로 사서 한 번 더 갖고 갔다. 사업 초기 회사는 어려웠지만, 작게나마 나눔을 시작한 게 30년 넘게 계속 됐다.”

―수십년째 돈을 기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기부를 많이 하는 분들을 만나보니 ‘여유가 있어서 나누는 게 아니다’는 공통점이 있더라.

“18~19년 전쯤인데, 몽골에 계신 수녀님이 회사를 찾아왔다. 어찌 찾아왔는지 나도 잘 모르는데, 수녀님 세 분이 몽골의 산 아래에 천막을 치고 영하 38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학교를 짓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매년 6000만원씩 보냈다. 9년이 지나니 학교가 4개 동이 되더라. 그런 후에 ‘물이 없어서 가축도 못 키워서 굶어 죽어가니 지하수 파는 기계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신부님과 비용을 분담해 중고 굴착기를 샀다. 근데 구멍을 뚫다가 잘못해서 기계가 부서졌다는 편지를 받았다. 하는 수 없이 주위의 기업하는 지인들을 불러 함께 하자고 설득했다. 못 하겠다고 다 떨어져나갔다. 결국 내가 외상으로 기계를 사서, 몽골에 보냈다. 그걸로 1000구멍을 뚫었다고 하더라. 채소도 키우고 가축도 기르는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내준다. 아직 한 번도 몽골에 가보지 못했지만, 사진을 보면 진짜 좋다. 하려는 마음이 있으니 다 되더라.”

―나눔을 시작하면, 이곳저곳에서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다. 고액 기부자들은 이 때문에 자기 이름이나 직함을 밝히기 꺼리기도 한다.

“내가 전국구가 되었다(웃음). 회사 일이 바쁘니까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어서 2011년에 사재를 포함해 330억원을 출연한 세정나눔재단을 만들었다. 이제 재단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나눔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재단에서는 작년부터 사회복지사들을 발굴해서 시상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세정사회복지사대상 시상식). 부산에만 사회복지사가 6000명도 넘는데, 이들은 저임금과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몸으로 뛰면서 봉사하는 분들이다. 작년에는 상금 500만원을 현금으로 줬는데,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상금 턱을 내느라 더 힘들어하는 걸 보고 올해는 아예 500만원짜리 금메달을 만들어서 드렸다. 작년에 스무 분을 발굴해서 시상했다.”(그는 “나는 아너소사이어티가 뭔지도 몰랐다”며 “상 받거나 존경받으려고 기부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회장님의 봉사나 기부 활동이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 세정그룹의 사회공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우리 회사 임직원들 하는 정도로는 어디 내놓을 수가 없긴 하지만…. 난 돈으로 참여하는 것만큼 솔선수범해서 봉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절 때마다 항상 직원들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 200~300가구를 가가호호 방문한다. 쌀 20㎏, 조미료, 음료수, 세제 등을 모두 담아서 지역별로 나눠서 각각 전달해드린다. 그렇게 한 지 10년쯤 됐다. 갔다 오면 직원들이 ‘우리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참 잘사는구나’ 생각한다. 애사심도 갖고 일도 더 열심히 한다. 부산 송도에 있는 소년의 집을 13년째 후원하고 있는데, 임직원들이 자선 바자회를 열어 1억4000만원가량을 모아 매년 기부한다. 그 돈으로 소년의 집에 사는 1800명쯤 되는 아이들 겨우살이가 된다.”(박 회장의 딸 셋 중 한 명은 수녀로 평생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나눔 문화가 잘 정착되고 ‘감사하는 마음’이 늘어난다면,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병폐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눔과 기업 경영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최근 ‘이건희 개혁 20년 또 다른 도전’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눈물이 난다. 대기업 회장이니까 아쉬울 것 없이 잘 먹고 잘사는 줄 알아도, 밤잠 설쳐가며 기업의 새로운 20년을 구상하는 걸 상상해봐라. 그리고 ‘나눔’ 이야기와 관련해선, 아프리카 아이들 물이 가장 큰 문제다. 구정물 먹는 아이들 생각해봐라. 지하수 파는 기계가 아프리카에 더 들어가야 한다. 맑은 물을 먹을 수 있어야 질병에 걸려 죽는 아이도 없다. 나도 물 파는 기계 갖고 아프리카에 한번 가보려고 한다. 나눔 경영은 특별한 철학이 있는 건 아니다. 베풀면 회사가 좋아진다. 베푸는 것 이상으로 채워진다.”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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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회공헌… “베푼다는 생각 버리고 현지 주민 존중해야” /archives/5784 /archives/5784#respond Tue, 10 Sep 2013 02:47:58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784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12인 간담회 값싼 노동력·풍부한 자원 개발도상국 찾는 기업들 그만한 사회적 책임 요구 현장 조사·사전지원 통해 해당 국가의 필요 찾아내 기업의 비즈니스와 접목 임직원 공감대 바탕으로 일자리 제공·시설 정비 등 현지 지역사회 변화시키고 비영리단체와 손 잡아야 글로벌 사회공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올해 삼성전자의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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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12인 간담회
값싼 노동력·풍부한 자원 개발도상국 찾는 기업들 그만한 사회적 책임 요구
현장 조사·사전지원 통해 해당 국가의 필요 찾아내 기업의 비즈니스와 접목
임직원 공감대 바탕으로 일자리 제공·시설 정비 등
현지 지역사회 변화시키고 비영리단체와 손 잡아야

글로벌 사회공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올해 삼성전자의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사상 첫 90%를 돌파했다. LG전자도 전체 매출의 85%를 해외시장에서 달성했고,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도 61.4%에 달한다. 값싼 노동력, 풍부한 자원을 찾는 기업들의 발길이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집중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8월 29일 더나은미래가 주최한 ‘글로벌 사회공헌 간담회’에서는 각 기업의 글로벌 CSR 담당자들이 다양한 전략과 고민들을 쏟아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은 다비육종,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삼익악기, 세아상역, 아시아나항공, LG전자, GS칼텍스, 포스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가나다순) 등 12곳이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 12곳이 함께 모여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역량·현장 니즈·공감대…’교집합’을 찾아라

글로벌 사회공헌에 대한 기업 담당자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해당 국가의 필요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어떻게 접목할 것이냐’였다. 기업들은 몇 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와 사전 지원을 통해 두 영역의 교집합을 찾았다. 의류 제조·수출 기업인 세아상역은 2010년부터 미국 국무부, 미주개발은행, 아이티정부와 총 3억달러를 투자해 아이티 재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현지 주민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아이티 산업단지에 의류 공장을 지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부터 캄보디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취항지의 세계문화유산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해남 아시아나항공 사회공헌팀 차장은 “전력 부족과 비용 때문에 세계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기에, 주변에 태양광 가로등과 관광 안내소를 설치했다”면서 “거리가 밝아지자 오토바이 사고도 줄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면서 주변 상가들의 영업 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2009년 베트남에 ‘두산비나’를 설립함과 동시에 글로벌 CSR을 시작한 두산중공업은 안빈 섬에 해수 담수화 설비를 기증했다. 매일 100t 규모의 물을 안빈 섬에 공급하고 대규모 의료봉사도 실시한다. 이승용 두산중공업 CSR팀 차장은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지역사회가 변화되는 것이 진정한 아웃풋(Output·결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가나에 자동차정비기술고등학교 ‘드림센터’를 설립했다. 교육 커리큘럼은 천안정비연구소 직원들이 만들었고, 가나 현대차 대리점에서는 학생 선발부터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신재민 현대차 사회문화팀 과장은 “임직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글로벌 사회공헌 전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졌다”고 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농업훈련원을 설립한 포스코는 훈련원 옆에 어린이집을 세웠고, 직원들은 짐바브웨 아이들과 일대일로 결연 맺어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양지원 포스코 사회공헌팀 담당자는 “직원들이 아동 후원을 통해 농업훈련원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더라”면서 “포스코가 비즈니스보다 CSR을 먼저 진행하는 것에 대해 직원들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통관 절차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라

개도국별로 정치·경제·문화 상황이 전혀 다른 만큼, 글로벌 사회공헌에는 시행착오가 따른다. 기업 담당자들은 ‘운송비·통관 절차’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국내 최대의 돼지육종(우수한 품종 개량 및 보급) 기업인 다비육종은 2004년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양돈 기술을 전수한다. 박성원 다비육종 부설연구소 과장은 “통관 절차가 지연될 때마다 돼지용 냉장 백신이 못 쓰게 돼버리고, 현지에서 구한 백신은 효과가 떨어져서 사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윤경림 현대엔지니어링 차장은 “캄보디아에 설립한 유치원에 직원들이 학용품과 선물을 보내려 했는데, 운송비가 더 비싸고 배송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에티오피아와 미얀마에서 보건 의료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민석 LG전자 CSR 팀장은 “콜레라 백신을 몇 만 명에게 대규모로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먹는 약’으로 만들어서 운송 부피를 줄이고 백신의 변질을 막았다”라고 했다. 박해남 아시아나항공 차장은 “출국 전에 해당 국가 복지부에서 요구하는 성분 분석표를 미리 제출하거나 세관에 공탁금을 걸고 환급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포스코는 직원들이 결연 아동에게 보내는 엽서를 현수막 한 장에 전부 프린트해서 보내는 방법으로 운송비를 절감하고 있다. 삼성전자 정의헌 글로벌협력팀 차장은 “삼성전자는 현지 법인이 주체가 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 물품을 조달하는게 대부분이라 어려움이 덜하다”고 말했다.

경제·문화 차이도 극복해야 할 산이다. 현대건설은 2010년부터 콜롬비아·모잠비크·케냐 등 8개 국가에서 11개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간 오지 마을에서 사회공헌을 하다 보니, 회계 처리나 법률 관계를 해결하는 데 애로 사항이 많다. 현대건설 CSR 담당자인 김세원 대리는 “오지마을에 교육복지센터를 짓는데 무리한 공사 금액을 요구하거나 인허가가 나지 않아 계획보다 1년 늦게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 간 협력 모델 개발하자

간담회에서 함께 고민을 나누던 기업 담당자들은 “각 기업의 자원과 노하우를 모아서 함께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경림 현대엔지니어링 차장은 “여기 모인 기업들부터 먼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추진해보자”고 했고, 정호석 세아상역 과장은 “그럼 우리가 단체 티셔츠를 만들어드리겠다”며 거들었다. 이승재 삼익악기 커뮤니케이션팀 이사는 “인도네시아에 악기 공장을 설립하고, 청소년들에게 악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면서 “혹시 악기가 필요하거나 문화예술 교육이 필요한 기업이 있다면 도와드리겠다”고 제안했다. 박해남 아시아나항공 차장도 “글로벌 사회공헌을 할 때, 항공·운송 관련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라”고 덧붙였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 NGO와의 파트너십도 강조됐다. 박은경 GS칼텍스 사회공헌팀 과장은 “기업이 현장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 보니,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비영리단체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면서 “적정기술과 현장 전문성을 가진 굿네이버스 덕분에 태양광 보급으로 시작했던 사회공헌이, 현지 주민들이 직접 기술력을 가지고 태양광 램프를 생산하는 자립 모델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사회공헌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를 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업 담당자들은 “시혜적인 태도를 버리고 주민들을 존중하는 말과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글로벌 사회공헌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진행=박란희 편집장

정리=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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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 사회 멍들게 하는 3가지 ‘구멍’ /archives/5743 /archives/5743#respond Tue, 10 Sep 2013 02:20:46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743 더나은미래와 아산나눔재단이 함께 연 공동 기획 포럼 ‘아산미래포럼’의 분과별 회의에 참석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문제의 현상과 본질이 비슷했습니다. 각 분과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라서 겪는 어려움 외에도 장애, 탈북, 미혼모, 비행, 가정 외 보호 등 또 다른 장벽을 하나씩 지니고 있는 이들의 문제를 다룹니다. 분과별 문제의 공통점을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제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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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와 아산나눔재단이 함께 연 공동 기획 포럼 ‘아산미래포럼’의 분과별 회의에 참석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문제의 현상과 본질이 비슷했습니다. 각 분과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라서 겪는 어려움 외에도 장애, 탈북, 미혼모, 비행, 가정 외 보호 등 또 다른 장벽을 하나씩 지니고 있는 이들의 문제를 다룹니다. 분과별 문제의 공통점을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제도나 정책 자체만을 보면 사각지대가 없을 정도로 ‘해외의 좋은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놓았습니다. 마치 정책 쇼핑이라도 한 듯 말입니다. 하지만 그 모델만 베꼈을 뿐 이를 국내에 적용시키는 전달 체계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은 부족합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통일부 등 부처별로 각각 좋은 모델을 들여온 후 각 부처 산하에 ‘○○센터’나 ‘○○재단’을 두고 사업이나 지원을 쪼개주는 형태가 많습니다. 좋은 제도라도 결국 이를 적용할 곳은 지역사회(Community)이지만 개별 부처별로 쪼개지는 톱 투 다운(Top to Down) 방식의 정책으로 인해 재원이 많이 낭비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러웠습니다. 복지 서비스든 정책 시행이든 이를 뒷받침할 지역사회의 촘촘한 전달 체계에 대한 고민이 매우 시급합니다.

둘째, 학교의 문제입니다. 장애, 탈북, 미혼모, 비행, 가정 외 보호 청소년들은 결국 사회에서 함께 섞여 살 구성원입니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이들을 위한 통합이나 배려가 없습니다. 이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상처받고 대안학교를 택하거나 거리로 나옵니다. ‘학교’라는 마지막 소속 집단이 없어지고 나면 이들을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다시 진입시키는 데는 두세 배, 아니 몇십 배의 사회적 비용이 추후에 발생합니다. ‘과연 지금 이대로의 학교 시스템은 괜찮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셋째, 우리나라 각 정부 부처의 공무원 순환 보직 문제입니다. 아산미래포럼에는 대부분 10~20년씩 현장을 지킨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청소년 쉼터에서 20년째 아이들을 돌보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 전율을 느끼지만, 한편 이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하는 가장 큰 영향력 집단은 공무원입니다. 하지만 ‘공무원을 실컷 교육해 놓으면 보직이 바뀌어 떠나가는’ 이런 현상은 수십년째 반복됩니다. 고인 물이 썩는 게 걱정된다고 이런 6개월~1년짜리 ‘찍고 가는’ 단기 순환 공무원들이 많아지면 정책의 질은 절대 높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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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⑤ “이건음악회 23년째… 사회공헌 오래 하려면 좋아하는 분야 선택하길” /archives/5735 /archives/5735#respond Tue, 10 Sep 2013 02:14:37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735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5>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문화소외지역 주민 위해 매년 여는 클래식 음악회 솔로몬 군도서 벌채할 땐 허가받기 전 재단 세우고 주민 교육 사업부터 벌여 ‘돈 벌면 나누겠다’ 말고 분명한 목표 정한 뒤 직접 관심갖고 공헌해야 목재회사와 문화예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이건산업 박영주(72) 회장을 말하려면 이 두 가지를 빼놓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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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5>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문화소외지역 주민 위해 매년 여는 클래식 음악회
솔로몬 군도서 벌채할 땐 허가받기 전 재단 세우고
주민 교육 사업부터 벌여

‘돈 벌면 나누겠다’ 말고 분명한 목표 정한 뒤
직접 관심갖고 공헌해야

목재회사와 문화예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이건산업 박영주(72) 회장을 말하려면 이 두 가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이건산업은 1990년부터 인천에 위치한 회사 공장에서 ‘이건음악회’를 시작,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예술 사회공헌을 23년째 해오고 있다. 오랜 역사 앞에서 ‘그 돈으로 어려운 아이를 돕지 웬 클래식 무대냐’는 비아냥은 사라지고, 이건산업엔 ‘문화예술 사회공헌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1972년 회사를 창업한 지 벌써 41년째인데, 당시 어떤 비전을 품었나. “창업 때부터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나는 놀기 좋아하고 취미도 많다. 다만 남들이 안 하는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다. 그 일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진다는 보람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고생스러운 기업 운영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1960년에 군 제대 이후 몇 달 동안 일급 노동자들과 함께 합판공장에서 나무를 깎았다. 그 경험을 통해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안 되고,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평생 머릿속에 갖게 됐다. 우리 회사가 그동안 노사 분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경영에도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 단기적인 봉합만으로는 안 된다. 기업을 한다는 건 몇 십 년 직원들과 같이 사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노조와 임금협상을 하는 협상 대표한테 부탁한다. ‘회사 형편상 가장 많이 대우할 생각을 하고 가라’고. 아무리 맘먹고 최고로 주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이만큼은 절대 안 주겠다’는 심보로 가도 결과는 비슷비슷하다.” ―삼성의 사회공헌이 본격 시작된 게 1995년 삼성사회봉사단이 만들어졌을 때인데, 이보다 앞선 1990년에 본격적으로 ‘이건음악회’를 시작했다. 왜 시작했고, 계속해온 이유는 무엇인가. “(돌이켜보면) 내가 참 웃기는 사람이었다. 내부가 좀 자리 잡힐 때쯤이었나. 1979년에 공장 기숙사를 우리나라 최고로 지었다. 외국 대사들이 공장을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롯데호텔 로비 화장실 사진을 찍어와서 공장 화장실을 그것과 똑같이 만들어놓았다. 직원이 ‘사장님. 자꾸 화장지를 가져갑니다’ 하기에 혼을 내면서 ‘1년에 화장지값이 얼마나 드나. 남들도 아니고 직원이 가져가는 거 아니냐’고 했다. 내부가 안정되고 나니, 공장이 있는 인천 지역 주민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큰 공연을 하면 인천의 여유있는 분들은 다 서울 가서 보기 때문에, 다른 대도시엔 순회공연을 가도 인천에는 잘 안 온다. 인천에서 고급 클래식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다 반대했다. 이사회에 3번 올려서 결국 승낙받았다. 외부 기획사를 찾아갔는데 너무 비싸서 우리 직원 4명이 여관에서 며칠 밤을 새우면서 준비했다. 첫해에 합판 공장을 1시간 반 동안 문 닫아걸고 공연했다. 성공적으로 잘 됐다. 그때부터 자신이 생겼다. 좋은 일 하는 데 규격이 있나. 자기가 좋아하는 걸 자기 수준에 맞춰서 하면 되지. 중요한 건 강제로 해서는 안 된다. 내부 콘센서스(동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일 하는데 즐기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은가.” ―기업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쉽지 않다.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 “‘돈 많이 벌면 좋은 일 하겠다’고 하면 평생 못한다. 사업 하면서 돈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돈 생기면 투자하고 공장 증설하고, 돈 좀 벌었다 싶다가도 금방 다시 어려워지고…. 사회공헌 하겠다고 결정하면 형편에 맞춰서 규모를 결정하고 진행하면 된다. 10원 있으면 10원어치 하고, 1만원 있으면 그만큼 하면 된다. 다만 목표는 분명히 정해야 한다. 또 시작하면 계속해야 한다. 사회공헌이나 문화재단이나 박물관식으로 운영하며, 이것저것 조금씩 하면 안 된다. 그러면 30~40년 지나도 남는 게 없다. 또 돈만 주면 안 된다. 제일 잘못하는 게 돈만 주고 마는 것이다. 직접 관심을 가져야 한다. IMF 사태 이후에 직원들이 월급 20%를 깎겠다고 결의해서 올라왔는데 내가 반대했다. 임원 월급을 동결키로 했다. 대신 직원들에게 월급의 1%를 내게 하고, 회사가 1%를 매칭해서 사회공헌 사업을 했다. 전 직원들이 몸으로 하는 사업을 정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결국 내부가 행복해야 한다.” ―예술의전당 이사장이자 전 메세나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이유는 뭔가. “문화예술이 가진 힘은 굉장히 크다. 이건음악회 역사상 가장 감명 깊었던 게 작년이었다. 베를린 필 브라스 앙상블을 초청해,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혜광학교 아이들에게 일대일 개별 레슨을 갖고 합동 연주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했다. 부모도, 관객도, 연주한 아이들도 감동받은 순간이었다. 메세나를 할 때 한번은 소년원에서 연극을 가르쳤는데, 소년원생 한 명이 ‘지금까지 살면서 주목받아본 게 처음’이라고 했다. 문화예술이 가진 감동과 가치는 물질적인 것과 대등할 만큼 중요하다. 우아한 사회, 우아한 가난, 우아한 부귀는 문화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솔로몬 군도나 칠레에서 벌이는 글로벌 사회공헌 또한 매우 일찍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솔로몬 군도의 경우 목재 벌채와 조림 과정에서 지역민들과 갈등을 겪지는 않았나. 최근 국내 기업들의 해외수출이 늘면서 글로벌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솔로몬 군도에서는 벌채 허가를 받기 전부터 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 사업을 했다. 칠레도 마찬가지다. 해외에 갈 때는 특히 그 회사를 어떤 포지션(Position)에 갖다두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가능하면 존경받는 그런 포지션에 우리 회사를 갖다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솔로몬에서 재단을 먼저 세울 때 다들 ‘4~5년 내에 돈 벌어서 하자’고 반대했다. 하지만 나는 ‘안 된다. 이건 정말 중요한 투자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병원, 아동 교육, 주민교육 등 사업을 시작했고, 칠레에선 장학사업과 어린이사생대회 등을 열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우리가 해외 나가서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그들이 후진국이라고 무시하는 것이다. 그건 독(毒)이다. 현지의 문화와 관습,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전경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연간 3조원 가까운 비용을 사회공헌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업, 개인, 정부의 역할이 각각 다를 텐데, 아직은 각자 비용을 많이 쓰지만 그 효과가 제대로 밑바닥까지 전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떤 해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나. “우리나라 대기업이 외국 대기업에 비해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계속 못 한다는 얘기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또 개인 기부 측면을 보면, 한 대기업에서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95%가 개인 기부를 하고, 기부의 90% 이상을 종교 기관에 하고 있었다. 이제 종교 기관 또한 내부 서비스뿐 아니라 외연을 넓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힘을 더 합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요즘 걱정되는 건 자꾸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는 모든 게 힘들고 부족했다. 지금 이 풍족한 시대에 과거를 투정하고, 남을 투정하고 있으면 남는 게 뭘까.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박 회장은 “2주일 전에도 친구가 세 명이나 세상을 떠났다”며 “요즘은 남은 생을 어떻게 보람있게 사느냐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감사한 것 외엔 아무것도 없어요. 평생을 통해 참 좋은 분이 많았어요. 내가 복이 많아요.”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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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훌륭한 제도라도 ‘사람’이 빠지면 허점투성이 /archives/5565 /archives/5565#respond Tue, 23 Jul 2013 00:04:5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565 미국에서 둘째 딸을 출산하던 날, 그날은 공교롭게도 첫째 딸의 새 학기 첫 등교일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진통을 느껴 남편과 함께 허겁지겁 병원에 갔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한국인 이웃에게 “우리 딸아이 좀 유치원에서 데려와 달라”고 급히 부탁을 했습니다.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하지만 그 이웃은 1시간 넘게 유치원에서 딸을 데리고 올 수 없었습니다. 딸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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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둘째 딸을 출산하던 날, 그날은 공교롭게도 첫째 딸의 새 학기 첫 등교일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진통을 느껴 남편과 함께 허겁지겁 병원에 갔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한국인 이웃에게 “우리 딸아이 좀 유치원에서 데려와 달라”고 급히 부탁을 했습니다.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하지만 그 이웃은 1시간 넘게 유치원에서 딸을 데리고 올 수 없었습니다. 딸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등록된 부모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급한 사정을 아무리 설명해봐도 요지부동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부모인 우리가 그 유치원의 유일한 한국인 교사에게 전화로 사정을 설명하고, 그 한국인 교사가 안전에 대한 책임과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딸아이는 무사히(?) 이웃에게 인계되었습니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이렇게 불편하고 어이없는 제도가 없습니다. 원칙만 고집하는 불친절한 곳이라고 욕하고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는 학부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편리함이나 불가피한 상황 논리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이런 디테일을 볼 때마다, ‘선진국의 저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 적이 많았습니다.

토요일 오전, 신문을 읽다 펑펑 울었습니다. 사설 해병대캠프를 찾았다 사망한 공주사대부고 학생들 사연 때문입니다.

‘사람’을 최우선에 두는 사회.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변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해외 성공모델이나 제도를 벤치마킹해와도 소용없습니다. 스피릿(spirit·정신)이 없는 껍데기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은 “지자체장들이 자신들의 치적 사업으로 몇 억원을 들여 사회복지관을 세워놓고, 그걸 운용할 사람과 프로그램에 쓸 돈이 없어 텅 빈 곳이 많다. 하드웨어만 생각하고, 소프트웨어는 뒷전이다”라고 말하더군요.

모든 기관에서 외부 하도급을 줄 때 가장 먼저 ‘인건비’를 깎습니다. 비영리단체나 복지시설의 투명성을 강화한다고 외부이사를 강제하거나, 10원짜리 영수증을 하나하나 붙이는 논리도 비슷합니다. 기업이 비영리단체나 복지시설에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맡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심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인건비나 운영비를 최대한 깎으려 합니다. 프로그램은 눈에 보이지만,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번 사건 대책을 위해 정부 인증 캠프를 늘리고, 사후 감시를 해봐도 소용없습니다. 창이 방패를 이기지는 못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점이 없는 제도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정책과 제도, 교육 등 소셜 인프라를, 사람을 최우선에 두는 ‘사람 인지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사람이 귀한 걸 알 때,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공주사대부고에선 충격을 받은 학생들을 위해 심리 전문가를 교내에 배치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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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④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archives/5556 /archives/5556#respond Mon, 22 Jul 2013 23:58:40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556 “사회공헌팀 따로 없어요, 당연히 해야될 일이니까” 매달 월급의 1% 기부한다는 내용 고용계약에 넣어 봉사 시작하게 해 억지로 했다가 베푸는 즐거움 느껴 사회공헌 활동, 돈 들어도 얻는 것 많아 매달 한번씩 40여곳에서 같이 봉사하니 동료애 생기고 그만큼 조직력 강해져 “요즘 고민이 무엇입니까.” 한미글로벌 김종훈(64) 회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김 회장은 양미간을 약간 찌푸리더니,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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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팀 따로 없어요, 당연히 해야될 일이니까”

매달 월급의 1% 기부한다는 내용
고용계약에 넣어 봉사 시작하게 해
억지로 했다가 베푸는 즐거움 느껴

사회공헌 활동, 돈 들어도 얻는 것 많아
매달 한번씩 40여곳에서 같이 봉사하니
동료애 생기고 그만큼 조직력 강해져

한미글로벌 제공

“요즘 고민이 무엇입니까.” 한미글로벌 김종훈(64) 회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김 회장은 양미간을 약간 찌푸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앞이 잘 안 보여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때문에 착시효과가 많아요. 둘을 제외하면 다른 기업들은 성적표가 빤합니다. 우리 경제가 그만큼 힘들어요.” 이럴 때일수록 구조조정, 고통분담, 비용절감 등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1996년 국내 최초로 건설업계에 CM(Construction Management·건축주를 대신해 설계와 시공 등 건설사업 전 단계를 챙기는 것) 사업을 도입한 한미글로벌은 창업 1년 만에 IMF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한 사람의 인원감축 없이 버텨낸 기업이다. 17년 동안 ‘꿈의 직장 만들기’ ‘구성원 중심의 회사’에 도전, 8년 연속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을 받은 한미글로벌의 사회공헌은 여러모로 독특했다. 사회공헌팀도 없는 이 기업의 사회공헌은 직원들에게 삶의 일부였다. 무슨 비결이 있는 걸까.

―한미글로벌은 ‘구성원 중심의 회사’라고 하는데, 모든 기업 CEO는 “종업원을 중시한다”고 한다. 구성원 중심 회사 경영, 핵심은 뭔가.

“진정성이다. 말로만 하고 회사 상황이 안 좋을 때 달라지면, 직원들이 대번에 알아차린다. 방금 자체 구성원 만족도 결과보고를 받고 왔는데, 100점 만점 기준으로 85~87점이다. 특히 회사에 대한 자긍심은 90점이 넘는다. 핵심은 간단하다. 규정이나 해석이 애매할 때, 회사 편에 서지 말고 직원 편에 서라는 것이다.”(한미글로벌은 10여 년 전부터 출산휴가 6개월을 보장하고, 자녀 인원수에 상관없이 유치원부터 대학학자금을 지원한다. 3세 미만 영아를 둔 여직원에게 출퇴근 탄력근무제를 실시한다. 암에 걸린 직원이 완치된 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많은 기업에서 그렇게 못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리더십의 문제가 크다. 이런 식의 생각을 하는 오너가 별로 없고, 월급쟁이 CEO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롱텀(long term·장기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고, 오너 레벨에서 이런 생각이 많아져야 한다.”(김종훈 회장은 갑자기 책상 아래에서 일본의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교세라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의 ‘일심일언-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꺼내더니 ‘내 생각과 많이 비슷하다’며 읽어보라고 권했다.)

―한미글로벌 직원들은 입사 때 매달 월급의 1%를 기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고용계약을 체결한다. 600명이 넘는 임직원이 매달 최소 1회씩 봉사활동을 하는데, 이를 실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입사하면 사회공헌 입문교육을 한다. 사회공헌 담당자가 사내에 없는 대신 봉사기관별 리더가 있다. 직원들이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40여 곳의 장애인 복지시설로 나눠져 봉사하는데, 이곳을 맡는 직원 책임자들인 셈이다. 그분들이 40명 가까이 된다. 어떤 직원은 10년 이상 다니다 보니, 숟가락·젓가락 숫자도 알 정도로 친밀도가 높다. 봉사기관 리더 교육은 1년에 두 번씩 하고, 장애인 이해 및 역량 강화 교육을 한다. 사회공헌도 지식이 필요하다. 봉사활동엔 전 직원의 85% 정도가 참여한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빠지는 직원을 제외하면, 사회공헌 자체가 생활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고용계약서에도 사회공헌이 의무라는 것을 사인한다. 물론 경력사원은 ‘봉사는 개인적 취향인데 왜 강제하느냐’고 반발하지만, 한두 번 다녀오면 바뀐다. 봉사의 즐거움, 베푸는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아이들을 데려오는 가족도 많다.”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정착이 되었는가. 회장님께서도 매번 같은 단체에서 봉사하는가.

“5년쯤 지나니 봉사가 뿌리내리더라. 우리의 사회공헌은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장애인을 돕는 일이고, 또 하나는 건설업에 맞는 집수리나 리모델링 등을 하는 것이다. 평소 전 직원은 장애인 돌보고, 청소하고, 빨래도 하고, 식단 준비하고, 놀아주는 등의 봉사를 한다. 나는 직원들의 봉사상황을 봐야 하기 때문에 매달 토요일마다 장소를 바꾼다. 복지시설 책임자를 만나서 ‘우리 봉사팀이 개선할 게 있는지 없는지’도 묻는다.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졸업 시스템’이 있다. 우리가 안 도와줘도 되는 좋은 시설은 빨리 졸업하고, 형편이 열악한 시설을 새롭게 개척하려고 노력한다.”

―요즘 건설경기가 어렵다. 경기가 어려울 때면 기부금 등 비용을 줄인다. 기업 기부는 영업이익의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가.

“우리는 직원들이 월급의 1%를 내면, 회사가 그 금액의 2배를 매칭펀드(matching fund)를 통해 낸다. 기부를 어느 정도 할지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이익의 10%가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관여하는 한 재단은 영업이익의 5%를 내는 가이드가 있더라.”

―2010년 3월에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을 설립해 사회복지시설 100곳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회장 개인출연금 10억원에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 10억원을 합해 총 20억원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사회복지법인을 따로 설립한 이유가 있나.

“사실은 기업체 여러 곳을 모아서 연합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1년쯤 노력하다 안 돼서 그냥 우리가 만들기로 했다. 직원들이 응모해서 ‘따뜻한동행’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사 돈을 쓰지 말자’고 원칙을 정했다. 전 직원 모금을 했다. 외국인 직원을 제외한 한국인 직원은 100% 참여했다.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몇 천만원까지 출연했다. 전 직원이 참여한 재단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을 것이다.”

―CSR에 투자하는 게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돈은 좀 쓰지만 얻는 게 훨씬 많다. 우리는 피플 비즈니스(people business)를 하는 회사다. 직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재미있게 일하고, 동료애로 뭉치고, 조직에 대해서 프라이드를 느껴서, 단합된 힘을 발휘하면 그렇지 않을 때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모래알 같은 조직과 조직력 강한 조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직원을 하나 되게 하는데 사회공헌이 엄청난 역할을 한다. 오히려 회사가 사회공헌 때문에 도움을 받고 있다. 두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 토끼도 가능하다고 본다.”

―2009년과 2011년을 거치면서 이순광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왜 딸이나 사위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후계자로 지명했나.

“외국에는 이런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엔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 그런데 제도나 법도 문제다. 현 시스템에서는 세금 문제 때문에 전 재산을 기부한 유한양행 같은 모델이 나올 수 없다. 중견기업 중에는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거나 자식이 가업을 잇지 않으려는 곳도 많은데, 어떻게 할지 몰라 골치 아픈 곳이 많다. 제도적 탈출구는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같은 모델이 나오기 위해선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하고, 또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원론적인 질문인데, 왜 사회공헌이 중요한가.

“나는 기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기업의 힘이 엄청나게 세졌다. 기업이 나서면 사회적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고용 중심의 기업집단을 만들 수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라고 본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저출산 고령화’문제다. 언론도, 정부도, 기업도 무관심하다. 우리는 신입사원 뽑을 때 ‘아이 4명을 낳겠다’는 각서를 받는다. 대기업에서 탁아시설 사업을 과감하게 해야 하고, 또 협력업체나 인근 사무실에도 개방해야 한다. “

인터뷰=박란희 편집장, 정리=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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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허브] “윤리적 소비가 착한 소비? 생산자와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소비죠” /archives/5541 /archives/5541#respond Tue, 09 Jul 2013 08:26:58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541 [더나은미래-아름다운가게 공동기획 ‘윤리적 소비 좌담회’] – 김은진 GS샵 기업문화팀 과장 “기업과 비영리단체 등 영리와 비영리의 협력 필요” –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 “감성에 호소하는 ‘착한 소비’라는 말, 적절하지 않아” –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책임 구매하는 소비윤리, 교육으로 확산해야” – 강윤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팀장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사회적가치 지수 개발할 것” 더나은미래는 지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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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아름다운가게 공동기획 ‘윤리적 소비 좌담회’]
– 김은진 GS샵 기업문화팀 과장
“기업과 비영리단체 등 영리와 비영리의 협력 필요”
–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
“감성에 호소하는 ‘착한 소비’라는 말, 적절하지 않아”
–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책임 구매하는 소비윤리, 교육으로 확산해야”
– 강윤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팀장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사회적가치 지수 개발할 것”

더나은미래는 지난 5월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참사 현장 르포를 시작으로,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윤리적 소비’를 주제로 한 기획 기사를 연재해왔다. 의류 공장의 하도급 실태, 글로벌 브랜드 옷의 가격 구조, 국내의 윤리적 소비 현황 등을 다뤘다. 윤리적 소비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 더나은미래는 기업, 정부기관, 사회적기업, 학계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의견을 나눴다. 좌담회에는 강윤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팀장(정부), 김은진 GS샵 기업문화팀 과장(기업),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미디어·진행),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비영리 섹터),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 과 교수(학계)가 참석했다.

강윤정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판로지원팀팀장 / 신충섭아름다운가게그린사업국국장 / 천경희가톨릭대학교소비자주거학과교수 / 김은진GS샵기업문화팀과장

사회=’윤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윤리적이다’ 혹은 ‘덜 윤리적이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윤리적 소비’를 알리기 위해서는 용어에 대한 공감대부터 필요할 것 같다.

강윤정=유럽에선 ‘윤리적 소비’란 용어가 보편화돼있더라. 윤리적 소비란 원료를 재배·생산·유통하는 모든 과정이 나의 소비와 가치 사슬처럼 연결돼있음을 인식한다는 뜻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착한 소비’와 ‘윤리적 소비’를 혼용하고 있다.

김은진=기업 내부적으로 ‘착한 소비’란 용어를 사용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럼 일반적인 소비는 나쁜 소비냐?’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GS샵은 착한 소비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응원합니다’라고 쓴다.

신충섭=동감이다. 아름다운가게에서도 2007년 착한 커피, 착한 초콜릿, 착한 소비 등과 같은 용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착하다’고 하면 그것을 구매하는 소비자만 옳고 그렇지 않은 소비자는 나쁘다는 인식을 주면서 소비자의 감성적인 면에만 호소하는 느낌이 강하다.

천경희=윤리적 소비는 어떤 제품이 만들어져서 그것을 사용하고 처분하는 모든 과정을 고려해 ‘책임 있는 소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비가 나의 삶뿐만 아니라 생산자, 지구 환경, 나아가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그것을 고려하며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상품의 쓰나미 속에서 소비자들은 단돈 1000원이라도 더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길 원한다. 한국엔 ‘탐스슈즈(TOMS Shoes)’와 같이 윤리적 소비를 이끄는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강윤정=사회적 경제 섹터가 약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만들어진 게 2007년, 협동조합법은 작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척박한 땅에 이제 막 씨앗이 뿌려졌다. 확산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은진=윤리적 소비를 알리는 적극성이 부족하다. GS샵은 회사 층마다 공정무역 커피를 둔다. 그 옆엔 공정무역 커피가 무엇이고, 이를 마시면 개도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자세히 적어 붙였다. 식당에는 사회적기업이 만든 물티슈를 놓고, 어떤 물티슈인지 문구도 적어뒀다. 커피를 마시면서, 물티슈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설명을 계속 접하다 보면 인식 개선이 되기 때문이다.

천경희=소비자의 인식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영국에는 한 윤리적 소비 연구 단체가 기업의 윤리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표 기업도 평가되고 있는데 점수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소비자들은 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떤 기업의 어떤 제품이 윤리적인지를 살펴본다. 국내에도 이런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가 바뀌면 기업은 저절로 바뀌게 돼있다.

사회=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를 몰라서 못 사고, 알아도 살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못 사는 것 같다.

천경희=영국의 케임브리지에 살 때 한 집 건너 재활용 가게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한 뒤, 이후 이를 사용하게 될 누군가를 생각하며 사용하더라. 반면, 우리나라 소비자 대다수가 ‘공정무역 초콜릿을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 가까이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은 늘고 있는데, 윤리적 소비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신충섭=최근 홈쇼핑이나 백화점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제품은 시장에서 검증받는 것이기 때문에, 홈쇼핑에 한번 나가본 사회적기업들은 ‘더이상 두려울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홈쇼핑에 나가려면 상품의 제조 과정, 법적 절차 등을 상세히 검증받는다. 그 과정에서 제품도, 사회적기업의 역량도 높아지는 것이다.

강윤정=현대백화점에서 사회적기업 물품들을 팔았는데, MD들이 최고 매출을 예상한 ‘닥종이 전통 인형’이 가장 저조하게 팔렸다. 제품 자체는 질은 높은데 선물용 포장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 과정은 착실했지만, 상품으로서 준비가 덜 돼 있던 것이다.

김은진=GS숍에서 사회적기업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다. 상품이 가진 장점을 가장 쉽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주는 홈쇼핑 호스트들의 진정성 덕분이다. 이분들이 방송을 하면서 사회적기업 상품의 가치와 사연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상품을 홍보한다. 실제로 위캔쿠키가 ‘완판’된 날, 방송 직후 호스트, 피디, 스태프, GS샵 관계자 모두 펑펑 울었다.

신충섭=홈쇼핑 판매를 앞두고 대다수 사회적기업이 걱정이 많았다. 홈쇼핑은 반품이 많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은 5~10%만 반품돼도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홈쇼핑에 판매되는 사회적기업 상품들은 1년에 2~3건에 그칠 정도로 반품이 거의 없다.

사회=일반 시민들이 윤리적 소비에 쉽게 다가갈 수 있으려면 어떤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할까.

김은진=기업과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 영리와 비영리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력)이 필요하다. 윤리적 소비를 잘 알릴 수 있는 비영리 단체와 기업의 플랫폼, 여기에 유명인의 재능 기부가 합쳐진다면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 인식이 더 빨리 높아질 것이다.

신충섭=영국의 한 유명 시트콤이 옥스팜 자선 가게를 무대로 진행됐다. 옥스팜숍 안에서 물건 기증자들, 구매자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시트콤이었다. 최근 한국의 한 드라마에서도 ‘그 옷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하라’는 대사가 나왔는데, 방송 다음 날 저희 콜센터에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윤리적 소비를 더 쉽고 재미있게 다루는 방송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천경희=교육도 중요하다. 2010년부터 3년째 소비 윤리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1년에 500명 넘는 학생들이 수강하는데, 가장 먼저 수강신청이 완료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3학점짜리 강의인데, 이론 수업·영상·토론이 함께 이뤄진다. 실제로 한 학기 수업이 끝난 후에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보면 놀랍다.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인을 위한 윤리적 소비 교육도 이뤄지면 좋겠다.

강윤정= 가전제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수치로 나와있는 것처럼, 기업의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사회적 가치 지표가 나온다면 소비자들이 윤리적인 상품을 선택하기 쉬워질 것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올해 안에 개발하고자 하고 있다.

사회=박란희 편집장

정리=정유진·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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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③ “일자리 창출·나눔 실천하려면 기업부터 잘 돌아가야죠” /archives/5484 /archives/5484#respond Tue, 09 Jul 2013 07:44:32 +0000 http://betterfuture.freehost.kr/?p=5484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3> 최신원 SKC 회장 10년 동안 20억원 기부… 이웃 돕던 가족들 보며 어릴 적부터 나눔 배웠죠 사업장서 바비큐 파티 때 모금함 마련해 놓고 직원들 격려·소통하면서 기부 공감대 만들었어요 “사진만 찍는 봉사? 받는 사람들 얼굴 보면 대충대충 할 수 없어요” SKC 최신원(61) 회장을 만난 3일, 신문에는 ‘경제 민주화 법안 대거 통과’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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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3> 최신원 SKC 회장

10년 동안 20억원 기부…
이웃 돕던 가족들 보며 어릴 적부터 나눔 배웠죠
사업장서 바비큐 파티 때 모금함 마련해 놓고
직원들 격려·소통하면서 기부 공감대 만들었어요

“사진만 찍는 봉사? 받는 사람들 얼굴 보면
대충대충 할 수 없어요”


SKC 최신원(61) 회장을 만난 3일, 신문에는 ‘경제 민주화 법안 대거 통과’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1000억원 기부’ 소식이 나란히 실렸다. 민감한 질문 대신 “차 한잔 마시자”던 최 회장은 두 가지 소식을 묻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정몽구 회장이 사회적으로 기부한 건 높이 평가해줘야 해. 약속을 지켰고…. 잘한 것에 대해 손뼉을 쳐야지. (가나의 빵 공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있으니까 주는 거 아냐. 없으면 이렇게 나눠줄 수 있겠어? 기업이 잘 돌아가야 일자리도 만들어져. 일자리 창출이 바로 나눔이야. 여유를 가져야 해. 해외에선 다 우리나라 기업의 성공 비결 배우러 오는데….” 최 회장은 “인터뷰 서두르지 말고 이거나 먹고 하자”며 보라색 비비빅 아이스크림을 꺼내왔다. 밖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였다. 함께 비비빅을 먹으니, 우습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인터뷰는 자연스레 ‘나눔’ 이야기로 시작됐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과 달리,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은 기업 돈으로 기부하지 개인 차원의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단골로 지적된다. 10년 동안 20억원가까운 돈을, 매년 1억원이 넘는 개인 돈을 기부한 이유는 뭔가.

 

“경기도 수원 화성이 내 고향인데, 어릴 적 할아버지는 300가마를 농사짓던 부자였다. 가뭄이 들어 물이 귀할 때 이웃에게 모내기를 할 수 있도록 물을 나눠줬고, 할머니는 일꾼들이 돌아갈 때 가마솥 누룽지를 안겨줬다. 아버지(SK 창업자 故 최종건 회장)는 전쟁 폐허 속에서 기업을 일으켰다. 끼니 때우기도 힘든 시절, 공장에 찾아와 ‘취직시켜 달라’는 마을 사람 일거리 만들어준 게 결국 나눔 아닌가. 어머니는 쌀을 씻을 때 일정량을 따로 모아뒀다가 어려운 주민들에게 조용히 나눴다. 어릴 때 가족으로부터 나눔 교육을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랐다.”

―우리나라에선 부자들의 기부에 대해 “가진 게 많으니까 당연하다”며 칭찬에 인색한 반면, ‘철가방 우수씨’ 사례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기부는 칭송한다. 대기업 오너, 전문직 등 고액 자산가들이 드러내놓고 개인 기부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환경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부자들의 개인 기부가 적은 건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산업 발전을 해오면서 성과주의에 편향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 사회도 나눔을 지향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을지로 최신원’이라고 익명 기부하다, ‘아너소사이어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으로, 1억원 이상 기부해야 회원 가입)에 가입도 하고 경기모금회 회장직을 맡은 것도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위해서다. 기업인으로서 자선 기관의 대표가 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눔 활동은 경영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나눔 활동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겸손하다. 얼마 전 빌 게이츠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악수하는 걸 보고, 엄청난 실망을 했다. 기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부나 나눔 활동이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SKC는 매출액 대비 기부금(15억원)이 0.175%인데, 기부에 대한 기업 내부의 공감대가 이뤄져 있는가.

“임직원들과 함께 작년부터 바비큐 행사를 해오고 있다. SKC, SK텔레시스, SKC솔믹스 등 7개 전 사업장을 돌며 직접 현장에서 고기를 구우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소통한다. 모든 바비큐 행사 때마다 사랑의열매 모금함을 비치해놓고 직원들이 쉽게 기부하도록 한다. (탁자 위에 놓인 파일함에서 ‘2013 SKC 노사결의문’을 꺼내 보여주며) 올해 SKC 노조는 위기 극복에 동참키 위해 임금 인상 없이 사측에 일임했다. 2000년 내가 SKC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최초의 일이다. 감격했다. 틈날 때마다 노조위원장들에게 밥을 사주며 ‘회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있고, 내가 있어서 회사가 있는 것 아니냐. 내 주식을 내놓아 노조를 위한 기금을 만들 의향도 있으니, 회사를 믿어달라’고 했다. 대신, 벌면 나눠준다. 한때 울산 공장은 900%, 수원 공장은 750%의 보너스를 주기도 했다. 회사가 약속을 지킨다는 신뢰가 있으니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최고 책임자일수록 많이 듣고, 얘기하고, 같이 밥 먹으며 베푸는 게 중요하다.”

SK 행복나눔바자회에 참여해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최신원 회장.

―SKC는 1995년 선경도서관을 수원시에 기증했고, 2006년엔 수원시 권선구에 해비타트 SK행복마을을 건립, 2009년에는 SK청솔노인복지관을 건립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대기업에서 사회공헌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사진 찍기용’이나 ‘홍보용’으로 사회공헌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실망스러울 때도 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사진 찍기용? 그건 받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연탄 배달 해보면 고마움이 가득한 얼굴로 ‘이쪽에 좀 놓아주세요’라고 한다. 옛날에도 그랬듯이, 연탄이 많으면 마음이 든든하지 않은가. 매년 5000포기씩 김장하는데, 나는 임직원들과 같이 시작해서 끝까지 같이 한다. 우리 직원들도 대충 못 한다(웃음). 노사가 같이 군부대 위문 바자도 하고, 연탄 배달도 하다 보면 가족 같은 분위기가 생긴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주는 사회적 책임 활동은 당연한 것이다.”

―최근에는 사회공헌을 넘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여기에 더해 CSV(공유 가치 창출)까지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 일부 기업에선 “CSR을 해야 할지, CSV를 해야 할지 헷갈린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 빨리 가도 문제다. 도무지 (트렌드를) 따라갈 수가 없다. 전자제품만 해도 제품 하나 나온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손에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게 나온다. (사회공헌부터) 차근차근 밟아서 가야 한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세계공동모금회(UWW·United Way Worldwide) 산하 리더십위원회 아시아대표 위원이 되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UWW 회의에서 ‘나의 나눔 이야기’란 주제로 A4 4장짜리 연설을 했다. “나눔을 계속해온 동력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인터뷰 내내 “여태까지 잘 살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기부가 중요한가, 봉사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봉사”라고 했다. 봉사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주 KBS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며 ARS 전화번호를 누르는 최 회장은, “자녀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직. 거짓 없이 사는 삶”이라고 했다. 요즘엔 ‘통일을 대비해 북한 어린이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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